2021.05.29
금요일을 휴일로 보낸 덕분인지 (물론 나에게는 평일과 휴일의 차이가 크게 없지만) 일요일 같은 토요일이 왔다. 오랜 시간의 외출을 마치고 돌아온 어제는 밤 늦게까지 잠이 오지 않았다. 물론 잠들기 직전 갑작스러운 기분 변화로 여러 생각이 몰려온 탓이었지만. 그 때문에 아침엔 약간 피곤한 기분이었는데 아침 운동을 쉬고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니 조금 나아졌다. 만사가 귀찮아지는 느낌이었지만 남자친구가 온라인 한국어 수업을 듣는 동안 후다닥 외출 준비를 끝냈고, 이후 함께 집을 나섰다.
오늘은 아침부터 날씨가 엄청 좋았고 (해 그림이 가득한 일기예보 일정을 보는게 이렇게 행복한 일인지) 오랜만에 배드민턴을 치기로 했다. 배드민턴 데이트는 남자친구랑 했던 세 번째 데이트였는데, 추억이 새록 새록 떠오른다. Primrose hill에서 피크닉 데이트를 하기로 하면서 그가 배드민턴 세트를 가져왔었고, 세트 스코어 2:1로 거하게 졌었다. 그래도 그 때 처음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그와의 데이트 사진을 업로드하기도 하고 그 이후로 '진짜 썸 같은 단계구나.'라고 확신했던 날이었던 것 같다. 이전 연애들은 연애라고 할 수 없는 엉망진창인 경우가 많기도 했지만, 심지어 내가 엄청 좋아한 대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나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라던지 '데이트 중~'을 나타낼 수 있는 사진들을 올린 적이 없었는데, 지금 남자친구와는 당시 공식적인 연인 관계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알릴 수 있었달까. 일부러 그의 마음을 떠보는 척 '나 인스타그램에 사진 올리고 싶은데 괜찮아?'라면서 친구도 맺고. 그러고 보니 확실히 좋은 상대에 좋은 관계면 전전긍긍한 마음을 덜 가지게 되는 것 같다. 결국에 그는 금방 나에게 고백해서 우린 정식으로 사귀는 연인 관계가 되었고. 아무튼 각설하고 신나게 나선 공원에는 맑은 날씨 덕에 사람이 엄청 많았다. 조금 더 걸어가 사람이 적은 공간을 찾아 자리를 잡고 배드민턴을 쳤는데, 이번에는 왕창 졌다. 4세트 경기를 했는데 세트 스코어를 따지 못했다. 네트나 경기장 범위가 정확하지 않아 In & Out을 카운트 할 수 없었다는 변명을 해보지만 사실을 바꿀 수는 없다. 승패의 여부보단 아침에 건너 뛰었던 운동을 대신할 만큼 몸을 움직였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이후에는 한참동안 동네 산책을 했다. 카페에 들러 음료와 시나몬 번을 구입해 공원해서 같이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한참 나눴다. 돌아오는 길에는 간단히 장을 보고 돌아왔다. 내일은 오후 12시에 레스토랑을 예약해 놓았다. 오랜만에 fancy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으니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해야겠다. 오늘 밤에는 잠이 잘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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