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30
벌써 2021년도 한 달을 남겨놓고 있다. 이제 곧 겨울이겠네, 라고 생각했던 가을이 순식간에 지나고(봄, 가을 느므 짧다..) 해가 짧아지겠구나, 라고 느끼게 해준 Daylight Saving Time도 끝난지 한 달이 되었다. 분명 그 시간적 차이를 느끼고 슬퍼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오후 3시부터 어둑해지는 하늘에 적응되고 부쩍 추워진 날씨에 집 안에서도 몸이 움츠러드는 런던의 겨울이 왔다. 흐, 추워.
또 다른 먹방 기록.
(1) 새우 계란 볶음밥 : 메뉴 구상하기 어려울 때 재빠르게 슉슉 할 수 있는 요리. 특히 한번 할 때 많이 하면 두 번 이상은 먹을 수 있어서 좋다.
(2) 생선구이 + 야채 볶음 : 간을 너무 약하게 해서 약간 밍밍했던 이 날의 메뉴. 진짜 심심하게 먹는 우리 부모님 품에서 벗어나 자취한 지 어언 10년, 확실히 음식에 대한 간이 강해졌을 것 같은데, 이 날은 심하게 심심하긴 했다.
(3) 조던이 창작 메뉴 구성 : 맨날 후무스+석류에 올리브+치즈 조합하는 조던이ㅋㅋㅋ 이 날은 치킨이랑 야채, 매시드 포테이토로 약간은 서양식인가 했는데 중동+지중해적 맛도 한껏 더했다.
(4) 까르보나라 파스타 : 조던이가 갑자기 까르보나라를 해주겠다며 재료를 한가득 사왔다. 한국에서 생각하는 크리미한 까르보나라와 다를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예상보다 치즈 맛이 덜해서 맛있게 잘 먹었다. 20대 초반에는 크림파스타만 먹는 서양 지향적 입맛이었는데 23살부터 180도 바뀐 이후로 까르보나라, 크림 파스타는 쳐다도 안 봤고 느끼한 음식도 잘 못 먹는다. 그런데 이 파스타는 나름 괜찮았음. 오히려 치즈를 더 뿌려 먹었던😂
(5) 네추럴 와인 : 파스타 사진에도 있지만 이 날은 네추럴 와인을 마셔봤다. 레드와인과 오렌지 와인을 골라와서 홀짝였는데 산도 가득한 맛이 좋았다. 가끔 네추럴 와인을 사마시곤 했는데(혹은 선물용으로) 이번에 마신 두 종류는 너무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도 다른 네추럴 와인들도 시도해 봐야지(근데 솔직히 좀 비싸...)
(6) 두부조림 : <신동엽, 성시경의 오늘 뭐 먹지?>라는 프로그램에서 배운 레시피인데, 원래 두부 조림을 좋아하지 않던 나도 자주 해먹게 된 메뉴다. 재료들도 심플하고 요리하기도 어렵지 않은데 너무 맛있어서 종종 생각난다. 영국에서는 한국식 두부를 자주 못 사니까 가끔 먹는 별식이었는데 최근 일반 슈퍼마켓에서도 파는 두부도 써봤더니 똑같아서ㅋㅋㅋㅋ 이젠 자주 해먹을 수 있다. 매콤 달달한거 좋아하는 조던이도 아주 맛있게 먹고 후라이팬 가득 만들면 또 두 끼니는 거뜬하다.
(7) Wing wing Krispy Chicken : 내가 영국에서 제일 좋아하는 치킨, 한국 교촌치킨이 생각나는 윙윙이다. 조던이가 여행 간 동안 혼자 시켜먹을려고 했는데, 그래도 같이 먹는게 좋다고 꾹 참았다가 지난 주말 배달 시켜 먹었다. 우리집이 윙윙 배달 존 안이라니 너무 좋아.. 먹을 때마다 한국식 치킨에 대한 그리움이 커지지만 그래도 이런 사소한 행복으로 한 끼니를 채운다.
조던이가 돌아오고 주말에 또 다시 스쿼시를 시작했다. 거의 3주만에 하는 스쿼시였나. 그래도 오전 11시에 예약해서 늦지 않게 향했는데, 주말을 일찍 시작하니 기분이 좋았다. 스포츠센터까지 약 30분을 걸어가야 하는데, 날씨가 춥지만 그것도 나름 운동이 된단 말이지? 게다가 이번에는 가는 길에 귀여운 친구도 만났다. 너무 얌전하게 풀숲에 앉아있던 고양이 한마리🐱 털도 깔끔해 보이고 통실통실해서 아무리 봐도 집 고양이 같은데 혼자 이렇게 마실을 나와 있다니, 신기했다. 뚱한 표정, 너무 귀여워.
오랜만에 하는 스쿼시에 체력이 따라가지 못해 금방 헉헉댔지만 재미있었다. 야매로 하는 운동이라도 확실히 움직이고 나면 기분이 상쾌하다. 그래, 이렇게라도 운동하는게 어디야..
운동을 끝내고는 정해둔 오후 일정이 있어 서둘렀다. 점심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La Fromagerie에서 산 Sausage roll을 먹었는데 완전 쫀맛이었다. 오후 12시 30분부터 아스널 vs 뉴캐슬의 경기가 있어서 축구 경기를 보며 점심을 먹으며 외출 준비를 하며 바쁜 2시간을 보냈다. 축구는 다행히 2:0으로 이겼고(지난 경기는 너무 큰 점수차로 져서 슬펐다우..) 외출 준비도 늦지 않게 딱 맞췄다.
정해둔 오후 일정은 전시회였다. Yoshitomo Nara라는 일본인 작가 전시회를 발견해서 후다닥 다녀왔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들인데 최근 새로운 작품들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여전히 귀여움 가득한 작품들. 작가 작품을 처음보는 조던이도 같이 관람하며 작품에 대해 여러 이야기도 나눴다. 사진과 같은 잔망스러운 장난도 치면서ㅋㅋㅋ 귀여운 자슥. 아직 밀려있는 후기 포스트들이 많은데, 또 다시 새로운 전시를 보게 되서 마음 속으로는 아주 바쁘다. 근데 확실히 일도 주기적으로 하니까 블로그 할 시간이 별로 없어.. 흑흑
전시회 후에는 다시 한 번 청소기 실물 구경을 하겠다고 John Lewis 백화점으로 향했다. 어느덧 Oxford Street은 크리스마스 조명으로 가득 차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는건지 여러 쇼핑백을 든 사람들이 많았다(물론 Black Friday Sale을 기회로 쇼핑한 사람들도 많겠지만). 백화점엔 사람들도 가득, 크리스마스 관련 상품들로 가득,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상품들도 가득, 아주 복잡했다. 복잡한걸 좋아하지 않는 우리는 목적했던 청소기만 후다닥 보고 하늘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왔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느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크리스마스 나무들을 파는 가게에 들렀다. 집 아래 Waitrose에서 판매하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긴 했지만 다른 가게들과도 비교하고 싶었다.
우리는 1년에 한번 쓸 크리스마스를 위해 엄청 큰 인조 트리를 사고 싶진 않아서(사실 보관할 곳도 없고..) 당분간 진짜 나무를 사기로 했다. 나중에 진짜 집을 구매하고 우리만의 공간을 본격적으로 갖게 된다면 모를까. 작년에는 John Lewis에서 대략 6ft 크기의 나무를 주문했는데 나의 키와 비슷한 크기에 향도 풍성해서 좋긴 했지만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나무를 처리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집 앞에 나무 수거 스팟이 있긴 했지만 플랏에서 나무를 들고 나가는 것 자체가 힘들었...
올해는 조금 작은 사이즈를 생각했는데 크리스마스 나무 가게는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고 모양도 덜 예뻤다. 그래서 결국엔 Waitrose에서 진짜 골라 골라 하나 데려왔다. 걱정과는 달리 나무 크기도 적당하고 잎도 풍성해서 마음에 든다. 게다가 화분 형식을 되어 있어서 나무를 죽인다는 기분이 덜해 좋다(안내에도 크리스마스가 끝나면 어디 심으라고 하던데ㅋㅋㅋㅋ). 급하게 주말동안 크리스마스 장식을 꺼냈는데(우리는 Purple & Silver가 테마) 조명이 없어서 아직 부족한 느낌이다. 조던이가 얼마전에 방정리 하면서 조명을 마음대로 버려가지구...흑. 새로 조명을 구입하고 완성된 모습도 또 올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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