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30
우리 커플에게 6월 달은 바쁜 달이다. 서로의 생일이 10일 차이로 있기 때문. 물론 생일 따지고 연애하는 경우야 없다지만 이렇게 가깝게 붙어있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사람 일은 모른다. 그렇게 조던이와 내가 1살 차이가 되는 날은 1년에 딱 열흘 뿐. 나이 차이가 아쉬운 적은 없지만 그래도 특히 만 나이가 기본 디폴트인 영국에서(이제 한국도 만 나이를 쓰지만) 생일에 따라 나이 차이가 살짝씩 변하는건 재미있는 포인트이기도 해서 조금 아쉽다(?).
우리는 각자의 생일에 서로를 위해 준비한 데이트를 한다. 나름 하루 풀코스 데이트라 일도 많고 사진도 많다. 그리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영국의 6월엔 많은 활동을 하기에 늘 사진이 많다. 그래서 이번 달 일기는 좀 길거란 얘기...ㅋㅋㅋ
2023.06.02
디아블로 4가 나왔다.
나와 디아블로의 인연은 디아블로 2다. 사실 우리 오빠와 난 게임에 영 소질도 없고 관심도 크지 않았기에 엄청 즐겨한 것은 아닌데(그나마 열심히 한 게임이 크레이지 아케이드 정도였던 듯..) 당시 디아블로 2가 엄청난 화제여서 오빠가 슬쩍 관심을 가졌던 것이 기억난다. 근데 사실 결말까지 보지도 못했던 듯.
아무튼 새로운 시리즈 출시 소식으로 전세계의 게임빠들이 드릉드릉했는데, 집에 같이 살고 있는 한 녀석도 조용할리가 없지. 하지만 그 주말에 친구들과의 1박 일정이 있어 게임을 할 수 없어 엄청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주말에 홀로 남은 나한테 게임을 슬쩍 깔아주고 가더라...? 왜지?ㅋㅋㅋㅋㅋ
근데 난 게임 잼병ㅋㅋㅋ 가끔 알려주지 않으면 캐릭터 세팅도 제대로 못한다. 그리고 워낙에 게임에 관심이 없었어서 그런지 조던이랑 같이 하는 경우가 아니면 쉽게 흥미를 잃는다. 결국 주말동안 제대로 한번 해보지 못하고 조던이가 돌아와서야 같이 플레이했다.
2023.06.08, 06.09
간간히 요리한 메뉴.
혼자 먹는 평일 점심은 남은 재료를 빨리 해치우거나 대충 해먹는 편인데, 첫 사진이 바로 그러했다. 남은 소고기가 있어 얼른 먹어야 될 것 같은데 거창한 요리를 하긴 귀찮은 날. 그냥 소금 후추 뿌려 급하게 구워낸 소고기에 밥 대신 두부, 쌈 싸먹을 야채로 배 채우는 점심을 먹은 날.
그나마 조던이가 퇴근하고 돌아오는 저녁은 요리를 한다. 한동안 빠져 있었던 들기름 막국수. 점심 때 혼자 해먹다가 이 날은 저녁 메뉴로 '조던이가 과연 좋아할까?' 반신반의하며 만들었다. 아무래도 들기름 막국수는 자극적이지도 않고 슴슴한 맛으로 먹는건데 그 맛을 이해할까 싶었다. 하지만 의외로 조던이가 좋아했단 것. 한식이라면 거의 다 좋아하는데.. 그냥 무조건 좋다하는 작전인가?ㅋㅋㅋㅋ
그리고 여름이 다가오면 늘 만드는 토마토 마리네이드. 올해도 빠질 수 없지. 토마토를 데치고 껍질을 벗기는데 시간이 꽤 걸리지만 그래도 한번 만들어두면 점심으로 먹기 너무 좋다.
2023.06.10
친구들과의 주말 여행으로 날 홀로 남겨둔 조던이는 다음 주말은 나와의 시간으로 계획을 짰다.
내가 한동안 일본식 카레를 먹고 싶다고 노래 노래를 불렀더니 갑자기 평일 일하던 도중 레스토랑 예약 링크를 보냈다. 어째 알았는지 모르지만 내가 가보고 싶던 일식당이어서 신기했다.
▪︎ TANAKATSU
Type : Japanese Restaurant
Address : 10 Wakley St, London EC1V 7LT
Website : http://tanakatsu.co.uk/
근데 문제는 내가 먹고 싶어한 일본식 카레는 코코이찌방야인데... 물론 내가 먹고싶다고 하는걸 들어주려는 노력은 대단하다만 약간 핀트가 다른데...? 나는 줄을 같이 서더라도 코코이찌방야 가고 싶다!!! 였는데 정말 죽어도 줄은 서기 싫은가 보다ㅋㅋㅋㅋ
그래도 내가 평소에 가보고 싶던 식당이었고, 일식 커리도 맞긴 하니까 맛있게 잘 먹었다. 물론 다음에 코코이찌방야 가기로 함.
점심을 먹고 향한 곳은 런던 시내의 한 영화관. 상영관이 하나 뿐인 이 곳은 최신 흥행 개봉작보단 오래된 혹은 마이너한 영화를 틀어주거나 특별한 영화 이벤트들을 운영하는 곳이다. 그리고 이 곳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을 볼 수 있었다.
사실 난 조금 늦게 접한 터라 영국에도 본격적으로 개봉하고 상영관이 많았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찾을 때만 해도 이 곳이 거의 유일한 상영관이었던 것 같다. 꽤 많은 사람들이 찾았고 영화는 재미있게 봤다. 무엇보다 메인 음악이 중독적이라 집에 돌아와서도 듣고 또 들었다. 음악을 들으면서 늘 내가 고양이 목소리처럼 "스즈메!"라고 따라하면 조던이가 깔깔대는 일상이었다.
영화를 보고나니 햇살이 크게 내려쬐는 오후였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엔 아쉬워서 런던 중심가를 걷다가 근처 호텔 바의 야외 테이블에서 아페롤을 한 잔씩 마셨다. 여름날 마시는 아페롤 너무 좋지-
이후엔 또 다른 펍으로 이동해서 맥주 홀짝홀짝. 이렇게 바나 펍을 돌아다니면서 한 잔씩 마시는거 너무 좋다. 주말 펍엔 늘 사람이 많아서 앉을 자리도 없고 야외 길거리에 서서 맥주를 마시는데 햇빛이 따뜻한 여름날엔 오히려 더 좋은 것 같다.
저녁은 뭐 먹지? 고민하다가 어차피 배도 크게 고프지 않아 내가 치즈와 햄 플래터를 만들어 먹으면 좋지 않겠냐 제안했고 조던이도 신나라 동의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흔하지 않은 식재료들을 파는 슈퍼마켓에 들러 트러플 소세지, 햄, 비스킷, 치즈를 구입했고 미리 사둔 과일, 먹다 남은 빵 등으로 플래터를 가득 채웠다. 와인과 함께 홀짝이는 치즈+햄 조합은 너무 맛있다.
2023.06.15, 06.16
영국에서 제일 좋아하는 계절, 여름이 오고 있다. 집 앞에 바로 큰 공원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산책할 수 있는데 이 동네를 혹시라도 떠나게 되면 이게 그리워서 어쩌나.
최근 처음 도전해본 요리가 있다. 태국 여행을 하면서 맛들인 요리, 바로 팟 카프라오(Phat Kaphrao)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는 '타이 바질(Thai Basil)'인 것 같다. 사실 다진 돼지고기나 타이 고추 등은 대체할 재료들이 있는데 이 요리를 위해 처음 구입해본 타이 바질의 향과 맛을 보고는 이걸 대체할 다른 식재료가 있을까 싶었다. 물론 일반 바질은 꽤 흔하지만 타이 바질은 좀 더 톡 쏘는 느낌이 있어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레시피도 어렵지 않고 너무 맛있게 먹어서 우리가 즐겨먹을 레시피 중 하나로 추가되었다.
2023.06.17
조던이의 생일 기념 데이트 날. 생일이 평일에 있으면 가까운 주말에 데이트를 한다.
아침엔 준비한 선물과 생일 카드로 시작. 이번에 내가 준비한 생일 선물은 Marshall 블루투스 스피커였다. 조던이가 샤워하거나 요리할 때 팟케스트 듣는 것을 좋아하는데 계속 대충(?) 주문한 스피커를 사용도 제대로 안하고 내버려 두길래 제대로 된 걸 사줬다. 좋은걸 사주면서 주의점, 관리할 점을 알려주면 또 잘 쓰겠지.
그 외에 아스날 클래식 로고 그림의 퍼즐도 샀는데 배송이 제 시간에 오지 못해 같이 사진에 두고 찍지 못했다😅 끙.
데이트 코스의 시작은 K-핫도그였다. 조던이의 의견을 미리 물을 수 없는 서프라이즈 계획이었기에 플랜 B로 다른 장소까지 구상해두고 물어봤는데 핫도그가 먹고싶다고 해서 봐둔 곳을 찾아갔다.
▪︎ Uh K-Dogs n Juicy
Type : Fast food Restaurant
Address : Camden Stables Market, Italian Alley 3 Ground Floor NW1 8AH
Website : https://uhk-dogsnjuicy.com/
지금은 한국 음식이 더더 유명해졌지만, 이 가게는 한국식 핫도그가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할 때 생겼던 곳 중 하나다. 예전부터 봐뒀는데 이제서야 와봤다. 종류는 엄청 다양했지만 모양이 조금 납작해서 아쉬웠고(동글동글 빵실해야 하는데!) 가격이 좀 비쌌다. 물론 영국 물가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을까 하지만 핫도그는 원조인 한국 가서 사먹는걸로..ㅋㅋㅋ
그래도 맛있게 먹고 다음 코스로 고고!
데이트 낮 코스는 프림로즈 힐 피크닉! 우리의 데이트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여름날 피크닉을 하기에 좋은 장소이기도 하다. 미리 챙겨온 피크닉 매트와 스피커, 오는 길에 들러 산 간단한 술과 간식들로 나른한 소풍을 즐겼다.
갑자기 공원에서 엄청 큰 앵무새들이 나타나서 놀래기도 하고(아래 사진 오른쪽). 조던이는 영국에 꽤 앵무새가 많다며 그 중에 하나일거라 했지만 내가 보니 크기도 큰 데다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다른 종류 같아서 아무래도 이상하다 했는게 결국 어떤 개인이 훈련하고 있는 새였다. 총 세 마리였는데 한참을 주인의 신호에 맞춰 날았다가 나무에 앉았다가 주인에게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한참 동안 솔솔 바람을 느끼며 피크닉을 즐기다가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 근처 펍으로 내려왔다. 주말 대낮에 마시는 맥주와 핌스, 최고지. 핌스는 특히 영국의 여름 음료(알코올)라 이걸 딱 마셔줘야 진정한 여름이 온 것 같은 느낌이다. 1차 펍에서는 핌스와 맥주 한잔씩 마시고 우리의 추억이 가득한 펍으로 또 자리를 옮겼다.
조던이와 세번째 데이트에서 똑같이 프림로즈 힐에서 피크닉을 즐기고 펍으로 가는데 주변 펍들이 다 시끄럽고 복작복작해서 조던이가 아는 조용한 펍으로 갔던 적이 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조던이 친구들은 경악했지만(아무래도 오래되고 분위기 있는 펍은 아니어서) 난 허름하고 낡은 장소가 문제되지는 않았고 오히려 구석에서 조용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이 펍은 나름 우리 추억의 장소가 되었지.
그리고 우리는 내가 예약해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내가 예약한 곳은 런던 소호에 위치한 프렌치 레스토랑. 꽤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이 레스토랑은 나름 평점이 좋고 인기가 많았다. 고 다이애나 왕자비도 즐겨 찾았다는 곳이라는데 대표적인 메뉴는 식당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프렌치 달팽이 요리, 에르카르고라고 한다.
▪︎ L'Escargot Restaurant
Type : French Restaurant
Address : 48 Greek St, London W1D 4EF
Website : http://www.lescargot.co.uk/
나는 미리 메뉴판을 공부해서 조던이에게 몇몇 메뉴를 추천했고(조던이 취향에 맞을 것 같았음) 조던이도 그 메뉴들이 마음에 들어 선택했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Lobster Bisque와 Les Escargots Maison (half dozen), Chateaubriand(béarnaise or green peppercorn sauce였다. 스테이크는 직원에서 어떤게 좋겠냐고 넌지시 추천을 부탁했는데 샤토브리앙을 추천하길래 그걸로 선택!
비스크는 정말 먹을 때마다 맛있는 것 같다. 한번 만들어 보고 싶은데 믹서가 필요해서 참는 중.. 그 외에 집에서 먹을 수 없는 메뉴들을 잔뜩 먹어서 너무 좋았다. 어렸을 때 처음 먹고는 최애 메뉴가 된 에스카르고도 먹을 때마다 너무 좋다(특히 소스에 빵 찍어먹으면 진짜..👍)
그리고 대망의 샤또브리앙. 보통 안심 스테이크라고 하면 한덩이 정도 아니던가..😂 물론 가격이 비싸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보다 더 어마무시한 양을 가져와서 놀랬다. 요리된 스테이크 전체를 가져와서 개인 접시에 플레이팅까지 직접 해주고 떠난 서버.. 근데 양이 너무 많아효..
이미 두 개의 에피타이저 메뉴로 어느 정도 배가 찬 우리 커플에겐 가혹한 양이었다. 스테이크는 너무 맛있고 부드러웠지만 전체를 다 먹기엔 버거웠던. 그래도 맛있게 만족스럽게 즐겼다.
그리고 배를 조금 아껴둬야 할 이유가 있었다. 이 레스토랑을 선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던 디저트!! 우리의 발렌타인 데이 추억이 있는 수플레를 다시 한번 먹고 싶었는데 런던에 수플레를 디저트 메뉴로 판매하는 레스토랑이 많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이 레스토랑을 발견했고 완전 진해보이는 초콜릿 수플레라는 것에 관심, 관련 추천 리뷰들이 몇몇 보이는 것에 플러스 점수를 더해 최종적으로 이 곳을 선택하게 됐다.
수플레는 주문받는 즉시 만드는거라 약 20분이 걸린다고 했다. 조던이 생일 디저트로 꼭 주문하고 싶던 디저트라 망설임 없이 선택. 근데 생각보다 너무 오래 걸렸다🥹 저녁 식사 후 근처에 바 예약도 해놨는데 그 시간에 간당간당해서 마음 졸였다(결국 전화해서 조금 늦을 것 같다고 얘기해 둠).
꽤 오랜 시간 걸려 받은 수플레는 너무 멋졌다ㅋㅋㅋ 저렇게 부풀어 오른 수플레는 처음봐...! 그리고 반을 갈라 다시 초콜릿을 들이붓는 완벽한 디저트였다. 폭신폭신한게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생일 기념 저녁이라고 예약해서 레스토랑 측에서 작은 축하 초콜렛을 줬다. 작은 촛불도 불고, 너무 해피한 생일 저녁이었다 ✨
그렇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바로 향한 곳은 미리 예약해 둔 루프탑 바. 아무래도 이동 동선을 고려하다 보니 레스토랑 근처에 위치한 호텔 바를 찾을 수 밖에 없었는데, 나름 잔잔한 분위기가 좋았다. 완전히 오픈된 야외 바는 아니었지만 런던 아이와 빅벤이 보이는 야경 전망을 볼 수 있었다.
일본 술들을 취급하고 있는 곳이어서(그리고 인테리어나 분위기도 살짝 일본 퓨전 스타일이었다) 칵테일도 일본술을 활용한 종류들이 많았다.
사실 20대 초반 학생 때나 마시던 칵테일은 학교 근처 싼 바에서 마시던 달달하고 흔하게 들어본 이름의 칵테일 뿐이었다. 그런데 영국에서 칵테일은 각 바마다 들어보지 못한 시그니처 메뉴를 메인으로 다루고 들어본 이름의 칵테일이더라도 배합이나 비율을 자기네들 스타일에 맞게 변형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늘 선택할 때마다 도전이지...🤔 가끔 잘못 선택하면 비싼 돈 주고 온갖 인상 찌푸리며 먹어야 하는 꽝을 감내해야 한다.
그래도 이번 칵테일들은 조던이와 나 모두 잘 선택해서 만족쓰.
이렇게 칵테일 한 잔과 함께 생일 데이트를 마무리했다. 해피 버스데이 조던, 즐거운 생일 보냈니❤️
2023.06.20
조던이 생일 당일은 평일이었다. 미리 주말에 데이트를 한 터라 딱히 특별하게 보낸 것은 없었다.
대신 올해엔 엄마가 생일 축하 문자를 보내셨다. 결혼 전에는 아무리 딸이랑 연애하는 남자라고 해도 관계 정립이 애매하셨던 것 같은데 이젠 결혼식도 했으니 완전히 사위가 되어서ㅋㅋㅋ 축하 문자도 보내셨다. 그 문자를 캡쳐해서 조던이에게 보내줬더니 감사하다며 답장한 조던이ㅋㅋㅋ
우리 엄마랑 조던이랑 다 귀엽네🥰
2023.06.21, 06.22
오랜만에 흰머리를 왕창 잘라냈다. 생일을 앞두고 이렇게 무더기로 흰머리를 발견하는건 너무 충격적이야...
내 머리의 어느 부분에 흰머리가 많다는 것을 알기에 어느 정도는 익숙했는데 이 날은 새로운 스팟(?)을 발견했다😱 나는 나날이 늙어가는구먼.. 나이 들어감을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씁쓸하다. 근데 또 한번 발견하면 멈출 수 없어...
흰머리의 우울함을 이겨내기 위해 먹은 저녁은 치킨! 치킨은 만사형통이지.
영국에서 교촌 비스무리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윙윙치킨은 정말 주기적으로 시켜먹는 것 같다. 어딜 이사 가더라도 윙윙 배달 되는 곳으로 가야될 판이여.. 윙윙 잃을 수 없어.
2023.06.23
그리고 돌아온 주말은 내 생일 기념 데이트였다. 아니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생일 기념 데이트라니, 너무 이른거 아닌가 싶지만 내 생일과 가까운 주말인 7월 1일엔 정작 조던이가😑 친구들과 함께하는 자기 생일 파티를 계획해버려서(이눔시키).. 그래도 생일은 미뤄서 하는 것보다 앞당겨서 하는게 낫다는데(근데 이건 한국에서만 통하는 말인듯ㅋㅋㅋ) 그렇게 조금 위안을 얻기로 했다.
금요일 저녁부터 일정을 계획한 조던이. 근데 이 계획은 우연한 기회에 내가 먼저 알아버려서 조던이는 서프라이즈 기회를 또 놓쳤다ㅋㅋㅋ
▪︎ Sky Garden
Type : Scenic Point / Bar & Restaurant
Address : 1, Sky Garden Walk, London EC3M 8AF
Website : https://skygarden.london/
조던이가 미리 예약해 둔 곳은 스카이 가든. 나는 예전에 몇 번 가봤는데 조던이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길래 "거기서 경치 보면 짱이야!"라며 추천해서일까 같이 가고 싶다고 몇 번 얘기했었는데 그걸 기억했나보다. 작년 내 생일엔 샤드에 있는 레스토랑을 예약해서 전망을 보여주더니 이번엔 스카이 가든이라니. 내가 말한걸 기억해두고 예약한 그 마음이 너무 고마울 뿐.
칵테일을 주문하고(이 때도 살짝 선택이 괜찮았나 떨렸는데 맛은 엄청 좋았다! 만족만족!) 함께 곁들여 먹을 간식으로 아란치니도 주문했다.
뒤에 샤드가 보이는 풍경은 너무 예쁘다. 런던 전망을 보기에 스카이 가든을 추천하는(개인적으로는 샤드보다 스카이 가든을 더!!) 이유는 샤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전망을 볼 때 그 도시의 대표적인 건축물을 함께 보는 곳이 제일이지 않을까. 샤드는 높은 곳이긴 하지만 최고의 단점이 정작 전망에서 샤드는 볼 수 없다는거ㅋㅋㅋㅋ 파리에서도 에펠탑 보이는 전망이 최고이듯, 어떻게 보면 에펠탑에서 보는 전망은 조금 심심할 것이고 서울에서도 롯데타워가 보이는 전망이 짱 아닐까, 롯데타워에서 보는 전망은 높이가 압도적이지만 그냥 도시 풍경 그 자체일뿐. 그래서 런던에서는 런던을 떠올릴 수 있는 샤드, 런던아이, 빅밴, 타워브릿지 등을 볼 수 있는 전망 장소를 추천한다.
노을이 지는 시간에 맞춰 가면 다양하게 변해가는 예쁜 하늘을 구경할 수도 있다(그래서 선셋 시간엔 늘 예약이 붐빈다). 나도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에 따라 몇 번이나 테이블 자리를 떠나 바 곳곳에서 전망을 구경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스카이가든은 건물 자체의 모양이 특이해서 내부 형태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시간이 어두워지면 사진처럼 핑크색 조명이 켜지는데 완전 어두워졌을 때 그 모습을 보는 것도 나름 멋있다. 우리는 이번에 노을을 구경하기로 한거라 더 어두워진 바 내부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유명한 핑크핑크 조명을 봐서 만족!
한참 런던 전망을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테이블 예약 시간을 꽉꽉 채워 보낸 이후에야 우리는 스카이 가든을 떠났다. 그냥 돌아가긴 아쉬워서 근처 펍에서 맥주 한 잔을 더 하기로 했다. 근데 살짝 이야기하자면 여기서 조던이랑 싸움ㅋㅋㅋㅋ 큰 일은 아니었고 간략하게 말하자면 조던이와 나의 가치관 차이 때문이었다. 나는 결혼이란 각자가 속해있던 기존 가족(부모님+형제)로부터 독립한 개인이 새로운 가정을 이룬다고 생각하는데 조던이는 조금 더 가족적인 교류를 원하는 편이다.
사실 일반적인 한국인들의 편견이 서구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각각의 가족으로부터 개인주의고 독립적일거라 생각하지만 내가 겪어본 영국 사회는 한국보다 더 가족지향적이고 관계중심적이다. 가족, 친구와의 교류를 중시하고 그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엄청 소중하게 여긴다. '독립'이라는 개념이 약간 다른가 싶기도 하고 소셜라이징이 생활의 기본적인 행복 중 하나의 가치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부분에서 사소하게 조던이와 나는 부딪히는 부분이 있다. (물론 영국도 사바사는 있고, 어떻게 보면 극심한 세대 차이로 큰 변화가 일어난 한국이 그 변화가 너무 커서 그렇지 않은가 싶다.)
우리가 생각하는 고부 갈등, 장서 갈등은 적지만(없진 않을 것 같음ㅋㅋㅋ) 영국도 똑같이 결혼한 부부 사이에 크리스마스에 어느 집을 먼저 찾아가느냐로 싸우기도 하고(혹은 부활절도 그렇고.. 되게 큰 쟁점이라고 들음ㅋㅋㅋ) 각자의 집에 얼마나 자주 방문하고 어떻게 잘하느냐에 따라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아무튼 난 영국 살면서 내 가족, 친구들도 자주 못보는게 서러운데 조던이가 계속해서 날 자신의 관계 그룹(가족이나 친구)에 날 끌고 들어가려는 부분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었다. 조던이 가족과 친구들은 한없이 나에게 친절하고 잘해주지만 내 가치관과 생각에선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조던이로 인해 생긴 관계일 뿐 내 관계라고 느끼지 않는다.
우리가 결혼한 지금은 더더욱이 우리 둘의 그룹이 조던이네 가족과 형제 및 친구들로부턴 독립한 하나의 그룹으로 존중받길 원한다. 물론 결혼했으니 기존의 그룹과 멀어져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다른 가족 및 형제, 친구들이 우리를 이전의 '우리 아들, 딸', '총각, 처녀 시절 친구'와는 조금 다르다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나와 조던이 또한 서로를 일순위로 놓고 서로를 중심으로 하는 생활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던이는 여전히 부모님, 형제들을 포함한 가족일도 너무 중요하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너무 중요하고 기존에 누리던 영국 일상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하다보니 그 해결책으로 계속 날 그 일상에 삽입(?)시키려고 한다.
그런 입장 차이와 함께 이 시기에 있었던 작은 문제가 더해져 말싸움을 하게 됐다. 싸울 당시엔 너무 충격이고 서운해서 온갖 생각이 다 들었지만, 결국엔 다시 이야기하고 화해했다. 이런 과정이 계속해서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에게 맞춰 살아가는 우리만의 방식을 찾는게 아닌가 싶다. (근데 하필 그런 이야기를 내 생일 이벤트날 해가지구 나로서는 더 속상함이 터졌던 것 같다. 내 생일엔 그냥 우리 이야기만 하면 안돼? 이런 느낌이랄까.)
2023.06.24
전날 싸움도 있고 약간 서먹서먹한 느낌에서 시작된 내 생일 주말 데이트. 전날 화해는 했지만 그래도 서로 속상한 마음을 내뱉은 터라 갑자기 기분 좋게 업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조던이 편지와 선물을 시작으로 다시 분위기를 업 시켜본다.
빡빡한 일정을 세운 조던이. 전날 싸운 여파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질 못해서 일정이 조금 밀렸지만(그래도 아침 9시부터 일정이라니 빡시다.. 결혼반지 각인을 맡기기 위한 까르띠에도 9시엔 오픈 안 할 것 같은데...) 그래도 하나씩 차근차근해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결혼 날짜와 이니셜을 각인하기 위해 결혼 반지를 까르띠에 매장에 맡겼다. 반지를 뺐을 땐 다시 결혼 전 싱글로 돌아간 느낌에 이상한 기분이었지만(난 그래도 약혼 반지가 있어서 계속 끼고 다님ㅋㅋ) 그래도 각인 서비스는 꼭 이용하고 싶었다. 신중하게 생각한 각인 문구를 작성하고 '제발 별 탈 없이 무사히 돌아와줘.'라고 빌며 반지를 건냈다. 꽤 오래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3~4주의 시간을 말하던데, 언제 해도 오래 걸릴거 빨리 후딱 해버리잔 마음이었다.
그렇게 반지를 맡기고 조금 허전한 손가락을 느끼며 우린 간단한 점심을 먹기 위해 공원으로 향했다.
▪︎ Buns From Home (Piccadilly)
Type : Bakery
Address : 166 Piccadilly, St. James's, London W1J 9EF
Website : http://www.bunsfromhome.com/
우연히 발견한 곳인데 비주얼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나중에 보니 꽤 인기 많고 런던 곳곳에 지점이 많은 것 같던데 지금까지 몰랐다니...! 우리는 시나몬과 피스타치오, 얼 그레이(기억이 잘 안남)인가 세 종류를 주문했다. 또 무슨 우연인지 여기서 일하는 알바생이 조던이 첫째 여동생 친구여서😅 급 만남을 가지고(물론 조던이는 크게 기억 못함ㅋㅋㅋ 그냥 알바생이 알아봤다)ㅋㅋㅋ 우리는 주변 카페에서 커피까지 사들고서 근처 Green Park로 향했다.
번들은 너무 맛있었다. 폭신폭신하고 맛도 강하고 다음에 또 먹고 싶은 맛이었다.
공원에 앉아 어제 못다한 이야기들도 하고 오늘 하루 또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며 조금씩 안 좋은 기분을 털어냈다.
조던이가 준비한 두번째 일정은 끝까지 비밀이었다. 갑자기 Victoria Station 쪽으로 향하길래 '이 시간에 설마 근교나 다른 장소를 가자는건 아니겠지?'했는데 바로 옆 극장으로 몸을 돌리는거 아닌가. 알고 보니 뮤지컬 공연 티켓을 예약한 것이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정이어서 엄청 놀랐다.
우리가 본 공연은 <Hamilton(해밀턴)>. 미국 건국의 주역인 '알렉산더 해밀턴'의 일생을 다룬 뮤지컬이다. <해밀턴>은 기존의 뮤지컬과 달리 힙합과 R&B 장르를 활용한 음악이 주를 이룬다. 각 역할에 대한 배우들도 역사적 실존 인물에 대한 사실적 묘사에 근거를 두지 않고 흑인 배우를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가 본 공연도 대부분의 주연 배우들이 모두 흑인이었고 전체적인 작품의 분위기나 노래와 잘 어우러졌다.
하지만 미국 건국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내용이 조금 헷갈릴 수 밖에 없었다. 뮤지컬 특성 상 모든 대사가 노래로 전달되는데, <해밀턴>은 대부분의 노래가 랩이나 소울 음악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가사를 알아듣기 어려웠다. 결국 중간 쉬는 시간에 호다닥 역사적 내용을 검색해 기본적인 스토리를 익혔더니 나머지 공연은 좀 더 이해하기 쉬웠다.
너무 멋진 공연이었고 또다시 조던이와 이런 공연을 함께 보아 좋았다.
▪︎ Bob Bob Richard (City)
Type : European Restaurant
Address : Level 3, 122 Leadenhall St, London EC3V 4AB
Website : http://bobbobricard.com/
공연을 보고 나서 우린 City 쪽으로 넘어왔다. 조던이가 예약한 식당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식당에서 "너희 예약 시간에 안 와서 전화해 보려던 참이었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ㅋㅋㅋ 알고 보니 조던이가 오후 6시인가 예약을 했는데, 정작 까먹고 철썩 같이 6시 30분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ㅋㅋㅋ 그래도 다행히 사람이 많지 않았던데다 식당 측에서도 성급하게 예약을 취소하거나 위약금을 물게하지 않았다. 어차피 바쁘지 않아서 기다려야지 했던 듯.
입구부터 번쩍번쩍한 인테리어가 화려했다. 뭔가 오리엔탈 특급 열차를 떠올리게 하는 느낌이랄까. 전체적인 분위기는 프랑스 식이었는데(그래서 사실 구글맵에는 프렌치 레스토랑이라고 안내되어 있다) 메뉴는 다양한 유러피안 음식들이 있어서 좀더 퓨전 유러피안 식당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난 주말에도 프렌치 레스토랑을 갔어서 그런지 이 곳도 겹치는 메뉴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메뉴가 다양했고 처음 보는 신기한 종류들도 있어서 새로운 메뉴들을 위주로 선택했다.
우리는 French Onion Soup과 Lobster, Scallop & Shrimp Pelmeni를 에피타이저로, Chicken & Champagne Pie, Sea Bream Antiboise를 메인으로 주문했다. Truffled Mashed Potatoes도 사이드로 살짝 추가. 사실 이 레스토랑이 Beef Wellington을 맛볼 수 있는 식당 중 하나로 유명하던데 지난 주에도 스테이크를 거하게 먹은 터라 다음 기회로 미뤘다.
정통 프렌치 스타일 같은 Onion Soup은 너무너무 맛있었고(진짜 어느 순간부터 어니언 스프에 빠졌는데 한번쯤은 꼭 만들어보고 싶은 도전 메뉴다) 라비올리를 떠올리게 하는 Pelmeni는 다양한 해산물의 속과 함께 랍스터 비스크가 너무 좋았다. 사실 Pelmeni는 에피타이저와 메인 메뉴 두 파트에 다 있었는데(양을 달리해서 나눠놓은 듯) 에피타이저로도 맛볼 수 있게 구성해놔서 마음에 들었다. 만약 메인으로 밖에 주문할 수 없어 맛보지 못했다면 너무 아쉬웠을 것 같다.
그리고 조던이가 주문한 메인, 치킨 파이와 내가 주문한 도미 요리. 선택에 후회없는 맛이었다. 잘 요리된 생선 요리는 언제나 맛있고, 디테일에 놀라운 파이 또한 조던이가 만족스럽게 먹었다. 다른 메뉴들도 궁금하고 꼭 비프 웰링턴을 먹으러 다시 와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근사한 저녁 외식에서 놓칠 수 없는 디저트. 매력적인 디저트 메뉴들이 많아 고민하다 직원의 추천도 살짝 받아서 이 식당의 시그니처 디저트라고 할 수 있는 BBR Signature Chocolate Glory를 주문했다. 금색의 공 같은 디저트 위로 뜨거운 초콜릿이 부어졌다. 그러니 드러나는 작은 케이크. 극강의 단 맛을 느낄 수 있는 디저트였고 단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최고의 디저트였다.
그리고 생일이라고 미리 알려둔 덕분에 또다시 받게 된 추가 디저트. 스파클러까지 꽂아줘서 엄청 반짝반짝한 순간을 보냈다. 풀 코스로 즐긴 덕분에 살짝 배부를 뻔 했지만(디저트 2개는 예상 못했는데) 그래도 다 먹어 해치움, 후후.
▪︎ Discount Suit Company
Type : Cocktail Bar
Address : 29A Wentworth St, London E1 7TB
Website : http://www.discountsuitcompany.co.uk/
저녁 식사 후 조던이가 이끈 마지막 코스는 Speakeasy Bar였다. 사실 스피크이지 바라기엔 밖에까지 음악 소리가 둠칫둠칫 들려오고 내부가 왁자지껄해서 티가 안날래야 안날 수 없는 곳이었지만 그래도 '이런 곳에 바가?'라는 생각을 가지기엔 완벽한 위치였다. 주변이 너무 조용하고 별 것 없는 동네였음ㅋㅋㅋ
바에서 또 한바탕 메뉴 탐구생활을 통해(진짜 더 독특한 메뉴들이 많아서 들어가는 재료들을 면밀히 살피고 맛을 상상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각각 2잔의 칵테일을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칵테일들은 모두 맛있었다. 그리고 선택한 칵테일들이 양이 많아서 더 마음에 들었다(메뉴에 잔 모양을 같이 그려놔서 이해하기 좋았음).
이후에 집으로 돌아와 다시 한번 살펴본 이번 생일 선물. 조던이가 몇 년 전 크리스마스 선물로 다이슨 드라이기를 사줬는데 이번엔 에어랩을 사줬다. 내가 몇번이나 에어랩을 살까말까 고민했었는데 옆에서 "사줄까?"하던걸 괜찮다며 말렸는데. 근데 정작 선물로 받으니까 좋긴 좋쟈나...히.
약간의 갈등이 있었지만 너무 즐거운 생일 데이트였다. 선물도 너무 고마워 조단아!😍
2023.06.25
가끔 평일 저녁을 준비하기 벅찰 때가 있다. 물론 귀찮음이 가장 큰 이유지만 결국 하던 일을 멈추고 식사 시간에 맞춰 요리를 해야하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늘 메뉴 구상도 해야하고. 그럴 때 치트키 쓰듯이 이용하는 배달음식.
이 날은 조던이에게 한식을 시켜먹자고 제안했다. 나는 갑자기 감자탕이 땡겼고 런던에서 나름 감자탕을 한국의 맛과 비슷하게 잘 하는 '강남포차'를 선택했다. 조던이는 다른 메뉴를 주문했는데, 이후에 내가 선택한 감자탕을 부러워했다ㅋㅋㅋ 그러게 감자탕 같이 시키자니까 왜 안 시켜.
1인분을 주문한 셈이지만 양이 꽤 많아서 2번에 걸쳐 나눠 먹었다. 조금씩 아껴먹으며 오래 즐기고 싶은 맛이다.
2023.06.29
5월 말, 지원했던 비자 연장에 대한 승인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예전에 비자 신청을 했을 때 거의 3달을 넘게 기다린 전적이 있다 보니(그 땐 코로나여서 이유가 있긴 했지만..) 이번에도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래 걸릴까봐 엄청 걱정했다.
Reddit에 여러 후기도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특급으로 신청하지 않았음에도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는 사람들이 많아 기대했다. 대략 4~10일 만에 받았다는 사람들이 꽤 많았고 '나도 혹시?'라는 생각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에겐 그런 운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좀 더 현실적인 정보를 찾았는데 영국 정부 사이트도 그렇고 이민 업무 관려해서 정보를 나누는 변호사 사이트에서도 그렇고 6-8주가 걸린다고 하더라.
6-8주의 시간이 정확하다고 한다면 오빠 결혼식으로 한국에 가야할 10월 초까지 충분한 시간이다. 하지만 난 안심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결국 이런 정보들은 모두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정보고 비자 관련해서 다양한 변수 혹은 비일반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경험과 이야기들을 통해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단 것. 그렇기에 정말 결과를 받고 비자 카드라고 할 수 있는 BRP 카드를 받을 때까지 난 안심할 수 없었다.
처음 몇 주는 정말 초조하게 결과 메일을 기다렸던 것 같다. 시시때때로 메일함을 확인하고 '혹시나 지금쯤 빨리 나올 수도 있지 않아?'라고 기대에 부풀었다 조용한 메일함을 보며 실망하기를 반복하는 일상이었다. 그러다 거의 3-4주 째가 되니 포기하게 되더라. 그리고 이젠 메일함조차도 확인을 덜하게 됐을 때였을까, 갑작스럽게 오후 3시 즈음 확인한 메일에 Home Office 란 발신인이 떴다!
떨리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고 'successful'을 확인하는 순간 들었던 그 안도감이란. 믿기지 않아 메일을 몇 번이나 확인하고 조던이에게도 전달하여 소식을 전했다. 물론 이전과는 살짝 다른 형식이어서(예전엔 비자 승인 문서가 같이 첨부되어 왔는데)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드디어 결과를 받은 것이다. 여름 휴가 및 한국 일정 등을 모두 결정하지 못하고 갑갑한 마음이었는데 너무 기뻤다.
그리고 조던이가 퇴근 후, 우리는 축배를 들기 위해 집근처 펍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 땐 몰랐지, 비자 승인 결과가 끝이 아닌 것을... 내가 너무 일찍 안도했음이야...
그래도 이 순간의 맥주 맛은 시원하고 좋았다. 또 하필 다음날이 내 생일이어서 영국 정부로부터 생일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달까. 물론 이민청은 내 생일 따위 안중에도 없이 우연의 일치였을테지만, 꿈보다 해몽이라고. 그리고 열흘 후 난 이 꿈이 악몽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ㅋㅋㅋㅋ
돌아오는 길에 와인도 구입했는데, 처음 본 Yellow Tail의 Jimmy Rosé Roo였다. 평소에도 우린 옐로우 테일의 지미 레드 루를 즐겨 마셨는데, 로제 버전이 나와서 신기한 마음에 구입해봤다. 처음엔 좀 쌉쌀한가, 했지만 이내 곧 빠져들었다는. 이후로 우리 최애 와인은 지미 로제 루가 되었다(특히 조던이).
2023.06.30
6월의 마지막 저녁. 토요일인 다음 날은 조던이 생일 파티가 계획되어 있어서 이번 주말에 우리 둘만 보내는 시간은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금요일 저녁에 외식을 했다. 먼 곳에 간 것은 아니고 집 근처에 내가 저장해둔 국수집이 있었는데 저녁도 간단하게 먹고 새로운 곳도 시도해볼 겸 갔다.
▪︎ Sambal Shiok Laksa Bar
Type : Malaysian Restaurant
Address : 171 Holloway Rd, London N7 8LX
Website : https://www.sambalshiok.co.uk/
대표 메뉴는 Signature Curry Laksa로 내용물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었는데 우린 Chicken & Prawn Special을 선택했다. 커리는 맵기에 따라 두 종류로 조던이는 Hot을, 나는 Mild를 선택했다. 커리 향과 농도가 좋고 국수와의 조합이 약간 갸우뚱하기도 했지만(한국인이라 그런지 커리+밥 조합을 더 선호한다) 맛있게 먹었다. 다만 가격이 생각보다 센 편이라 굳이 다시 찾게 되진 않을 듯..
그리고 주말 기념, 비자 승인 기념 등등을 합쳐 아껴둔 샴페인을 깠다. 이 샴페인은 찰스 왕의 즉위식 때 사용할 샴페인으로 선정된 것이었는데, 비슷한 시기 결혼식을 위해 한국을 갔던 우리가 할아버지 선물로 구입했었다. 물론 할아버지 선물은 큰 병으로. 우리는 그 때 작은 병을 기념으로 함께 사뒀고 이 날 개봉해본 것이다.
근데 난 손도 안 댔는데 고정 후크를 여는 과정에서 갑자기 샴페인이 터져버렸고 1/3 이상을 바닥에 쏟아버렸다. 으미 아까비. 맛은 좋았는데 안그래도 작은 병이라 양이 넉넉하지 않았는데 아쉬웠다.
그래도 어떠랴. 홀가분한 마음으로 6월을 마무리할 수 있음에 기뻤고 우리는 바쁜 한 달을 이렇게 잘 보냈다.
'▪︎ 일상 기록장 > 2023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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