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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기록장/2021년

[영국생활] Day+1891 조던이가 여행을 갔다 + 먹기록

by kyeeunkim 2021. 11. 17.

2021.11.16

  월요일 밤 후다닥 썼던 일기가 다 날라갔다. 분명 글을 작성할 때는 내용도 사진도 모두 정상적으로 다 나왔고 등록에도 문제가 없었는데 최종 결과본은 편집 전 사진들만 나열되어 있는 상태였다. 무슨 일이래... 결국엔 저장되지 않은 글을 다시 되새기며 작성해본다😭

 

  지난 주말 조던이가 여행을 떠났다. 온 가족과 함께 미국 LA로 향했다. 때문에 일주일이 넘는 약 열흘 가량의 일정동안 혼자 집에 남게 되었다. 조던이네 가족들은 일정이 괜찮으면 함께하지 않겠냐고 나에게도 제안하셨지만, BRP 카드도 해결되지 않아 영국 밖으로 출입이 자유롭지 않기도 하고 업무 일정도 있어 나는 남기로 했다. (그리고 솔직한 마음에 조던이네 가족 여행에 내가 낄 이유도 없는 것 같구..?🤔 이런 면에선 난 엄청 개인주의적 성향이다.)

  코로나 이후로 해외 여행을 가지 못해 답답해 하던 조던이는 한동안 신이 났다. 새로운 회사에서 일을 시작한지 몇 달 밖에 되지 않아 휴가가 나올지 걱정하더니 허락 받고는 덩실덩실. 사실 유럽 사람들은 코로나 규제가 풀릴 때마다 틈틈이 여행을 하던데 나와 조던이가 지극히 조심하며 안전하게 살았던 편이다. 또한 어린 형제들에 비해 이미 성인이 되어 독립한 조던이로서는 앞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다며 이번에 꼭 함께하고 싶어했다. 나는 결혼 후에도 각자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에 적극 찬성인데, 아무리 그렇다 해도 독립적인 가정을 이루는 의미에서 그 느낌이 다르긴 하겠지.

  큰 가방에 짐을 가득 싸고는 토요일 아침 일찍 떠났다. 2년이 넘는 연애 기간 동안 이렇게 떨어진 적이 처음이라 조금 낯설다. 올해 초 내가 한국에 다녀올 때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싶지만 조던이는 런던에 가족과 친구들이 있었으니 달랐을 것 같기도 하고. 둘이 지내기엔 충분한 플랏이 혼자 쓰려니 너무 넓어서 적적하다. 역시나 사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더니. 지난 주말은 너무 조용한 집이 어색해서 힘들었다. 일요일 저녁부터 <슬기로운 산촌생활>을 몰아보며 솔로 때처럼 나 홀로 시간을 보냈더니 조금 적응이 되어 간다. 이렇게 혼자인 시간에 적응될 때 또 돌아온다고 시끌벅적해지겠지..?😂

  지난번 소영이가 사다준 쿠키가 맛있어서 조던이가 미국 다녀올 때 사오라고 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그게 또 하와이에서만 나오는 쿠키라네..ㅋㅋㅋㅋ 내가 그거 안 사오면 문 안열어준다고 했는데, 과연 구해올 수 있을까ㅋㅋㅋ 암튼 잘 다녀와~

 

 

▪︎ Rabieng (Islington)
Address : 143 Upper Street, London N1 1QY
Open : Monday - Friday 17:00 ~ 22:00 / Saturday - Sunday 12:00 ~ 22:30
Website : http://rabiengthai.com/

  조던이가 여행 떠나기 전 같이 먹었던 외식의 기록들. 오랜만에 태국 음식을 먹으러 집 근처 식당에 갔다. 예전에 가봤던 곳인데 맛있어서 기억해 둔 곳. 태국 음식은 다 좋아해서 메뉴판을 볼 때마다 하나를 선택하기가 어렵다. 또 여러가지를 고민하다 나는 결국 기본 중에 기본 Green Curry with Chicken을 선택, 조던이는 새로운 메뉴를 시도한다고 Chu Chi Fish를 주문했다. 오랜만에 먹은 태국 음식은 엄청 맛있었다(맛없기가 어려운 건가..). 사실 코로나 락다운 중에 태국 음식을 자주 시켜먹다 보니 정작 규제가 풀려서 외식을 할 때는 태국 음식을 잘 먹지 않았다. 코로나 규제로 배달 음식이 많이 발전했다지만 역시나 식당에 가서 갓 나온 음식을 먹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래서 외식이 좋지.

 

 

▪︎ Tbilisi Restaurant
Address : 91 Holloway Road, London N7 8LT
Open : Monday - Sunday 18:00 ~ 23:00
Website : http://tbilisi-restaurant.co.uk/

  두번째 외식은 조던이가 은근 기다리고 원했던 Georgian 식당. 난 조지안 음식은 먹어볼 생각도 안했어서 생소했는데, 조던이는 먹어보고 싶었는지 거의 2주를 졸라댔다. 결국 미국 여행을 떠나기 전 평일, 일을 마치고 저녁 시간에 외식을 했다. 우리집에서 3분 거리에 있던 곳이라 저녁 산책 겸 총총. 너무 생소한 메뉴들이 많아서 고르기가 어려웠는데, 구글에서 검색도 해보고 직원에서 추천도 받으며 여러가지를 주문했다. 완두콩을 이용한 샐러드 겸 퓌레 스타터 Lobio, 치즈가 잔뜩 들어간 빵 Hachapuri, 대표적인 조지안 음식이자 커리 같은 Satsivee, 조지안식 만두인 Khinckali. 스타터들은 양이 적을 것 같고 만두도 적당하게 나오겠거니 해서 시켰는데, 모든 음식들의 양이 많아서 약간 당황했다(그래도 남은 건 포장할 수 있어 좋았다). 처음 먹어보는 맛들에 내 입맛과는 조금 달랐지만, 조던이는 맛있게 잘 먹었다. 어렸을 때나 편식을 했지 어른 되고 나서는 입맛이 둔해졌다 싶은데 조지안 음식은 생소해서 조금 힘들었다(그래도 맛없는건 아니었구...!!). 정말 런던은 다양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집밥 기록들.

(1) 요거트 + 그레놀라 (+과일) : 요즘 내가 꽂혀있는 점심 메뉴. 아무래도 일할 때는 점심 만들기가 쉽지 않아서 간편하게 먹게 된다. 대부분 건과일이 들어간 그레놀라가 많은데, 최근 Tesco에서 Nuts가 잔뜩 들어간 내 취향 그레놀라를 발견해서 일하는 날 점심은 이것만 먹는다. 요거트 5~7스푼에 그레놀라 잔뜩, 과일이 남으면 좀 썰어 넣고 꿀까지 휙 둘러주면 완성. 은근 배부르고 좋다. 

(2) 참치 마요 샌드위치 : 조던이가 재택할 때 오랜만에 만든 샌드위치. Gerkins가 없어서 조금 아쉬운 버젼이지만, 양파와 머스타드, 마요네즈, 후추를 챱챱 섞어 후다닥 만들었다. 토스트에 잔뜩 올려 먹으면 너무 맛있다.

(3) 골드 키위 : 영국에서 골드 키위를 잘 먹지 않았는데, 조던이가 궁금해 해서 사봤다. 너무 땐땐해서 말랑해질 때까지 이틀을 기다렸는데도 엄청 맛있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대부분 키위 브랜드는 Zespri인데 그것보다 맛이 덜한 듯.

(4) 매운 찜닭 : Waitrose에 닭봉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대략 8조각이 든 한 팩이 1파운드였다. 그래서 2팩을 담아왔지(심지어 하나는 세일 상품이라 80p!). 엄청 자주 만들었던 간장 찜닭에서 이번엔 고춧가루를 듬뿍 넣은 매운 버전으로 만들어 봤다. 한국식 양념은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매우 맛남..! 조던이 미국 가기 전에 맛난거 해먹인다고 한건데, 결국 조던이는 한 번 밖에 못 먹고 나머지 3번을 내가 먹음ㅋㅋㅋ

(5) 수제비 : <슬기로운 산촌생활>을 뒤늦게 몰아보다가 갑자기 식욕이 돋아서 만든 수제비. 후루룩 만들었는데 너무 맛있다. 두꺼운 수제비를 좋아하는 나는 이렇게 직접 만들면 내 취향껏 두께를 조절해서 만들 수 있어 좋다. 한국에선 수제비를 별로 안 찾앗던 것 같은데 런던 오니 얼마나 만들게 되던지.. 반죽의 'ㅂ'도 모르던 내가 이젠 반죽을 하다니... 대단하다 증말.

(6) Ben & Jerry's Chocolate Cookie Dough 아이스크림 : 날씨는 추워지지만 아이스크림을 향한 나의 사랑을 막을 순 없지. 저녁 먹고 후식으로 살짝 몇 스푼(..?) 먹기 딱이다. 쿠키 도우 맛을 전에는 잘 몰랐는데, 요즘엔 오히려 더 찾는 듯. 조던이랑 같이 한 통 나눠먹고는 주말에 또 가서 혼자 사옴ㅋㅋㅋㅋ

(7) Fortnum & Mason Golden Raspberry Preserve : 지난번 혼자 Fortnum & Mason을 둘러보다가 혹해서 샀던 프리저브 잼. 골든 라즈베리가 신기해서 샀는데, 최근 개봉을 해보았다. 토스트한 빵에 발라 먹어보니 달달 새콤하니 맛있다. 물론 가격은 상당히 비싸서 자주 사먹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요런 사소한 사치는 좋다.

 

 

이번주는 아주 조용하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는 일주일이 될 듯 하다. 벌써부터 조던이 없다고 올빼미 성향이 스물스물 올라오는 것이 난 타고난 올빼미 족인가 싶기도 하고.. 힝 그래도 보고싶구먼 조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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