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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모음집/영화 ・ TV

[TV 시리즈] 오징어 게임 (Squid Game), 2021

by kyeeunkim 2021. 10. 9.

모든 감상문에는 해당 작품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본인은 영화나 TV 시리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으므로

게시물은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 및 이야기만을 작성합니다.

 

 

© kyeeunkim

오징어 게임 (Squid Game), 2021
▪︎ 연출 / 각본 : 황동혁
▪︎ 개봉일 : 2021년 9월 17일
▪︎ 채널 : Netflix (넷플릭스)

  최근 엄청난 이슈를 만들어 내고 있는 <오징어 게임>을 봤다. 사실 나는 영국 넷플릭스에 여러 한국 프로그램들이 오픈을 해도 감흥이 없는 편이다. 직전에 오픈했던 'D.P.'도 보지 않았고, '킹덤' 시리즈도 올해 봤으니 난 유행에 민감한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오징어 게임>이 오픈을 했을 때도 예고편만 보고 넘기려고 했다. 하지만 일주일 쯤 지나고 한국에 있는 친구의 추천을 받아서 조던에게 같이 보자고 제안했더니 조던이 "안 그래도 어제 술자리에서 한 친구가 그거 재미있다고 이야기했어!"라는 것 아닌가. 전날 대학 친구들 모임에 갔던 조던이 근황 이야기를 하다가 '내 여자친구가 한국에서 왔고~'라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최근 한국 컨텐츠 <오징어 게임>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영국에 살면서 한국 컨텐츠에 대해 영국인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는 경우(워낙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높고 관심이 많은 사람들 제외)는 처음이어서 더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후의 반응들은...요즘 알 수 있다시피 난리다.

 

  <오징어 게임>의 스토리와 소재는 독특하면서도 평범했다. 많은 사람들이 비교하는 것처럼 '헝거 게임'이나 '베틀로얄' 같은 작품들과 틀이 비슷하다고 느끼기도 했지만, 사람이 죽어나가는 방식에 있어서 한국의 어린 시절 놀이를 이용했다는 것은 흥미로웠다. 특히나 나도 어렸을 때 많이 놀았던 딱지 치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징검다리와 같은 게임들을 볼 때면 괜히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생각나기도 했다. 물론 그런 게임으로 사람들이 죽는다는 규칙은 너무 잔혹하고 괴리감이 느껴져서 적응이 안되었지만. 또한 완전 외국인인 조던과 함께 보다보니 "저 게임은 무슨 게임이야?"라거나 "영국에도 비슷한 게임 있어!"라고 이야기하며 다른 나라, 다른 문화에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을 수 있어 재미있었다.

  기본적인 스토리나 캐릭터에 대해서는 너무 예측 가능한 경우들이 많았지만(이런걸 클리셰라고 하나..) 무서운걸 잘 못보는 나로서는 그런 부분이 다행이기도 했다. 사람이 수없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계속해서 반전이 나왔다면 버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 외에 스토리 속 설명이 충분하지 않던 부분들이나 반전들에 가끔 물음표가 생기긴 했지만, 시즌별 작품들을 제작하는 넷플릭스 특성인가 싶기도 하고. 이후 인터뷰에서 감독이 홀로 고생하며 각본 작업을 했다는데, 아무래도 혼자 작업을 하다 보니 한계가 있지 않았나 싶다. 또한 조던은 VIP가 나오던 때의 영어 대사나 표현들이 어색하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원어민으로서 느끼는 차이가 있나보다(아니면 연기의 한계인가..?).

  <오징어 게임>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작품의 미술적 색감과 구조였다. 현실적인 캐릭터의 성격과 사연 그리고 비현실적인 게임 장소와 규칙 등의 대비가 영화 속 세트장, 색감, 동화적인 소품들로 표현된 것 같다.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곳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밝은 색감들, 각각의 인물과 장소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단색의 장소들, VIP의 비인간적인 실태를 보여주던 복잡하고 화려한 장식들 등 직설적이고 분명한 방법으로 의미하는 바를 표현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나와 조던이 <오징어 게임>을 다 본지 며칠이 지나니 영국 넷플릭스에서 1위를 하는 컨텐츠가 되었다. 한국 뉴스에서도 크게 이슈가 되었다시피, 외국 언론에서도 많이 언급하기 시작했고 여러 SNS에서 관련 컨텐츠들을 수없이 접하곤 했다. 하지만 아무리 언론이나 SNS에서 떠들어 대도, 정작 내가 그 인기를 실감하게 되는 경우는 무엇보다 주변 친구들이 언급할 때가 아닐까. 바로 그 다음 주말 조던의 이전 플랏메이트들을 만났을 때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조던의 플랏메이트 Pol과 Ben, 벤의 여자친구 Hannah, 그들의 다른 친구들 두엇까지 모였던 자리에서 갑자기 벤이 내 얼굴을 보고 생각났다는 듯 "맞아, 너희들 다 <오징어 게임> 봤어?"라고 이야기를 꺼냈고, 그 자리에 있던 6~7명의 친구들 사이에 과반이 본 상황이었다. 그리고 미처 보지 않은 친구에게 벤은 적극 영업을 했었지ㅋㅋㅋ 그의 친구도 "맞아, 사실 내가 참석한 자리의 과반이 어떤걸 봤으면 나도 봐야된다는 의미지."라고 응했다. 그러고는 한참동안 올해 할로윈 데이 의상은 핑크색 마스크맨을 할거라는 등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영국에서도 인기가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나 인기를 끌고 있는 <오징어 게임>이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이 작품을 다시 보고 싶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오'다. 분명 나도 재미있게 보았고, 이어 볼 때는 다음편이 궁금해서 계속 보고 싶은 기분은 들었지만,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은 없다. 좋아하는 작품은 여러번 반복하며 감상을 되새기는 사람인 내게 <오징어 게임>은 취향의 작품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해소되지 않은 이야기가 많은 만큼 그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하기에 시즌 2의 제작을 기대해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

  여러 인물들이 인상적이었지만, 아무래도 '새벽'이가 가장 마음에 남는다. 강한 척은 다 하지만 그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가시가 돋힐 수 밖에 없는 여린 캐릭터이기도 했고 유일하게 게임에서 패배하고 죽음을 맞이한 것이 아니어서 안타까운 마음도 컸다. 그녀가 상처를 입었을 때는 "저 상처는 치료해 줘야 되는거 아니야?"라며 같이 외쳤었지. '새벽'이를 생각하면 찡한 마음부터 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아무래도 '새벽'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이었던 만큼 그의 가장 솔직한 이야기와 마음을 알 수 있었던 '지영'과의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너무 뻔하고 예측 가능한 스토리였지만, 그래서 더 슬펐다. 20여분 남짓 서로의 이야기를 털어 놓으며 본명을 알려줬던 그들은 짧은 순간에 친구가 되었겠지. 구슬게임 에피소드부터는 주요 인물들이 위기를 겪고 죽을 수 밖에 없는 단계여서 '지는 사람은 죽는다.'는 분명한 규칙이 원망스럽고 믿기지 않았다. 모두가 이길 수 없다는 게임의 가장 잔혹하고 무서운 면모를 느끼기도 했다.

 

(덧, 근데 솔직히 "게임을 보는 것보다 직접 참여하는 것이 제일 재미있다"던 반전의 인물 '일남'은 가장 중요한 규칙 '지면 죽는다'를 어기고 치트키를 쓴 것 아닌가? 결국엔 그도 죽음이 무서웠던 것 같은데, 그런 게임을 계획했던 장본인 치고는 치사하다는 생각이 드네. 물론 그것마저도 현실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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