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여행 에세이/해외

프랑스, Paris(파리) 여행 (2)

by kyeeunkim 2022. 11. 30.
2022.04.13 ~ 2022.04.17

Paris(파리), Île-de-France, France

(1) 예술과 미식의 도시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Paris(파리)

 

  여행의 셋째날은 숙소로부터 거리가 가장 먼 곳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그래서 향한 곳은 몽마르트르 언덕(Montmartre)이었다.

Montmartre(몽마르트르 언덕), Paris, France
  Montmartre(몽마르트르 언덕)은 파리 북부의 18구에 위치한 언덕이다. 작은 언덕을 뜻하는 '몽(Mont)'와 순교자라는 의미의 마르트르(Martre)'가 합쳐진 이름으로 '순교자의 언덕'이라는 의미를 가진다(여러 종교적/역사적 이야기가 있으나 생략).
  파리에서 유일하게 고지대인 이 지역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부터 벨 에포크 시대(Belle Époque)의 많은 예술가들이 비교적 저렴한 집세로 거주, 작업하게 되면서 예술적인 장소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또한 샹송(chanson)과 무용 등이 열리는 술집인 카바레(cabaret)도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처음 시작되면서 유흥가가 발달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러한 유명세 때문에 전 세계의 많은 관광객이 이 곳을 찾지만 실제로는 관광객을 노리는 잡상인과 소매치기가 많아 환상을 깨곤 한다.

Basilique du Sarcre-Cœur de Montmartre(사크레쾨르 대성당), Paris, France
  Basilique du Sarcre-Cœur de Monmartre(사크레쾨르 대성당)은 몽마르트르 언덕의 꼭대기에 위치한 대리석 건축물로 로마네스크 양식(Romanesque Style)의 대성당이다. 1870년 프랑스가 보불전쟁(The Franco-Prussian War)에서 패배한 후 낭트의 한 주교가 그 이유를 프랑스 혁명 이후 국가의 도적적 쇠퇴로 돌리면서 새로운 파리 교회 건설을 제안했다. 그렇게 국가적인 속죄를 목적으로 1875년부터 건설이 시작된 성당은 약 40년의 시간이 걸려 1914년 완성, 1919년에 공식적으로 봉헌되었다.

화창한 하늘 아래에서 바라보는 사크레쾨르 대성당

  몽마르트르는 조던이가 약간 궁금해 하기도 했고 파리 전경을 보기에 좋은 장소라는 나의 추천이 더해져 향한 곳이다. 나는 벌써 세번째.. 네번째인가? 예전에 혼자 놀러왔을 때 이 곳에서 한 남자가 친구들을 동원해서 공개적으로 프로포즈 하는걸 본 후에는 '여긴 다른 사람에게만 로맨틱하구먼..'이라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나에게도 남자친구와 함께 오는 로맨틱한 장소가 되었다, 후후.

  사크레쾨르 대성당 앞으로 작은 테라스 광장(Square Louise-Michel)과 잔디 언덕이 있는데 그곳이 나름 휴식을 취하기에 좋은 장소라 잠깐 쉬어가고 싶었는데 이번에는 아쉽게도 광장 쪽 출입이 막혀 있었다. 파리를 여행했던 4월은 점점 해가 길어지던 때라 노을이나 야경은 못 볼거라고 생각해서 깨끗한 전망이라도 제대로 보고 싶어서 오전에 온건데..😔 게다가 이 방향을 막아 놓으니 성당 앞 쪽으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이번 파리 여행 중에 제일 복잡했던 곳이 아니었을까 싶다.

제일 이쁘게 나온 커플 사진🥰

  광장 출입이 안되서 제대로 내려다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사진은 같이 꼭꼭 남기기! 이 때 나온 사진이 너무 자연스럽게 잘 나와서 마음에 든다🧡

  비좁았던 성당 입구 쪽에서 벗어나 길거리 화가들이 많은 몽마르트르 골목 쪽으로 걸음을 옮겼는데 이 곳도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아무래도 카페나 음식점들이 대부분 이 골목 골목에 위치한 탓도 있을거고 원래도 유명한 관광지라 당연하겠지만..

  이 쪽에 있는 길거리 화가들이 실력에 비해 바가지가 심하다는 말이 있어서 이전에 여행할 때는 관심도 없었는데 아무래도 조던이와 왔다 보니 커플 초상화나 한번 그려볼까 관심이 쬐끔 생겼다. 하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찾지 못했고 사람들도 너무너무 많아서 한적한 골목을 찾기 바빴다.

사진으로는 한적해 보이지만 사실 엄청 복작복작한 몽마르트르 골목

  사람들 무리에 계속 치여서일까 조던이도 조금 지치는 듯 했다. 몽마르트르 언덕부터 한동안은 동선이 정해져 있어 이대로 쭉 이동을 하기 전에 간단하게 점심을 먹기로 했다. 유명한 관광지인 만큼 엄청 괜찮은 식당을 찾기 어려울 수 있지만 그래도 그만큼 카페나 식당들이 많아 선택지는 많으니까... 게다가 이 날 저녁도 레스토랑 예약이 있어 우리는 전날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점심은 정말 간단하게 먹기로 했기에 주위에 있는 레스토랑 중 그나마 평점이 괜찮은 곳을 선택했다.

  우리가 간 식당은 La Bonne Franquette. 구글맵 평점은 나쁘지 않았지만 너무 전형적인 관광지 레스토랑 같아서 다른 곳을 계속 찾았더니만 조던이는 바깥 테라스 자리가 마음에 든다고 이 식당을 가자고 했다ㅋㅋㅋㅋ

  우리는 "오늘 점심은 무조건 가볍고 간단하게! 우리는 배가 쉽게 꺼지는 스타일이 아니니까 점심을 적게 먹고 저녁을 맛있게 잘 먹자!"라고 다시 한번 다짐하며 샐러드만 주문했다ㅋㅋㅋ 사실 정식 메인 메뉴까지 먹는 상황이었으면 레스토랑을 더 엄격하게 따졌어야 할 것 같지만 샐러드 정도라 괜찮았던 것 같다.

  조던이는 오리 고기가 더해진 샐러드(Salade Périgourdine)을, 나는 오징어가 있는 샐러드(메뉴를 아무리 찾아봐도 이름이 안나와서 모르겠음.. 다음부턴 사진을 찍던가 해야지😂)를 주문했다. 그리고 예상과 같이 에피타이저 같은 샐러드는 우리의 한끼 양만큼이나 나와버렸다. 더 시켰으면 큰일날 뻔 했어..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빵과 함께 먹으니 든든하면서도 건강한 한 끼를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의외로 샐러드가 정말 맛있었다. 나와 조던이 둘 다 만족한 점심이 되었던.

 

  가끔 프랑스나 유럽권 국가 여행을 할 때 에피타이저-메인-디저트를 전부 주문하지 않으면 예의가 없다거나 식당 측에서 싫어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데, 정작 살아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내가 내 돈 주고 즐길 수 있을 만큼만 먹겠다는데 눈치 주는 것도 어불성설이긴 하지. 관광객, 외국인으로서 그 문화를 존중하고 싶으니 눈치를 보게 되는데, 어쨋든 식당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지니스인 만큼 관광객/손님에게 못되게 굴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그냥 먹고 싶은거, 먹을 수 있는 만큼만 마음껏 주문해요.

서로 이쁘고 멋있다며 사진 찍어주기

  점심을 먹은 후 우리는 몽마르트르 언덕 근처에 위치한 Fotoautomat으로 갔다. 요즘 한국에서 인생네컷이 한창 유행인데 외국에도 종종 즉석 사진 기계를 찾을 수 있다. 물론 인생네컷처럼 프레임이 이쁘다거나 보정이 뽀샤시하다거나 소품들을 제공한다거나 하는 서비스는 전혀 없다. 

인생네컷 같은 즉석 4컷 사진

  우리 커플은 영국에서도 이런 사진 기계를 우연히 발견하면 무조건 사진을 찍는데(주로 내가 찍고 싶다고 함ㅋㅋㅋ) 파리에도 이런 즉석 사진 기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서 여행 전부터 구글맵에 딱 저장해 놓고 왔다. 영국에서 봤던 것은 그래도 좀 공간이 낙낙한 포토 부스였는데 파리에 있던 건 공간이 협소한 작은 기계였다. 게다가 위치 선정의 이유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골목 한 구석에 위치해 있어서 찾는데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대신 비교적 덜 유명한(?) 느낌이었음. 우리가 갔을 때도 두세 커플만 있었고 줄이 길어서 오래 걸린다거나 하는 문제는 없어서 좋았다.

  한국의 인생네컷에 익숙해져 있으면 영국이나 프랑스의 인생네컷은 너무 현실적이고 얄짤없음을 알게 된다. 카운트 다운을 세어주는 친절함도 없고 언제 시작할지 모르기 때문에 결제를 하기 전에 꼭 포즈를 구상하고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한다. 엄청 인물 중심적인데다(얼굴이 가까이 나온다는 의미) 결과물을 받아들 때까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나름의 재미(?)다ㅋㅋㅋㅋ 사진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나올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커플 사진을 찍을 경우엔 최대한 카메라 렌즈에서 멀리멀리, 그리고 얼굴을 서로 가까이 붙여야 한다(그래서인지 샘플 사진들 보면 1인 단독 사진이 많다).

  다행히 우리는 나쁘지 않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첫번째는 언제 찍히는지 몰라서 조던이의 표정은 좀 띠용('0')하는 표정이었지만 그 다음부터는 재빠르게 포즈들을 바꿨다. 대신 머리 위로 올린 하트가 짤려서 아쉬웠던🥹 사실 이런건 완벽하지 않아도 나름의 재미가 있고 또 우당탕하는 실수나 시행착오들이 추억을 더 만들어주는 것 같다.

 

  사진을 찍은 후엔 바로 근처에 있는 '사랑해' 벽(Le Mur des Je t'aime)에 갔다. 이 곳은 조던이랑 꼭꼭꼭!! 같이 오고 싶었다.

Le Mur des Je t'aime('사랑해' 벽), Paris, France
  Le Mur des Je t'aime('사랑해' 벽)은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에 있는 Square Jehan Rictus에 있는 40m² 크기의 벽으로 사랑을 테마로 한다. 2000년 서예가 Fédéric Baron과 벽화 예술가 Clair Kito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612개의 남색 타일에 250개의 언어로 311개의 'I love you(사랑해)'라는 단어와 문장들이 가득 적혀있다. 대부분 주요 언어로 사랑의 표현이 적혀 있지만 나바호 어, 이누이트 어, 밤바라 어 및 에스페란토 어와 같은 드문 언어들도 사용되었다.
  한국어로는 '사랑해', '나 너 사랑해',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세 문 장이 적혀 있다.

  이전 연애에서 맘 고생하는 동안 혼자 찾았던 '사랑해' 벽은 사실 너무 예쁘지만 당시 나에게는 씁쓸함만 줬다. 사랑이 가득한 벽을 보면서 씁쓸함을 느끼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이전 연애가 얼마나 나에게 힘들었는지 알 수 있지만 당시엔 그게 전부인 줄 알았다. 하지만 조던이와 연애를 시작하면서 전 연애에서 X가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그리고 힘든 연애가 얼마나 날 망가뜨리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금 파리를 여행하게 되면 조던이와 꼭 함께 이 곳에 와서 그 때 받았던 불행했던 기억을 바꾸고 싶었다.

유명한 사랑해 벽

  그리고 희망대로 다시 본 '사랑해' 벽은 너무 예뻤다. 다양한 언어로 벽이 꽉 찰 만큼 사랑한다는 표현이 적혀 있고,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는 조던이는 한국어로 적힌 표현들을 척척 찾아냈다. 이전보다 사람들이 더 많았지만 짜증도 씁쓸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 장소에 함께 올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행복과 웃음을 주었다. 그리고 나의 그런 마음은 사진에도 한껏 드러난다🤭

여러 나라 언어로 '사랑해'라는 말이 적혀있다

  '사랑해' 벽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몽마르트르 언덕 지역을 벗어났다. 이후로 내가 가고 싶은 초콜릿 가게가 있었는데 생각보다 거리가 있어서 버스라도 탈까 싶었지만 조던이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ㅋㅋㅋㅋㅋ "거리가 꽤 되는데 괜찮을까?"라는 나의 말에 걷기 좋아하는 조던이는 그저 "걸어가자!"라고 해맑게 답할 뿐...😃 30분 거리는 그냥 걷는 우리 조던이.

  내가 가고 싶었던 초콜릿 샵은 Au Chat Bleu! 이전에 패션 브랜드와 협업했던 것을 봤었나, 브랜드 로고도 너무 귀엽고 나름 수제 초콜릿으로 유명한 곳인 것 같아 꼭 가보고 싶었다.

  가게 규모는 나름 아담했지만 모든 수납장을 꽉 채울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초콜릿과 상품들이 있었다. 사실 난 초코맛을 엄청 좋아하지만(초코칩 쿠키, 초코맛 쿠키, 초코맛 아이스크림, 초코맛 과자 등등 다 좋아함) 초콜릿 자체는 크게 좋아하지 않아서 거의 구경을 목적으로 갔다(어렸을 땐 초콜릿도 좋아했는데 크면서 좀 덜 좋아하게 됨). 어렸을 때면 저 귀여운 로고가 갖고 싶어서라도 뭔가를 샀을 것 같은데 지극히 현실적인 어른이 되어가는 나로서는 구경만으로도 배가 불러왔다.

  맛보기용이랑 선물용으로 작은 초콜릿 구성을 샀던 것 같은데 사실 기록을 쓰는 지금은 맛은 기억이 잘 안남.. 초콜릿이야 뭐 초콜릿 맛이었겠지.

 

  다음 일정은 오랑주리 미술관(Musee de l'Orangerie)이었다. 오랑주리 미술관은 파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술관으로 처음 엄마와 여행하며 온 이후로 혼자 힐링이 필요할 때 찾곤 했다. 물론 방문객이 많아서 엄청난 여유를 즐기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셀 수 없는 작품들이 빽빽하게 걸린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세 미술관보단 조금 더 심적인 안정을 주는 것 같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 작품도 마음껏 볼 수 있고🧡

  미술관에 도착하니 대기줄이 꽤 길었는데 우리는 미리 티켓을 예매해 둬서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코로나 이후에 가장 큰 변화라면 무엇이든지 예약을 습관처럼 해야하는 것이랄까. 우리도 그 변화를 모르다가 이번에 여행하면서 제대로 느껴서 이후로도 어느 나라에서든 방문 전 사전 예약이 필요한지 미리 확인하게 되었다.

Musee de l'Orangerie(오랑주리 미술관), Paris, France
  Musee de l'Orangerie(오랑주리 미술관)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프랑스 국립 미술관이다. 오랑주리(orangerie)는 '오렌지 온실'이라는 의미로 과거 겨울철 궁전의 오렌지 나무를 보호하는 온실로 사용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현재 건물의 모체는 1563년 캐서린 메디치(Catherine de Medicis) 왕비의 요청으로 지어진 튈르리 궁전(Palais du Tuilerie)이었는데 과거에는 비록 각광받는 궁전이었지만 시대를 거치며 기능이 축소되고 화제로 소실되었다고 한다. 이후 1853년 튈르리 궁전 터에 두 채의 별관을 새로 지었고 그것이 현재는 각각 주드폼 국립미술관(Gallerie Nationale de Jeu de Paume)과 오랑주리 미술관이 되었다.

  1972년에 개관한 오랑주리 미술관은 유명 근대 회화 컬렉션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클로드 모네(Claud Monet)의 <수련(Water-lily)> 연작을 비롯해 폴 세잔(Paul Cézanne),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 등 여러 작가의 작품들을 소유한 유명 미술 컬렉터 폴 기욤(Paul Guillaume)과 장 발터(Jean Walter)의 인상파 회화 컬렉션을 전시하고 있다. 
  오랑주리 미술관의 1층에 위치한 모네 전시실은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을 감상할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 곳은 그의 작품을 효과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커다란 타원형으로 특별하게 설계되었다. 모네는 생전에 자신의 작품을 시민들에게 일반 공개하고 장식이 없는 하얀 벽에 걸어 자연광 아래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에서 작품을 제작, 기증했다고 한다. 이후로도 오랑주리 미술관은 여러 차례의 확장, 증설 리모델링을 거치면서도 모네 전시실만은 자연광 아래에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작가의 뜻을 유지하고 있다.

  오랑주리 미술관에 있는 작품들은 모두 내가 좋아하는 작품들이라(그리고 유명해서) 작품들을 감상할 때 신나서 조던이에게 조잘조잘 이야기했다. 조던이는 원래 '모네의 수련 연작을 꼭 봐야지.'라는 생각은 없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작품들을 직접 보면서 큰 규모에 놀라기도 하고 다양한 색감들을 관찰하며 나름의 감상으로 응해주었다.

나의 페이보릿 색감들

  서로 마음에 드는 작품들 앞에서 사진도 찍고. 나는 이 날 저녁 식사 예약 때문도 있지만 사진이나 '사랑해'벽이나 미술관이나 제일 기대되는 일정이어서 좋아하는 한복 드레스를 입고 갔는데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어떤 분이 "드레스가 너무 예뻐요~ 당신한테도 너무 잘 어울리네요!"라며 칭찬해 줘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칭찬에 후하신 분들, 너무 감사해요 후후.

조던이가 제일 마음에 든다고 했던 모네의 수련 연작 중 하나

  아래층 전시관들의 다른 작품들도 꼼꼼히 감상했다. 이 쪽엔 내가 좋아하는 르누아르 작품들이 있어서 좋아하는데 사실 여행기에선 작품 사진들은 많이 생략했다. 오고 또 와도 새로운 느낌이 있는 미술관이었다. 같이 온 사람이 달라서 그런가? 헤헤

 

  미술관 관람 후에는 저녁 예약까지 시간이 남아서 개선문과 에펠탑 구경을 가기로 했다. 어쨋든 파리가 처음인 조던이를 위해서 가능한 한 유명한 스팟들은 찍고 싶은 마음?

  우선은 파리 개선문으로 알려진 에투알 개선문(Arc de Triomphe / Arc de Triomphe de L'etoile)으로 향했다.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콩코드 광장 쪽으로 쭉 걸으면 그 긴 거리가 샹젤리제 거리(Avenue des Champs-Élysées)다. 그 길을 따라 그저 쭉 걸으면 에투알 개선문이 위치한 큰 로터리에 닿을 수 있다.

Arc de Triomphe / Arc de Triomphe de L'etoile(에투알 개선문), Paris, France
  Arc de Triomphe / Arc de Triomphe de L'etoile(에투알 개선문)은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대로(Avenue des Champs-Élysées) 서쪽 끝에 위치한 신고전주의 양식의 석조 개선문으로 황제 나폴레옹 1세가 1806년 아우스터리츠 전투(Battle of Austerlitz)에 승리한 이후 프랑스 군대의 모든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황제의 명령을 받고 건축가 장 프랑수아 테레즈 샬그랭(Jean-Francçois-Thérèse Chalgrin)이 로마 티투스 개선문(Arc of Titus)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높이 51미터, 너비 45미터의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에투알 개선문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개선문이자 유명한 기념물 중 하나이며 프랑스 국민의 자부심을 나타내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대도시 계획 설계 속에 중추적인 포인트로 디자인 되어 오늘날에도 그 존재가 분명하고 위압적이다. 개선문이 위치한 로터리를 중심점으로 별 모양으로 뻗어나가는 대로들은 파리의 여러 역사적인 건물들을 연결한다.

  에투알 개선문은 네 개의 큰 기둥에 새겨진 부조 작품들 - <1810년의 승리>, <저항>, <평화>, <라 마르세예즈> - 과 함께 나폴레옹이 거둔 군사적 승리를 찬양하는 도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아치 안의 작은 박물관에는 개선문의 역사를 알 수 있고 꼭대기로 올라가면 파리의 아름다운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샹젤리제 거리를 제대로 걸어본 것은 이번이 거의 처음이었는데, 정말 길고 긴 대로였다. 워낙 명품 브랜드 상점들이 많은 것으로 유명해 그 이미지가 반짝거리는 조명과 함께 화려한 느낌인데 정작 가보면 그냥 엄청 큰 강남 테헤란로를 걷는 느낌이랄까. 차이점이라면 강남 테헤란로는 많은 사무실이나 회사 건물들이 있지만 파리 샹젤리제는 대부분 낮은 건물의 쇼핑 상점들과 식당들이 있다는 것 정도. 난 사실 거대한 도심에서나 볼 수 있는 쭉 뻗은 대로의 느낌을 좋아하지 않아서 샹젤리제 거리에도 큰 매력을 느끼진 못했다.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

  개선문에 도착하니 또 주변이 관광객으로 복잡했다. 난 예전에 개선문 꼭대기에 올라가 파리 전경도 보고 에펠탑 조명이 들어오는 것도 봐서 큰 아쉬움은 없지만(사실 올라가는거 엄청 힘들어서 다시 올라가고 싶진 않았음) 그래도 개선문을 조금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중앙 공간에 조던이를 데려가고 싶었는데 그것도 지하에 있는 입구를 통해 따로 티켓을 끊고 입장을 하지 않으면 못 가는 것 같았다. 박물관이나 개선문 꼭대기에 갈 마음은 없었는데 티켓을 끊거나 줄을 기다려야 하는 것도 아까웠고, 조던이는 그냥 외부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굳이 가까이서 보지 않아도 된다고 그저 이 복작거리는 장소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엔 후다닥 사진만 함께 남기고 발걸음을 돌렸다.

 

  다음으로는 예약해 둔 식당 방향으로 향하면서 에펠탑을 볼 수 있는 스팟 중 한 곳으로 갔다. 지금껏 파리를 몇 번 다니면서 매번 어쩔 수 없이(?) 에펠탑을 보다보니 나름 에펠탑이 잘 보이는 위치들을 알고 있는데, 그 중 한 곳이 예약해 둔 식당 바로 근처였다. 강가에서 에펠탑이 딱 적당한 크기로 보이는 다리, 퐁 알마(Pont de l'Alma). 이 다리 옆에는 자유의 불꽃(Flame of Liberty) 조각상이 있는데 지금까지도 나는 이름도 모르고 그저 파리 거리를 걸어다니다가 조각상을 보고 위치를 파악하곤 했다.

에펠탑이 너무 예쁘게 보이는 곳

  다리 바로 위보다 강가 난간에 앉아 사진을 찍으면 에펠탑을 배경으로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난간에 걸터 앉아보라고 했더니 조던이는 약간(?) 무서워 했는데 그 긴장한 모습이 귀엽구요. 이 때가 처음으로 조던이랑 같이 에펠탑 모습을 제대로 본거라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진 찰칵찰칵

  에펠탑 구경을 하다가 늦지 않게 예약해 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사실은 조금 일찍 도착ㅋㅋㅋㅋ..

  우리가 이 날 예약한 식당은 또 다른 미쉐린 1스타 Restaurant Trente-Trois였다. 전날 갔던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도 좋았지만 사실 예약할 때부터 모던한 느낌이 낭낭해서 이왕 가보는거 클래식한 프렌치 레스토랑도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여행 전에 급하게 파리에 있는 미쉐린 레스토랑 리스트를 전부 확인하면서 내가 원하는 분위기를 찾았는데 여기가 그나마 예약이 가능한 곳이었다.

  레스토랑을 찾아 거리를 걷는데 처음엔 골목이 너무 한적해서 '여기 맞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호텔 로비에 위치한 식당이었다. 레스토랑만 단독으로 있는 곳이 아니어서 이 쪽으로 입장하는게 맞나, 여기가 맞나 몇 번을 확인하고 있었더니 직원이 친절하게 우리를 맞았다.

와 완전 내 취향의 인테리어

  호텔 1층 로비에 위치한 레스토랑이다 보니 생각보다 규모가 작고 사진으로 봤던 인테리어나 분위기도 그저 '사진빨인가' 싶었는데 이내 곧 들어선 식당은 너무 내 취향이구요. 인테리어는 클래식한 분위기인데 오히려 작은 규모가 좋았다. 게다가 2인이었지만 테이블도 크고 모두 편한 쇼파 좌석에 앉을 수 있는 자리라 마음에 들었다. 코너에 위치한 테이블이어서 90도로 조던이와 가까이 앉을 수 있었고. 원래 그렇게 앉는게 제일 로맨틱하고 편한 자리랬나.

  테이블 안내를 해주는 직원의 태도도 너무 고급지구요, 영어도 훨씬 능숙하고 발음이 좋아서 소통하기도 편했다. 우리가 어색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질문이나 대화에 응해줘서 우리는 또 이런게 클래식한 미쉐린 서비스인가, 했던ㅋㅋㅋ 여긴 테이블이 6개 밖에 없었는데 그러다보니 정말 직원 수는 적었지만 손님에게 응대하는 시간이나 서비스 퀄리티가 확실히 좋았던 것 같다. 뭔가 레스토랑 홀 매니저가 테이블 전체를 케어하는 느낌이랄까? 조던이도 전날 갔던 레스토랑보다 훨씬 분위기나 서비스가 마음에 든다며 급하게 예약했지만 오길 잘했다며 좋아했다.

신난 우리 둘

  선택할 수 있는 코스는 4코스 메뉴(2 스타터, 1 메인 선택, 1 디저트 선택) / 6코스 메뉴(2 스타터, 2 메인, 1 치즈 + 1 디저트 혹은 2 디저트)가 있었는데 분위기에 신나버린 조던이가 "6코스 먹을까?"라며 제안했지만 내가 현실적으로 "우리는 코스 마지막 쯤에 분명 너-무 배부를거야."라며 계획했던 대로 4코스 메뉴를 선택했다. 2개의 메인 메뉴와 디저트를 모두 제공하는 6코스 메뉴는 우리 위장 크기에 너무 과했다ㅋㅋㅋㅋ 대신 4코스나 6코스나 메인이나 디저트는 같아서 우리는 각각 다르게 선택해 다양한 음식들을 맛보기로 했다.

  메뉴야 늘 바뀌겠지만 우리가 갔을 당시에는 Farm Egg, Smoked White Asparagus로 두 개의 스타터 / Candied Banka Trout, Roasted Farm Pork 메인 메뉴 중 선택 1 / First Strawberries, Chocolate from Tanzania 디저트 메뉴 중 선택 1이었다. 그렇게 4코스 메뉴는 88유로. 메뉴를 선택할 수 있어서 2인만 간 식사였지만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어 합리적이라고 느꼈다.

한입 메뉴와 스프, 빵이 제공된 아뮤즈 부쉬

  코스는 아뮤즈 부쉬로 시작되었다. 타르트 같은 바삭한 도우 위에 크림이 올라가 있는 한 입 메뉴가 나오더니 이후엔 가벼운 크림 스프(아무래도 색깔을 보아 완두콩이나 시금치가 들어간 것이 아닐까 추측)가 빵과 함께 나왔다. 사실 아뮤즈 부쉬는 메뉴 설명에도 없고 어떤 음식이 나올지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정확한 재료는 알 수 없지만 맛있었다. 식전 메뉴인 만큼 과하지 않게 가볍게 입맛을 돋우는 맛이었다.

스타터 메뉴 중 하나였던 Farm Egg

  스타터 메뉴 중 하나였던 Farm Egg는 완전 예쁘고 부드럽게 삶아진 계란과 함께 셀터스, 콩, 앤쵸비가 소스와 함께 곁들어져 있었다. ㅇ녹색 소스는 어떤 재료인지는 몰라도 생각보다 엄청 맛있었다. 야채 이외의 녹색이 주는 느낌 때문일까, 아무래도 엄청 초록초록한 소스를 봤을 때는 뭔가 건강 쥬스 같기도 하고 맛있을까 싶었는데 다른 재료들과 함께 부드럽게 잘 어울렸다. 사실 뭐..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메뉴들이 맛이 없을수가..😂

다른 스타터 메뉴 Smoked White Asparagus

  다음 스타터 메뉴는 Smoked White Asparagus. 사실 메인 재료는 흰 아스파라거스로 심플하기만 한데 맛은 그렇지 않다는게 너무 신기했다. 그래, 그러니 돈 주고 이런 메뉴들 먹는거겠지. 나는 흰 아스파라거스를 사본 적도 없지만 일반 아스파라거스도 스테이크 구울 때나 몇번 구워보지, 다른 요리법은 생각도 못하는데.. 이건 정말 아스파라거스를 메인 재료로 썼지만(게다가 겨우 2개) 충분히 하나의 메뉴였다. 엄청 부드럽고 맛있고.. 접시를 싹싹 비우게 되는 맛이었다.

  (그나저나 예전에 엄마랑 여행할 때 흰 아스파라거스 메뉴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흰 아스파라거스가 정말 매력적인 재료인가 보다. 단지 난 요리법을 모를 뿐....ㅎㅎ)

메인 메뉴 Candied Banka Trout, Roasted Farm Pork

  그리고 이어서 나온 메인 메뉴들. 아, 플레이팅 너무 예쁘잖아. 솔직히 미쉐린 레스토랑이라 이런거 더 기대했는데 만족스러웠다. 하.. 맛있었다 밖에 쓸 수 없는 나의 표현력이 아쉬워. 확실히 이런 메뉴들은 메인 재료를 다루는 스킬도 중요하지만 소스가 정말 중요한 것 같은데 모든 조합이 좋았다. 가니쉬로 나오는 야채들도 완전 말모말모, 맛있었다. 게다가 양도 과하지 않고 적당하다 보니 그릇을 싹싹 비우게 되는 것이 먹는 사람으로서도 확실히 만족감이 컸다.

중간에 주문한 와인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온 디저트! 내가 주문한 디저트는 딸기와 바질의 조합이 디저트로서 신선했는데 완전 상큼 그 자체였다. 조던이가 주문한 초콜릿 디저트는.. 뭐 진리죠,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최고의 디저트. 서로 다른 메뉴를 주문했던 우리는 서로 각각 나눠 맛보기도 했지만 각자 선택했던 메뉴들도 불만없이 마음에 들어서 완벽한 식사였다. 디저트까지 깨끗이 비우게 되니 괜히 더 잘 먹었다 싶고 배가 가득 차는 괴로움도 없어서 우리는 이번 저녁 식사 동안 그저 행복했다.

 

  게다가 사진에서 보이다시피 디저트가 나올 때 깜짝 서프라이즈가 있었다. 사실 이 레스토랑을 예약할 때 내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 저녁은 저희 커플의 1000일을 기념하는 식사인데, 가능하다면 안락하고 좋은 자리를 주시면 감사하겠어요!"라고 코멘트를 남겼었다. 사실 이 코멘트의 목적은 (식당이 이렇게 아담할지 모르고) 혹시라도 큰 규모라면 너무 시끄럽지 않은 자리를 안내 받았으면 하는 작은 소망에서 남긴 것이었다. 하지만 너무 친절한 직원분은 내가 남긴 코멘트를 확인해 뒀다가 디저트가 나올 때 초를 꽂아 기념일을 축하해 주었던 것❤️ 아, 이런 서비스 받으면 진짜 평생 기억에 남지(그리고 사진도 남지ㅋㅋㅋㅋ).

  사실 외국에는 100일이니 500일이니 단위대로 기념일을 세는 문화가 없어서 1000일 기념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줄 알았는데 그래도 챙겨주는 마음이 고마웠다. 잠깐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 내가 "사실 이런 기념일 문화는 한국에 더 있는 편인데 파리에 여행 오기도 했고 특별하게 작게나마 기념하고 싶었다."라며 살짝 이야기를 했더니 관심 가지면서 "커플에게 너무 귀엽고 좋은 이벤트인 것 같아! 축하해~"라며 답해주었다.

디저트 메뉴 First Strawberries, Chocolate from Tanzania

  이렇게 다시금 경험해 본 미쉐린 레스토랑은 너무너무 좋았다.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 셰프들이 메뉴들을 구상할 때 맛은 기본이고 플레이팅, 색감, 식감 등 다양한 방면으로 고민하던데 TV에서나 보던 메뉴들을 제대로 맛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정말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였고 기념일 이벤트 + 친절한 서비스에 정말 행복한 저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식당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친절했던 직원들.. 오래오래 기억할게요🥰)

레스토랑 옆쪽에 있었던 바 공간

  저녁 식사가 끝나고 식당을 나섰을 땐 이미 어둠이 내려앉았다. 밤이 되니 날씨가 아주 조금 쌀쌀해서 다른 곳은 들르지 않고 바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에펠탑 야경은 봐야지! 아까 같은 위치로 돌아가서 에펠탑 야경을 보는데 마침 정각 시간이 다가와서 에펠탑 조명이 반짝거리는 모습까지 구경할 수 있었다.

매 정각에 반짝거리는 조명이 켜지는 에펠탑

  에펠탑 마음껏 보고 사진도 마음껏 찍고 마무리했던 하루. 다른 날엔 좀 더 가까이 에펠탑을 보기로 하고 행복한 기분을 가득 머금고 여행 세번째 날을 마무리했다.

반짝반짝 에펠탑

 

 


모든 여행 에세이는 직접 여행한 후기로, 지극히 개인적인 추억의 시간과 사진들로 기록을 작성합니다.

해당 여행지의 정확한 정보를 함께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으며

여행 시기 및 현지 상황에 따라 기입된 정보는 달라질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여행 에세이 > 해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랑스, Paris(파리) 여행 (3)  (4) 2022.12.08
프랑스, Paris(파리) 여행 (1)  (2) 2022.11.1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