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15
문화 및 개인 성향 차이가 크겠지만 영국 사람들이 1년 중 가장 기다리는 시기, 연말이 다가온다. 특히 영국에는 마지막 bank holiday가 있는 8월이 지나면 공휴일도 없어서 하반기 중엔 가장 기다리는 시기가 아닐까 한다. 현재 프리랜서의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게는 휴일이 큰 의미가 없지만 예전에 인턴십을 할 때만 해도 연말에는 회사 차원의 긴 휴가가 주어졌었다. 그리고 회사나 친구들끼리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자리를 가지다 보니 12월은 대부분 hang out 일정들로 가득 찬다(그래서 12월엔 거의 정상 업무가 안 돌아간다는 썰도..).
물론 개인 성향의 영향도 있는 것이 나는 한국에서나 영국에서나 파티를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럴 일이 없다. 그저 추워서 움츠러들 일 뿐인데, 조던이는 회사 때문에라도 친구들 영향 때문에라도 일정이 많다(자기 말로는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아님ㅋㅋㅋ). 하루는 회사 크리스마스 파티를 다녀온 조던이가 풍선으로 만든 펭귄 모자를 가져왔다(파티에 풍선 만들어주는 이벤트 직원도 왔다함). 낮 12시부터 마시기 시작한 파티라는데 밤 12시에 돌아옴ㅋㅋㅋㅋ 정말 대단하다들.
미리 예약해 둔 전시가 있어 지난 금요일에 다녀왔다. 출발 전에 가는 길을 확인한다고 구글맵에 The British Museum을 검색했는데, 오픈 시간이 5시까지라길래 "난 저녁 7시에 예약했는데?"라며 깜짝 놀랬었다. 설마 예약 시스템에 오류가 있었던 건 아니겠지, 라며 시간에 맞춰 박물관에 도착했는데 알고보니 금요일 저녁만 특별히 연장 오픈을 하는거였다. 박물관 내 다른 시설들은 다 닫고 한정된 인원으로만 관리하고 있었는데 뭔가 박물관 닫은 후에 몰래 방문하는 느낌이라 신선했다.
본 전시는 파도 그림으로 엄청 유명한 Hokusai 였다. 엄청 작은 책 및 그림들을 전시하는거라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세세하게 관람할 수 밖에 없어서 꽤나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유명한 그림들을 직접 본다는 것에 기대가 컸는데, 흥미롭고 재미있는 다른 부분들이 많아 즐겁게 관람했다.
전시 후에는 저녁을 먹으러 갔다. 갑자기 해산물을 먹고 싶다고 해서 나름 조사를 한 조던이가 9시에 식당을 예약해 뒀는데, 전시를 다 보고 나온 시간이 8시여서 대략 1시간 동안은 펍에서 Mulled Cider을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펍에서나 길에서 몰드 와인, 몰드 사이다를 파는 것을 보면 확실히 영국의 겨울이 왔음을 느낄 수 있다. 잔이 나름 귀여웠는데 마시고 수다 떠느라 사진을 못 찍었네..
▪︎ The Shell
Address : 124 Southampton Row, London WC1B 5AA
Open : Monday - Saturday 12:00 ~ 23:00 / Sunday 12:00 ~ 22:00
Website : https://www.theshellseafood.com/
시간에 맞춰 도착한 식당은 엄청난 해물 음식점이었다.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끔 껍질 쌓아가며 해물을 먹는 식당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가진 레스토랑이었다. 이런 곳은 아무래도 양이 많다보니 여러 명의 친구들과 와야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단 둘이도 이렇게 올 수 있네. 그리고 다른 손님들도 두 명이서 온 경우가 대다수였다.
은근 배가 작은 우리 둘은 어떤 종류를 주문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이왕 온 김에 다양한 종류를 맛 볼 수 있는 메뉴를 고르자 싶어 씨푸드 플라터 하나와 꼭 먹고 싶은 그릴 메뉴를 골랐다. 사실 여기서 약간 오류가 있었는데 처음에 우리가 주문한 플라터는 Gratin Mix Platter for 2였는데 정작 나온건 랍스터가 포함된 Lobster Gratin Mix Platter for 2가 나왔다. 랍스터 포함 유무에 따라 가격이 거의 30파운드 차이가 있는데 컴플레인 못하는 우리는 그냥 맛있게 잘 먹었다능..😂
결국 그래서 우리가 주문한 것은 Lobster Gratin Mix Platter for 2와 Charcoal Grilled Octopus였다. 비록 주문의 오류가 있었지만 엄청 맛있었다. 특히 문어 다리는 엄청 두툼하고 거대했는데 완전 부드러웠다. 과장해서 칼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 한국에서는 문어 숙회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잘 먹지 않는데 유럽에서 문어 요리는 나름 맛있어서 종종 먹곤 했다. 근데 이번 문어 구이는 차원이 달랐다. 인생 문어... 그 외에도 랍스터와 굴,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새우(prawn, langoustine 등), 홍합 등이 가득했던 플라터는 원없이 해물을 먹는 느낌이어서 행복했다. 한참 먹고도 새우와 홍합 등이 남아서 포장까지 해왔다. 다른 메뉴들도 먹고 싶었는데 다음에 또 한번 가고 싶다.
주말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에 가고 싶어 길을 나섰다. 아침에 이것저것 검색하던 조던이가 Southbank Christmas Market이 좋을 것 같대서 길을 나섰는데, 사실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다. 당연히 여러 푸드바들이 메인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좀 더 크리스마스다운 장식과 분위기를 바랬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원했던 독일식 소세지 핫도그를 먹고 싶었는데 거의 없었음...!😭 결국 우리는 슬쩍 구경을 하고 발길을 돌려 강가를 걸었다.
오랜만에 강 쪽으로 나왔더니 빅벤의 모습이 보였다. 영국 온 첫 해에 겨우 온전한 모습을 보고는 다음해부터 청소 및 재정비로 가림막을 씌워버려서 한동안 빅벤을 보지 못했다. 4년을 예정했던 기간은 코로나 및 여러 사정으로 연기되고(영국에선 익히 있는 일.. 코로나로 핑계라도 댈 수 있어서 다행이지 싶다) 이제서야 조금씩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아직 다 끝난건 아니지만 곧 다가오는 새해에 종을 울리기는 한다는 듯. 좀 더 깨끗해졌나?
길을 걷다가 도서와 지도를 판매하는 마켓을 만났다. 평소라면 지나쳤을 텐데 갑자기 오래된 지도 중에 'Sea of Korea'라고 적힌 것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살피게 되었다. 영국이나 유럽 지도가 많았지만 그 중 국제 파트로 나뉘어진 부분을 하나하나 살핀 결과 한국 단독 지도는 없었고 대부분 아시아 지도에 한국이 표시된 경우에서 2개의 지도를 찾았다. 두 개 모두 176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Asia, by Thomas Salmon (Copper engraving with hand-colourring for the 9th edition of his Geographical Grammer, 1764)'와 'Asia, for Brookes' Gazetteer (Second edition, copper engraving hand-coloured, 1766)'이었다. 두 개를 발견한 것은 기뻤지만 그 말인 즉슨 대부분의 지도는 Sea of Japan으로 표기하고 있어 조금 아쉬웠다. 기념으로 둘 중 하나를 구입하고 싶었지만 모두 100파운드, 90파운드로 상당한 가격이 나가서 다음을 기약했다.
원래는 타워브릿지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서 그 곳에 있는 다른 크리스마스 마켓을 볼까 했지만 거리가 상당히 멀었다. 오후 3시에 시작하는 축구 경기를 보고 싶었던 우리는 결국 Borough Market에서 걸음을 멈췄다. 점심도 못 먹은 터라 배도 고팠고 버로우 마켓은 상당히 크니 우리가 찾던 독일식 핫도그를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사람들이 엄청 북적이던 버로우 마켓을 이리저리 돌며 여러 가게들도 구경했는데, 그 중에 향신료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가게에서 쇼핑도 했다(조던이가 고름). 원래 마트 구경이 제일 재미있는 법이라고, 다양하고 신기한 식재료들을 볼 수 있는 버로우 마켓에 오면 나는 늘 신이 난다. 음식 프로그램에서나 보던 식재료들을 구경하다 망고 스틴 4개도 구입해서 왔다.
쇼핑에 살짝 정신이 팔렸지만 우리의 본분, 점심을 잊지는 않았다. 기어코 독일식 소세지 핫도그가 먹고 싶었던 우리는 비록 버로우 마켓 내에선 매장을 찾을 수 없었지만 바로 근처에 있는 독일식 펍 및 식당을 발견할 수 있었다.
▪︎ Katzenjammers
Address : The Hop Exchange, 24 Southwark Street, London SE1 1TY
Open : Monday - Tuesday 16:00 ~ 23:00 / Wednesday - Thursday 12:00 ~ 23:00
Friday - Saturday 12:00 ~ 00:00 / Sunday 12:00 ~ 22:30
Website : http://www.katzenjammers.co.uk/
독일식 식당 및 펍답게 여러 종류의 맥주와 소세지들이 있었다. 독일어를 곧잘하는 조던이 말에 따르면 식당 이름부터가 속어로 hangover, 숙취를 의미한다고ㅋㅋㅋ 우리는 먼저 맥주 종류를 선택하고 (ABK Dunkel, ABK Kellerbier) Sausage in a bun으로 소세지 종류도 선택했다(Bratwurst). 오랜 기다림 끝에 시원한 맥주와 소세지 핫도그를 먹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특히 sauerkraut라는 절인 양배추와 함께 먹는 핫도그는 짱이다.
그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찍은 사진 몇 장. 지하철 광고판에 갑자기 보이기 시작한 광고인데, 너무 여자가 썩소를 짓고 있는거 아니냐며ㅋㅋㅋㅋ 너무 비웃고 있는거 아니니...?😂 광고 내용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우리 플랏 건물 컨시어지에도 크리스마스 나무가 설치되었다. 크리스마스에 진심인 영국 사람들...ㅎㅎㅎㅎ
저녁에는 친구 Becca의 30살 생일 파티가 있었는데, 지난번에도 말했듯 영국에서는 30번째 생일이 큰 의미를 가져서 이번에도 나름 큰 파티를 가졌다. 파티 컨셉은 Casino였는데 난 프랑스 파리에서 세일 기간에 구입했던 Sandro 블랙 드레스를 입고 갔다. 그 때 나한테 사이즈가 맞는거라 큰맘 먹고 구입했는데, 2년 전 브리스톨에서 있었던 새해 맞이 파티에서도 입고 영국에서 월드컵 시즌 때도 입고 아주 뽕을 뽑는다 싶다. 가짜 돈으로 작은 갬블 게임도 할 수 있었는데 소심쟁이이는 나는 살짝만 놀다 말았다(그래도 더 땄음ㅋㅋ).
오랜만에 친구들도 보고 즐겁게 놀았는데 아마도 연말의 마지막 파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영국, 특히 런던은 지금 더 코로나 오미크론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터라.. 조던이와 나도 다음주 크리스마스까지 조금 느긋한 시간들을 보낼까 한다.
최근 조금 게을러져서 부쩍 요리하는 시간이 줄었다. 괜히 사먹는 음식이 더 좋고 이런 느낌..
(1) 양배추 오믈렛 : 스페니쉬 오믈렛과 비슷하지만 엄연이 재료가 다른 양배추 오믈렛. 나한테는 거의 양배추 전이긴 한데.. 조던이 없을때 나 혼자 해먹은 저녁인데 결국 반만 먹고 다음날 점심으로 나머지 반을 먹었다. 어렸을 땐 양배추를 안 좋아했는데 이젠 너무 맛있단 말이지.
(2) 김치볶음밥 : 이것도 혼자 해먹은 저녁 메뉴. 조던이 회사 크리스마스 파티날이었나. 혼자 끼니를 때울 때는 대충 해먹게 되는데 이 때도 5분 전까지만 해도 대충 먹을까.. 하다가 갑자기 의지가 타올라서 김치볶음밥을 만들었다. 혼자 먹을 때 계란 후라이 2개 얹어먹는 사치...😏 남은건 다음날 점심이나 저녁으로 같이 먹을려 했더니만 파티에서 엄청 취해 돌아온 조던이가 배고프다며 알아서 혼자 데워먹음. 이눔이. 그래도 양은 조금 남아서 다음날 점심으로 또 같이 먹었다.
(3) 라면 : 파티 다녀온 다음 날 해장(?) 겸 혼자 대충 먹은 라면, 너구리. 이 날은 또 조던이는 친구 만나러 쪼르르.. 아니 삼일 연속 친구들 만나는거 정말 진심? 대단한 사교 활동이여 아주.
(4) 그린 페스토 파스타 : 파스타 면이 신기한게 있어서 사보았는데 페스토가 어울릴 것 같아 한번 만들어 봤다. 이것도 두 번이나 해먹은 메뉴지만 사진은 한 개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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