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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기록장/2023년

[영국생활] 9월의 축구 일기: 한 달을 꽉 채운 경기들, 그리고 7년 만의 UEFA 챔피언스리그⚽️

by kyeeunkim 2024. 1. 27.

2023.09.30

  9월은 경기가 빡빡하게 많았다. 9월 말부터 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스날은 2016/17 시즌 이후로 7년 만에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했고 프리미어 리그와 함께 진행하게 되는 시즌이다.

 

 

2023.09.03

  9월 첫 경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였다.

사실 영국 축구 리그에 갓 입문한 사람으로서, 팀끼리의 역사나 경쟁 구도를 잘 모르는데 과거 아스날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우승 경쟁을 했던 라이벌 관계였다고 한다. 특히 2000년 대 초반 아스날 감독이 아르센 벵겨, 맨유 감독이 퍼거슨일 당시 1, 2위를 다투던 시기가 있었다는데(근데 결국 우승은 맨유가 더 많이 했다고 함😅) 그 때의 라이벌 구도가 20년 넘게 이어지나 보다.

솔찍-히 나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 관심이 크지 않은데다 이미 과거는 지나버린 시간으로 넘겨버리는데 가끔 그 시기에 이입을 많이 하는 팬들이 꽤나 되는 듯. 찬란했던 과거를 잊지 못하는 그런 기분일까, 흠.

경기 시작 전 한 팀으로 뭉쳐 결의를 다지는 모습은 늘 보기 좋다

  경쟁 구도 때문일까 이번 경기는 다른 경기들보다 분위기가 시작 전부터 후끈했다. 사실 지난 시즌 제일 싫어하는 팀인 토트넘과 북런던 더비를 할 때도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뭔가 팽팽한 긴장감과 열기가 느껴지는 현장이었달까.

  경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르티넬리가 측면에서부터 공을 몰고 들어갔다. 순조롭게 공을 중앙으로 넘기려는데 외데고르가 공을 받기 전 상대편의 수비수가 공을 슬쩍 쳐내고 말았다. 하지만 아쉬움도 잠시 튕겨진 공이 카이 하베르츠의 발 앞에 툭 떨어졌고, 침착하게 공을 차지만 하면 골이 만들어질 수 밖에 없던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하베르츠가 너무 떨었던 걸까, 당황했던 걸까, 그는 헛발질을 하고 말았고 찬스를 놓치고 만다*.

  그리고 반대로 역습을 당한 아스날. (또다시) 하베르츠의 패스에 실수가 있었고 중간에서 공을 낚아챈 상대편 선수는 길게 다른 선수에게 공을 패스, 그대로 득점으로 이어지고 만다. 전반 27분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여름 이적부터 카이 하베르츠의 이적에 대해 말이 많았다. 그는 첼시에서부터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이적료를 비싸게 치르고 사오는 바람에, 게다가 어떠한 가격 경쟁 구도도, 줄다리기 네고도 없이 거의 쿨거래로 여름 이적 시장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첫번째로 데려와 많은 사람들이 놀랬다. 아스날 팬들 사이에서는 "이 선수를 이 돈 주고 사와?"의 의아함과 불안함의 대상이 되었고, 첼시 팬들 사이에선 "그 선수를 그 돈 주고 사가?"의 조롱의 대상이 되었으니..

한편 몇몇 팬들은 감독 아르테타의 선택이었으니, 그만의 전략이 있지 않겠냐며 믿음과 희망을 가지기도 했다. 축구 스타일과 전략에 따라 선수의 기량이 달라질 수도 있는 일이니. 하지만 프리 시즌에서부터 본 시즌이 시작되고도 하베르츠가 별 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자 매 경기가 끝날 때마다 날카로운 분석과 비난이 잇달았다.

  그래도.. 난 아직 성급한 판단이 아닐까 했다. 이적 때부터 워낙 말이 많았고 들려오는 주변의 말을 무시하기에도 쉽지 않았을 터, 선수 본인도 부담이 크고 자신감이 떨어졌을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 더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뭐 비난한다고 갑자기 돌변해서 잘할 것도 아니고.. 근데 이 경기의 실책은 조금 뼈아프긴 하더라😂 에쿠, 조금만 침착하지(그래도 표정을 보니 선수 본인만큼 아쉬울 사람이 있을까 싶더라)...

믿고 있다구여 캡틴!

 

  한참 경기가 열이 오를 때 빼앗긴 선제골을 아쉬운 탄성을 자아냈다. 하지만 남은 경기 시간이 더 많은 상황, 포기하긴 이르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아스날은 바로 반격에 나섰고 빠르게 상대 진영으로 공을 넘겼다. 박스 측면에서 공을 주고받던 선수들 사이로 골대 정면 중앙에 자리하고 있던 외데고르가 신호를 보내듯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공을 가지고 있던 마르티넬리는 신호를 보자마자 패스했고, 준비한 듯 강력한 슛을 날린 외데고르는 골을 넣으며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전반전이 끝나기 전까지 점수에 별다른 변화는 없었지만 지고 있는 상황을 1분 만에 동점으로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되는 상황이었다. 후반전에 반전을 꾀하면 되니까.

 

  하지만 기대와 달리 후반전이 시작되고도 큰 변화가 없었다. 후반 14분에 아스날이 패널티킥을 얻는가 했지만 VAR 체크 후 판정이 번복되었다(이럴 땐 왜 열심히 일하냐, 심판들아ㅡㅡ 제대로 봐야될 때는 선도 안 그어보더니). 중간에 아스날과 상대편 모두 득점의 기회를 얻는가 했지만 램스데일의 미친 선방과 안타깝게 비켜가는 슛으로 점수에는 변화가 없었다.

  후반전이 얼마 안남은 43분, 맨유의 역습이 있었다. 공이 골망을 흔들었지만 VAR 체크 결과 오프사이드로 결정 됐다(이번에도 선 안 그어볼까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던지). 이후에 경기 다시보기에서 확인했을 땐 아스날의 수비수 가브리엘이 정말 아슬아슬한 차이로 멈춰 오프사이드를 '만들어'낸 것이더라. 일부러 몸을 빼면서 오프사이드 상황을 만들어낸 그의 순발력이 추가 득점을 막아냈다.

역시 밥값하는 데클란 라이스 !

 

  스포츠의 세계에서 패배보다 무승부가 낫다지만 역시 무승부보다는 승리가 더더더 나은 법. 다가오는 종료 시간에 이대로 경기가 무승부로 끝날까봐 초조하고 아쉬움이 커져갔다.

  후반전의 45분이 끝나고 주어진 추가 시간은 8분. 그래도 뭔가를 만들어 보려면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추가 시간마저 끝나기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아스날은 코너킥 기회를 얻는다. 사카가 높게 차올린 공은 작은 박스 안 반대쪽 측면까지 넘어갔고 그 곳에 자리하고 있던 데클란 라이스가 공을 가슴으로 받아낸다. 그리고 침착하게 땅에서 튀어오른 공 높이에 맞춰 세게 슛을 때린 라이스. 그 공은 맨유의 수비진 다리에 맞아 굴곡, 상대편 골키퍼의 팔에 살짝 맞고도 골대 안으로 튕겨 들어간다. 그대로 득점, 그야말고 극적인 역전골이었다 !!!! (미쳐부려 정말)

경기 종료를 앞두고 극적인 역전골

  아스날 선수로서 데클란 라이스의 첫 골이자 극적인 역전골이었다. 경기 종료를 앞두고 만들어진 극장골에 모든 팬들은 열광했고 경기장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라이스의 멋진 세레머니와 온 팬들과 선수들이 그를 감싸안고 축하하느라(라이스가 팬들 좌석까지 다가가는 바람에 다 같이 얼싸안음ㅋㅋㅋ) 경기는 한동안 중단되었고 8분의 연장 시간이 끝났지만 추추가 시간이 더해졌다.

  그리고 남은 짧은 시간동안 팬들은 승리를 확신했다. 그리고 반전된 분위기에 이어진 응원곡은 정말 웅장했다. 나 사실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나름 중요한 경기들은 빠짐없이 직관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물론 놓친 경기들도 있지만) 오늘 경기만큼 사람들이 큰 소리로 응원하는 건 처음 들어봤다. 온 귀가 멍멍해질 정도의 소리였달까. 정말 잊을 수 없는 감각이었다.

팬들의 미친 응원 소리, 현장은 더 대단했다

 

  세레머니는 암만 길어봤자 3분도 안 넘겼을 것 같은데, 추추가 시간은 끝날 줄을 모르더라. 북 잉글랜드 팀인 맨유에게 최대한의 시간을 벌어주려는 심판들의 편협한 꼼수인가...? 하지만 그런 심판의 꼼수는 반대로 아스날에게 기회가 되었다.

한동안 아스날 진영에서 돌던 공을 교체로 들어온 넬슨이 끊어내며 공을 뺏아왔다. 대부분의 맨유 선수들은 공격에 총집중하기 위해 한껏 올라와 있던 상황, 반대로 맨유 진영은 공간이 널널했다는 의미죠. 넬슨이 끊어낸 공을 비에이라가 그대로 받았고 쉬지 않고 바로 중앙에 위치한 제주스에게 패스했다. 주변의 수비진들과의 거리도 꽤 되고 무엇보다 골대를 향한 거리나 속력이 유리한 상황이었다. 우측의 상대편 수비수가 빠르게 돌격했으나, 제주스는 침착하게 그를 피에 공을 돌렸고, 남은 것은 골키퍼와의 1:1 대면, 이 경우 골키퍼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다. 그대로 부드럽게 밀어넣은 공은 골키퍼를 스쳐 골망을 흔들었고 아스날은 추가 시간 +11분에 마지막 득점을 만들어냈다.

깔끔한 마무리

  종료 직전에 만들어진 쐐기골로 승리는 분명했다. 결국 종료 휘슬이 울리고 선수들과 감독 그리고 팬들이 환호했다. 경기는 그렇게 3:1로 끝이 났다 🔴COYG🔴

어후 너무 시원한, 잊지 못할 경기였다

  경기가 끝나고도 흥분과 기쁨에 도취된 팬들은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보통 이때쯤 많이들 떠나는데ㅋㅋㅋ). 오늘 승리의 주역인 데클란 라이스는 경기장을 크게 빙 돌았고 팬들도 함께 그에게 박수로 보답했다.

시즌이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정말 잊을 수 없는 멋진 경기가 되었다.

멋져유 데클란 라이스 !! 짝짝짝 !!

 

 

2023.09.17

  지난 맨유와의 경기가 끝나고 각 팀은 2주 간의 휴식기를 가졌다. International Break, A 매치 기간이라고 각 나라의 대표로 선출된 선수들이 리그팀을 떠나 국가대표 팀에 합류한다. 이전에는 이런 디테일에 관심이 없어서 몰랐는데 선수들 참 바쁘겠더라.. 비행기도 많이 타겠고요..

  인터네셔널 브레이크 이후 돌아온 아스날의 경기는 에버튼과의 원정 경기였다.

그리고 이 날은 아스날에 새롭게 합류한 골키퍼 다비드 라야*의 첫 선발 경기였다.

 

*난 타팀에 있는 선수들을 잘 몰라서 각 선수들의 기량 차이가 어떤지, 플레이 스타일이 어떤지 모르는데 사람들 말로는 라야가 원래 아르테타가 원했던 골키퍼였다고 한다. 하지만 영입에 실패하고 플랜 B로 램스데일을 영입한거라고. 그동안에 램스데일이 활약한 경기들도 많았지만, 아무래도 라야가 우수한 면이 있고 아르테타가 원하는 스타일의 골키퍼와 가깝다고 하니, 어쩌겠누.

개인적으로는 램스데일을 좋아하는 터라 선발 자리를 놓치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본인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 된 그가 안타깝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다. 다만 이런 골키퍼의 경쟁이 아스날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바랄 뿐..

아스날은 기어코 골을 만들어내고 만다

  경기 전반, 빠르게 공격에 돌입한 아스날 선수들이 패스를 이어갔고 마르티넬리가 먼저 골망을 흔들었으나 VAR 체크 후 오프사이드로 판정이 났다. 이후 이어진 화이트의 슛이나, 후반전의 외데고르의 슛이나 모두 골키퍼의 선방에 빗나가고 말았다(역시 영국 국대 키퍼인가.. 에버튼 키퍼..).

하지만 계속 유효 슈팅을 날리다 보면 언젠가 기회가 오지 않겠어요? 후반 25분 즈음 코너킥에서 시작해 아스날 선수들은 패스를 이어갔다. 상대편 수비를 뚫고 요리조리 공을 돌리던 차에 박스 안으로 진입한 사카가 옆에 있던 트로사르에게 공을 넘겼고 그는 그대로 슛, 공은 골대를 맞고 들어갔다. 

불안함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퍼즐

  다행히 1점을 리드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경기가 끝날 때까지 조마조마했다. 득점이 있기 전부터 영 골이 안나와서 초조한 마음을 분산시키기 위해 시작한 퍼즐(내가 조던이 생일에 선물했던 것, 결국 내가 시작함ㅋㅋㅋ)이었는데 득점 후에도 마음을 놓을 수 없어 계속해서 퍼즐을 맞췄다.

남은 시간동안 아스날이 추가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경기는 무난하게 0:1로 마무리되며 승리했다 🔴COYG🔴

그리고 나도 퍼즐을 완성했지. 후후.

완성한 퍼즐, 짠! 재미있다

 

 

2023.09.20

  9월 말부터는 UEFA Champions League 그룹 매치들이 시작되었다.

7년 만에 챔피언스 리그에 다시 복귀하게 된 아스날에게도 의미있는 시즌이다. 아스날은 그룹 B에 속해 PSV Eindhoven, RC Lens, Sevilla FC와 홈/원정 경기들을 치룬다. 그리고 첫 경기는 홈에서 아인트호벤을 맞게 되었다.

아스날의 챔스 경기를 보다니 !!

  개인적으로 본 리그 경기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괜히 경기 일정을 빠듯하게 만드는 타 대회들을 좋아하진 않는데, 그래도 챔피언스리그는 지금껏 아스날이 우승하지 못한 리그이기도 하고 유럽 각 리그별 상위 팀들끼리 맞붙는거니 조금 관심이 갔다. 이 챔스 갈려구 4위 안에 들고자 노력했던 지난 시즌들...크흡.

  평일 저녁 경기라 이미 해는 다 져버렸지만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아쉬울 따름이었다. 맑은 날씨의 경기를 봤으면 했는데.

아스날이 마지막으로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던 것이 2016-17 시즌이었다고 한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팀에 남아있는 선수는 모하메드 엘네니가 유일하다고(지난 시즌 심각한 무릎 부상으로 한동안 팀에 합류할 수 없었던 그는 이번 경기에서 처음으로 벤치로 복귀했다). 선발 선수들 중에는 라야, 라이스, 사카, 살리바, 트로사르, 화이트 등이 이 날 경기로 챔피언스 리그 데뷔전을 치루는 것이라고 한다.

화이팅 선수들 !!

  경기는 비교적 수월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10분도 지나지 않아 아스날은 공격의 기회를 얻었다. 외데고르가 중거리 슛을 날렸는데, 골키퍼의 손에 막혀 공이 튕겨져 나왔다. 그리고 계속해서 더 깊숙히 침투하던 사카는 튕겨져 나온 공 그대로 슛을 날려버리고 이전 공을 막느라 넘어져있던 골키퍼는 차마 다음 슛을 막지는 못했다. 너무 시원한 사카의 챔피언스리그 데뷔골이었다.

사카의 데뷔골 세레머니 그리고 함께 얼싸안고 축하해주는 팀원들

(리그와는 반대로 전반전에 상대편 골대가 우리쪽에 있어서 골 세레머니를 가까이 볼 수 있었다 히힛)

두번째 득점자는 트로사르

  그리고 전반 20분, 경기장 중앙에서 공을 낙아챈 제주스가 사카에게 패스했고 박스 안으로 공을 몰고 간 사카는 상대편 수비수들을 피해 골대 정면에 위치한 트로사르에게 가볍게 패스했다. 그리고 시원한 슛을 날린 토르사르는 두번째 득점자가 된다.

세레머니를 하다 쭉 미끄러져버린 제주스, 서로 축하해주고 웃는 모습이 귀여웠다ㅋㅋㅋ

  이어서 전반전이 끝나고 추가 시간이 시작된 즈음, 좌측면에서 공을 받은 트로사르가 높고 길게 박스 안에 위치하고 있던 제주스에게 공을 넘겼고 그대로 강력한 슛을 날린 제주스는 또 한번 골망을 흔들었다. 

믿었다구, 제주스 !

  전반전에 3:0으로 이미 큰 득점차를 만든 아스날. 후반전은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후반 20분 즈음부터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도 주고 선발 선수들의 체력을 아낄 수 있게 선수 교체가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비수들을 피해 공을 건내받은 우리의 캡틴, 외데고르가 아주 시원한 중거리 슛을 날렸고 추가 득점을 만들었다.

캡틴도 골파티에 빠질 수 없지

 

  4:0, 더 큰 격차를 만들어 버리는 승리를 향한 쐐기골이었다. 그렇게 아스날은 각양각색의 골을 만들며 챔피언스리그의 첫 경기를 무사히 치뤄냈다 🔴COYG🔴

근데 그나저나.. 이런 시원한 골.... 본 리그에서도 좀 보여주면 안되겠니🥹

이런 점수 차 오랜만에 보는 기분 (아앗)

 

 

2023.09.24

  다음 경기는 대망의 북런던 더비였다. 지역적 라이벌, 토트넘과의 홈경기.

사실 이 경기를 직관하고 갈 수 있을까 한국 가는 일정에 미리 계산기도 뚜드려봄ㅋㅋㅋ 워낙에 인기가 많은 경기고 특히 지난 시즌에는 조던이가 함께하지 못했던 터라 이번에는 같이 가고 싶었다.

미쳐버린 '경찰'인파ㅋㅋㅋㅋ 왜 이렇게 살벌혀

  경기 시간에 맞춰 도착하니 이번 시즌은 왜 이렇게 더 난리지 싶을 정도로 복잡한 인파가 보였다. 지난 시즌에 난 되게 가뿐히 간 것 같은데...? 생각보다 이렇게 살벌하지 않았는데...?😅 지난 시즌에는 비교적 맨유나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팬들에게서 더 무서운 결의를 느꼈던 것 같은데 이번엔 경찰들이 경기장 근처에서 팬들을 구분하고 있을 만큼 분위기가 남달랐다(이 쪽 입구는 타팀 원정팬이 오는 길목이 아닌 것 같은디...).

지난 시즌 토트넘 홈구장에서 열린 북런던 더비 때 미친 토트넘 팬 한 명이 램스데일을 공격했던 일 때문에 아스날 팬들이 으르렁거리고 있나...?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잘못한 토트넘 팬들이 찔려서 더 으르렁거리나...? 근데 사실 정작 경찰들이 긴장하며 길을 갈라놓은 것과는 달리 팬들끼리는 별 관심이 없었던 것 같기도ㅋㅋㅋ 입장하기 바빠...

더 강렬하고 붉은 응원을 보여주는 아스날 팬들

  비좁은 인파를 뚫고 입장한 경기장은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승리해야만 하는 경기, 누구보다 이겨야만 하는 경기. 선수들의 부담이 읽혔지만, 그래도 팬들의 입장에서 어쩔 수 없다, 제발 이겨주라!! 하지만 사실 아스날의 상황은 좋지 못했다. 시즌 초반에 팀버를 잃었고 최근 토마스 파르티, 마르티넬리, 트로사르 모두 부상으로 출전을 못하는 상황이었다(흑흑).

결의를 다지는 선수들

  팬들의 응원을 받아 경기는 시작되었다. 초반부 토트넘이 한 번 골망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로 득점으로 인정되진 않았다(식겁). 이후 사카가 멋지게 쏘아 패스한 공을 제주스가 받아 슛을 찼지만 아쉽게도 상대편 골키퍼가 막아냈다.

서로 기회를 주고받으며 긴장이 팽팽한 경기, 그럼에도 아스날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전반 26분, 공을 잡은 사카가 크로스로 감아차듯 슛을 날렸는데 상대편 수비수의 다리에 맞아 그대로 골대에 들어갔다. 앵글을 계산다고 일부러 수비가 막을 것도 계산해서 쏜 슛인지는 모르겠지만, 통쾌한 골이었다(아마 자책골로 기록됐던 듯, 그래서 더 꼬수워).

통쾌한 첫 골!

 

  선제골에 신난 팬들, 이대로 점수를 지키며 한 골 정도만 더 넣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하지만 토트넘도 참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이번 시즌 새로운 감독이 부임하고 한국 선수 손흥민이 주장 완장을 차면서 사뭇 지난 시즌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던 참이었다(해리 케인 정말 당신이 문제였습니까...ㅋㅋㅋ). 게다가 북런던 더비는 그들에게도 큰 부담이었을테니 온 힘을 다해 뛰겠지.

전반전 종료까지 약 5분 정도를 남기고 토트넘은 기회를 잡고 슛을 날렸고, 처음에는 라야가 막아냈으나 공을 빼앗지는 못하면서 한 골을 내어주고 말았다. 하필 또 손흥민이 골을 넣었어...휴... 너무 운 좋게 골대에 맞고 튕겨 들어가는 바람에 더 속상해...

 무승부로 마무리 된 전반전. 후반전에는 반드시 반전의 기회를 꾀해야 했다. 하지만 아스날의 분위기는 좋지 못했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별다른 이유 없이 라이스가 교체로 나가게 되었다. 시즌 초반부터 약간 가지고 있던 허리 문제였는데, 무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 빠른 교체가 이루어진 것 같다.

패널티로 기회를 잡은 아스날

 후반전이 시작되고 10여분이 지났을까, 토트넘 골문 앞에서 경쟁을 펼치던 선수들 움직임 사이로 핸드볼 파울이 선언되었다. VAR 체크까지 한 후 주심은 패널티킥을 선언했고 우리의 패널티 담당 키퍼 사카가 시원하게 골대 중앙에 공을 넣으며 추가 득점을 만들었다. 다시 리드를 탈환하는 순간이었다.

  이대로만 경기가 끝나게 해주세요(물론 욕심에선 한 점만 더!!를 외쳤지만)!!! 남은 시간만 잘 버티면 된다는 생각이었는데, 토트넘은 경기를 이대로 마무리하기 싫었다보다(당연히...). 얼마 지나지 않아 아스날은 작은 실수로 공을 빼앗겼고 토트넘은 그대로 역습을 꾀했다. 하!필! 또 다시 손흥민이 두번째 골을 넣으면서 경기는 동점이 되었다.

작은 실수가 너무 뼈아픈 무승부의 북런던 더비

  선수들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했다. 사카가 한번 유효 슈팅을 날렸으나 아주 간발의 차이로 골키퍼에게 막혀 점수의 변화를 가져오진 못했다. 그렇게 경기는 2:2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COYG🔴

  냉정하게 말하자면 경기 전반적으로 선수들이 눈에 띄게 지치고 경기를 이끄는데 어려워하는 것이 보였다. 거칠었던 상대팀의 플레이나 매 경기마다 짜증나는 심판은 둘째 문제고 아스날 선수들의 플레이 자체가 아쉬운 점이 많았기에 조금은 서운한 경기였다고 느낀다. 다시 한번 더 남은 북런던 더비 원정 경기, 더 어려운 경기겠지만 그 때는 좀 더 나은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2023.09.27

  홈 경기를 치루고 3일이 지난 후, 아스날은 EFL Cup 경기(3라운드)를 위해 원정에 나섰다. 상대는 브랜트포드.

아무래도 주요 경기가 아니어서 그런가 나도 경기를 챙겨보지 않았던 것 같고😅 선발 선수들도 주요 선수들보다는 후보 선수들을 더 많이 기용했다. 조르지뉴가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에 임했고 에밀 스미스 로우가 오랜만에 선발로 출전했다.

  전반 8분이 되었을 때 넬슨이 득점을 기록했다. 이후로 골문을 두드리는 양 팀의 시도가 있었지만 득점으로는 연결되지 못했고(중간에 동점이 될 뻔한 순간이 있었음.. 어휴 식겁), 경기는 그대로 종료. 0:1로 승리했다 🔴COYG🔴

 

 

2023.09.30

  9월의 마지막 경기는 프리미어리그 원정 경기였다. 본머스가 홈 구장에서 아스날을 맞았다.

경기가 있었던 당일, 나와 조던이는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던 때여서 중계를 보진 못했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도 인터넷이 연결될 때 실시간 뉴스로 진행 상황을 살피긴 했지만.

  경기는 수월하게 흘러갔다. 본머스가 현재 17위에 위치하고 있어서 지면 솔찍히 지면 말이 안되는 경기죠...

전반전이 시작되고 17분 후 사카는 제주스의 슛에서 골대를 맞고 튕겨져 나온 공을 해딩으로 마무리하며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그리고 전반전이 끝나기 전 박스 안에서 공을 몰고 돌진하던 은케티아에게 과도한 태클을 건 본머스 수비로 인해 패널티킥이 선언되었다. 키커는 주장 외데고르. 그는 또다시 상대편 골키퍼와의 눈치 싸움(+기싸움)에서 이기고 추가골을 만들었다.

  후반전에도 큰 반전은 없었다. 본머스는 마음이 급해졌던 걸까. 박스 안에서 공을 잡고 있던 외데고르에게 슬라이딩 태클로 공을 뺏으려고 시도했고 그것은 또다른 패널티가 되었다(아니 원래 거칠게 플레이하는 팀인줄은 알고 있었지만 왜 굳이 그렇게까지...). 2:0으로 리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랬을까, 선수들은 상의 후 하베르츠에게 패널티킥 기회를 주었고, 그는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아스날로 온 이후 하베르츠가 만든 첫 득점이었다. 하베르츠가 패널티킥을 성공시키자 모든 선수들이 그에게 달려가 축하해주는데(반면 하베르츠는 머쓱하게 웃는다) 너무 감동이었다*.

0:3이 된 후에도 아스날은 멈추지 않았다. 후반 추가 시간에 프리킥으로 높게 쏘아올린 공에 해딩으로 벤 화이트가 점수를 추가했다. 이후 경기는 그대로 종료, 0:4라는 점수로 대승을 거두었다 🔴COYG🔴

 

*분명 하베르츠를 두고 팬 및 전문가들이 하나하나 분석하며 논쟁을 벌이는 것을 팀 내부의 선수들도 알 것이고 프로 선수로서 그런 상황에서 위축되지 않고 자신감을 찾는다는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 것이다. 같은 팀원으로서 이적에 대해 의문이나 불만을 가지지 않고 그저 지지하고 함께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위로가 될지. 믿어준다는 것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한다. 이제 잘 할거야, 카이!!

 

  그런데 이 날, 아스날의 경기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울버햄튼과 맨시티의 경기가 있었는데, 놀랍게도 울버햄튼이 2:1로 맨시티를 꺾었다. 요 때 울버햄튼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 황희찬의 득점력이 심상치 않았는데 무승부의 상황에서 역전골을 만들어 냈다. 특히 해당 경기 전 감독의 인터뷰에서 맨시티의 감독인 펩이 황희찬 선수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The Korean Guy'라고 언급했던지라 더 극적인 상황이 되었다. 그래, 당신이 기억 못한 그 한국인, 코리안 가이가 역전골을 넣어부린다!!!ㅋㅋㅋㅋㅋㅋ 경기 후에 그걸 언급하며 인스타그램에 박제해버린 울버햄튼도 너무 웃겼다.

  그리고 토트넘과 리버풀의 경기도 있었는데, 사실 무승부를 바랬건만.. 또다시 오심으로 인해 리버풀이 패하게 된다. 리버풀 첫 골의 오프사이드/온사이드 VAR 체크가 결정적인 문제였던 것 같은데(너무나도 분명했던 온사이드, 그리고 점수가 인정됐다면 이후 경기 흐룸도 어떻게 됐을지 알 수 없고 결과적으로 최소 무승부였음), 사실 그 외에도 태클이나 경고/퇴장 문제에서 여러 오심들이 있었음... 이 주말동안 리버풀 팬들은 잠 못 잤을거야.. 절레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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