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08
평일엔 아무일 없다가 주말에 갑자기 신나는 일이 포진하는 생활. 특히 지난주에는 업무가 없어서 일주일을 내도록 쉬었는데 그냥 확 쉬어버리자는 마음으로 더 뒹굴거리기만 했달까. 겨울이라 더욱이 나가고 싶은 마음도 잘 안 들어서 집콕 생활만 이어가다 주말이 다가오자 조던이가 저녁 나들이를 제안했다. "네가 예전부터 가고 싶다고 했던 그 카페 겸 바는 어때?"라는 조던이의 한마디에 갑자기 외출 욕구 뿜뿜, 알게 된지 한참이나 된 곳이었는데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다시 미루기만 할 것 같아 예약까지 하고 집을 나섰다.
'비움'에 가기 전에 저녁 겸 펍에서 버거와 치킨을 가볍게 먹었지만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니 패스. 심지어 사진도 찍었지만 안 올림ㅋㅋ
▪︎ 비움, be-oom
Address : 27 Exmouth Market, London EC1R 4QL
Open : Tuesday - Wednesday 11:30 ~ 18:00 / Thursday - Friday 11:30 ~ 23:00
Saturday 10:30 ~ 23:00 / Sunday 12:00 ~ 17:00 / Monday Closed
Website : http://www.be-oom.com/
런던에 한국식 차 제품과 음료를 판매하는 가게 겸 카페가 생겼다는 소식을 발견했을 때는 너무 반가웠다. 하지만 구글맵에 표시만 해두고 몇 번을 지나치기만 했는데 드디어 가게 되었다. 게다가 저녁 시간에도 운영하는 목, 금, 토요일은 칵테일도 판매해서 한 잔 가볍게 홀짝이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에게는 더없이 완벽한 장소였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도착했더니 생각보다(그리고 다행히..?) 손님들이 많지 않았다. 특히 정원 자리에 앉아보고 싶었던 나로서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자리를 다 차지했을까봐 걱정했는데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분위기에다 온실형으로 야외석을 마련해 두어서 겨울에도 따뜻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직원들이 엄청 친절하셨다.
지난번 '오감 타파스 바'에서 한국 술을 이용한 칵테일을 접했을 때도 새롭고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술과 술을 섞는 문화야 한국에서도 이미 일반적인 일이라 충분히 상상 가능한 조합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쌉쌀한 차와 술의 조합은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차와 술이 함께 조합될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웠고 그런 의미에서 찻집에서 칵테일을 팔며 저녁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이 무척이나 신선했다. 게다가 한국 차를 이용한 칵테일이라니...!
메뉴에 나온 설명을 보고도 쉽게 상상이 안되어서 우선 주문해 보기로 했다. 조던이는 Hadong Black 칵테일을 주문하고 나는 다른걸 골랐었는데 직원분의 추천에 따라 Black & Cinnamon 칵테일로 선택했다. 블랙&시나몬 칵테일은 우유 폼과 함께 따뜻하게 나온다고 해서 괜찮을까 싶었는데 보늬밤이 제공된다는 말에 혹했다. 설렘 반 긴장 반으로 기다린 칵테일들의 맛은... 진짜 진짜 완전 맛있었다👍 특히 직원분이 추천한 블랙&시나몬..쫀맛이잖아요..😭👍 조던이가 주문한 하동 블랙 칵테일도 깔끔하니 좋았다. 칵테일을 잘못 주문하면 엄청 독하거나 맛이 조화롭지 못해서 실패라고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진짜 진짜 내가 지금껏 마셨던 칵테일 중에서도 단연 탑에 나의 취향을 저격하는 맛이었다.
첫번째 칵테일에서 신뢰를 얻은 우리는 이어 두번째 주문을 했다. 나는 처음 주문하려고 했던 Rice 칵테일을, 조던이는 Persimmon 칵테일을 선택했다. 그리고 조던이가 엄청 좋아하는 부각도 안주로 함께 시켰다. 차가 아닌 한국 소주 '화요'를 사용한 라이스 칵테일은 은은하고 시원한 맛이, 감잎차를 활용한 퍼시몬 칵테일은 은은한 느낌이 좋았다.
카페의 인테리어부터 작은 소품들까지 너무너무 내 취향이라 사진으로만 봤을 때도 좋았는데, 직접 이렇게 와서 메뉴들을 맛보고 그 칵테일의 맛까지 내 입맛에 딱 맞으니 너무 행복한 저녁이었다. 내가 엄청 행복해 하면서 "여기 너무 좋다! 우리 최애 스팟 중 하나가 될 것 같아~"라며 하트 뿅뿅한 눈빛으로 신나서 떠드니 조던이도 그저 좋단다. 조만간 또 가자고 반복적으로 말하는 중ㅋㅋㅋ엄청 가깝지는 않지만 우리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 좋다.
예쁜 소품들도 많아서 다 쓸어오고 싶었다(감잎차 하나를 사는 걸로 우선은 만족). 얼른 코로나가 끝나서 엄마, 아빠가 런던에 오실 수 있으면 꼭 함께 가고 싶은 곳이 되었다. 물론 영국에 있는 친구들에게도 추천해 주고 싶다. 특히 한국 차를 이용한 칵테일은 외국 친구들에게 한국 차와 문화를 소개시켜 줄 수 있는 신선한 방법이 될 것 같다. 아, 정말 너무너무 행복했다구.
행복한 저녁의 여운을 느끼며 집에 돌아오는데 집 앞 거리에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다. 우리보다 앞서 걸어가는 커플의 모습이 너무 예뻤다. 알코올에 약간 알딸딸한 기분이 들면서도 후다닥 놓치지 않고 그 장면을 담아봤다.
지난 주말에는 Angel 역 근처 Upper Street을 자주 걸었다. '비움'을 가는 길에도 걸을 수 밖에 없던 길이었고 몇 번 슈퍼 마켓을 왔다 갔다 하느라 걸어 다니기도 했는데 우연히 명랑 핫도그 오픈 소식을 봤다. 한국에서도 한 번인가 밖에 못 먹어 본 명랑 핫도그인 것 같은데, 집 근처에 생긴다니 너무 반가운 소식이다. 근데 도대체 언제 열어요..?
월요일에는 오랜만에 미용실에 갔다. 지난 5월 초에 런던으로 돌아오기 직전에 한국에서 펌을 했는데, 벌써 6개월이 지난지라 헤어 스타일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지경에 다달았기 때문. 영국 대학 2학년 때였나, 친구에게 일본인 헤어 디자이너분들이 하는 미용실을 추천 받았다. 나는 언제나 비슷한 스타일의 히피펌을 하는데 마음에 들어서 이후로 쭉 다니고 있다. 사실 한국에서도 마음에 드는 미용실 찾기가 쉽지 않은데(가격만 엄청 비싸고 금방 펌 풀리는 경우를 너무 많이 겪음) 런던에서 한 곳을 찾은게 어디랴. 이번에는 머리도 좀 짧게 자르고 싶어서 허리까지 오던 길이를 어깨까지 확 자르고 앞머리도 왕창 냈다. 그리고 또다시 뽀글뽀글 뽀글이. 이틀 동안 머리를 안 감는게 좋다고 해서 오늘까지 부득부득 버티고 있는데, 내일 드디어 제대로 된 펌을 즐길 수 있다, 야호. (게다가 이 날 Payment가 입금되서 바로 머리한 비용 긁어버리고.. 신났음.)
벼르고 벼르던 Dyson 청소기를 샀다! 어예, 소리 질러- 도대체 몇 번을 고민했던지. 원래는 V11, V15 같은 라인으로 살려고 했는데 지난번 매장에 가서 직접 봤을 때 너무 크고 무거워서 부담스러웠다. 마룻바닥 밖에 없다는 우리 플랏의 설명을 들은 직원도 "그럼 V 시리즈는 진짜 필요없어."라고 해서 더 고민이 되었고. 근데 또 다시 카펫 바닥이 있는 집으로 이사할 수도 있는데 그때 새로운 청소기를 사는 것도 부담스러워서 무겁더라도 강하고 좋은걸 사야하나 싶었는데 결국 현재의 상황에 적절한걸 사기로 했다. 다음에 필요하면 또 사지 뭐..
그렇게 마음 먹고 구입하게 된 것은 Dyson omni-glide+, 옴니 글라이드다. 컴팩트한 디자인과 360도로 회전하는 청소기 헤드가 너무 부드럽게 움직여서 마음에 든다. 진짜 마룻바닥 밖에 없는 우리 플랏엔 적절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만약 무거운 청소기를 샀다면 손이 잘 가지 않았을 것 같은데 워낙 가볍고 편하다 보니 자주 청소를 할 수 있다. 직원의 설명(=영업)에 따르면 벽에 나사를 뚫지 않고 충전대를 붙여두는 걸로도 청소기를 세워둘 수 있어서 좋다는데 아직 해보진 않았지만 시도해봐야지. 새로운 청소기로 앞으로 더 깔꼼하게 먼지 없는 생활을 해야겠다.
크리스마스 트리도 좀 더 업그레이드를 시켜줬다. 다양한 색깔 및 무드 옵션이 있는 전구를 구입해서(아마존 짱.. 진짜 하루 이틀만에 배송되니까 너무 편하고 좋다) 휭휭 휘감아 줬더니 확실히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난다. 뭐든지 조명빨이야... 인테리어의 마지막은 조명이라더니, 이렇게 조명이 중요하다.
그리고 월요일 저녁이었나, 일을 마친 조던이에게 같이 나가자고 졸라서 After Noah라는 샵에서 새로운 크리스마스 데코로 동물 친구들을 데려왔다. 매년 혹은 여행에서 크리스마스 데코를 사모아 점점 장식이 쌓이는 게 의미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작년에는 사슴 커플을 구입했고 올해도 귀여운 동물 친구들을 골랐다. 너무 귀여워. 아직 여행에서 사모은건 없지만 이렇게 하나 둘 시간이 쌓이는 과정이 좋다.
잊지 않고 남겨보는 먹기록.
(1) 기생충 ver. 짜파구리 : 요리하기 귀찮을 때 라면만큼 좋은게 없다. 조던이가 짜장라면을 엄청 좋아해서 기생충 버젼의 짜파구리를 만들었다. 그냥 슈퍼에서 파는 찹스테이크 용 소고기를 사와서 대충 구웠는데, 역시 고기는 스테이크용이 짱인 듯.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보장되는 맛있는 맛.
(2) 양배추롤 (+야매 떡갈비) : 나의 힐링 푸드 양배추롤. 예전에 서울에 살 때 엄마, 아빠가 서울에 올라오시면서 양배추롤을 한가득 해오셨는데 그 때 너무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아직까지 선명하다. 이후 영국에서 뭔가 한국이 그리울 때, 나 자신에게 힐링을 주고 싶을 때 혼자 양배추롤을 만들어 먹으면 괜히 힘이 났다. 그렇게 종종 나한테 선물주는 기분으로 해먹는 양배추롤. 이번에는 속이 많이 남아서 나머지는 떡갈비처럼 구웠더니 조던이는 갈비처럼 맛있다고 특급 칭찬을 했다. 간장 양념이 그게 그거지 뭐(코 슥-).
(3) 소세지롤 + 시나몬롤 : 스쿼시 마치고 오는 길에 다시 사먹은 소세지롤. 진짜 맛있다. 이번에는 시나몬롤을 함께 구입해 보았는데 달달하니 좋았다.
(4) 슈퍼마켓 피자 + 갈릭볼 : 하루는 퇴근하면서 조던이가 저녁용으로 피자를 사왔는데 이미 그때 난 요리를 하고 있었다. 결국 피자는 주말 메뉴로 밀렸고 그 사이에 사온 갈릭볼과 함께 먹었다. 영국에서는 마늘빵이라고 할 수 있는 갈릭 바게트나 갈릭 치아바타를 쉽게 구할 수 있는데 갈릭볼은 잘 없어서 한번 사와봤다. 근데 너무 바삭하니 맛있잖아.
(5) Kissable Apples : 사과 종류가 엄청 다양한 영국이지만, 처음 보는 사과가 있어서 먹어봤다. 처음에는 깎아놓은 걸 발견하고 속이 빨간 사과가 신기했는데, 다른 코너로 가니 깎아놓지 않은 것도 있어서 그것으로 구입했다. 근데 맛은 그저 그런 듯. 특히 사과를 좋아하는 편이 아닌 나에게 약간 퍼석한 느낌의 사과는 취향이 아니다. 다행히 난 아삭아삭한 청사과를 사와서 그걸 먹는 중ㅋㅋ
(6) 스페니쉬 오믈렛 : 지난번에 먹었던 스페니쉬 오믈렛이 좋아서 한번 직접 만들어 보겠다고 난리를 쳤는데, 첫 시도라 만족스럽지 못했다. 나름 초리조도 넣고 강레오 셰프 유투브를 보면서 따라했는데, 너무 대충 따라한 듯ㅋㅋㅋ 조던이는 맛있다고 잘 먹어줬지만 우리집의 head chef인 나(ㅋㅋㅋsous chef는 조던이ㅋㅋㅋ)로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다음에 더 잘해봐야지.
이번 주도 뒹굴거리기엔 글렀다. 업무가 다시 시작되기도 했지만 내일 목요일에 조던이는 회사에서 크리스마스 연말 파티가 있다고 하고, 다가오는 주말에는 친구 생일 파티가 있다. 무려 카지노라는 테마가 있는 생일 파티..! 이번 주말은 숙취와 함께하게 되려나. 어느덧 12월 초도 지나가는 터라 크리스마스 선물들도 빨리 준비해야 해서 주말마다 바쁘게 다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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