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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기록장/2021년

[영국생활] Day+1873 피아니스트 조성진 연주회 + 소소한 기록

by kyeeunkim 2021. 10. 30.

2021.10.29

  바쁜 일주일이 지나고 주말을 앞두고 있다. 생각 외로 이번 주에 많은 일들이 있어 일주일 전체가 가기 전에 기록을 남겨볼까 하고 일기장을 열었다.

 

  우선 이번 10월에 가장 기다렸던 행사라면 단연 지난 월요일, 25일에 있었던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공연이었다. 물론 미국에서 온 친구를 만난게 가장 소중한 일정이지만, 그것은 미처 예상치 못했던 서프라이즈였던 반면, 이 피아노 공연은 8월에 티켓 예매를 마치고 거의 2달을 넘게 기다려 온 일정이었다.

  6년 전, 2015년에 있었던 쇼팽 콩쿠르에 한국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우승을 차지했다는 뉴스는 한국에서 유학 준비를 하던 중 접했다. 쇼팽 콩쿠르 우승자 갈라 연주회를 틀어놓고 막바지 포트폴리오 준비를 위해 밤을 새며 작업을 하기도 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해 엄청난 조예는 아니더라도 소소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쇼팽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는 너무 좋았다.

Wigmore Hall에서의 피아니스트 조성진 연주회

  2016년 2월에 운 좋게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쇼팽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도 갔지만 무엇보다 해외에서 한국 연주자의 큰 공연을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막연한 생각을 가지곤 했다. 그리고 런던 유학 생활을 시작한 후 그 작은 소망은 의외로 쉽게 이루어졌는데, 2017년 2월 파리 Philharmonie de Paris에서 열린 그의 연주회를 본 것이다. 그 당시의 감동이란.. 그리고 이후 2018년 8월에는 영국 옥스퍼드 Sheldonian Theatre에서 있었던 그의 연주도 봤었다. (연주회 후기 포스팅도 작성할거라 자세한 이야기는 그때..😉)

  하지만 정작 런던에 공연이 있을 때는 엄청난 피켓팅(..) 때문에, 그리고 나의 일정 탓에 그의 연주를 들을 수 없었는데 이번에 이렇게 좋은 기회가 생긴 것이다. 짝꿍도 생긴 상황에 예전처럼 혼자 공연을 보러 가지 않아도 되고(가끔 혼자 다니는 연주회 외롭..), 이 좋은 피아니스트와 그의 연주를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에 조던이와 함께 갔다. 조던이는 "지금 그럼 너가 반했던 남자 같이 보러 가는건가?"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하기도 했다ㅋㅋㅋ

너무 멋진 연주였다

  후기와 중복될까봐 자세한 감상을 남기지는 않겠지만, 너무 멋졌다. 쇼팽 콩쿠르로 실력을 인정받고 인지도를 얻었지만 분명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쇼팽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예술가로서, 한 명의 피아니스트로서 하나의 틀에 갇힌다는 것은 좋은 일은 아니니 말이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그가 연주하는 쇼팽이 아닌 다른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좋았고, 다양한 음색을 느낄 수 있었다.

  공연에 함께해 준 조던이는 비록 피아니스트나 곡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없었지만 매우 집중하며 음악을 감상했고, 진심으로 그 시간을 즐겁게 보낸 것 같았다. 이렇게 우리가 같이 공유하는 경험과 관심사가 늘어나서 너무 행복한 밤이었다.

 

 

Lisson Gallery의 전시들

  화요일에는 갤러리 전시 관람을 했다. 사실 주말까지 기다렸다 조던이와 함께 갈까 생각도 했지만, 주말마다 갤러리 투어를 하는 것도 그렇고 10월에 모두 마감되는 전시들이라 그러다 놓치면 아쉬움이 더 크게 남을 것 같았다. 특히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영상 작품 전시인 'Seven Deaths'는 관람 시간을 예약해야 했어서 '이렇게 딱 정해놓으면 억지로라도 가겠지.'라며 나 스스로에게 강제성을 부여했다. 그러고도 사실 그 날 1시까지 까맣게 잊고 있다가 급하게 나섰다는ㅋㅋㅋ

  아직 지난번에 본 전시 후기들도 작성 중에 있는데 이렇게 써야될 건덕지들이 넘쳐 나는구나. 그래서 피아니스트 조성진 연주회부터는 휴대폰에 막 감상 메모를 남겼다😂. 안 그러면 까먹을 나 자신을 알아서..

 

 

  수요일, 목요일엔 업무일이었다. 오랜만에 작업을 하니 새로웠다. 물론 금방 익숙한 감각을 찾아 갔지만. 업무를 받아놓고도 집에서 작업하는게 과연 가능할까, 싶었지만 그 모든 의심은 단지 나의 게으름 때문이었다는 것을 이번 주 업무를 통해 깨달았다. 실컷 height adjustable desk를 구매하고 조립하고 난리를 쳐놓고도 정작 '공간이 너무 좁다'는 핑계로 작업을 미뤄왔는데, 돈 받는 업무를 하니까 나름 잘 됨.. 하. 그리고 집에서 하는 작업이 힘들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나쁘지 않다. 아, 물론 하나의 단점은 있는데, 재택 업무를 하니까 아침에 벌떡 안 일어나지더라..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야행성 올뺌미족인 나도 아침 7시부터 일어나는데, 작업 공간까지의 거리가 10걸음도 안되니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침대에서 뒹굴고 있음.. 샤워하는 시간까지 계산해서 딱 맞게 일어나지는 나의 몸뚱아리란😂

 

 

이게 무슨 일이다냐

  아 그리고 이번 주에 깜짝 놀랐던 일 중 하나. 바로 수요일의 블로그 방문자.

  사실 블로그를 시작했던 이유도, 아담한 메모리칩을 가진 나 자신을 위해 스쳐 지나가는 시간과 기억, 경험을 억지로라도 붙들어 놓으려고 한 것이라 방문자에 대한 기대가 크게 없다. 물론 아무도 찾지 않는다면 아쉽지만 그렇다고 블로그로 무언가를 해보자는 것도 아니었기에 스스로를 위한 기록에 집중했는데, 갑자기 지난 수요일에 방문자가 터졌다. 인플루엔서나 유명 블로거에게 저 숫자는 작고 귀여울지 모르나 나에게는 너무 깜짝 놀랄 일이었다.

  이 방문자들은 대부분 Bloomberg SPACE의 서도호 전시회 포스팅을 통해 나의 블로그에 들어왔던데 무슨 영문인지는 솔직히 지금도 모름(..) 단지 목요일까지 그 게시글에 통한 방문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어디 노출이 되었나 싶기도 하고.. 이런 일이 한번 있으니 솔직한 마음으로는 약간 무섭다ㅋㅋㅋ 드넓은 정보의 바다 속 나의 블로그는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그래서 네이버가 아닌 티스토리를 선택한 이유도 있는데..) 나와 조던이 사진도 가끔 올리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했는데 럴수..😂 물론 한 번의 이벤트 같은 일이었지만 내가 저 포스팅에 글을 잘 썼나, 정보는 정확했나 다시금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앞으로 더욱 신경써서 써야지..😂 포스팅 작성 시간이 더 늘어날 듯..

 

 

  그리고 최근의 먹부림들.

(1) 송어구이, 야채구이 그리고 비건 소세지 : 저 생선은 연어처럼 보이지만 송어였다. 연어가 일반적인 영국 슈퍼 마켓에서 송어는 잘 볼 수 없었는데, 발견하게 되어 집어 왔다. 또 최근에 여러 비건 회사 제품들을 시도해 보면서 먹어 본 비건 소세지. 맛은 독특했지만 우리 입맛에는 지난번 처음으로 먹었던 비건 소세지가 취향인 듯.

(2) 간장 찜닭 : 또 했다, 간장 찜닭. 아주 우려먹을 레시피. 10월 한 달에만 간장 찜닭(닭조림)을 세 번인가 한 것 같은데, 매번 먹을 때마다 맛있따고 해주는 조던이가 고마울 뿐.

송어 구이는 처음이다  /  간장 찜닭, 이제 당분간 좀 쉬어야지

(3) Kissa Wa 카페 브런치 : 바삭하게 구워주는 파니니 샌드위치가 생각나서 주말 아침에 호로록 달려간 키사와 카페. 조던이는 뭘 시킨거였지, Mapo Nasu였나. 가지가 들어가는 채식 요리였던 것 같은데, 결국엔 카레와 비슷하지 않았나 싶다. 나 사진 찍는다고 옆에서 숟가락 들고 조용히 기다리는 것 좀 봐ㅋㅋㅋ

Kissa Wa Cafe 브런치

(4) 초콜릿 케이크와 커피 & 핫초코 : 지난번 Barbican 전시 갔을 때 간식으로 먹었던 꾸덕한 초콜릿 케이크와 커피, 핫초코. 엄청 진한 초콜릿 케이크 조각이 맛있었다. 단맛이 주는 행복이 있지, 분명히.

(5) Chipotle : 조던이가 요리하기 싫다며ㅋㅋㅋ 갑자기 치폴레를 먹고 싶대서 주문했다. 원래 조던이는 치폴레를 먹어본 적 없었는데 나와 먹어본 이후로 좀 좋아하게 된 듯. 나야 뭐, 뉴욕에서 먹었을 때부터 엄청 좋아했으니 만족스러운 저녁이었다.

카페  /  치폴레

(6) 조던이표 볶음밥 : 엄청 오랜만에 먹는 조던이표 볶음밥. 한동안 요리를 안하셨어요, 이 분이.. 이번에도 볶음밥을 만들 때, 너무 오랜만에 했다며 간을 못 맞춘 것 같다고 속상해 했는데, 내 입맛에는 잘만 맞았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 또 해주라.

(7) 비건 소세지, 스크램블 에그와 완두콩 : 이 비건 소세지가 우리가 좋아하는 것. 사놓고 날짜가 지날까봐 냉동실에 넣어둔 걸 오늘 점심으로 먹었다. 쫀독하니 맛있다. 평일 점심은 이렇게 후루룩 해치우는게 제일이다.

조던이표 볶음밥  /  비건 소세지와 계란, 완두콩

  어제는 조던이 퇴근 시간에 맞춰서 평일 데이트를 또 했는데, 이번에 다 적기엔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그건 다음 일기에 적을까 한다. 요즘에는 하루하루를 꽉 채우는 기분이 들어 좋다. 바쁘고 피곤하지만 한편으로는 뿌듯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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