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08
일기를 쓸 때마다 정리해 둔 다이어리를 참고하는데, 지난주에는 달력이 나름 빽빽하게 차있다. 이벤트가 다양했다기 보단 적어둘 말이 많았던 것 같은데, 우선은 먹부림부터 정리해 본다.
(1) 토르텔리니(Tortellini) 파스타 + 썬드라이 토마토 페스토 : 최근 주 3일 업무를 하고 있는 바, 점심 저녁 준비가 힘들다. 일하고 나면 에너지가 소모되기도 하고 만사가 귀찮아져서 간편하게 먹고 싶을 때 완성되어 있는 파스타에 페스토만 슬쩍 얹어 먹곤 한다.
(2) Ready Meal 중국음식 : 영국도 슈퍼마켓에서 나오는 레디밀이 잘 되어 있다. 저녁 준비가 귀찮아서 조던이랑 후다닥 내려가(집에서 10초 거리에 Waitrose 슈퍼마켓이 있음) 중국 음식 2인 세트밀을 사왔다.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춘권과 볶음밥, 칠리 소스 치킨을 먹었다(다른 음식은 다음날 먹고). 전자레인지나 오븐에 데우기만 하면 되는 음식들 치곤 나름 괜찮음, 특히 저 춘권은 바삭하니 좋았다.
(3) 짜장밥 3종 세트 : 아무래도 매일 요리하기가 쉽지 않아서 한 번 해두면 두끼 이상 먹을 수 있는 요리들을 선호하는데, 짜장은 그 중 하나다. 처음은 밥에 비벼먹었는데 이후 <강식당>에서 본 안재현 짜장계란밥이 생각났다. 두번째는 짜장 소스와 밥을 볶고 보들보들한 계란을 얹었고 세번째는 귀찮아서 밥+짜장+계란으로 대충 해 먹었다. 어떻게 먹든 세 조합은 최고다.
(4) 스테이크 : 요리하기 귀찮지만 나름 잘 해먹는 느낌을 주는 홈 스테이크. 퇴근하는 조던이에게 메시포테이토를 사오라고 부탁하고 야채를 듬뿍 볶아 스테이크와 함께 내면 맛이 없을 수가 없다.
(5) 떡볶이 : 조던이 없을 때 몰래 해먹는 요리. 주말에 친구들과의 점심 약속을 나가길래 나도 나름의 만찬을 즐겼다. '떡 많이 먹으면 살찐다~'라는 엄마의 음성이 귓가에 들리는 듯 하지만, 남은 떡볶이 떡 탈탈 털고 다른 재료들도 듬뿍 넣어 만들었다. 그래도 한국 길거리 떡볶이 맛이 그립다.
(6) Daal(달) 커리 : 진짜 오랜만에 먹는 조던이표 달 커리. 같이 재택을 하다 보면 일을 늦게 시작한 만큼 늦게 끝나는 나의 업무 시간 탓에 일을 일찍 마친 조던이가 저녁을 준비했다. 언제 먹어도 맛있는 달, 채식 요리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일 듯.
정말 빡빡학게 채운 최근의 식단들. 사실 따지고 보면 요리해서 먹는 건강식은 없지만(...) 내 입이 즐겁고 내 배가 부르면 됐지..ㅎㅎㅎㅎ
지난주에 갑자기 Covid-19 안내 문자를 받았다. 스캠인가 싶었지만 보낸 사람도 UK_Gov인데다 영국으로 돌아와 자가각리를 할 때 받았던 문자와 같은 곳에서 온거라 사기는 아닌 것 같았다. 그보다 지난 7월 영국 내 코로나 규제가 사라진 이후로 QR 코드를 등록할 필요가 없어 내가 어디를 방문했을지 기록이 거의 남지 않을텐데 도대체 어떻게 알고? 싶은 의문부터 들었고, 어디가 문제되었는지 알 수 없으니 답답했다. 우선은 조던이에게 문자를 캡쳐해 알리고 '우잉 나 어떻게 해😭'라고 했더니 증상이 없으니 셀프 키트로 검사하면 될 것 같다며 나를 진정시켜 줬다. 혼자 하기 무서워서 조던이가 돌아오면 같이 하겠다고 함ㅋㅋㅋ
조던이가 퇴근하고 저녁에 함께 테스트를 했는데, 예전에 주문해 놓은 셀프 키트가 남아있어서 다행이지, 없었으면 또 며칠 마음 졸일 뻔 했다. 테스트 결과지도 임신 테스트기처럼 생겨서는 사람 마음 더 떨리게.. 그래도 시약이 물들어가는 과정에서부터 음성이 정확하게 나와서 개운한 마음이 들었다.
음성 결과를 받고서야 도대체 영국 정부는 내 정보를 어떻게 알게 된 걸까 이야기했는데, 식당, 전시회, 공연 등의 장소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고 그에 따라 예약 정보를 통한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주로 조던이랑 많이 외출했는데 나만 문자를 받은 걸 보면 내가 예약한 곳 중 한 곳일 듯. 아무튼 식겁했던 코로나 테스트. 만약을 대비해 셀프 키트도 더 주문해 놓고 앞으로도 마스크 착용을 잘 해야지, 휴.
그리고 Replacement BRP 관련 업데이트!
도대체 5월에 신청한 BRP 재발급이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인가 싶지만, 불통의 대명사인 Home Office에 어찌할 방법이 없으므로 그저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주 금요일에 Application Update라는 메일이 왔다. 내가 매시간 메일함을 확인할 때는 연락 한번 없다가 꼭 대여섯시간 까먹고 있는 날에 연락이 오더라.
여러 개인 정보가 적혀 있어 메일을 첨부할 수는 없지만, 대략적인 내용을 적자면 "당신에게 무료 Replacement BRP 발급이 승인된 것을 확인했다. 따라서 지난 5월에 접수된 신청서는 무효 처리 되었다. 유효하지 않은 신청서와 함께 제출된 수수료는 반환될 것이다."였다.
연락이 왔다는 기쁨을 채 즐기기도 전에 '무료', '무효 처리', '유효하지 않은'이라는 단어들을 발견하니 이게 좋은건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나에게 무료 BRP 재발급이 '승인(granted)'되었다는데 나는 아무 연락 받은거 없구요..? 나의 영어가 부족해서 이해를 못하는 건가 싶어 이런 문서 해독(?)이 주요 업무인 조던이에게 쪼르르 달려가 메일을 보여줬는데, 조던이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해당 메일을 받기 전 다른 연락을 받은 적이 없는데 도대체 이 메일은 무슨 말을 하는건가 싶은 그런 느낌이었달까.
계속해서 경험하고 있지만 정말 영국 정부의 일처리 방식이 대단하다. 코로나 락다운 핑계를 대며 비자 승인도 평소(8주)보다 두 배 넘게 걸리더니(사실 이것도 Local MP를 통한 영향이 있었나 싶음) 인터넷을 통한 주소 변경은 두 달이 걸리고 그로 인해 BRP는 분실되었다. 대략 working day 10일 정도 걸린다는 문의는 working day 25일까지 늘어나더니 겨우겨우 받은 답변은 이미 옛주소로 배송되었다는 말 뿐이었고 그에 대한 책임은 언급도 없었다. 두번째 문의는 무시당했고 결국 한국 방문 후 영국으로 되돌아오기 위해 가진 적도 없는 BRP를 분실 및 재발급 신청했더니 "재발급 신청했더라? 그럼 이전 문의는 없던걸로 할게~"라는 식의 응대를 받았지. 최대 8주가 걸린다는 BRP 재발급이 몇 달을 넘어가는 상황(심지어 이 때는 코로나 락다운도 규제도 없었음)에 Local MP에게 하소연 및 연락을 했더니 그 때서야 장문의 답변과 함께 재발급 신청이 검토 중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고도 한 달이 지난 지금, 업데이트라고 해주는 게 저 메일 한 통이라니. 난 아무런 발급 승인 연락을 받은 적도 없고 왜 재발급 신청을 한지 6개월이 지나서야 검토가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다. 그냥 일하는 부서 사람들끼리 대화를 안하는가, 아니면 아예 일을 안하는가 싶음..
솔직한 마음으로는 무료고 자시고 다 필요없고 그냥 발급 좀 해달라고 하고 싶다. 내가 카드 발급하는 곳에서 직접 만들테니 내 것 좀 달라고. 그냥 난 그 작은 카드 하나가 갖고 싶다고요, 1년 전에 승인된 내 실물 비자 좀 보고 싶다고요...!!! 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 물론 현실은 조용히 Local MP에게 받은 메일 고대로 첨부해서 문의함. 다행히 주말이 지나고 "우리가 바로 Home Office에게 문의해볼게."라는 빠른 응답을 받았다. 진짜 재발급 신청 무효 처리 되고 BRP 발급 꼬여서 또 다시 처음부터 하라고 하면 두고보자, 아주 그냥.
나중에 비자 및 BRP 수령 과정을 다 적어볼까 한다, 따로 기록할 만큼 정말 스펙타클한 대장정이다.
지난주에는 블로그 포스팅도 짤려서 카카오랑 문의 메일을 주고 받았는데(이 일에 대한 포스팅은 작성 중) 왜 이렇게 술술 풀리는 일이 없냐, 흑흑.
지난 주말 금요일 저녁을 행복하게 만들어 줬던 하나. 사실 저녁 먹으러 가는 중에 홈오피스 메일을 확인하고 승질 났었는데 한국 음식이 우리 속을 다 풀어줬다.
▪︎ Kangnam Pocha
Address : 176 Drury Lane, London WC2B 5QF
Open : Monday - Saturday 12:00 ~ 15:00, 17:00 ~ 00:00 / Sunday 12:00 ~ 15:00, 17:00 ~ 23:00
Website : https://instagram.com/kangnam_pocha?utm_medium=copy_link
원래 영국에서 한식당을 잘 가는 편은 아닌데(주로 조던이가 가자 함), 최근에 런던에 놀러왔던 소영이가 이 곳 '강남포차'에서 감자탕을 주문해 먹었는데 맛있었다며 추천했다. 감자탕은 나의 소울푸드 중 하나일 만큼 엄청 좋아하는 음식이다. 런던살이 중에 힘들었던 점이 이런 음식들을 맛있게 먹을 곳이 없다는 것인데, 친구가 추천해 주니 너무너무 궁금해졌다. 그래서 금요일 저녁 만찬으로 선택한 것!
인기가 많은 곳인지 조금 기다려야 했지만 다행히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난 이미 정해놓은 메뉴, 감자탕이 있었고 조던이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치즈 붉닭 볶음밥을 선택, 그리고 함께 나눠먹을 음식으로 해물파전도 주문했다. 그리고 이내 나온 음식들의 맛은? 하... 진짜 쫀맛. 너무너무 맛있었다. 뚝배기를 가득 채울 만큼의 뼈부터가 음식의 비주얼을 살렸고, 얼른 국물부터 한 입 했을 때는 정말... 으헝 나 울 뻔 했잖아. 영국에서 이 정도의 감자탕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한 입 나눠먹은 조던이의 볶음밥도 맛있었고, 바삭한 해물파전은.. 조던이가 "너가 해주는 것만큼이나 맛있다."며 감탄을 할 정도.
앞으로 내 최애 한식당이 될 것 같다. 거리가 꽤 되어 집까지 배달이 안 된다는 점이 참 아쉬운데(감자탕은 그냥 다시 끓이면 되는데 흑흑), 나중에 포장해서라도 먹어야지.. 조던이는 "그래도 배달 안되서 다행인 것 같아. 배달 되면 우리 계속 주문해 먹을 듯."이라며 현실적이면서도 웃픈 대답을 했다.
토요일은 쇼핑을 나갔다. 오전에는 스쿼시를 갈려고 예약해 뒀는데, 조던이 친구가 갑자기 브런치 약속을 잡았다. Secondary School 시절 친구이면서도 Bristol에서 대학을 다닐 때도 잠시 같이 살았을 정도로 친한 친구였다는데, 그 친구가 한동안 스페인에서 거주하는 바람에 3년 정도를 못 봤다고. 아침 일찍 나가는 조던이를 배웅하고 나는 느긋한 아침을 즐기다가 조던이가 돌아온 오후에는 함께 외출을 했다.
본격적인 쇼핑을 시작하기 전에 골목 안 한적한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조던이는 아침 약속이 있었지만 나는 아무것도 먹지 못해 간단하게라도 빵과 주스로 점심을 대신했다. 엄청 복잡한 Soho에도 골목 안 나름 조용항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카페가 있다니, 너무 좋았다.
요즘 Dyson 청소기를 사고 싶어서 나와 조던이의 생활비 공금에서 돈을 모으고 있는데, 실물이 어떤지 보고 싶어 매장으로 향했다. 온라인에서 기능 정보만 봤을 때는 가장 최신 제품인 V15를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너무 크고 무거웠다. 특히 손잡이 부분은 투박해 보였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딱히 다른 모델들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다양하게 비치되어 있지 않았지만..) 비슷한 그립감을 가지고 있길래 고민을 하던 차에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아주 가볍고 작은 용량의 모델을 소개해줬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플랏이 카페트가 없는 마룻바닥이라 "카페트가 없으면 진짜 V15 같은 모델은 필요 없어."라고 해서. 추천받은 모델을 테스트했을 땐 나쁘지 않았고 가격도 지금 모아둔 돈으로 바로 살 수도 있었지만, 조금 더 생각을 해보자며 매장을 나왔다.
지금 당장에야 작고 가벼운 모델이 편할지는 몰라도 만약 이사하면 그 곳엔 또 카페트 바닥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매번 바꿀 수도 없고. 비싸더라도 오래 쓰자는 마음으로 좋은걸 사고 싶은거였는데,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막 좋은 느낌은 아니여서 조금 실망이었다.
이후 조던이 겨울 코트 쇼핑을 위해 메인 거리로 향했는데, Regent Street이 오래된 차로 꽉 차있더라. 매캐한 냄새도 나고 연기도 풍기며 엄청난 엔진 소리가 가득하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엄청 오래된 차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나와서 전시하는 시기가 있다고 한다. 조던이의 말로는 "가끔 이렇게 가지고 나와서 자랑하는거야."라고ㅋㅋㅋ 주인과 이야기를 하면 실제로 타보기도 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데, 차 주인들은 그게 은근 또 프라이드인가 싶다. 우리는 그냥 구경하며 사진만 잠깐 찍다가 쇼핑을 하러 갔다. (나중에 보니 실제로 시동 걸고 달릴 수 있는 차들이었.. 다들 운전해서 돌아가더라.. 대단해.)
조던이는 옷을 잘 사는 편도 아니고 돈을 엄청 쓰는 스타일도 아니다. 유행에 민감하거나 스타일이 화려한 편도 아니어서 내 생각에는 차라리 질 좋은 옷을 사서 오래 입으면 더 좋을텐데, 라는 마음이 들어 지난 여름부터 쇼핑할 때 옷을 몇가지 추천해 줬더니 그게 은근 기분 좋았나 보다. 게다가 여자친구가 패션 공부했다니 자기 패션도 신경 쓰이는 건가...(사실 난 패션 공부한 사람치고 되게 잼병인 편인데..) 겨울에도 재킷 2개, 파카 2개 정도로만 입길래 미디움 길이의 코트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더니 또 그거 사러 가자고ㅋㅋㅋ
둘이서 이곳 저곳 매장을 둘러보다가 엄청 마음에 들어하는 코트 하나를 발견했다. 다른 매장을 구경할 때도 그게 최고라고 그러더니, 내가 "그럼 오늘 바로 사서 갈래?"랬더니 좋다며 쪼르르. 긴 팔로 된 맨투맨도 사라고 몇 개 집어 줬더니 여러번 입어보고는 두어개 구입했다. 이제 그 코트가 교복이 되어버렸음ㅋㅋㅋㅋ 마음에 드는지 신나서 입고 다닌다. 나는 "대신 관리를 잘 해야돼, 관리!"라며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는데 그래도 이런게 나름 연애의 재미인가 싶기도 하다.
매번 화려한 Carnaby Street. 이번에는 화려한 나비가 가득 찼다. 늘 사람이 북적거리는 거리라 자주 가고 싶지 않은데, 요즘에는 시내를 많이 나오게 되서 종종 본다. 밤에 보니 이쁘긴 이쁘네. 하지만 정작 저 거리에 들어서면 목적지를 정하고 후다닥 벗어나는게 좋다, 특히나 이 코로나 시대엔 사람 많은 곳은 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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