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31
한국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태국에서의 신혼여행을 보낸 후 돌아온 런던. 학생으로 온 런던에 영국인과 결혼해서 부부로, 누군가의 아내로 살게될거라 상상하지 못했는데 이젠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아직 실감도 안 나고 런던 생활은 이전과 다를바 없다. 조던이와 함께 생활하는 런던 집을 생각하면 집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지만, 영국과 런던에서 이방인의 느낌을 여전히 떨칠 수는 없다.
하지만 결혼식을 기점으로 뭔가 극적으로 변화하고 생활이 확 바뀌는 느낌이 들었다면 더 어색하고 이상했을 것 같은데 변함없는 생활이 내 마음을 더 편하게 한다. 여전히 나와 조던이는 런던에서 연애하던 때의 남자친구, 여자친구 혹은 새로운 설렘을 살짝 담은 부부로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2023.05.16
런던에 돌아오자 마자 시차 적응을 할 여유도 없이 조던이는 회사 출근을, 난 영어 레벨 테스트를 받으러 갔다. 곧 비자 만료가 되기 때문에 새로운 비자 연장 신청을 해야했기 때문이다.
사실 난 영국에서 정규 대학 코스를 수료했기에 졸업장만 있으면 비자 신청을 할 때 필요한 '언어 자격 요건'을 충족하고도 남았는데, 언제나 비자 신청을 할 때 사소한 문제가 있었다. 학생 비자가 끝나고 처음 파트너 비자로 신청할 때는 코로나가 만연하던 때였다. 그래서 모든 대학 졸업식이 취소됐고 나는 졸업장을 손에 한번 쥐어보지도 못했다. 사실 졸업장이 나온지도 몰랐는데 어느날 "네 졸업장 왔다."라며 사진을 찍어 보내주신 엄마의 카톡으로 알게 됐다. 이미 그 땐 내가 새로운 비자를 신청한 후여서 졸업장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고 난 언어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다른 영어 테스트를 치룬 후였다.
2년 반이 지나고 비자 연장을 신청하려는 지금의 또 다른 사소한 문제는 한국에 있어야할 내 졸업장의 행방을 알 수 없었단 것. 한국에 있는 나와 관련된 물건들은 부모님 본가에서 짐이 된 지금 엄마에게 나의 영국 졸업장은 그저 종이 쪼가리에 불과할 뿐이었고(ㅋㅋㅋㅋ) 한국에서 졸업장을 찾을 수 없었던 난 난 대학교에 문의해 새로운 졸업장 발급을 신청하는 동시에 플랜B로 영어 레벨 테스트도 신청해 놓은 것이다.
물론 졸업장 문제는 빨리 해결이 되었고 그 사이 신청해둔 영어 레벨 테스트를 환불받을 수도 있었지만 뭔가 확실히 하고 싶었다. 특히 처음에 비자 신청할 때 졸업장을 사용하지 못했는데 연장할 때 사용하는게 괜찮은가 싶기도 했고 영어 레벨 테스트는 어쨋든 안전빵인 느낌이니까. 돈은 쬐끔 아깝지만 그래도 확실히 하자, 해서 결국 졸업장도 쓰고 영어 레벨 테스트 결과도 쓰기로 했다.
일반 비자 신청을 위한 영어 레벨 테스트는 어렵지 않다. 대학교 지원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아이엘츠와 비교하면 엄----청 쉽다. 그냥 원어민이랑 전화 통화하면서 프리토크 몇 개 하고 문제 풀면 끝. PASS, FAIL로 판정나는 결과도 엄청 심플. 하지만 그래도 어쨋든 테스트는 테스트라 긴장이 되죠.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물론 캄 다운 하려고 애쓴 점도 있지만 시험장에 도착해서 안내 직원과 간단하게 스몰 토크를 하게 됐는데 서로 아스날 팬인걸 알게 된 것!(주소 확인하다가 그랬던가..)ㅋㅋㅋㅋㅋ 처음엔 시험 규칙과 관련해서 설명할 때 엄격한 것 같던 직원이 아스날로 통한 이후론 엄청 친절하고 다정(?)하게 얘기해줬다ㅋㅋㅋ 톤이 달라졌다니까 정말. 아, 진짜 영국에선 축구 이야기 빼면 손해인 점이 많다ㅋㅋㅋㅋ
시험은 무사히 치르고 직원과도 유쾌하게 인사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결과를 받았다. PASS. 이제 비자 준비는 끝났다, 유후.
시험 결과는 진즉에 알렸고, 조던이 퇴근 시간에 맞춰 비밤밥을 준비했다고 연락하자 온 답장ㅋㅋㅋ 한국어를 배우더니 슬슬 문자나 대화에서 한국어를 꽤 쓰는데 '아~~좋다!'는 뭐냐고ㅋㅋㅋ 너무 한국인 같은 대답에 배잡고 웃었음ㅋㅋㅋ
그리고 내가 오래 관찰하던 작은 새에 대한 근황.
사실 3주나 영국을 떠나있었던 시간 때문에 아무래도 진즉에 새 가족이 떠나지 않았을까 했다. 하지만 런던에 돌아오자 마자 여전히 그 구멍에 왔다갔다하는 새를 볼 수 있어서 반갑기도 했고 "그럼 저 구멍 안쪽에는 알이나 새끼 새들이 있을까?"라며 즐거운 생각도 했다. 새를 발견하자 마자 난 습관처럼 영상 촬영을 했다.
그런데 저 새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보통 먹이를 가져오거나 들락날락할 때도 금방 톡 튀어 나가고 얼른 쏙 들어가기 일쑤였는데 이번에는 구멍 밖에 나와 주변을 살피는 시간이 길었다. 솔직히 나로서는 새의 모습을 더 길게 관찰할 수 있어 좋았다. 그렇게 촬영을 이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새가 구멍에서 나오더니 머리털을 비쭉 세우고 엄청 긴장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고 어느 순간 구멍을 보호하듯이 온 몸으로 막길래 '무슨 일이지' 했는데 순식간에 큰 새 까치가 달려들어 작은 새를 잡아갔다. 순간적으로 그 장면을 보고 촬영하고 있던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파악하기도 어려웠고 몇 초 후에 창문 가까이로 가 살펴보니 까치가 그 새를 사냥한 것이었다...(사실 이 부분도 영상 촬여을 했지만 차마 올릴 수가 없다)
사실 난 까치가 잡식성 동물인지도 몰랐고 큰 새가 작은 새를 사냥한다는 것도 몰랐는데 이런 장면을 보게 되어 한동안 충격을 받았다. 물론 자연의 섭리고 약육강식의 세상인 자연에서 늘상 일어나는 일이겠지만 애정을 가지고 관찰하던 작은 새의 슬픈 결말을 보게 되어 슬펐다. 창문을 열 수 있었다면 까치를 향해 당장에 뭐라도 던졌을 것 같지만 우리집 플랏은 창문이 열리지 않는다. 작은 새를 도와주지 못하고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그 순간이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며칠 수 다른 작은 새에 대한 다른 근황을 볼 수 있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로 인해 이 이야기는 세드 엔딩일 수밖에 없다(날짜에 맞춰 첨부).
2023.05.20
런던으로 돌아온 첫 주말의 외식은 피자였다. 한동안 태국 음식으로 가득찬 식단을 보냈던지라 우리는 본능적으로 "양식, 양식!!!"을 찾았다.
▪︎ Santa Maria Pizzeria (Islington)
Type : Pizza Restaurant
Address : 189 Upper St, London N1 1RQ
Website : https://www.santamariapizzeria.com/
집 근처에서 봐두었던 이탈리안 레스토랑 중 한 곳을 갔다. 피자는 각각 한 판씩 시키고 나눠먹을 에피타이저로 토마토 가지 오븐 구이를 주문했는데, 이게 정말 별미다. 사실 난 가지를 엄청 즐기지 않는 사람으로서 처음엔 긴가민가했는데 쫀맛이었음. 이후로 이탈리안 레스토랑만 가면 토마토와 가지의 조합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는.
평점이 좋은 피자 레스토랑으로 피자 맛은 좋았다. 각각 한 판씩 시켜도 과하지 않은게 피자는 늘 남더라도 포장해 와서 얼려두면 이후에 간편한 식사가 될 수 있기에 좋다. 이 때도 피자를 반쯤 먹고 나머지는 포장해 와서 게으른 주말 점심으로 먹었다.
2023.05.22
한동안 요리도 푹 쉬었으니 이제 슬슬 해먹는 것도 있어야지. 간단하게 만들기 좋은 연어마요 덮밥. 최근엔 생채소를 곁들이는게 더 좋아서 늘 상추와 아보카도, 데리야키 소스에 절인 구운 양파 조합으로 먹는다. 간단하지만 맛없없의 요리.
2023.05.23, 05.24
작은 새의 마지막 근황. 사실 둥지를 틀었다는 것은 작은 새 한 쌍의 생활을 의미했기에 며칠 전 한 마리가 공격 당했을 때 나머지 한 마리의 소식이 궁금했다. 너무 똑같이 생겨서 두 마리를 구분할 수는 없었지만 다른 한 마리는 어디 갔지? 이미 공격 당했나? 온갖 생각을 했는데 이 날 나머지 한 마리가 나타났다.
한동안 떠나있었던 건지 돌아와 둥지 상황을 살펴보던 새는 당황스러워 보였다. 아마 비어있는 둥지가 이상했을 수도 있고 둥지 안의 상황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겠지. 물론 구멍 안을 살펴볼 수 없는 나도 정확히 어땠을진 알 수 없지만 새는 구멍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계속해서 밖에서 긴장한 상태를 유지했다. 구멍 안과 밖을 번갈아 보던 새는 결국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떠났다.
그리고 다음날에도 잠깐 모습을 드러낸 작은 새. 여전히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듯 한동안 구멍 안을 살피던 새는 그렇게 떠나버렸다. 그렇게 떠나버린 새는 이후로 다시 구멍 근처에서 발견된 적은 없었다.
구멍 안의 상황이 어땠을지, 나머지 한 마리의 새는 짝과 둥지를 잃어버린 상황을 받아들였을지, 이후에 어떻게 살아갔을지 알 수 없지만 한동안 관찰했던 자연의 모습을 이렇게 떠나보내니 아쉬웠다. 특히 그 결말이 온 새 가족이 둥지를 떠나는 동화같은 해피엔딩보다는 지극히 현실적으로 냉철한 엔딩이어서.. 그래도 다음에 또 이렇게 자연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2023.05.26
5월은 비자 연장 신청으로 바빴다. 사실 난 준비할게 별로 없었고 내 비자를 서포트하는 입장인 조던이가 증명하고 준비해야 할 서류들이 더 많았다. 비자 만료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마음이 초조했는데 거의 2주만에 호다닥 준비를 끝냈다.
비자 신청을 하고 서류 업로드를 다 마치고 남은 것은 Biometric appointment. 직접 비자 센터로 방문해서 나의 여권 정보와 사진 및 지문을 등록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비자 신청을 한 후 가장 가까운 날짜를 선택했고 이 날이 비자 센터를 방문했던 날이다.
생각보다 비자 센터는 바쁘지 않았고 별 탈 없이 신청을 마무리했다. 이제 남은건 기다림의 시간 뿐. 코로나 땐 꽤 오래 기다려서 걱정이 됐는데 이젠 핑계댈 코로나도 없으니 공식적인 사이트에 안내된 대로 8주 내로 결과가 나오길 기다릴 뿐.
비자 신청을 무사히 끝낸 자축의 의미에 더해 주말 외식은 스페인 타파스였다.
▪︎ La Fabrica Crouch End
Type : Spanish Restaurant
Address : 31 Broadway Parade, London N8 9DB
Website : http://lafabricacrouchend.co.uk/
레드 샹그리아와 함께 우리가 주문한 요리들은 오랜 시간 요리해 부드럽게 만든 돼지 볼살과 당근 퓌레의 조합인 Carrillera de Cerdo Ibérico, 먹물 소스를 이용해 오징어와 함께 요리한 빠에야 같은 Black Rice, 마늘과 오일에 버섯을 볶은 Champinones al Ajillo였다. 그 외에 치즈와 하몽도 함께 주문했는데 정확한 이름은 기억이 안난다.
5월 중순에 런던으로 돌아와 유난히도 짧았던 이번 달. 그래도 이전과 다를 바 없는,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엔 설레임이 가득한 일상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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