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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모음집/영화 ・ TV

[영화] 클래식 (The Classic), 2003

by kyeeunkim 2021. 10. 23.

모든 감상문에는 해당 작품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본인은 영화나 TV 시리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으므로

게시물은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 및 이야기만을 작성합니다.

 

ⓒ kyeeunkim

클래식 (The Classic), 2003
▪︎ 연출 / 각본 : 곽재용
▪︎ 개봉일 : 2003년 1월 30일
▪︎ 제작사 : 에그필름

  나는 약간 뒷북쟁이다. 유명하거나 유행하는 것을 당장에 볼 때도 있지만, 바로 보지 않고 미적거리는 경우도 많다. 괜히 너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거나 이슈가 되면 그것에서 멀어지고 싶은 심리랄까. 그러다보니 시간이 엄청 흐른 후에 그것을 접하고는 그제서야 "너무 좋다!"며 빠지는 경우가 있다. 또한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나의 성격, 취향도 변하는 탓도 있겠지. 어렸을 때는 멜로를 극도로 기피했는데(연애니 사랑이니 다 필요없어!! 였지..) 요즘엔 그렇지 않으니까. 

  그렇게 뒤늦게 영화 <클래식>을 봤다. 한동안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다시 회자되는 클래식의 짤을 보고 비록 오래된 영화지만 한국의 유명한 영화, 특히 사랑 이야기를 조던이와 보고 싶었다. 물론 내가 상상했던 분위기와는 달랐지만...😂

 

  <클래식>은 2003년 작품으로 무려 18년 전 작품이다. 지금은 엄청 유명하고(물론 당시에도 유명했지만) 세련된 배우들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 시절의 순수한 연애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취향이 상당히 고리타분해서(특히 연애에 있어서) 고전적인 연애 이야기가 더 설레고 좋다. '오만과 편견', '비포 선라이즈', '사운드 오브 뮤직', '로마의 휴일'과 같은 영화처럼 직접적인 표현보다 그저 손 한번 잡는게 떨리고, 키스로 충분히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무엇보다 스토리 전반에 인물들 사이의 미묘한 감정 표현이 섬세하게 되어 그 인물의 마음을 절절히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영화들이 좋다. <클래식>도 그와 비슷한 결의, 내가 좋아하는 사랑 이야기였다.

  영화 속 유명한 장면들은 익히 알려져 있어서 나 또한 영화를 보기 전 많이 접했지만, 사실 이 영화에 손예진의 1인 2역이 있을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딸인 지혜가 엄마 주희의 사랑 이야기를 나레이션과 함께 회상하는 동안 그녀 자신의 사랑도 진행되는 구성이었다. 옆에서 같이 보는 조던이가 계속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된거래?"라면서 흐름을 깨는 질문을 계속 해서😠 감상을 깸..ㅋㅋ.. 단순히 한국 영화를 보기 때문이라기 보단 드라마든 영화든 계속 설명을 나한테 물어본다. 몰입을 덜 하는건지 괜히 물어보고 싶어서 그러는건지.. (심지어 영어로 된 작품을 봐도 내가 설명하곤 해서 "너 영국인이잖아!"하고 했던 적도 많음...)

  연애나 사랑에 있어도 개인의 선택과 의견이 중심이 되는 요즘의 가치관에서는 <클래식> 속 사랑 이야기들이 답답할 수도 있다. 지혜와 상민이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서로를 맴돌 때는 "저 여우 같은 친구 치워버리고 그냥 좋다고 해!"라고 외쳤지만, 한편으로는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짝사랑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충분히 알고 있지. 그래서 더 공감이 되었던 것 같다. 20대 초반의 짝사랑에서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없는 답답함,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설렘, 지금의 관계마저 놓칠 것 같은 두려움과 같은 처음 겪는 낯선 감정들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건 결국 나 자신이니까. 10대 때 멋모르고 느끼는 감정보다는 그 마음에 대한 책임과 관계에 대한 현실을 알아가는 시점인 20대에는 사랑과 연애가 더욱 어려웠다. 하지만 현재 20대의 그런 시간들을 다 보낸 30대가 되니 입으로는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다. "괜찮아, 더 해봐도 돼."라고. 비록 그것이 아프고 힘든 일이라도 결국에 내가 겪는 모든 감정과 경험이 이후에 나 스스로를 더욱 아끼고 사랑하게 되는 밑거름이 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클래식>에서는 엄마 주희의 사랑 이야기가 흐르고 흘러 지혜와 상민에게로 닿았다. 동화 같은 이야기는 언제나 그렇듯 그들이 마음이 닿는 순간은 보여주지만 그 이후의 이야기는 보여주지 않는다. 막 어른이 되었을 때는 어렸을 적 믿었던 동화가 현실에 치여 깨지는 것이 슬펐다. 하지만 이제는 그 뒷이야기에 신경쓰지 않는다. 그들의 사랑이 그만큼 진심이고 아름다웠다는 것, 그것만이 중요하다. 그것은 엄마 주희의 삶에서도 보인다. 주희와 준하는 비록 결혼으로 맺어지진 못했지만, 그들이 나누었던 감정만은 진실이었고 그들의 삶에 서로가 남아있다는 것은 슬픔보다 분명 더 크고 소중했을 것이다.

  영화를 보는 동안 온 감정을 다해 공감했던 영화는 오랜만이었다. 비록 18년이 지난 후에야 보았지만, 오히려 지금 보아서 더 좋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

  주희가 가장 마음 속에 남는다. <클래식> 속 가장 가슴 앓이가 심했던 인물일테다. 그 아픈 사랑은 준하도 겪었지만, 그래도 그에게는 스스로의 선택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주희가 더 적극적으로 주도적인 선택을 하기에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 시대적, 사회적 차이도 있었겠지. 하지만 아픈 사랑 후에도 그녀는 남은 시간을 잘 살아냈던 것 같다. 딸 지혜가 밝고 예쁘게 자랐고, 그녀는 엄마가 놓친 마음을 대신 잇기도 했으니 말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클래식>에는 많은 명장면들이 있다. '내가 진짜 이 장면에 감동 받았나 아니면 유명해서 인상적이었나?'라는 혼란이 올 정도로 너무 유명하지만, 그만큼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적이었겠지. 지혜와 상민이 간질거리는 마음을 숨기고 재킷 아래에서 비를 피했던 장면과 지혜가 상민의 우산을 들고 빗 속을 달렸던 장면은 그들의 애틋한 짝사랑을 표현해서 좋았다.

  하지만 결국 나에게 베스트는 주희와 준하의 재회 장면이었다. 가끔은 사랑 이야기 속 행복한 순간보다는 이렇게 슬픈 순간이 더 마음에 남는 것 같다. 그 감동을 주절주절 설명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그런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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