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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기록장/2023년

[영국생활] 9월의 런던일상: 드디어 BRP 카드 수령🎊 잘먹먹의 일상들

by kyeeunkim 2024. 1. 26.

2023.09.30

  9월 마지막 날 한국행이 계획되어 있어서 런던의 가을을 즐길 수 있는 마지막 달이었다(특히 나에게). 동시에 몇 년만에 지내볼 한국의 가을이 기대되는 달이었달까, 후훗?

슬쩍 돌아보니 9월엔 음식 사진이 유독 많은 것 같은디... 뭐 어쩔 수 없이 일상은 잘먹먹의 반복 아니겠나.

 

 

2023.09.01

  금요일은 조던이가 재택 근무를 하기 때문에 일이 끝나자마자 마실을 나가곤 한다.

이 날도 마찬가지로 동네 와인샵 및 바에 가서 간단한 저녁을 즐겼다. 장소는 이전에도 소개한 적 있는 Yield N1, 자세한 정보는 생략쓰.

맛있는 와인과 함께 즐기는 치즈+살라미 보드

  나와 조던이 모두 배가 대식가는 아니어서(물론 그렇다고 소식좌도 아님..) 가끔 와인 안주 보드로도 저녁 끼니를 때울 수 있다. 종종 주말 저녁에 즐기곤 하는 night out.

근데 사실 와인 안주 보드가 양은 적어보여도 열량을 뚜드려보면 밥 한끼랑 비슷하려나. 그래도 저녁 먹고 술+안주 또 먹는 것보단 덜 찌지 않겠어요...?(우리 엄마 알면 식겁할 소리...?😂) 사실 엄청난 강박은 아니지만 살 찌는 것에 지속적으로 신경을 쓰는 편이라 어쩔 수 없이 먹는 음식에 대한 이런 저런 계산을 하게 된다.

  그래도 가끔 소소한 일상 데이트는 기분 전환에 좋쟈나요.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멀리 나가는 것도 아니고 동네에서 잠깐 즐기고 집으로 호다닥 돌아오는거지만 나름 꾸며입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이런 시간들로 일상을 채우는게 좋다.

요런 일상의 데이트 좋다

 

 

2023.09.04

  요 당시에 한창 부동산에 집 보러 다닐 때였나.. 사실 사진으로 남긴 건 음식들 뿐이지만 뭔가 바쁘게 돌아다녔던 때가 있다. 우리는 지금 살고 있는 동네를 최대한 떠나기 싫어서 동네를 중심으로 집을 알아보긴 하는데 사실 집값이 어마무시하죠...휴.

  이 날도 동네에서 매물을 보고 나서 나온 김에 저녁이나 먹고 가자, 해서 식당에 들렀다. Angel 근처에 한식당이 새로 생겼는데(물론 오픈한지는 꽤 됨) 오며가며 구경만 하고 들어가 본 적은 없다. 주로 고기 구워먹는 K-바베큐가 메인인 것 같아 그닥 땡기지 않았는데(난 영국에 있는 한식당 별로 안 땡김) 조던이는 식당에서 사먹는 한식이 그리웠나보다. 고기를 안 구워 먹어도 좋으니 가고 싶다는 말에 결국 식당으로 향했다.

하긴..아무래도 내가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요리는 종류에 한계가 있긴 하지..😅

▪︎ Hanwoo Village (Angel)
Type : Korean BBQ Restaurant
Address : 19 St Alban's Pl, London N1 0NX

Website : https://www.hanwoovillage.co.uk/

  그나마 한식당에 가면 집에서 만들기 어려운 탕류를 시키는 나와 조던이. 사실 정확히 뭘 주문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나는 우거지 갈비탕, 조던이는 육개장이었던 것 같다. 음식은 맛있었지만 쏘쏘 노말이었던 듯.

외국에서 먹는 한식에 내가 너무 냉정하고 기대치가 높은거겠지. 최근의 트렌드에 더해 한식이 인지도가 높아지고 인기도 많아져서 런던에 식당이 많이 생긴다. 덕분에 이렇게 쉽게 먹을 수 있다는 현실이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난 여전히 한국인인 걸.

 

 

2023.09.06, 09.07, 09.08

  일상 잘먹먹의 기록들.

  인스턴트 짜파게티를 엄청 좋아하는 조던이(심지어 지난번에는 나 아플 때 혼자 끓여 먹음...!!). 라면만 틱 끓여도 좋지만, 이제 계란 후라이 하나, 고춧가루 살짝 둘러주는 포인트는 더할 수 있지(그리고 이래야 죄책감이 덜어져..). 조금만 더 정성을 더하면 파기름 내 다른 건더기들을 더할 수 있겠지만 라면 끓이는 귀찮은 상황에 그럴 정신은 없...

  양식을 엄청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쉽게 만드는 요리 중 하나인 연어 파피요트. 예전에는 그냥 종이 호일을 대충 구겨서 모양을 만들었는데, 이번에 접는 방법을 새로 터득해서 시도해 봤다. 근데 큰 손에게 크기가 부족해... 야채를 더 못 넣어서 결국 구운 야채를 한 트레이 더 만들었단 거. 

  그리고 주말에 즐기는 치팅데이. 치킨은 주기적으로 먹어줘야 식욕이 진정되죠...?

대만식 치킨을 파는 가게가 있는데 한동안 배달앱에서 잡히지 않다가 다시 주문이 가능해져서 시켜봤다. 꼭 같이 주문하는 야채 튀김도 함께. 치킨은 기본적으로 맛있어서 그런가, 가끔 해먹기 어려운 야채 튀김에 더 손이 가곤 한다.

 

 

2023.09.09

  매 주말마다 집 보러 다녔던 상황이라 특별한 사진은 없다. 중간 중간 먹었던 흔적 뿐..

주말에 집 구경하고 근처 펍에 들러서 맥주도 마시고, 계속 먹고 싶다고 노래 불렀던 꽃모양 젤라또도 사먹고..

  집에 돌아와서는 한동안 나의 알고리즘을 채웠던 레시피에 도전해봤다. 바로 등갈비 튀김.

레시피에도 분명 유행이 있는거겠지.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레시피를 비슷한 시기에 업로드하니.. 나의 알고리즘이 등갈비 튀김에 정복이라도 당한건지 반복적으로 등장하길래 궁금해서 시도해봤다. 근데 튀기고 해야해서 쉬울거라 생각은 안했지만... 하.. 어려워.

난리 부르스를 치고서야 완성한 등갈비 튀김

 

  튀김 요리는 기름을 덜 쓴다고 쉬운게 아니다.. 걍 어렵다^^ (누가 쉽대유)

이런 요리는 막 화구도 크고 ! 갖춘 냄비도 좀 다양하고! 아무것도 안 얹어진 아일랜드 테이블이 따로 있을 정도로 넓은 부엌을 가진 사람만 하도록 하자. 소금 후추에 그릇 두어개만 꺼내도 공간이 꽉 차는, 그래서 다른 요리 도구 좀 쓸라하면 정신이 없는 우리집에선 안하는 걸로.

  그래도 큰 손답게 한번에 많이 사와서 질리도록 해서 그런지 후회는 없다. 양을 넉넉하게 해서 두 끼를 이 메뉴로 때웠으니 충분히 뿌듯했다.

이럴 때는 조던이가 내가 만들어주는 요리를 가끔 잘 기억 못하는게 다행이 아닌가 싶음. 또 먹어보고 메뉴 기억을 기깔나게 잘 해서 다음에 또 해줘 이런 소리 하면 그 땐 아마 부부싸움 났을 듯.. 그냥 주는대로 잘 먹고 늘 비슷한 메뉴를 반복해서 만들어줘도 새로 보는 요리마냥 맛있다 해주는게 좋네. 이 메뉴는 까먹어라, 조던아.

 

 

2023.09.13

  그래도 나름 새로운 메뉴들을 많이 도전했던 9월.

이 말인 즉슨, 내 식욕+요리 욕구가 폭발했던 시기였단 의미임당.

몽골리안 비프 스타일의 요리

  몽골리안 비프 같은 요리 비스무리한 것을 시도해 봤는데 맛있었다. 간단하게 볶아낸 계란 볶음밥에 더하니 맛없없의 조합. 좀 더 많이 만들걸 싶을 정도로 양이 아쉬웠던 메뉴. 다음엔 고기 두 팩 사와서 만들어야지.

 

 

2023.09.14

  오랜만에 평일 저녁 데이트를 했다.

화, 수, 목 회사로 출근하는 조던이는 아무래도 목요일 저녁에 다음날의 출근에 대한 부담이 적기 때문에 종종 저녁 데이트를 즐기곤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목요일 저녁에 회식이 많이 잡히기도 해서 한동안은 저녁 데이트를 즐기지 못했다.

분위기가 너무 좋았던 바

  조던이가 저녁 장소를 알아보고 예약을 했고(서프라이즈 예약 좋다) 퇴근 시간에 맞춰 지하철 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동안 인터넷이 끊겨서 연락을 못하는데, 역에 도착하자 마자 도착하는 메세지 하나. "나 도착해서 역 입구 앞 카페 쪽에서 기다리고 있어!"

같이 살기 시작한 이후로는 느끼기 어려운 데이트 장소에서 만나는 그 설레임에 괜히 기분이 몰캉몰캉해지는거 있지. 이젠 빼박 결혼까지 해버려 각자 다른 장소에 있다가 만날 장소와 시간을 맞춘다는 게 거의 불가능한데, 가끔 맞게 되는 작은 순간들이 연애 때를 떠올리게 한다.

연애 때 데이트하는 기분 같아

  식당을 예약해 둔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근처의 바로 갔다. 조던이가 식당을 알아보면서 같이 추천 받은 바라고.

입구를 찾기 어려워서 잠깐 헤맸지만 분위기가 엄청 좋아서 마음에 들었다. 화학실 같은 컨셉이어서 그런지 칵테일도 신기한 종류들이 많았다. 근데 그만큼 칵테일을 만드는데 시간이 걸려서 식당 예약 시간이 거의 다 다가옴😅 여유롭게 즐기기 보단 칵테일을 받자마자 계산부터 때리고 빠른 속도로 홀짝였다. 그래도 맛있었어.

  바가 식당 근처여서(같은 건물이었나, 옆 건물이었나..) 예약 시간보다 오버되긴 했지만 늦지 않게 도착했다. 원래 예약시간보다 10~15분 가량은 테이블이 취소되지 않으니까. 식당은 고급졌고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고 했지만 일반적인 이탈리안 음식들은 아니었다. 평소에는 보기 어려운 메뉴들이 많아서 새롭게 시도해 보는 마음으로 여러 종류를 주문했다.

  TV 프로그램 <마스터 셰프 프로페셔널>에서만 보던 Crispy Sweetbread(췌장) 요리 외에도 토끼 고기를 쓴 파스타, 알록달록한 모양이 귀였웠던 또 다른 stuffed 파스타와 생선 skate(가오리 종류) 요리를 주문했다. 처음 먹어본 췌장 요리는 너무 신기했다. 바삭하게 튀겨낸 듯한 겉면과 여전히 부드러운 내부에 식감이 너무 새롭고 좋았다. 가오리 요리도 새우 종류인 langoustine을 활용한 소스와의 조합이 너무 맛있었다. 그 외에도 파스타들, 구운 야채 등 함께 곁들여 지는 소스들이 기본적으로 다 맛있었고 재료들을 잘 살린 요리법이라 좋았다. 비싼 값을 하는 요리들이랄까ㅋㅋㅋ

디저트로는 바닐라 수플레를 주문했다. 언제 봐도 좋은 수플레..❤️ 메뉴에서 발견하면 외면할 수가 없다.

너무 맛있었던 저녁

  근데 사실 이렇게 맛있다고 해놓고 장소는 정작 기억이 안남...ㅋㅋ 내가 가고 싶어서 저장해 둔 식당이나 바가 아니었던지라 기록이 없당. 에쿠.

 

 

2023.09.19

  🎉 풍악을 울려라! 건배를 해라! 기쁜 소식을 널리 널리 알려라 🎉

7월부터 나를 괴롭혔던 홈 오피스.. 사실 사진 기록이 없었을 뿐이지 8월 말에서 9월까지도 난 여전히 갖은 방법을 다해 BRP를 받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어코 이 날, 나는 BRP 카드를 손에 쥐게 된다.

 

  하지만 그 동안에 맴고생은 톡톡히 하고 있었단 거...😭

계속해서 BRP를 수령하지 못했다는 온라인 폼을 작성하고(답변은 복붙한 듯 같았지만) 지역구 MP에게도 연락했지(답변은 한 달 쯤 걸린다고).

하지만 한국에 갈 날짜는 다가오는데 불안하니 다른 방법이 또 없나 나는 인터넷을 기웃거린다. 평소 하지도 않던 reddit에도 계정을 만들어 주기적으로 비자 관련 게시글의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살펴보고 동시에 홈 오피스 고객 센터 전화번호도 검색했다.

  그리고 그동안의 과정을 정리해볼까 한다.

 

  8월 25일

- 레딧을 통해 알게 된 방법 중 하나인 '홈 오피스에 불만 접수하기'. 사실 이번이 오류를 경험한 첫 케이스였으면 이 방법까지 쓰지 않았겠지만 난 이전에도 똑같은 문제를 경험한 적이 있어 어필하기에 좋다고 생각했다. 비자가 승인된 후에도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BRP를 받지 못한 상황을 설명함과 동시에 해외 여행이 반드시 필요한 '한국'에서 치뤄지는 '유일한 형제'인 오빠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할까봐 엄청난 우려와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전에도 똑같은 경험으로 비자 승인 후 약 1년이 지나서야 BRP를 받아 불편했던 점을 어필했다.

- 그리고 같은 날, 어째어째 찾아낸 홈 오피스 고객 센터 번호로 전화를 했다. 덜덜 떨리는 마음을 붙잡고(난 영국 공무원이랑 전화 통화하는게 제일 무섭다) 상황을 설명했는데, 다행히 친절한 분이 응대해 주셔서 걱정하는 만큼 어렵지 않았다. 나의 상황을 이해한 직원은 '그럼 이 주소로 레터를 보내서 어필해봐'라고 조언했다. 그렇게 불만 접수할 때와 비슷하게 레터를 작성, 알려준 주소로 우편도 보냈다(정확한 주소는 기억 안남).

  9월 4, 5일

- 여전히 반복되는 BRP 미수령 온라인 폼 작성. 그리고 답변은 똑-같다.

  9월 6일

- 드디어 지역구 MP를 통해 홈 오피스의 답변을 받았다. 사실 약 3주의 시간을 기다린 것치곤 늘 복붙한 듯 받던 온라인 폼 답변과 다를 바 없어서 짜증이 살짝 치솟았다. 나의 BRP를 제작하는 데 있어 '기술적인 문제(techinical issue)'가 있어 관련 팀이 조사 중이라는데, 아니 조사를 한 달 넘게 하시냐고요...

  도대체 BRP를 제작하는 데 어떤 대단한 기술들이 필요한지는 모르겠다. BRP 제작에 문제가 있어 모두가 그런 요류를 겪고 있는거라면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2~3일 만에 받는 카드를 내 것만! 나만! 그것도 두 번씩이나 문제를 겪냐고. 차라리 그 동안에 나한테 다이렉트로 연락을 취했어도 열 번은 할 수 있었고 내가 다시 비자 센터를 방문해서 정보를 등록하든 날 불러서 뭔 조사를 했어도 다섯 번은 했겠다. 아니 차라리 나보고 직접 와서 카드를 만들라고 했어도 7월 안에 받았겠어요...

  이 답변을 받고 우리는 조금 지쳐버렸다. 이젠 정말 답이 없는 느낌이었기 때문.

  9월 11일

- 생각보다 더 오래 걸릴 줄 알았던 불만 접수에 대한 답변이 왔다. 하지만 결국 지난 6일에 받았던 홈오피스의 대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같은 내용을 어떻게 다양하고 다른 표현으로 할 수 있는가를 볼 수 있는 기회였달까...

 

어머 이런 불편을 겪고 있다니, 미안 미안~ 기술적인 문제가 있어(=근데 정확히 뭔 문제인지는 못 알려줌).

이런 문제들은 과거에도 많았징(=너 뿐만이 아니야). 우리 일 많아(=매일 접수되는 비자 케이스가 한 둘이겠니?).

문제 해결을 위해 열심히 하고 있어. 근데 언제 해결될지 알려줄 수는 없음!

언제까지 해결될거라는 보장도 못해줌(=잘못 약속했다가 트집 잡힐 수 없으니까) ! ^^ 좀만 기둘~

 

  그리고 내가 이런 불편을 겪는다는 거에 공감하고 사과한다면서도 진정성이 이렇게도 안 느껴지는 텅 빈 사과라니. 아니.. 그거 때문에 손해 봐도 뭔 보상을 해줄 것도 아니잖아요. 진짜 말 뿐인 사과로 퉁치는 능력자들이 공무원들인 듯. 문제 해결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데 과연.. 이것들이 한국 사람한테 열심을 논해?

  하지만 빡이 치면 뭘 하나요. 할 수 있는게 없는데.

  9월 13일

- 이틀을 고민하던 우리는 다시금 지역구 MP에게 어필해 보기로 한다. 불만 접수 후 받은 답변이 전해준 답변과 비슷하더라,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하지만 난 오빠 결혼식에 참석은 무조건 해야한다! 왜냐면 너무너무 중요한 일이니까! (솔찍히 영국 공무원들도 지금 이 문제 때문에 가족 결혼식을 놓친다는게 말이 될거라고 생각하진 않을 듯) 사실 내 비자는 승인 받았고, 영국에 돌아올 때만 문제이니 다른 방법을 쓸 수 있을까? 사실 뻔히 (니들 영국 정부) 행정 문제인데 지난번처럼 내가 한국에서 '분실 및 도난' 신고를 해서 다시 비자 신청해서 하기엔 말이 안된다(왜냐면 추가 비용이 드니까). 돌아올 때 만약 BRP를 요구하면 비자 승인 메일 보여주면 들여보내줄래? 와 같은 내용(물론 이렇게 직설적으로 안 쓰고 영국식으로 돌려돌려 표현합니다ㅋㅋㅋ)을 답변으로 보냈다.

  9월 14일

- 바로 다음날 온 답장. 오키오키, 그러면 혹시 결혼식 청첩장 좀 보내줄래? 다시 어필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몰라. 그리고 네 전화번호도 알려줘.

- 그리고 나는 바로 엄마에게 오빠 청첩장 이미지를 부탁해 직접 번역을 했다(한국어로 되어 있으니까 이해를 돕기 위해). 종이 청접장 이미지 뿐만 아니라 모바일 청접장을 캡쳐해서 토시 하나 놓치지 않고 번역을 했고 한국어 원본과 번역본 이미지를 모두 첨부했다. 그리고 모바일 청첩장 링크도 첨부. 심지어 이미 결제해 버린 비행기 e-티켓도 첨부해서 출국일까지 확실히 알려줬다. 결혼식 진짜고 나 진짜 갈거라고, 비행기 표 취소 안한다고ㅋㅋㅋㅋ

  9월 15일

- 홈 오피스보단 아주 빠른 일처리를 해주는 지역구 MP. 첨부자료들을 잘 받았다는 답변이 왔고 어느 것도 보장할 수는 없지만 홈 오피스에 전달했다고 한다. 그래도 해주는게 어딥니까... 감사감사.

  9월 18일

- 지역구 MP와 연락했던 날이 목~금요일이었으니 주말동안 별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은데(메일 전달하고 확인하는데 하루 정도는 걸렸을 것 같고 공무원들은 주말 동안 칼 같이 쉬었을텐데), 갑작스럽게 월요일 메일을 받았다. 무려 퇴근시간 빠듯한 저녁 6시, 홈오피스로부터!! 제목은 [You will be contacted by our delivery partner] !!!!!! 😳😳😳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배송된답니다, 내 BRP 카드가. 도대체 주말동안 뭔 일이 있었던거야.

 

  그리고 다음날이었던 9월 19일. 집에 머무르며 알려준 트랙킹 넘버를 수시로 확인해보며 시간을 보내던 어느 순간, 배송되었다는 문구가 떴다. 보통 BRP 배송은 중요한 문서 배송이나 마찬가지여서 사인을 받거나 해야할텐데, 나는 홈 오피스 안내 메일에서부터 '사인 안해도 될거니까 배송지에 없어도 돼. 그냥 메일함에 넣을거임'이라고 적혀있더라. 그래도 배달부가 친절하게 편지함 입구에 넣는 장면을 배송 완료 사진으로 첨부했어. 너무 확실해...❤️

너무나도 기다렸던 소식

  배송 완료를 확인하자 마자 나는 호다닥 내려가서 편지를 가져왔다.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열어보는 편지 안에는 나의 BRP가 있었다.

와.. 이 카드 한 장 때문에 또다시 두달 가까이 맘고생을 했다니. 사실 BRP 카드가 제작되는 시간을 생각하면 지역구 MP를 통해 청첩장이나 비행기 티켓의 증거자료 제출이 효과가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래도 홈 오피스가 증거 자료에 정신 번쩍 들어서 주말 동안에 혹은 하루만에 호다닥 인쇄해서 보내줬다고 믿고 싶다ㅋㅋㅋㅋ

이 싸람들이, 하면 이렇게 빨리 할 수 있으면서... (일 열심히 하는거 뻥인 듯)

드디어 내 손에 쥐게 된 BRP 카드, 내 맘고생 씻어내려간다

  다사다난한 과정을 거쳐 한국으로의 출국일을 열흘 앞두고 극적으로 손에 쥐게 된 BRP 카드. 이 카드 한 장 때문에 영국을 오가는 것에 제한*이 있고 불안함이 떨어야 한다는 것이 타국에서 외지인으로 살아야 하는 서러움 중 하나겠지만 어쩌랴. 이렇게 살기로 결정한 것도 내 선택이긴 한데. 조던이와 나는 서로를 선택함에 있어서 누구 한 명은 이런 불편함과 서러움을 겪어야 할 수 밖에 없는 관계다. 몇 년 후에는 조던이가 겪으려나, 이런 문제?🤣ㅋㅋㅋ

 

  암튼 해피 엔딩으로 끝난 BRP 문제. 다 해결됐으니 그동안의 마음 고생은 싹 잊고, 먹고 싶던 음식을 요리하기로 한다.

며칠 전부터 수제비가 땡겨 호로록 만들어 봄. 사실 반죽이 좀 시간 걸려서 그렇지 만들기는 쉬워서 종종 해먹는다. 다만 조던이가 수제비의 식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처음에 떡볶이나 떡국의 떡 식감을 별로 안 좋아했기에) 그 동안은 나 혼자만 해먹었는데 이번에는 나 몰라라ㅋㅋㅋ 난 먹고 싶은걸 해먹어야겠으니 조던이 너는 차려주는대로 먹던가 아님 다른걸 혼자 해먹던가 알아서 해라, 마음이었다ㅋㅋㅋㅋ

근데 나와 살면서 어째저째 떡볶이에 적응하고 이젠 떡국도 괜찮다며 잘 먹더니 수제비는 맛있나부다. 생판 처음 해주는 요리임에도 맛있다며 한그릇을 비웠다.

 

 

2023.09.21

  이젠 홀가분한 마음으로 한국 갈 날을 기다리며 영국 일상을 지내면 된다.

그동안 가고 싶던 파이 가게가 있었는데, 평일에만 문을 열어서 조던이와 하루 약속을 잡았다. 내가 파이를 사서 회사 근처로 갈테니 같이 점심을 먹자고.

▪︎ The Pie Hole
Type : Pie Shop / Takeaway
Address : 261 High Holborn, London WC1V 7EN (Ground Floor, The Pie Room)

Website : https://shop.rosewoodhotels.com/london/london/dining/the-pie-hole

  인스타그램에도 종종 바이럴 된 유명한 장소인 The Pie Hole. 사실 로즈우드 호텔에 위치한 The Phie Room의 일부인데, 평일 화, 수, 목요일에만 작은 창문을 통해 테이크아웃 전용으로 파이를 판매한다.

너무 귀염뽀짝한 컨셉의 '더 파이 홀'

  귀염뽀짝한 컨셉의 파이 홀. 메뉴는 네 다섯가지 종류였던 걸로 기억나고, 종류대로 다 사볼까 하다 세 개만 골랐다. 작은 구멍가게 같은 내부에서는 끊임없이 파이를 만들고 있었고 이미 만들어진 파이는 빠르게 내어주더라.

  파이를 받고선 바로 조던이네 회사로 총총. 시간이 꽤 남아서 걸어갔다.

근처 공원에서 간단 피크닉 기분 !

  점심 시간에 맞춰 내려온 조던이와 만나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테이크 아웃했다. 그리고 바로 옆 공원에 자리 잡고 포장해 온 파이를 뜯어보았다.

생각보다 파이는 꽤 컸다. 직원이 일회용 포크와 칼을 같이 넣어준 종류대로 반씩 잘라 나눠 먹었다. 데우지 못한 파이가 괜찮을까 했는데, 조던이 말로는 파이는 차갑게 먹어도 괜찮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슈퍼에서도 냉장으로 보관되어 있는 파이들이 있는데 설명란에 데우는 방법이 안 적혀 있더라. 차갑게 먹어도 괜찮은 종류도 있고 따뜻하게 데워 먹어야지만 맛있는 종류도 있는 것 같다.

맛났던 파이

  기분 좋은 날씨 속에 공원에서 먹는 파이는 맛있었고 배불렀다.

  한국인의 마인드로서 점심 식사를 끝내고 "회사 빨리 들어가 봐야 하는거 아니야?"라고 물었는데, 조던이는 "괜찮아, 천천히 들어가도 돼."라는 전형적인 영국인 대답을 했다. 이렇게 널널한 점심 시간이라니. 영국은 점심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대신 정말 자율에 맡기는 것 같다. 일이 많은 경우엔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먹으며 점심 시간에도 일을 하지만, 널널한 경우엔 1시간 넘게 여유를 즐기기도 한다.

그래서 식사 후 공원을 걸으며 산책을 즐겼다. 중간 중간 다람쥐들도 만나고(영국 공원에는 다람쥐들이 엄-청 많다) 오리, 거위들도 보고 백조도 구경했다.

  특별할 것 없지만 평일 대낮에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은 만큼 너무 소중하고 기억에 남았다.

공원을 걷다 본 다람쥐

 

 

2023.09.23

  주말에는 갑자기 만두가 먹고 싶어 길을 나섰다. 왜 갑자기 만두가 땡겼는지 몰라?

자리도 예약해 뒀는데 조금 일찍 도착했다. 구글 지도를 켜고 급하게 펍이나 바를 검색했고 그나마 평점이 나쁘지 않았던 한 곳을 선택해 식전 칵테일을 즐겼다. 아무래도 땅값이 비싼 지역이라 그런지 칵테일 가격도 상대적으로 높았는데, 그래도 맛은 나쁘지 않아 좋았다(다행히 칵테일 메뉴를 잘 선택한 듯).

▪︎ BAO (Marylebone)
Type : Taiwanese Restaurant
Address : 56 James St, London W1U 1HF

Website : https://baolondon.com/restaurant/bao-mary/

  우리가 간 곳은 바오였다. 사실 바오 번이라고 해야하나, 중국식 찐빵 같은 빵이 있는데 샌드위치처럼 사이에 고기나 야채 등을 넣어 만드는 번 메뉴가 있다. 간단하고 단순한 그 메뉴 하나로 브랜딩을 해 런던 곳곳에 체인을 두고 있는 꽤 유명한 식당이다. 하지만 간단한 메뉴에 비해 가격은 그렇지 못해서.. 게다가 지금은 체인점이 많아져서 덜하다 싶지만 꽤 찾는 사람들도 많고 늘 복잡한 곳이라 몇 년 전에 두어번 가보고 다시 찾진 않았다(굳이, 라는 느낌?).

  그런데 이번에 이 곳을 다시 선택하게 된 이유는, '런던에서 맛있는 만두를 즐길 수 있는 식당들' 리스트를 보다 갑자기 눈에 꽂히는 만두가 있지 뭔가. 그게 여기서 먹을 수 있는 만두였다. 다행히 자리 예약도 되는 상황이어서 줄을 기다릴 필요가 없어 괜찮은 옵션이기도 했다.

  만두 먹으러 런던 중심지까지 나왔지만 그렇다고 만두'만' 먹을 수는 없는 일. 먹고 싶었던 만두(오른쪽 사진 아래)와 대표적인 번 메뉴들, 그리고 다른 테이블에서 먹는걸 슬쩍 보고 탐났던 스테이크 덮밥 같은 메뉴도 주문했다.

번은 늘 촉촉 쫄기하니 맛있었고 샌드위치처럼 사이에 끼워진 속재료들도 꽤 푸짐했다. 스테이크 덮밥은 맛있었지만, 그래도 엄청 대단한 맛은 아니고 평범..? (사실 스테이크 덮밥이 맛 없을 수가 있으랴.. 맛있는 고기에 탄수화물 쌀밥인디) 만두는 기대가 컸어서 그런가 보통이었다(그냥 냉동 만두 사먹어도 비슷할 맛).

맛있지만 조금씩 아쉬운 바오

  늘 불만인 점이긴 했지만, 가격 대비 양이 많진 않다. 물론 첫 눈에는 흐엑, 엄청 비싸다! 란 느낌은 아니지만 배부르게 먹으려면 요리를 꽤나 많이 시켜야 하는 양이고 그러다 보면 결국 지출이 많아지는 식당이랄까. 결국 우리도 부족한 양에 번을 하나 더 시켰으니.. 오늘 식사로 한동안은 또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즐기지 않았나 싶다.

 

 

2023.09.25, 09.28

  9월의 마지막 집밥은 조던이표 커리 달(daal)과 나의 닭볶음탕이었다.

가면 갈수록 조던이의 요리 비중이 줄어드는 것 같은디, 착각이겠지🫤 사실 시간적 여유가 많은 내가 하는 것에 큰 불만은 없지만(어떤 면에서 영양적으로 잘 챙길 수 있어서 스스로 만족스럽다) 가끔은 매일 다양한 요리를 한다는게 버겁기도 하다. 먹을 때마다 군소리 없이 맛있다며 칭찬 일색인 조던이는 어느덧 큰 그림을 그렸던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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