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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기록장/2021년

[영국생활] Day+1898 오랜만에 혼자 보낸 일주일

by kyeeunkim 2021. 11. 23.

2021.11.23

  조던이가 미국 여행을 떠나고 나 홀로 일주일(조금 더 넘게)을 보냈다. 첫 주말은 좀 마음이 허전하니 플랏도 더 커보이고 조용한 느낌이었는데, 평일 며칠을 보내고 나니 적응 완료ㅋㅋㅋ 혼자 사는 것이 당연했던 자취 경력(10년이 넘는다) 덕분에 혼자 하고 싶은 것 실컷 하며, 여러 생각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미뤄둔 청소들도 하고 집을 깔끔하게 하고 지내니까 너무 좋아...헷😚 아무래도 둘이 같이 살면 어질러지는 양도 두 배라서 정신머리가 없는데, 정리도 나름 한 지금부터는 또 더 깔끔하게 지내도록 노력해야지(어제 돌아온 조던이에게도 청소한 변화를 보여주며 은근 압박을ㅋㅋㅋ 정리 잘 해라...)

 

  지난 화요일에는 오랜만에 영국 대학교 친구 Arosa도 만났다. 우리의 마지막 학년은 코로나 락다운 때문에 졸업식도 생략된 채 유야무야 지나버려서 제대로 된 마무리 인사도 하지 못했는데, 거의 1년 반만에 만났다. 졸업 후에는 아무래도 비자 문제로 각자 자기 나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친구도 나름 상황을 해결하고 런던에서 일하고 있다.

Westerns Laundry

▪︎ Westerns Laundry
Address : 34 Drayton Park, London N5 1PB
Open : Tuesday - Friday 17:30 ~ 22:30 / Saturday - Sunday 12:00 ~ 14:30, 17:30 ~ 21:00 / Monday Closed
Website : http://westernslaundry.com/

  아로사가 갑자기 어느 식당 인스타그램 링크를 보냈길래, 뭐냐 했더니 "여기 너희집 근처인데 같이 갈래? 우리 밥 먹자!"라고 해서 후다닥 잡게 된 저녁 약속. 진짜 우리집에서 10분 거리여서 좋았다. 주소로 찾아갈 때만 해도 너무 레지던스 지역이라 이런 곳에 식당이 있나, 했는데 도착하니 분위기 완전 좋은 식당이었다. 메뉴는 매일 조금씩 바뀌는 것 같은데 인스타그램을 통해 업데이트 되고 있었다. 아, 그저께인가 인스타그램을 잠깐 쉬고 싶어서 휴면 계정으로 전환했는데 메뉴 확인을 하려니 인스타그램을 통해야 해서 불가능하네😭

완전 맛있었던 음식들!

  (기억에만 의존해 메뉴를 떠올리자면) 데친 오징어를 야채와 함께 새콤한 소스와 버무린 샐러드 스타일의 음식과 생선 대구를 살짝 튀겨 소스와 함께 먹는 스타터 메뉴들을 주문했고 메인으로는 monkfish(아귀과 생선)와 홍합, 조개류들을 끓인 스튜(Bourride)를 주문했다. 비록 부리드는 사진을 못 찍었지만.. 여러 와인들도 마시고 디저트로는 Rum Baba를 주문해 나눠 먹었는데 취할 것 같은 달콤함이었다.

  음식들은 모두 맛있었고 분위기도 좋았지만 사실 가격은 상당했다. 2인에 거의 £130파운드가 나왔으니 은근 고급진 다이닝이었다. 사실 음식이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니었는데 와인을 너무 많이 주문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모두 맛있었고 오랜만에 친구와 만나 수다 떨며 좋은 시간을 보내 즐거웠다.

 

 

  조던이가 없던 평일에도 꾸준히 일을 했다. 먼저 작업하던 4개의 패턴 중에 2개의 샘플(toile)을 먼저 만들어서 Maki에게 전달했었는데, 이후 피드백을 받았다. 샘플 잘 만들었다고 칭찬도 받고, 변경해야 하는 사항들을 전달 받았다. 스튜디오 없이 이렇게 작업하는게 힘들거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래도 나름 일이 돌아가긴 돌아가는구나. 패턴 작업을 재택으로 할거라고 상상도 못했는데 이제 적응될려고 해..

  암튼 그렇게 집에서 작업하다가 샤프를 떨어뜨려서 앞에 심이 휘었다. 결국 아마존에서 같은 모델로 다시 주문했는데, 그게 일본에서 배송오는거더라...?😂 일주일 정도 기다렸는데, 작은 학종이가 들어있어 귀여웠다. 이것이 일본 사람들 갬성인가. 고등학교까지는 알록달록 펜에 관심도 많고 필기력을 높이기 위한 학용품에 많은 돈을 썼는데(당시에는 돈 쓸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긴 했지만) 딱 대학 들어가니까 완전 스타일이 바뀌었다. 그저 효율적인 작업을 위한 제도용 샤프, 3색 볼펜만 덜렁 들고 다녔지. 이제는 그것이 생활이 되서 좋은 제도용 샤프 하나로도 기분이 좋다.

 

 

  정말 정말 오랜만에 쇼핑을 했다. Acne Studios의 옷들은 나 같은 무나니스트에겐 가끔 과하지만, 머플러는 예쁜 종류가 많아서 예전부터 탐냈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샀다! 원래 생각이 없었는데 우연히(?) 홈페이지를 구경하다가 예쁜 색깔들이 엄청 많아서 엄마한테 카톡을 막 했지. '나 돈 벌면 이거 사고 싶어!'라며 마음에 드는 여러 머플러 사진들을 보냈더니 엄마가 '지금 사라. 당장 사. 이제 곧 추워진다.'라고 나의 소비 욕구를 부추켜 주셨다..ㅎㅎㅎㅎ 결국엔 금요일 오전에 눈 뜨자 마자 외출해선 머플러만 딱 사가지고 돌아왔다. 사실 온라인 쇼핑이 요류 상 닫혀있었고 재고 확인도 안되던 터라 못 구하는건가 했는데, 새벽 3시에 라이브 챗으로 문의해서 정확한 모델, 색상 재고 확인 후 달려갔다능.

Acne Studios
복실복실 너무 귀엽고 예쁘다

  체크 머플러는 색상이 정말 다양했는데, 그 중에 무난하게 할 수 있으면서도 포인트가 보이는 색상을 골랐다. 완전 마음에 들어서 바로 엄마한테 인증샷을 보냈더니 이쁘다며 잘 하고 다니라고 하셨다 히히. 우리 엄마는 나에게 있어 날카로운 직언과 솔직한 감상을 아끼지 않는 베프인데 이렇게 떨어져 지내니 너무 아쉽다. 예술, 패션 뿐만 아니라 디자인 과제, 업무 등 통하는 이야기도 많아 친구만큼이나 수다도 많이 떨고(오히려 엄마가 귀찮아 하심ㅋㅋㅋ) 완전 쿵짝 잘 맞는 쇼핑 메이트이자 여행 메이트인데, 언제 또 같이 엄마랑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예진이랑 게임 타임  /  길에 낙엽이 부쩍 많이 쌓인다

  조던이가 없는 동안 예진이와 게임도 했다. 예진이가 게임을 할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그 쪽에도 또 게임 세계를 영업한 친구가 있어가지구.. 내가 완전 좋아하는 게임, Divinity Original Sin 2를 소개해 줬는데 너무 재미있다며 좋아했다. 그래서 나랑도 같이 하자고 한번 시간을 맞췄다. 조던이가 아닌 다른 파트너와 함께하는 게임, 매우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특히 그 파트너가 예진이라니... 상상조차 못했는데...!! 그나저나 언제 다시해도 지겹지 않은 디비니티.. 넌 정말 내 인생 게임.. 3는 언제 나올거니..

 

 

  어김없이 찾아온 먹방 기록.

(1) 명란 파스타 : 얼마전 유튜브 알고리즘에 뜬 명란젓 파스타 레시피를 보고 뽐뿌가 와서 만들었던 파스타. 한국식 스타일의 명란젓을 영국에서 사기란 비싸기도 하고 쉽지 않지만 은근 생선알이나 대구알(이 결국 명란)은 종종 구할 수 있다. 맛은 비슷하지 않을까 해서 만들어 봤는데 쫀맛. 내가 좋아하는 방울 양배추와 브로콜리 잔뜩 넣고 마늘까지 총총 넣어 만들었는데 맛있어서 두 번이나 해먹었다.

(2) 중국 음식 배달 + 버블티 : 조던이가 없는 동안 딱 한 번 시켜 먹었던 배달 음식. 계란 볶음밥과 소고기 튀김 볶음을 시켜 먹었는데 나름 맛있었다. 근데 양조절을 못해서 소고기 튀김 볶음은 남기고 볶음밥을 다 먹었는데 소화가 잘 안되어 엄청 고생했다😭

(3) 바베큐 립 + 야채 볶음 : 확실히 같이 먹을 사람이 없으니 밥을 잘 챙겨먹지 않게 되더라. 거의 1일 1식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 한 끼 양이 많아짐ㅋㅋㅋ 슈퍼마켓에서 사온 바베큐 립과 여러 야채들을 볶아 먹었는데, 알고 보니 바베큐 립이 2인 기준... 양도 안 많던데 이상하다.

  방울 양배추인 브뤼셀 스프라우트는 내가 엄청 좋아하는 야채 중 하나인데, 조던이는 별로 안 좋아한다. 영국에선 크리스마스 로스트 때 방울 양배추 요리가 기본 야채 사이드인데 그래서인지 안 좋아한다고(...잉?) 볶아 먹으면 달짝지근하니 맛있는데. 예전에 조던이 친구들이랑 갔던 크리스마스 여행에서도 치킨 로스트와 함께 방울 양배추가 나왔는데(친구 Alex가 요리 다함👍) 내가 엄청 좋아한다니까 거기 있던 영국 친구들 다 놀램(..)

  암튼 아스널이랑 리버풀 축구 경기를 보면서 먹었는데, 이 때 아스널이 완패했다 흑흑😭 넘나 안타까운 것.. 후반전은 거의 안 보다시피 했지만 그래도 아스널 골키퍼가 잘 했던 것 같다. 결정적인 슛들이 많았는데 많이 막았다. 물론 그럼에도 4:0는 가혹했지.. (각 팀 매니저들이 서로 싸우다가 옐로 카드 받은건 진짜 처음 보는 일이라 신선했다ㅋㅋㅋ)

(4) Dishoom 배달 : 드디어 어제 돌아온 조던이!! 공항 마중 갔는데 엄청 오래 기다렸다😭 점심도 못 먹었던 터라 둘이 같이 돌아와선 배달 음식을 먹었다. 난 혼자 안 먹고 아껴둔 치킨을 먹고 싶었는데, 패스트 푸드의 나라 미국에서 돌아온 조던이가 다른걸 먹고 싶대서 결국 인도 음식을 주문했다. 우리 집 근처에 Dishoom이 없어서 배달이 안되는 줄 알았는데 가능한 거리였다. Jackfruit Biryani와 Prawn Moilee, Garlic Naan을 주문해 배부르게 잘 먹었다.

 

  홀로 보낸 일주일이 무언가 길면서도 후딱 지나갔다. 어제는 돌아온 조던이와 밀린 수다를 떠느라고 계속 짹짹거렸다. 이제 또 다시 함께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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