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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에세이/해외

프랑스, Paris(파리) 여행 (1)

by kyeeunkim 2022. 11. 17.
2022.04.13 ~ 2022.04.17

Paris(파리), Île-de-France, France

(1) 사랑의 도시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Paris(파리)

 

  코로나 때문에 고생하던 지난 2년, 집콕하던 시간 동안 조던이와 나는 "다시 해외 여행 할 수 있게 되면 우리 어디를 제일 먼저 갈까?(한국 제외)"라는 주제로 종종 대화를 나누곤 했는데 파리는 언제나 리스트에서 1~2위를 차지하던 도시였다.

 

  새로운 비자를 신청할 때 나의 해외 출입국 기록을 쓰면서도 새삼 놀라기도 했지만 내가 영국에 학업으로 머물렀던 4년 동안 내가 파리를 여행한 것이 거의 일곱 번. 뭘 그렇게 자주 갔냐 싶지만 아무래도 여러 장점들이 많았다. 먼저 파리는 생일이나 크리스마스와 같은 특별한 날 한국으로 갈 수는 없지만 괜히 영국을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좋은 도시였다. 어쨋든 바다를 건너는 해외였으니. 하지만 동시에 비행기가 아닌 유로스타로 2시간이면 갈 수 있어 상대적으로 가깝고 편리하게 느껴졌고 예매를 빨리 하면 티켓도 싸게 구매할 수 있었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옷 브랜드들이 대부분 프랑스 브랜드라 세일 기간에 맞추면 한동안 미루던 쇼핑을 하기에도 좋았고 뭐... 안 좋은 추억이지만 이전 연인과의 일도 있었지(전 남자친구가 프랑스인).

  이렇게 질릴 만큼 가 놓고 또 다시 파리가 다음 여행 희망 도시의 탑이었던 이유는 조던이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사실 파리에 대한 나의 기억 속 장면들은 대부분 혼자 쓸쓸히 여행하거나 이전 연애 때문에 마음 고생하던 모습이었다. 파리의 에펠탑마저 로맨틱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감흥이 떨어졌으니까. 하지만 조던이를 만난 후로 씁쓸함만 남아있는 파리에게서 달콤함을 찾고 싶었달까. 게다가 런던에서 태어나고 자라 '파리는 그저 프랑스의 수도, 런던과 다를 바가 없겠지.'라고 생각하며 파리는 한 번도 가본 적도, 가볼 생각도 안했다는 조던이를 만나니 내가 알고 있는 파리 속 예쁜 곳, 좋은 곳을 함께 데이트하듯 다니고 싶었다.

 

  작년 10월 쯤부터 영국은 백신 접종자에 한해(지금은 아무런 제약이 없음) 해외 여행이 자유로워졌지만, 나는 그 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BRP 카드)가 있었기에 조던이와 함께하는 해외 여행은 계속 미뤘었다. 그리고 드디어 연말에 카드를 받고 여행 계획을 하면서 2월 쯤 파리를 가자고 티켓까지 구매했다. 하지만 유럽을 강타해 버린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 때문에 취소. 우여곡절 끝에 우리의 AC(에프터 코로나) 해외 여행은 4월이 되어서야 다시 시작될 수 있었다.

얼마만에 타는 유로스타인가

Paris(파리), Île-de-France, France
  Paris(파리)는 프랑스의 수도이자 최대 도시이다. 유럽 연합의 핵심 국가 중 하나인 프랑스의 수도로서 파리는 경제, 문화, 정치, 외교 등 많은 분야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런던, 프랑크푸르트 등과 함께 유럽에서 손꼽히는 금융 허브 역할을 한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예술과 패션의 중심지로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대표적인 관광지이기도 하다. 빛의 도시(La Ville Lumière)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파리라는 이름은 고대 지역에 살던 갈리아 일족 파리시(Parisii)에서 나왔다. 센 강의 시테섬 부근에 살던 갈리아 족을 고대 로마가 정복하면서 도시를 건설했는데 그것이 오늘날 파리의 기원이다. 로마 제국부터 메로빙거 왕조, 프랑크 왕조 등을 거쳐 파리는 10세기 파리는 프랑스 왕국의 수도가 되었다. 백년전쟁 당시 잉글랜드 왕과 동맹을 맺은 부르고뉴 파가 파리를 점령하기도 했지만 결국엔 프랑스 군이 파리를 탈환하여 파리는 다시 프랑스 왕국의 수도가 되었다.
  루이 14세가 실질적인 행정 수도인 베르사유 궁전을 건축하면서 파리는 수도의 위상을 잃기도 했으나 프랑스 혁명 이후 파리는 다시 정치의 중심지가 된다. 19세기 파리는 여러 정치적 혼란을 겪기도 했지만 산업화로 인해 경제적, 문화적 발전을 이루었다. 나폴레옹 3 시대에 조르주 오스만 남작(Georges-Eugène Haussmann) 상하수도 시설, 도심부 재개발 등 파리의 근대화를 이루었는데 오늘날 파리의 모습이 이 때 갖추어 졌다고 할 수 있다.
  19세기 말부터 제 1차 세계대전 전까지 파리는 큰 발전을 이루었다.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침공으로 파리는 함락 직전까지 갔으나 이후 다른 전투에서 독일군이 패하면서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제 1차 세계대전과 제 2차 세계대전 사이에는 많은 예술가들이 파리에 모이면서 파리는 세계적인 예술 도시로 유명해졌다. 제 2차 세계대전에서 파리는 손쉽게 독일군에 점령 당했고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후 1944년에 연합군에 의해 파리는 해방되었다. 이후 파리는 교외로 확장하며 프랑스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자 세계적인 문화, 예술, 패션의 도시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파리는 20개의 구와 주변 위성 도시들로 이루어져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파리 지역은 외곽 순환 고속도로 안쪽의 20개 구를 말한다. 20개의 구는 파리 중심부터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배치되어 있다. 다른 나라의 수도들은 20세기에 들어 대규모 확장을 한 반면 파리는 19세기의 경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내가 마지막으로 파리 여행을 했던 때가 2019년 7월이었으니 정확하게 2년 9개월만에 타게 된 유로스타. 그 시간이 길긴 긴가보다. 코로나 때문에 변한 것도 많았고(올해 4월 당시 3차 백신 접종 증명서가 필요해서 NHS App에서 다운 받아야 했는데 그걸 몰랐던 나는 미리 준비를 못해서 탑승 전 심사 기다리는 줄에서 급하게 받느라고 고생했었지), 오랜만에 타는 유로스타에 사뭇 낯선 느낌도 받았다. 하지만 기차로 떠나는 해외 여행, 여전히 좋고 편하다.

유로스타 안에서 조던이와 나

  기차만 타면 책을 읽는 조던이. 물론 비행기 탈 때나 다른 곳으로 여행할 때는 꼭 책을 챙긴다. 그러다 보니 책 읽는 그의 모습을 담는게 습관이 되었다. 약간은 '나랑 좀 놀아~' 같은 의미지만. 근데 또 대화 조금 나누다가 난 그냥 폰 함ㅋㅋㅋㅋㅋㅋ

  사진을 보니 저 땐 기차 탈 때 마스크를 썼네. 요즘 유럽엔 아무런 규제가 없는 듯 하다. 하물며 비행기 이동할 때도 안 쓰고 기차, 지하철, 버스도.. 거의 코로나 없는 것 마냥 살고 있다.

London to Paris
▪︎ 09:31 London St Pancras International Station
      🚆  2 h 22 m Eurostar
▪︎ 12:53 Paris Gare du Nord

점심 식사 전 서로 찍어주기

  런던 역에서 파리 역으로 기차만 타고 내리면 되는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시차 때문에 점심 시간 피크 타임이 지나서야 파리에 도착했다. 우선 숙소 체크인부터 해야겠다 싶어 숙소로 이동했는데 아직 방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오후 3시 이후에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멀리 떠나지 못하고 숙소 로비에 짐만 맡겨둔 채 점심을 먹으러 나섰다.

  그렇게 우리가 파리에서 (구글맵 검색의 힘을 빌려) 간 첫 레스토랑은 Le Bistro du Périgord.

메인+디저트 코스로 간단히 먹은 프랑스식 점심

 프랑스 레스토랑과 영국 레스토랑의 큰 차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코스 메뉴의 유무가 아닐까 싶다. 영국에도 프렌치 레스토랑에선 가끔 코스 메뉴 구성을 볼 수 있지만 프랑스는 프렌치 레스토랑은 당연하고 다른 레스토랑에서도 종종 찾을 수 있을 만큼 코스 메뉴를 찾을 수 있다. 물론 코스 메뉴라고 해서 거창한건 아니고 정해진 에피타이져-메인-디저트 메뉴에서 선택해서 주문할 수 있는 한국의 세트 메뉴 같은 것이다. 대신 코스 메뉴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난 나름 프랑스 외식 문화의 장점이라고 느껴진다.

  우리가 갔던 레스토랑에서도 2코스 메뉴가 22유로길래 우리는 메인과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코스로 선택했다. 특히 조던이가 메인과 디저트를 함께 주문하는데 22유로 밖에 안 한다며 런던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가성비라고 좋아했다ㅋㅋㅋ 하긴, 런던에선 외식 한번 나가면 50파운드는 쉽게 나가니..

  정확한 메뉴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 구글에 다시 찾아보려고 해도 메뉴 구성이 바뀌었는지 찾기도 어렵구. 암튼 음식은 맛있었다, 급하게 찾은 레스토랑 치고 평점이나 분위기도 좋았고 음식 맛도 맛있어서 흡족스러운 첫 점심 식사였다.

 

  점심 식사 후 다시 숙소로 돌아가 체크인을 하고 짧은 휴식을 취했다. 나는 숙소 사진을 찍는 취미가 없어서 남아있는 사진은 없지만 숙소는 생각보다 좀 작았다. 파리 숙소에서 큰 공간을 바라는 건 꿈이라고 익히 알고 있지만, 그래도 새로 리모델링한 호텔 같아서 나름 기대를 했는데 한국 원룸촌이 떠오르는 그런 느낌이었달까..? 어떻게든 있는 공간을 잘 나눠서 최대한 많은 방을 만들고 작은 공간에 화장실이랑 기본 설비들을 넣을려고 바득바득 아이디어 떠올리는 그런.. 그러다 보니 방음이 잘 안되고 그런(대학가 근처라 그런지 숙소가 젊은 층한테 인기가 있어서 그런지 아침 일찍 음악 소리, 기침 소리가 들려서 좀 고생이었음)..😣 그래도 아직까진 여행할 때 비싼 숙소 내가며 멋드러진 호텔을 가야겠다 하는 마음은 없어서 가격 대비 괜찮다고 생각했다. 의외로 침대가 정말 푹신하고 좋았거든.

나도 처음 가봤던 뤽상부르 공원

  휴식 후엔 숙소 바로 앞에 있던 뤽상부르 공원(Le Jardin du Luxembourg)으로 산책을 나갔다. 사실 지금껏 파리 여행을 하면서 난 센 강 남쪽을 다닌 경우가 거의 없어서 뤽상부르 공원은 처음이었다. 파리 6구에 위치한 뤽상부르 공원은 1612년 헨리 4세의 미망인 마리 드 메디치가 자신의 새 거주지로 뤽상부르 궁전을 건설면서 조성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뤽상부르 궁전이 프랑스 상원 의사당 건물로 쓰이면서 공원 또한 상원의 소유라고 한다.

  비교적 궁전에는 관심이 없던 우리는 공원의 큰 원을 따라 걷기만 했고 곳곳에 놓인 조각상들을 구경하며 인물 이야기를 했다. 당시에는 모든 조각상이 여성이라는 것이 흥미로워 혹시나 알고 있는 인물들이 있나 살펴보는 것에 집중했는데 모두 20명의 프랑스 여왕과 저명한 여인들의 기념상이라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여신인 아르테미스 조각상과 조던이가 찍어준 내 모습 (사진 실력이 날이 갈 수록 는다)

  파리에 도착할 때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날씨를 걱정했는데, 하늘이 조금 흐리긴 했지만 다행히 큰 비는 오지 않았다. 공원에서 따뜻하게 커피와 핫초코를 사들고 한동안 산책하면서 사람 구경 하며 오랜만에 보는 파리 모습을 눈에 담았다.

파리의 이런 모습들이 너무 그리웠다
센 강 남쪽에서 북쪽까지 다양하게 왔다 갔다 했다

  첫 날은 이동 시간도 그렇고 짧은 휴식도 취했으니 딱히 파리에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아서(박물관이나 상점들이 대부분 닫은 상태였다) 그저 무작정 걸으며 조던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날의 일정들을 계획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 날 뿐만이 아니라 파리에서 우리는 엄청나게 걸었다. 문득 사진들을 다시 보는 지금도 이동 루트가 어땠는지 알고 싶을 정도.

  파리는 중심부는 걸어다니기에 부담스러운 거리가 아니어서 충분히 도보로 이동 가능하지만('여기까지만 걸어가자'해서 이동하면 다음 목표 장소까지 멀지 않아 또 다시 걷게 된다) 대중교통 티켓을 10장 사서 두 명이서 여행 기간 5일 동안 다 썼다면 나름 대단한거 아닐까..? 30분은 너무 가뿐하게 "걸을만 한데? 걸어서 가자!"라고 하는 조던이는 하루에 교통권을 각자 한 장 이상씩 쓰게 내버려 두지를 않았다...🤣

엄청 힙해보이는 인테리어였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 보니 배가 고파서 식당을 찾았다. Mr.T는 조던이가 회사 동료에게서 받은 추천 리스트 중에 하나였다(조던이는 여행 정보를 이렇게 직장 동료나 친구들에게서 추천 받아 온다). 프렌치와 북아프리카식을 접목한 퓨전 음식들을 선보이는 곳이다.

우리가 먹었던 음식들

 홈페이지보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홍보를 많이 해서 그런지 SNS에 포스팅하기 적합한(?) 시그니처 메뉴들이 많았다. 이런 현대적이고 트랜디한 레스토랑이 많이들 그렇듯 메뉴판을 본다고 그 메뉴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가끔은 상상도 안됨) 우리는 얌전히 추천을 받기로 했다.

  작은 한입 메뉴인 아뮤즈 부쉬(amuse bouche)*와 망고 및 여러 야채와 소스와 함께 나온 훈제 송어, 그리고 생선 메인과 고기 메인을 주문했다. 맛있었던 기억은 분명한데(특히 송어 에피타이저) 메뉴 이름을 정확하게 댈 수 없는 것은 이런 식당일 수록 메뉴가 자주 바뀌고 인스타에 들어가도 똑같은 메뉴 사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늘 새롭게 프리젠테이션 하기 때문에 메뉴 이름은 여전히 미스테리다. 후식으로 먹었던 티라미수도 'deconstructive style'이라고 소개 했던가, 직원이..?

  메뉴 이름들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어려웠지만 음식들은 모두 맛있었다. 레스토랑을 아주 힙한 스타일로 이끌어 가고 싶은 열망도 강하게 받았고 미쉐린을 노리고 있는게 아닐까 할 정도로 식사 구성이나 직원의 친절함이 좋았다. 확실히 고급화를 노리고 있는 듯.

  하지만 우리는 런던에서도 그렇지만 이런 스타일의 식당들은 볼 때마다 약간의 어색함을 느낀다. 우리는 이미 너무 나이 들어버렸나, 아니면 가성비를 따지는 현실적인 어른이 된건가, 생각이 들었지만 여행지에서 한번 시도해 볼만한 멋진 식당이었다.

 

  그나저나 파리에 갔을 때 나는 감기에 온전히 나은 상황은 아니었는데(체온은 멀쩡하고 기침만 하는 상태) 기침을 조금 했더니 옆 테이블의 사람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봤다는 것. 아무래도 '코로나 걸린거 아니야?'하는 생각에 날 쳐다본게 아닌가 싶은데 기침하면서도 눈치를 봐야 하다니 조금 서러웠다. 그렇다고 즉석에서 코로나 음성인 걸 보여줄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 코로나 징글징글 해 증말.

 

[*아뮤즈 부쉬(amuse bouche)는 프랑스어로 '입(bouche)을 즐겁게 하는(amuse) 음식'으로 고객이 메뉴판에서 골라서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셰프가 하나의 음식을 정해서 무료로 대접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전채와 다르다.]

아직 공사 중인 볼 때마다 안타까운 노트르담 성당

  저녁 식사 후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나서야 숙소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노트르담 성당을 지나쳤는데 여전히 수리로 인해 주변에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었다. 노트르담 성당은 파리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하고 봄여름엔 뒷편에 위치한 공원과 함께 예쁜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모습을 한동안 볼 수 없어 너무 아쉽다. 화재 소식을 들었을 때도 엄청 슬펐지. 온전했던 성당의 모습을 볼 수 없는 조던이를 생각해도 아쉽고(정작 본인은 별 감흥 없음ㅋㅋㅋㅋ). 공사가 끝나면 다시 와서 사진을 찍자며 이번엔 38% 부족하지만 노트르담의 야경과 함께 조던이의 모습을 담았다.

소르본 대학교에서 시위가 일어나서 학생들이 학교 점거를..

  그렇게 숙소로 돌아오는데 주변이 시끌시끌했다. 알고 보니 우리가 파리에 도착한 날이었나 전날이었나 프랑스 대통령 중간 선거가 있어서 그 결과에 대해 학생들이 시위를 일으킨 것이다. 숙소 주변에 소르본 대학교가 있었는데 학생들이 밤 중에 학교를 점거한 것이다. 안 그래도 낮에 도착했을 때 학교 주변으로 학생들이 엄청 모여 있길래 "방학 중일텐데 학교 주변에 학생들이 왜 이렇게 많지? 무슨 성적 발표나 공고가 있나."라고 생각하며 여긴 아직도 아날로그 식으로 학생들이 모여서 뭘 듣고 해야되나 보다 했는데(유럽이라 납득ㅋㅋㅋ) 이제 보니 시위의 전조였나 싶다.

  학교 벽에 내걸린 문구는 대통령 중간 선거로 뽑힌 두 후보 마크롱과 르펜 둘 다 싫다는 내용이었다. 외국인으로서 나와 조던이는 파리의 정치에 감흥도 흥미도 없지만 솔직히 답 없이 그저 싫다는 시위는 별로 지지하지 않는다. 나도 어렸을 땐 그저 정치가가 싫고 서로 싸우기만 하는 정치판이 싫어서 투표도 안하고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나이를 먹고 사회에 대해 배울 수록 그건 내 손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쨋든 내 목소리를 내야하고 많은 국민들이 참여한 투표 결과에는 수긍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중간 선거로 결과가 1 아니면 2 라는 선택지가 생기면 그 둘 중에 하나는 선택해야 하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최선을 찾아야 하는게 정치이고 세상일이 아닐까 한다. 1, 2가 싫다고 3이라고 암만 외쳐봤자 존재하지 않는 항목에 응답할 다른 사람들은 없으니까.. 아무튼 오랜만에 다른 나라의 시위를 보며 나와 다니는 서로의 정치적 의견을 나누기도 했는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 서로 의견이 찰떡이라 신기했다. 

  이러고 나서 다음 날은 소르본 대학교 주변으로 무장한 경찰이 쫙 깔려서 숙소 가는데도 엄청 돌아가야 했다. 총 들고 있는 경찰 보니 괜히 무섭고 무슨 난리인가 싶고.

 

 

이튿날은 거짓말처럼 날씨가 쨍해졌다

  다음날인 두번째 날부터 파리의 날씨는 매일 화창했다🌞 역시 이맘때가 제일 여행하기 좋은 날씨다. 처음 영국에 올 때 엄마와 함께 유럽 여행을 먼저 했었는데, 그 때 파리 여름의 무더위를 겪어 본 나로서는 7~8월의 피하게 되었다. 하지만 4월의 날씨는 선선하고 따뜻하고 제일 좋은 봄 날씨. 영국에선 가끔 4월까지 우박이 내릴 때도 있어 쌀쌀한 느낌이 있는데 파리는 조금 다르다.

조던이가 와보고 싶어한 루브르 박물관

  이튿날 일정의 시작은 루브르 박물관(Musée du Louvre). 난 초등학교 5학년 때 왔던 수학여행을 시작으로 엄마와 함께 여행하면서 한번 더, 루브르 박물관을 두 번이나 왔었다. 하지만 이번 파리 여행이 인생 첫 파리인 조던이에겐 루브르 박물관은 여전히 대표적이고 유명하고 새로운 프랑스의 박물관이지. 베르사유 궁전이나 루브르 박물관 중 한 곳은 꼭 가고 싶다고 해서 결국 파리 중앙에 위치한 루브르를 가기로 했다.

  예전에는 티켓 구매를 현장에서도 할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코로나 때문인지 이제 온라인 예약을 먼저 해야했다. 루브르 박물관 크기가 어마어마한 만큼 티켓 수량을 엄청 빠듯하게 제한하는 것 같진 않았지만 1시간 마다 정해진 타임 슬롯이 있어 애매하게 도착했던 우리는 오전 11시 입장 티켓을 구입하고 밖에서 조금 기다렸다.

Musée du Louvre(루브르 박물관), Paris, France
  Musée du Louvre(루브르 박물관)은 프랑스 파리 중심에 위치한 국립 박물관이다. 소장품의 수와 가치 면에서 런던의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과 함께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박물관이자 오르세 미술관(Musée d'Orsay), 퐁피두 센터(The Centre Pompidou)와 함께 파리의 3대 미술관으로도 유명하다.
  현재 루브르 박물관이 보유하고 작품의 수는 48만 점에 달한다고 한다. 3동의 건물, 8개의 전시관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전시하고 있는 작품을 모두 보려면 꼬박 일주일이 걸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를 포함한 고대 중근동 유물, 그리스 로마 시대 조각 등 아주 오래된 역사적인 작품들을 비롯해 <밀로의 비너스>, <사모트라케의 니케>,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다비드의 <황제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 등 유명한 작품들이 많다. 하지만 루브르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아무래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아닐까 한다.

  루브르 박물관의 현재 건물은 과거 루브르 궁전을 개조한 것이다. 루브르 궁전은 12세기 후반 궁이 아닌 요새로 만들어졌다 이후 여러 차례의 확장 공사를 통해 궁전으로 탈바꿈하였다. 1672년 루이 14세가 베르사유 궁전에 거주하기로 결정했을 때 루브르 궁전은 왕실 수집품을 전시하는 장소이자 왕립 아카데미가 후원하는 예술가들의 거주지로 파리 예술의 중심지가 되었다. 프랑스 혁명 이후에는 궁전을 미술관으로 개장하였다. 처음에는 소장하고 있는 작품의 수가 많지 않았으나 나폴레옹 시대를 거치면서 그 규모가 커졌고 이후 여러 차례의 변화를 겪으며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루브르 박물관 앞의 유리 피라미드 조형물인 루브르 피라미드(Louvre Pyramid)는 근대에 건설된 것으로 한때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이 많았으나 현재는 박물관을 대표하는 조형물이 되었다. 파리 센강(Seine River) 주변을 포함하여 루브르 박물관은 유네스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아침으로 크루아상 하나 때려주고

  파리에 오면 아무 빵집에 들어가 크루아상을 먹어도 맛있다고 했던가. 버터가 겹겹이 쌓인 페스트리 류 빵이 맛이 없을리가 있을까 싶지만(사실 난 런던에서도 크루아상은 다 맛있다고 생각한다) 파리에 왔으니 또 하나 먹어줘야지. 남는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루브르 박물관 주변의 가장 평점 좋은 빵집을 찾아 크루아상과 커피를 사왔다. 급하게 이동하기 싫어 루브르 피라미드 옆으로 돌아와 따뜻한 햇살 쬐며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했다.

루브르에서 모나리자 보면 다 봤지^^

  사실 많은 사람들이 루브르 박물관을 찾는 이유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작가의 가장 유명한 작품, <모나리자(Mona Lisa)>를 보기 위함이 아닐까 한다. 조던이는 의외로 엄청 보고 싶어하는 건 아니었는데(심지어 줄 긴거 보고 그냥 가자고 했음) 내가 "그래도 티켓 끊고 여기까지 들어왔는데 모나리자를 안 보고 가는건 말도 안된다!"라고 빡빡 우겨서 봤다.

  이전에는 모나리자 앞 쪽에 아무런 질서 없이 사람들이 모여서 봤는데 요즘엔 입구를 2개 두고 줄을 나눠서 순서대로 보더라. 코로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부분은 좋은 변화라고 생각했다. 전에 왔을 땐 사람을 보는건지 모나리자를 보는건지, 의외로 작은 크기의 작품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먼 발치에서만 볼 수 있었는데 이젠 순서만 기다리면 조금 가까이에서도 마음껏 보고 사진도 나름 깔끔하게 찍을 수 있다. 그나저나 3번이나 뵙네요, 모나리자님!

  그래도 나름 루브르 박물관에 세 번째 방문이라고 '어디쯤으로 가면 어떤 작품들이 있다'고 몸이 기억하는 방향들이 있었다. 물론 박물관 내부 지도는 필참!👍 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지도 없이 뱅뱅 돌아다니다간 아마 같은 곳을 돌아다닐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하루종일 루브르 박물관만 볼 것이 아니라면 보고 싶은 작품, 관심 있는 시대를 콕 찝어서 다니는게 효율적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조던이에게 관심있는 시대를 묻고, 내가 알고 있는 범위에서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명 작품들(+사심 넣어 내가 좋아하는 작품들) 위주로 조던이를 이끌었다. 처음 볼 때도 감탄하면서 봤던 작품들(특히 <황제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The Coronation of Napoleon)>)은 세 번을 봐도 놀랍긴 했다.

  여행기라 작품 사진들은 최대한 생략했지만 명성만큼이나 루브르 박물관이 많은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 작품들을 어떻게 모은 것이든 왜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지는 작품들이나 규모를 보면 진정 느낄 수 있다(게다가 건물도 역사적이니..).

(사실 내가 좋아하는 조각상 중에 <아르테미스와 암사슴(Artemis with a Doe/Diana of Versailles)>과 <밀로의 비너스(Aphrodite/Venus de Milo)> 사진을 첨부할까 했는데, 순간 비너스 상의 노출(?)이 티스토리 점검에 걸리는거 아닌가 싶어 삭제했다ㅋㅋㅋㅋ 아니 진짜 이런 것도 삭제해야 되냐고. 하지만 이전에 작품 사진 올렸다가 포스팅 차단 당한 경험자로선 아예 싹을 잘라버립니다.. 근데 진짜 생각하면 할 수록 이해할 수 없는 규정이긴 하다.)

점심으로 먹은 오코노미야끼

  나와 조던이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것은 아니었기에 아주 빠르고 효율적으로 관람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예전에 찾아둔 일식 오코노미야끼 식당을 갔다. 사실 파리에서 일식을 먹었을 때 그 맛이 나쁘지 않았어서 이번에도 그렇게 선택하고 갔는데, 사실 쬐끔 실망. 그래서 식당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그리고 기억이 안남..). 먹기는 잘 먹었는데 그냥 막 맛있다의 느낌은 아니었다.

 

  그리고 걷고 또 걸어 팔레 루아얄 공원(Jardin du Palais-Royal)에 갔다. 이 공원은 개인적으로 내가 파리에 갈 때마다 가는 곳이어서 조던이와 꼭 함께 오고 싶었다. 이 공원을 둘러 여러 카페들과 상점들이 있는데 그 중에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메종 키츠네(Maison Kitsune) 카페도 있는 곳이다. 요즘엔 파리에도 아이스 커피가 좀 흔해졌는지 모르겠지만(영국에는 비교적 흔해짐) 여름에도 아이스 커피 찾기가 어려울 때 키츠네 카페엔 늘 아이스 라테를 팔아서 여름날 매번 갔었다. 그리고 귀여운 여우 모양 쿠키도 사서 먹기도 하고.

그늘 아래에서 기분 좋게 날씨를 즐겼다

  이번에는 커피를 마시진 않았고(의외로 조던이가 별로 안 마시고 싶어했음) 잠깐만 휴식을 취하다가 공원 바로 옆에 있는 팔레 루아얄(Domaine National du Palais-Royal)로 이동했다.

  사실 이 곳이 루이 13세 시대의 재상이었던 사람의 저택이었니 뭐니 하는 이야기는 잘 모른다. 역사를 알고 이 곳을 찾은 적은 없고(..) 그저 줄무늬 기둥들이 광장을 메우고 있는 곳으로 유명한 장소다. 최근엔 넷플릭스 드라마 <에밀리 인 파리(Emily in Paris)>에서도 나와 더 유명해졌다. 사진으로도 볼 수 있다시피 굉장히 포토제닉한 장소여서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사진을 남긴다.

  나와 조던이는 서로 찍어주고 있었는데 옆에 패션이 남다른 외국 여성분이 사진 좀 찍어달라고 청하길래 찍어주면서 우리도 함께 찍은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엄청 이쁘게 찍어주셔서 감사했던 분(아무래도 인스타그램을 엄청 신경써서 하시는 분이 아닐까 했음).

 

 

 

 

 

 

 

줄무늬 기둥들이 가득한 광장으로 유명한 팔레 루아얄

  이후 우리가 향한 곳은 피노 컬렉션 미술관(Pinault Collection Museum). 이 곳은 조던이 직장 동료가 추천한 곳으로 조던이가 꼭 가고 싶어한 박물관 중 하나였다. 나는 사실 전혀 몰랐는데 이 곳은 여러 패션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케링 그룹(Kering Group) 설립자가 자신의 컬렉션을 전시하기 위해 최근에 오픈한 미술관이라고 한다. 건물은 과거 파리 상공회의소의 상품거래소(Bourse de Commerce)로 쓰인 곳으로 유명한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리노베이션을 맡았다고 한다.

Pinault Collection Museum(피노 컬렉션 미술관), Bourse de Commerce, Paris, France
  Pinault Collection Musuem(피노 컬렉션 미술관)은 프랑수아 피노(Francois Pinault)의 이름을 딴 미술관으로 2021년 상반기에 오픈했다.
  프랑수아 피노는 발렌시아가, 구찌, 입생로랑, 보테가 베네타 등 명품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케링 그룹(Kering Group)의 설립자이자 전 회장이자 프랑스 최고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 라 르두트(La Redoute)와 경매 회사인 크리스티(Christie's Auctions) 소유자이기도 하다. 2020년 기준 전 세계에서 27번째, 프랑스에서는 4번째 부자인 그는 1970년대부터 예술 작품들을 모으며 지금까지 만 점에 가까운 작품을 소유하고 있을 만큼 예술에 관심이 크고 아트 컬렉팅에 진심이라고 한다.

  예술의 수도 파리에 자기 이름을 딴 미술관을 가지고 싶었던 피노는 2001년부터 구상을 시작했으나 장소 선점이 어려웠다. 처음에 피노는 파리 외곽 블로뉴(Boulogne)의 세갱섬(Île Seguin)에 위치한 20세기 초반의 르노 자동차 공장 부지를 노렸으나 대형 노조들의 반대에 포기했다.
  이후 피노는 이탈리아 베니스로 시선을 돌려 2006년에 '팔라초 그라시(Palazzo Grassi)', 2009년에 '푼타델라 도가나(Punta della Dogana)'를 연달아 오픈한다. 이 미술관들의 성공으로 피노 컬렉션은 하나의 라벨로 등극했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프랑스 내부의 여론도 바뀌기 시작했다.
  2015년 파리 시(市)는 파리 상공회의소가 소유한 18세기에 지어진 밀 보관 창고이자 옛 상품거래소 건물(Bourse de Commerce)을 사들이고 이 곳에 피노 미술관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피노는 50년 장기 계약으로 이 건물을 자신의 미술관으로 사용하기로 했으며 베니스 미술관들을 리노베이션했던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다시 한번 이 건물의 대규모 공사를 맡았다.

  아트 컬렉팅에 전념하기 위해 2000년 케링의 회장직에서도 물러난 피노는 여러 큐레이터들을 컨설턴트로 두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안목을 믿으며 작품을 수집한다. 한 눈에 끌리는 작품보다 오랜 시간 메세지를 되새기게 하는 작품에 투자한다는 신념을 고수한다는 그는 실제로 누구나 알 만한 유명한 아티스트의 작품들만이 아닌 충격적이고 도발적인 작품이나 시장에서 외면받는 작품들도 과감하게 구입한다고 한다. 피노의 파리 미술관에서는 현대 미술을 대하는 피노의 남다른 신념과 감각이 담긴 그의 컬렉션을 세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전시관을 통해 느낄 수 있다.

건물도 흥미로워서 미술 작품 외에도 둘러볼 매력이 가득했다

  이 미술관 건물의 가장 멋진 부분은 아무래도 중앙의 돔이 아닐까 한다. 유리돔을 통해 비춰 들어오는 자연광이 중앙에 전시된 작품들을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그리고 층층이 올라갈 수록 다각면의 방향에서 중앙이나 돔을 바라볼 수 있는 형태가 매력적이었다. 오래된 건물을 유지하며 현대적인 미술관으로 새롭게 변화시킨 점이나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어울리게 현대 미술 작품들이 어우러진 대비적인 조합이 좋았다.

우리가 갔을 땐 Charles Ray 전시회가 진행 중이었다

  소장품을 전시하거나(아마 주기적으로 교체되는 듯) 현대 미술 작가의 특별전을 진행하는 것 같은데, 우리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미국 작가인 Charles Ray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론 뮤익을 떠올리게 하는 사실주의적인 작품들이 많았고 쇼킹한 작품들도 있어 놀라웠다. 이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기회가 된다면 예술 카테고리에서 다루도록 하고..

요런 스카이라인이 파리의 특징이지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우리는 시테섬 쪽으로 향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카페를 찾았다. 날씨도 화창하니 좋았고 파리를 떠올리면 늘 레스토랑이나 카페 바깥쪽 길가로 죽 늘어선 테이블들이 떠올라서 우리도 야외석에서 음료를 마시기로 했다. 사실 관광지 주변의 식당들은 엄청난 평점을 자랑하는 것은 아니어서 적절한 장소를 찾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목만 축일거라 우리는 전경이 좋은 곳을 골랐다(+사람이 좀 적었던 곳).

파리에선 날씨 좋은 날 야외 좌석에 앉는게 제일인 것 같다

  저녁은 예약을 해두어서 간단하게 아페롤 스프리츠를 주문했는데 달달하니 맛있었다. 이 때만 해도 요런 칵테일을 한 잔씩 마실 수 있는 계절이 다가오는 것에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겨울이 되니 다시 그리워지는 계절이네.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프랑스는 정말 주문하고 계산하기가 힘든 곳이다. 런던은 그만큼 심하지 않은데 파리는 정말 웨이터들부터 콧대가 높은 느낌이랄까. 불친절한 것은 아닌데 그저 묵묵하게 웨이터들이 우리를 까먹지 않았기를 바라며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하고 계산서를 주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가끔 '시간 남으니까 30분만 쉬다 가야지.'하다간 30분 가까이 계산은 커녕 웨이터랑 눈 마주치기도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 특히 파리에서는 웨이터를 직접적으로 부르는게 예의가 없다는 말이 있어서(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더욱 눈치가 보인다. 내 경험 상 런던은 그냥 손 들고 불러도 괜찮은데. 다행히 우리는 시간을 넉넉히 두고 파리를 여행해서 별 문제는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각도에서 내가 좋아하는 노트르담 성당 다시 봐주고

  점심으로 먹은 음식이 약간 무거웠던 탓인지 아니면 아페롤 스프리츠가 나름 큰 잔이었던 것인지 배가 쉽사리 꺼지지 않아 우리는 저녁 시간 전까지 조금 걷기로 했다. 사실 나와 조던이의 비슷한 점 중 하나가 별로 안 움직이면 배가 금방 고프고 정작 많이 움직이면 배가 덜 고프다는 것. 그래서 가끔 비교적 외출/외부 활동이 많은 주말에 다니다보면 마실 것은 꽤 자주 찾는데(조던이는 원래도 차나 커피를 많이 마시지만) 음식은 좀 덜 땡겨한다. 그렇다고 끼니를 굶는건 아니고 간단한 간식거리만 먹어도 한 끼로 넘길 수 있을 정도로 배가 좀 작아진달까. 그리고 그 배는 파리에서도 똑같이 작용했다. 움직임은 런던에서보다 훨씬 많았는데 배는 쉽사리 꺼지지 않는 그 느낌..😞

영화 <비포 선셋>이 떠오르는 서점

  그렇게 이동하다가 내가 가고 싶었던 셰익스피어 앤 컴패니(Shakespeare And Company) 서점을 갔다. 이 서점은 영화 <비포 선셋(Before Sunset)>에서 두 주인공이 9년만에 다시 재회하는 장소로 유명하다. 물론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이미 오랜 시간에 걸친 이야기와 유명세를 가진 서점인 것 같지만 확실히 대중에게 '로맨틱한 장소'로 알려진 것은 영화 때문일 것이다.

  나 또한 그 영화 시리즈를 엄청 좋아해서 이 장소는 몇 번이나 찾았었는데 사실 들어가 본 적은 없다. 늘 사람들이 많고 외국 서적들이 가득한 곳에서 딱히 내가 읽을만한 책을 찾지는 못할 것 같아서 눈도장만 찍고 지나쳤는데 이번에는 줄을 기다려서 입장해 봤다. 코로나 기간 동안 방문객이 적어 이 서점이 경영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도 들었고(그래서 세계 여러 사람들이 온라인 주문으로 서점을 유지하는데 보탬이 되려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기간 동안 큰 손실이 있었던 것은 분명한 듯) 늦기 전에 실내 구경도 한번 해보고 싶었다.

  조던이는 줄까지 기다리며 서점에 입장해야 하냐고 약간의 불판을 토로했지만(줄 기다리는 거 엄청 싫어함) 또 내가 하고 싶다고 하면 들어주는 스타일이라 같이 기다려줬다. 그리고 어차피 시간도 남았었고. 서점 실내 곳곳을 구경하고(내부 사진이 없는걸로 봐서 사진 촬영이 안됐던가?) 에코백 하나를 구입했다. 파리에 다니다 보니 종종 여러 사람들이 들고 다니던데 런던에서 들고 다니면 좀 더 기념이 될 것 같다.

1000일 기념일이었던 날

  우리가 저녁 시간을 기다리며 계속 걸었던 이유는 바로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에 식사 예약을 했기 때문이었다. 처음 여행 계획이 틀어졌을 때 4월로 다시 일정을 조정했던 것은 부활절로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는 시기이기도 했지만(비교적 휴가 내기가 쉬움) 우리의 1000일 기념일이 있는 기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여행이 미뤄져서 아쉬운데 그 기회에 좀 더 특별한 여행을 보내고 싶어서 딱 골랐다. 그리고 기념일 날 저녁 식사는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 온 만큼 좋은 레스토랑을 가보자 하여 선택하게 된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사실 런던에도 미쉐린 레스토랑은 많지만 우리는 큰 관심은 없었다. 하지만 프랑스는 미쉐린 가이드를 만든 나라인 만큼 한번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합리적인 가격선에 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부터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조던이 친구 커플의 강력 추천도 있었고.

우리의 1000일을 기념하기 위한 첫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사실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이라도 저녁 코스는 가격이 좀 있는 편이다(물론 2스타, 3스타랑 비교하면 적겠지만). 조던이 친구 커플은 점심 코스를 추천한 것 같지만 우리는 기념일도 있고 해서 저녁으로 예약했다. 그렇게 우리 인생 첫 미쉐린 레스토랑은 BAIETA로 프렌치 코스를 조금 더 현대적이고 젊은 감각으로 풀어내는 곳 같았다. 내부 인테리어나 대표적인 이미지(로고)를 봐도 그렇고 나중에 메뉴 설명에서도 '해체주의'니 '현대적'이니 하는 단어들이 덧붙여져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기분 좋게 도착한 곳이지만 나에겐 작은 걱정이 있었으니, 바로 우리의 배가 거대한 코스 요리를 받아들이기에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 첫 미쉐린 레스토랑이라고 신나고 기대되긴 했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아 아직 배부른데 어쩌지.'라는 생각이 가득했으니 어떻게 보면 시작부터가 전체 코스를 즐기기에 완벽한 컨디션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그 부분은 정말 아쉽다.

  그래도 서빙과 코스를 설명해주는 웨이터의 매너와 친절함은 엄청 좋아서 기분 좋은 저녁 식사였다. 물론 영어가 완벽하지 않은지 음식 설명을 알아듣기 조금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음식에 설명이 뭐가 그리 중요하랴, 맛만 좋으면 됐지.

 

 

 

 

 

 

 

 

 

 

 

정식 코스 메뉴 이전에 서빙되는 식전 음식

  저녁 코스 메뉴는 앙트레(Entrée) - 생선 메인 요리 푸아송(Poisson) - 고기 메인 요리 비앙드(Viande) - 디저트(Dessert)로 구성된 것이었는데 이 곳에서도 아뮤즈 부쉬(amuse bouche)가 나왔다.  세 가지 다른 종류의 한 입 음식들과 빵으로 코스가 시작되었다. 

  이후 시작된 코스 음식들도 다 맛있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전반적인 음식들이 좀 무거운 느낌이었달까. 아뮤즈 부쉬도 치즈나 크림류 재료들을 사용한 것이 많았는데 바로 이어지는 음식들에서도 계란 노른자, 해산물을 오래 고아내는 스프가 활용되는 부야베스, 향이 강하고 기름진 양고기가 이어져 나와 첫 메인 메뉴 이후부터는 음식을 즐기는 것에 있어 조금의 한계를 느꼈다. 물론 우리가 점심도 꽤나 해비한 것을 먹기도 했고 배가 온전히 꺼지지 않은 상태로 레스토랑에 도착한 것이기도 했지만 과연 배가 정말 고팠어도 이 전체 코스가 만족스러웠을까는 의문이었다. 해산물과 육류 메인 메뉴를 한 코스에서 모두 즐길 수 있는 구성은 가격 대비 합리적이지만 맛이 다 진하고 강한 메뉴들이었다. 물론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고 평소에도 많은 양을 소화하지 못하는 나와 조던이의 한계였을지도. 그래도 그렇게 힘겨운 와중에 상큼한 마무리인 디저트는 정말 좋았다.

  그리고 우리는 이전에 미쉐린 레스토랑에 대한 경험이나 정통 프랑스 코스 요리를 겪어본 적이 없어 몰랐지만 정작 코스 메뉴는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해도 웨이터가 권하는 샴페인이나 와인(특히 추천하는대로 페어링하면)을 넙죽넙죽 주문했다간 코스 메뉴에 맞먹는 음료 비용을 내야한다. 특히 가격도 안 알려주고 왠지 코스에 포함된 서비스 마냥 권해서 넙죽 주문했는데(물론 진짜 공짜라고 생각한건 아니고 메뉴 가격 만큼이나 합리적일거라 생각했다) 나중에 그 가격이 모두 포함된 계산서를 보고 놀랐다는. 물론 미쉐린 레스토랑을 즐기기로 결심한 이상 각오했어야 하는 부분인가 싶기도 하지만, 와인 한 병 가격도 아니고 그저 한 잔에 그 만큼 큰 돈을 쓰는 것은 우리도 처음이어서 너무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우리는 기념일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배부르다는 소리면 백 번 되네이며 숙소로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했다.

 

 


모든 여행 에세이는 직접 여행한 후기로, 지극히 개인적인 추억의 시간과 사진들로 기록을 작성합니다.

해당 여행지의 정확한 정보를 함께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으며

여행 시기 및 현지 상황에 따라 기입된 정보는 달라질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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