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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에세이/해외

프랑스, Paris(파리) 여행 (3)

by kyeeunkim 2022. 12. 8.
2022.04.13 ~ 2022.04.17

Paris(파리), Île-de-France, France

(1) 에펠탑의 반짝임이 가득한 도시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Paris(파리)

 

  나름 빡빡한 일정으로 불태웠던 셋째날이 지나고 그 다음날, 대중교통은 하루에 한번만 타고 죄다 걸어다녀서인지 이 때부턴 조금씩 피로가 쌓였던 것 같다. 매일 하루를 마감하면서 올리던 인스타 스토리(평소엔 잘 안하고 여행 때만 활발하게 함)를 셋째날 저녁부턴 피곤해서 뻗어 자느라 제대로 못할 정도였다😂ㅋㅋㅋ 그래서 넷째날은 느지막히 일어나 마레 지구 근처를 구경하다 이후 조던이가 가고 싶어했던 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표정이 멍해보이는 나😂

  점심에 가려던 베트남 레스토랑이 12시부터 오픈이라 기다릴 겸 커피부터 마시기로 했다. 사실 이 곳은 음식도 파는 식당이라 막 피크 타임이 시작될 즈음에 음료만 주문하는게 쬐끔 망설여졌는데 대신 많은 사람들이 찾는 실외 테라스 자리 말고 실내 창가 자리에 앉기로 했다. 우리가 "음료만 마실건데 이 안쪽 자리에 앉아도 괜찮을까?"했더니 흔쾌히 허락해 줬던 직원, 아무래도 바깥 자리에 앉으면서 식사 주문 안했더라면 싫어했을 것 같다🤣

  조던이는 커피를 마시고 난 아마 다른 음료..를 마셨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나네.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난 주로 핫초코를 마시는데 가끔 유럽의 핫초코는 초콜릿 무더기를 왕창 녹인 느낌이어서 피할 때도 있어서..

오래된 느낑의 카페 가구들

  간단하게 커피를 마시고 식당 오픈 시간에 맞춰 이동했다. 우리가 간 곳은 An Com이라는 베트남 식당으로 2019년 여름(조던이와 정식으로 사귀기 바로 직전) 친구 예진이와 파리 여행을 같이 할 때 갔던 곳이었다. 여행 마지막 날 점심을 먹기 위해 숙소 근처에 평점이 좋은 식당을 찾다 발견했는데 생각 외로 너무 맛있어서 기억에 남았다. 여행 후로도 예진이랑 파리 여행 이야기를 할 때마다 떠올렸다.

  과거 프랑스가 베트남을 식민지로 삼았던 시간 때문인지 프랑스에는 은근 맛 좋은 베트남 음식점들이 많다. 파리에서 먹을 걸 못 찾을 때 베트남 음식점을 가면 대부분 맛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 나도 파리를 여행할 때 한번씩은 베트남 음식점을 갔던 것 같다.

  이전의 추억을 되새길 겸 같은 레스토랑을 찾은 것인데 코로나 여파가 없진 않았는지 조금 바뀐 것 같았다. 특히 나와 예진이가 엄청 맛있게 먹었던 Bánh Knot(코코넛 파이 같은?)을 다시 먹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양이 줄어든 것 같아서 아쉬웠다(사진을 보내줬더니 예진이도 비슷하게 느낌). 여전히 맛있긴 했지만 이전의 맛과 같지 않은? 식당이 오픈하자마자 찾아서인지 아니면 그 사이 변화가 있긴 있었던 것인지 이전과 완전 같은 느낌은 찾을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도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원래 예전에 좋았던 기억을 가득 안고 다시 찾으면 그에 비해 감흥이 덜한게 일반적인 걸까?😌

쌀국수와 Bánh Khot을 먹고 싶었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마레 지구(Le Marais)를 한참 구경했다. 마레 지구는 다른 날에도 종종 지나치긴 했지만 그 땐 좀 더 스쳐 지나는 느낌이었다면 이 날은 '그 때 가보고 싶었던 곳! 먹고 싶었던 거!'를 되새기며 다녔다. 예쁜 티(tea) 샵도 있어서 새로운 티도 사고 나중에 간식으로 먹을 슈크림도 구입했다(슈크림 가게는 아래 Dunes Blanches).

  사실 혼자 파리를 여행할 때는 마레 지구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는데(숙소도 이 근처로 잡곤 했음) 이번에 조던이와 왔을 때는 사뭇 달랐다. 생각해보니 이전에 내가 이 곳을 열심히 뽈뽈거렸던 이유는 순전히 쇼핑 때문이었다. 여름 세일 시즌에 파리를 찾았던 나로서는 마레 지구가 좋아하는 브랜드 가게들을 찾기 좋은 곳이었다. 옷 상점들은 당연히 많고 그 외에 식당이나 카페, 구경할 소품샵들도 엄청 많았으니까. 하지만 비교적 쇼핑에 관심 없는 조던이와 함께 오니 볼 수 있는 가게들도 많이 없고 세일 시즌이 아니니 쇼핑에 대한 욕구가 솟아오르지 않아서 좋아하는 브랜드를 지나치더라도 별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게 싱글 라이프와 커플 라이프의 차이인 걸까🤣 

 

  마레 지구를 한참 돌아다니고 나선 조던이가 가고 싶었던 군사 박물관을 갔다. 정식 이름은 프랑스 육군 박물관(Musee de l'Armee). 역사, 전쟁, 게임 등을 좋아하는 조던이는 이런 박물관이 궁금한가보다. 난 이번 기회로 파리에 육군 박물관이 있는지 처음 알게 되었다. 이 곳엔 나폴레옹 1세의 무덤(Tombeau de Napoléon 1er)도 있다고 했다.

Musée de l'Armée(프랑스 육군 박물관), Paris, France
  Musée de l'Armée(프랑스 육군 박물관)은 파리 7구에 위치한 국립 군사 박물관으로 군사 역사와 전쟁 기술에 관한 소장품을 전시한다. 고대부터 제 2차 세계대전까지의 무기, 갑옷, 대포, 제복, 그림 등 군사와 관련된 50만 점의 유물 및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이 박물관은 현재 1676년에 세워진 국립 상이군 회관(Hotel National des Invalides) 내부에 위치하고 있는데 1905년에 Musée d'Artillerie(포병 박물관, 1795년)과 Musée Historique de l'Armée(육군 역사 박물관, 1896년)의 합병으로 만들어졌다.

Tombeau de Napoléon 1er(나폴레옹 1세 무덤), Paris, France
  Tombeau de Napoléon 1er(나폴레옹 1세 무덤)은 파리의 레 앵발리드(Les Invalides)에 세워진 기념물로 1840년 세인트 헬레나(Saint Helena)에서 프랑스로 송환된 나폴레옹 1세의 유골을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무덤은 1840년에 계획이 시작되었지만 20년이 지난 1861년에 완공되었다.

  나에게 나폴레옹은 화려한 대관식(루브르 박물관에서 보았던 그것)이나 말을 탄 그림 등 회화 작품의 주인공으로만 유명한데 아무래도 유럽 역사를 더 가까이 배우고 느꼈던 조던이에게는 감흥이 다른 것 같았다. 아니면 단지 군사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나는 그저 엄청난 크기의 관이 놀라울 뿐이었다. 모든 역사가 그렇듯 관점에 따라 나폴레옹의 평가도 다를 것 같은데 어쨋든 프랑스에선 대단한 역사적 인물 중 한 명이라서 이런 기념관이 가능한 것이겠지.

  나폴레옹의 무덤부터 보고 박물관 관람을 했는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규모는 큰데 나는 관심이 없으니 점차 힘들어지기만 하고.. 처음엔 다리만 아팠는데 나중엔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또 조던이가 제일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제 1차 세계 대전이었는데(근현대라 그런지 자료도 엄청 많음..) 나는 그나마 고대, 중세 전쟁이나 관심 있구.. 결국 "난 더 이상 못 보겠어. 여기 앉아서 기다릴 테니까 너만 보고 와라."를 몇 번 반복했더니 조던이가 마지막엔 거의 호다닥 훑어 보기만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조던이는 내가 좋아하는 것도 잘 따라 다니는데 나는 그러지 못하나 싶기도 하고..😅 그러니까 평소에 여행할 때 대중 교통 좀 타면서 이동하자니까..

파리에서 비둘기 이외에 처음 본(?) 동물, 토끼!

  박물관을 나오는 길에 파릇파릇한 공원을 보니 문득 지금껏 파리에서 비둘기 외에 야생 동물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런던에서는 여우랑 다람쥐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여긴 왜 다람쥐가 없을까?"라며 조던이와 이야기를 하던 차에 갑자기 나타난 토끼 한 마리🐰 타이밍 좋게 나타난 것도 신기하고 다람쥐가 아닌 토끼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신기했다.

  박물관을 돌아보는 동안 에너지를 많이 써버린 나는 휴식시간이 절실했는데 마침 그 때 EPL 아스날 경기가 시작되던 참이었다. 지도로 검색을 하던 조던이가 "우리 그럼 쉴 겸 아이리쉬 펍에 가서 아스날 경기나 볼까? 그러고 에펠탑 보러 가자!"라고 제안해서 '이 눔의 축덕은 파리에 와서도 아스날을 잊지 못하는구나..'라며 따라갔다.

  유럽에서 축구는 워낙 인기가 많은 스포츠다 보니 어느 펍이든 일정에 맞춰 축구 경기를 틀어준다. 하지만 큰 인기만큼 각 나라 축구 리그가 유명하고 그 일정들이 빡빡해서 보통은 해당 국가의 리그 경기가 중심이 된다. 그래서 파리에서 영국 축구를 볼 수 있을거라 생각도 못했는데 조던이가 아이리쉬 펍에 가면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틀어준다는 정보를 알아냈던 것! 나로서는 펍도 일반 펍이랑 아이리쉬 펍이랑 구분되는 것도 처음 알았는데 틀어주는 축구 리그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운 좋게 군사 박물관 근처에 아이리쉬 펍이 있었고, 도착하니 한창 경기가 진행 중이었다. 아이리쉬 펍이라고 해서 무조건 EPL을 틀어주는 것은 아니고 각 리그 경기 시간 / 해당 펍의 주요 손님에게 인기있는 팀 경기에 따라 다른 것 같긴 했다. 우리는 부탁했더니 우리 쪽 TV를 아스날 중계화면으로 바꿔줬던 것 같다. 그러다 다른 스포츠 중계가 있어서 거의 경기 끝에 채널을 바꿨던 것 같은데 사실 이 날 아스날이 져서 그때 쯤엔 우리도 흥미가 떨어져서 상관 없었다🥹 그래도 처음 외국에서 보는 EPL 경기는 새롭기도 했고 재미있었다.

 

  다음으로 우리는 에펠탑(La Tour Eiffel)을 보러 갔다. 전날 멀리서나마 봤지만 역시나 파리에 왔으면 제일 유명한 건축물인 에펠탑을 가까이서도 보고 멀리서도 보고 두 번 보고 세 번 보는거지. 에펠탑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마르스 광장(Champ de Mars)로 가서 잔디에 앉아 따뜻한 햇볕을 즐겨보기로 했다.

La Tour Eiffel(에펠탑), Paris, France
  La Tour Eiffel(에펠탑)은 파리 마르스 광장(Champ de Mars)에 있는 연철 격자 타워로 파리에서 가장 높은 구조물이다. 1889년 파리에서 열린 세계 박람회의 중심 장식으로 디자인되어 1887년부터 건설이 시작되어 1889년에 완공, 개관되었다. 탑의 디자인과 건설의 맡았던 프랑스의 교량 기술자 구스타브 에펠(Gustave Eiffel)의 이름을 따 명명되었다. 건설 당시 파리의 경치를 해친다고 여러 예술가와 지식인의 비판을 받았으나 현재는 파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이콘이자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건축물 중 하나가 되었다.

  탑의 높이는 330m로 약 81층 건물과 같으며 아래의 바닥은 각 변이 125m에 달하는 정사각형 모양으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에는 무전탑으로 이용되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로는 55피트의 안테나가 덧붙여져 텔레비전 송신탑으로 사용되고 있다. 탑에는 3개 층의 전망 테라스와 레스토랑이 있으며 최상층의 전망대는 유럽에서도 가장 높은 전망대 중 하나이다.

마레 지구에서 샀던 슈크림

  날씨가 쨍쨍하니 좋았던 탓인지 사람들이 엄청 많아서 빈자리를 찾기도 어려웠고 깔고 앉을 신문지나 피크닉 매트도 없어 힘들었지만(게다가 이 날 난 또 원피스를 입었구나😭) 최대한 에펠탑이 정면에 보이는 곳에 자리잡았다. 여기서 사왔던 슈크림 빵도 해치우고. 달달하니 맛있었다.

예쁜 사진 찍어준 조던이, 착해서 뽀뽀 쪽💋

  올림픽 관련해서 준비를 하는걸까, 파리는 최근 공사하는 지역이 많은 것 같다. 물론 유럽엔 오래된 건물도 많고 보수 공사가 일상이나 다름 없어서 사시사철 공사하는 풍경을 볼 수 있지만 에펠탑 앞에도 이렇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관광객으로선 조금 안타까운 마음. 그래도 2024년 파리 올림픽은 기대가 되는데, 그 때 살짝 들러 올림픽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까 싶다. (아니면 잔디 보호용 철망인가..? 그런것 치고 철망으로 막아놓지 않은 잔디밭도 있어서..🤔)

 

  저녁 야경의 에펠탑도 보고 싶어서 일몰을 기다리며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점심 메뉴는 내가 골랐으니 저녁 메뉴는 조던이에게 맡겼는데 조던이가 인도 커리를 먹고 싶다고 했다. 아무래도 커리를 자주 먹으며 자랐던 조던이라 다른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4~5일 째 되면 커리가 딱 땡기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각 나라에서 커리를 어떻게 요리하는지 궁금하다고 한다. 나도 파리에서 찾는 인도 식당은 처음이라 에펠탑 근처 평점 좋은 식당을 찾았다.

  우리가 간 곳은 Ministry of Spice, 여행기를 기록하는 지금 찾아봐도 평점이 상당히 높다. 레스토랑에 갔을 때도 직원의 안내가 친절했고 아래의 사진에서 볼 수 있다시피 음식들도 꽤 고급진 느낌이었다. 인도식 커리라고 하면 전형적인 인도풍 가득한 그릇(패턴이 새겨진 은식기 같은..)에 난 혹은 쌀밥과 커리가 일반적인데 이 곳은 기본적으로 플레이팅이 프렌치 레스토랑 같았고 커리 이외에도 다양한 메뉴들이 많았다. 인도식을 고급+모던화 한 레스토랑이려나?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Chicken Tikka, Nihari, Fish Patroni, Artisanal Sorbet였다. 단순히 인도식 커리 향신료 외에도 다양한 재료들을 활용한 가니쉬, 소스들과 메뉴를 맛볼 수 있어 좋았다. 맛은 물론이거니와 색다른 느낌의 인도식 레스토랑을 경험할 수 있어서 나도 조던이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막 오픈한 레스토랑이었는지 직원이 구글맵 평점에 후기를 꼭 남겨달라고 하던데 미안하게도 그 이후로 우리는 까먹었다🤣 사실 나와 조던이 모두 후기를 열심히 남기는 부지런함을 갖추지 못해서... 그래도 우리 후기 없이도 레스토랑의 평점은 높이 유지되는 것 같으니 마음의 짐을 살짝 덜어본다ㅋㅋㅋ

  저녁을 다 먹고 나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4월이라 그런지 해가 길지 않아 야경을 위해 너무 늦은 시간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서 좋았다. 철망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최대한 에펠탑과 예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을 찾았고 근처에서 야경 사진을 찍던 다른 분에게 부탁해서 함께 찍은 사진도 남길 수 있었다. 근데 솔직한 마음으로 이렇게 사진 부탁할 때 한국인 찾고 싶은 맘 알죠.. 진짜 한국인만큼 사진 잘 찍어주시는 분들 보기 어렵다..🥹 그래도 찍어주신 분들 다 감사해요💛

여행 중 함께 찍을 수 있는 사진은 참 귀하다(셀피 말구)

  반짝거리는 조명 야경까지 알차게 보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다. 이제 파리 여행의 마지막 날만이 남았다.

 

 

  마지막 날은 Pret에서 커피와 크로아상을 먹으며 시작했다. 나로선 흔하디 흔한 프랜차이즈 카페인 Pret을 왜 가보고 싶을까 했지만(평소에도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최대한 피하려고 함) 조던이는 프랑스 Pret은 어떤지 궁금하다고 해서 가봤다. 하지만 정작 신기한 메뉴는 없었던 것 같다. 주말 일요일이어서 평일 메뉴들이 잘 들어오지 않았던 탓도 있었을 듯.

파리 Pret에서의 간단한 아침

  사실 이 날 조던이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코로나 증상이 조던이에게 먼저 빨리 나타난게 아닌가 싶은데 정작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은 파리에서 돌아온 후 이틀 정도 지나서여서🤣  이 때만 해도 알아채지 못했다. 마지막 날이기도 하고 무리한 일정을 잡는 대신 숙소 근처 Marche Saint Germain이 있는 지역 근처로 다녀보기로 했다. 일요일이라 열려 있는 상점은 많지 않았지만 그저 골목길을 걸으며 파리의 마지막 날 풍경을 마음껏 구경했다.

  카페에서 빵도 먹었던 참이고 크게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점심을 먹긴 먹어야 했기에 우린 Le Paris Paris라는 식당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채우기로 했다. 그래서 주문한 두 개의 스타터 메뉴😂 난 프랑스 요리 최애 메뉴 중 하나인 식용 달팽이 에스카르고(escargot)을, 조던이는 게살 요리를 주문했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 수학여행(여름방학 동안 영국 기숙학교에서 어학생활을 하다 마지막 일주일 정도 파리, 로마 여행을 했었다)에서 처음 에스카르고를 먹어보곤 쭉 좋아했다. 식용 달팽이라는 것에 거부감이 생길 법도 한데 어린 나이에도 난 별 생각이 없었고 아무래도 소라와 모양이 비슷하니 해산물 중 하나로 받아들이고 먹었던 것 같다. 여행에서 돌아와 한국에서도 한참 찾았는데 당시만 해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요리는 아니어서(게다가 프렌치가 일반적이지도 않았음) 늘 마음 속에 에스카르고를 담고 다녔다. 그리고 영국에서 생활하는 지금은 프렌치 레스토랑을 가거나 파리에 오면 꼭 한번씩은 찾아 먹는다.

  식사 후엔 디저트지! 골목 골목을 다니다가 예쁜 젤라또 집을 발견해서 사먹자고 했는데 조던이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나만 먹었다ㅋㅋㅋ 나도 약간의 감기 기운이 남아있었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젤라또를 보고 모른척 할 수 없었다. 

  난 젤라또를 먹을 때 주로 초콜릿과 망고를 먹는 편이다. 초코 덕후로서 초코맛을 포기하기 어렵고, 상큼한 과일들 중에선 망고맛이 제일 달고 맛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도전을 좋아하지 않고 안정적인 선택을 추구하는 편이라 새로운 맛을 잘 선택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초코와 피스타치오 맛을 골라봤다. 도저히 초코맛은 포기할 수 없었고😅.. 젤라또는 특색있는 맛도 많고 의외의 재료가 맛있기도 해서 늘 새로운 맛을 도전해보자 생각하는데 쉽지는 않다🤣

  젤라또를 먹은 후에는 한참이나 길을 걸었다. 어느 골목을 따라 쭉 내려 갔다가 막힌 길을 발견하고 다시 되돌아 오면서 다른 방향으로 틀었는데 걷다 보니 이미 지난 길을 또 걷기도 하고. 지도를 보지 않고 마음 가는대로 걸었더니 같은 곳을 뱅뱅 도는 느낌도 있었지만 이런 것도 여행의 맛이지 싶다. 보이는 건물이 무엇인지 모르고, 정해놓은 목적지도 없이 다녔지만 가끔 예쁜 풍경이 보이면 사진으로 담기도 하며 조던이와 손을 잡고 한참을 걸었다.

  그러다 조던이가 파리 식물원(Jardin des Plantes)를 가보고 싶대서 그 방향으로 길을 틀었다. 가는 길에 주변을 살피다 보니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몽쥬 약국도 있길래 살짝 들러 쇼핑도 했다.

Jardin des Plantes(파리 식물원), Paris, France
  Jardin des Plantes(파리 식물원)는 파리 5구에 위치한 프랑스를 대표하는 식물원으로 국립자연사박물관 산하로 있다. 약 9만 여평의 면적에 수천여 종의 식물을 기르고 있으며 약초를 연구하는 식물 학교를 중심으로 온실, 생태원, 장미원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4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파리 식물원은 1635년에 루이 13세와 왕족의 건강을 위한 약초를 기르고 연구하기 위해 설립된 왕립 약용 식물원(Jardin Royal des Plantes Médicinales)을 기원으로 한다. 1718년 왕립식물원으로 이름을 변경, 1739년부터는 귀족과 식물학자를 위한 공간이 되었다가 1793년에 정식 식물원으로 자리 잡았다. 1794년에는 동식물 연구를 위한 머네저리(Menagerie)라는 실내 동물원도 만들어졌고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파리 식물원 내에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동물원도 있는데 조던이는 동물원까지는 관심 없고 그저 공원에서 걷고 쉬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특별한 일정 없이 쉬엄쉬엄 다녔던 날이었지만 기분 좋은 날이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로 공원에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유럽에 살면 햇살 좋은 날 안 나가면 손해지. 겨울이 스산하고 해도 짧은데다 흐리고 비오는 날도 많아 무조건 봄, 여름에 햇살을 마음껏 즐겨야 한다.

  조던이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별다른 일정을 만들지도 않았지만 마지막 날이었던 만큼 숙소 체크아웃을 하면서 짐을 맡겨둔 터라 너무 먼 곳으로 이동할 수도 없었다. 유로스타 체크인 시간을 계산해 두고 서두르지 않고 여유있게 이동하고 싶어서 숙소 주변으로 계속 머물렀다.

  마지막으로는 센 강가로 내려가 한참을 앉아 물멍하는 시간을 보냈다.

 서울의 한강 공원에 익숙한 나로서는 런던이나 파리의 강가가 참 아쉽다. 파리 센 강은 그나마 주변으로 앉을 곳이 있어 가끔 와인이나 맥주 한 잔을 마시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런던 템즈강을 생각해 보면.. 그 주변에 가서 뭐 마실 생각은 전혀 해본 적 없는 듯(게다가 구역에 따라 실외에서 술 마시는게 불법이기도 하고..). 이럴 땐 조던이 데려가서 진짜 한강 라이프 한번 보여주고 싶지.

 

  이후엔 숙소로 돌아가서 짐을 찾고 로비 카페에서 잠시 쉬다가 시간에 맞춰 역으로 이동했다. 런던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막 해가 질 때여서 처음으로 유로스타에서 일몰 풍경을 볼 수 있었다.

Paris to London
▪︎ 20:13 Paris Gare du Nord
      🚆  2 h 17 m Eurostar
▪︎ 21:30 London St Pancras International Station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코로로가 국가 간의 이동을 막혔던 2년의 시간. 원할 때 자유롭게 떠날 수 있었던 과거의 시간을 되내이며 새삼 그 때 쉬웠던 여행이 너무너무 그리웠던 날들이었다. 이렇게 다시 조던이와 여행을 떠나고 다른 여행들도 계획할 수 있게 되니 너무 행복하다. 이번 파리 여행으로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다시 여행기를 써내려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파리 여행은 우리 커플에게 의미가 깊고 다시 떠올려도 설레임이 느껴지는 여행이었다.

 

 


모든 여행 에세이는 직접 여행한 후기로, 지극히 개인적인 추억의 시간과 사진들로 기록을 작성합니다.

해당 여행지의 정확한 정보를 함께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으며

여행 시기 및 현지 상황에 따라 기입된 정보는 달라질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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