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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기록장/2021년

[영국생활] Day+1877 요즘 센트럴 런던을 엄청 자주 나간다😂

by kyeeunkim 2021. 11. 3.

2021.11.02

  런던의 겨울이 왔다.

  이제 Daylight Saving Time도 끝나서 해가 부쩍이나 짧아진 느낌이다. 내가 서울에서 살 때만 해도 계절을 타는지 몰랐는데, 런던에 온 후에 계절의 차이를 느끼게 되었다. 영국 겨울이 너무 길고 서늘하다. 사실 추운걸로 치면 모스크바 기온 뺨 때리는 한국이 장난 아닌건 알지만, 영국은 뭔가 으스스하달까. 게다가 해도 너무 짧아져서 오후 3~4시만 되면 어두워져 활동성을 잃는 느낌이다. 이 긴 어둠의 계절을 한번 겪고 나서는 한국에서는 따지지도 않던 절기를 본다. 내 느낌일지는 몰라도 확실히 동지가 지나면 해가 조금씩 길어지며 봄이 오는 느낌이니까.

  아무튼 벌써 런던에서의 여섯번째 겨울을 맞는다. 이번 겨울도 건강하게 잘 지나기를.

 

 

  지난주 목요일엔 조던이랑 평일 데이트를 했다. 오랜만에 이틀 연속 일을 했더니 다리가 아파오면서도(패턴 작업은 대부분 서서 하기 때문에 다리가 엄청 아프다) '나가고 싶어!!'라는 마음이 들어 퇴근 후에 만나기로 했다. 6시 30분에 일을 땡 끝내자마자 준비하고 달려 나가느라 바빠 죽는 줄ㅋㅋㅋ

  조던이 회사를 옮긴 후 부쩍 시내, 센트럴 런던을 자주 나가는 느낌이다. 조던이네 회사가 Piccadilly Circus역 근처에 있기도 하고 복잡한 만큼 좋은 식당이 확실히 많기도 하다. 회사 앞에서 만나자마자 조던이는 "또 직장 동료한테 식당을 추천받아 왔지~"라며 몇몇 식당 및 펍 이름을 보여줬다. 그 중에 안가본 펍을 가자며 향하는 길에 또 추천받은 다른 식당을 발견했는데, 예상 외로 덜 바빠 보여서 방향을 바꿨다.

예전에 친구들이 런던에 놀러왔을 때 갔던 펍, The Harp

  창가의 빈 테이블을 노리고 갔는데, 예약된 자리도 아니어서 바로 앉을 수 있었다. 자리 잡고 딱 앞을 봤더니 펍 'The Harp'가 보였다. 2018년 가을 한국에서 친구 예진이와 선현이가 런던으로 놀러왔을 때 같이 갔던 펍이었다. 런던 여행책에서 저 펍에 대한 소개를 봤다며 찾아 갔었는데, 예쁜 스테인드 글라스가 인상적이었던 오래된 분위기 좋은 펍이었다. 친구들과의 시간이 생각나서 단톡방에 보낸다고 찍었던 사진. 근데 여전히 저 펍은 사람 많고 인기 많네.

▪︎ Barrafina (Adelaide Street)
Address : 10 Adelaide Street, London WC2N 4HZ
Open : Tuesday - Thurday 17:00 ~ 23:00 / Friday - Saturday 12:00 ~ 15:00, 17:00 ~ 23:00  / Sunday - Monday Closed
Website : http://barrafina.co.uk/

Grilled Squid

  우리가 간 식당은 Barrafina였다. 바라피나는 스페인식 타파스 음식점으로 유명한데, 체인이라서 런던에 4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다. 에전에 대학 친구들과 Dean Street 지점을 갔었는데 사람이 엄청 많았던 기억에 추천 리스트에서 봤을 때도 지나쳤던 건데.. 정작 다른 지점인 Adelaide Street은 그만큼 바쁘지 않았다.

  타파스 좋아하는 우리 커플, 간단하게 Grilled Squid, Txistorra Tortilla, Baby Gem with Anchovies and Pancetta를 와인과 함께 주문했다. 사실 뭐, 평일 데이트 주 목적이 술 한잔 하면서 맛있는 음식 먹는거지.

Txistorra Tortilla / Baby Gem with Aanchovies and Pancetta

  어찌보면 와인 한 잔이 메인이었던지라 음식에 대한 엄청난 기대가 없었는데, 정작 나온 음식들을 맛보니 정말 맛있었다. 앤쵸비와 함께 나오는 야채는 특별하진 않았지만 나쁘지 않았고 다른 음식들은 정말 최고였다. 오징어는 정말 야들야들하게 부드러우면서도 그릴에 구워 고소해서 가니쉬로 나온 양파, 파프리카와 함께 먹으니 궁합이 좋았다(난 파프리카를 즐겨 먹지 않는데도). 그리고 진짜 맛있었던건 토르티야! 내가 알고 있는 토르티야는 멕시코의 납작한 빵인데, 스페인 음식에서는 감자 오믈렛이었다. 세 가지 종류 중에 치스토라라는 소세지가 들어간 것을 골랐는데, 엄청 맛있었다. 짭쪼름한 소세지와 부드러운 감자의 맛이 조화로웠고, 오믈렛 내부는 치즈를 넣은건지 촉촉했고 부드러운 소스가 과한 짠맛을 잡아줬다. 아, 다시 생각나는 맛.

 

  식사가 끝난 후 근처 Covent Garden 주변을 산책 겸 걸었는데, Jeff Koons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해당 이벤트 소식을 봤었는데, 깜빡 잊고 있다가 우연히 마주쳤다. 제프 쿤스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거대한 풍선 강아지들을 오랜만에 보니 새로웠다. 다음날 엄마한테 '제프 쿤스 멍멍이들!'이라며 사진을 보냈더니 '요즘 엄청 오른 작가ㅋㅋ'라고 답하셨음ㅋㅋㅋㅋㅋ 원래 비싼 줄은 알았지만 승승장구하는 작가구먼..

알록달록 귀여운 Jeff Koons의 풍선 멍멍이들

 

 

  토요일에는 설레임을 안고 기다리던 일정이 있었다. 하루는 조던이가 새로운 레스토랑 오픈 소식을 듣고 와서 얘기해 준 적이 있었다. 정작 나는 "다음에 같이 가면 좋겠다~"라며 넘겼는데, 지난 화요일에 회사로 출근한 조던이가 '나 토요일 오후 1시에 레스토랑 예약했어! 다른 계획 없지?'라며 문자가 온 것. 귀여운 자식, 점점 센스가 는다.

The Avocado Show

▪︎ The Avocado Show
Address : 6 Princes Street, London W1B 2LG
Open : Monday - Sunday 10:00 ~ 18:00
Website : https://www.theavocadoshow.com/

  새로 오픈한 식당은 Oxford Street역 근처에 위치한 The Avocado Show였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부터 시작한 이 식당은 마드리드, 브뤼셀에도 지점을 가지고 있고, 런던에 새로운 지점을 오픈한 것이다.

  식당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아보카도를 메인 재료로 여러 음식을 만드는 식당이었다. 게다가 인스타그램과 같은 음식 이미지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것인지 모든 음식들이 'picture-perfect' 플레이팅을 가지고 있었다. 인테리어도 푸릇푸릇한 초록 식물들과 핑크색의 벽으로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누가 봐도 SNS 소문을 타고 유명해질 것이 뻔한 식당이어서 처음에는 내가 "우리 이번 한 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꼭 먹고 싶은거 고르자."라고 했었다. 하지만 메뉴를 찬찬히 살펴보니 모든 음식이 예쁘고 맛있어 보여서 메뉴 선택이 쉽지 않았다. 조던이가 "우리 꼭 이번이 마지막이야..?"라고 하길래 결국 "우리 한 번 더 올거라고 생각하고 오늘 먹고 싶은거 고르자."했다는ㅋㅋㅋㅋ

  고민 고민에 거쳐 우리가 선택한 메뉴는 Aco Garden과 Salamango, Julio Caesar였다. 

Avo Garden  /  Salamango

  이내 곧 주문한 메뉴들이 나왔는데, 플레이팅이 예술이었다. 대놓고 사진 찍으라는 플레이팅이었음😂 가끔 이렇게 '멋'에만 신경 쓴 식당들은 '맛'을 놓치기도 하는데, 이 식당은 아니었다. 색깔이 예쁜 Avo Garden은 후무스와 향신료와 아보카도의 조화가 새로우면서도 맛있었고, 함께 나온 pita stick은 바삭 폭신하니 좋았다. 그리고 내가 주문한 메인 요리 Salamango는 커다랗게 둘러진 아보카도 안에 초밥 위로 망고와 연어, 해초와 완두콩이 가득 얹어진 포케였는데, 엄청 맛있었다. 소스는 와사비 마요와 망고 마요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나는 톡 쏘는 맛이 좋아 와사비 마요를 선택했다. 밥 먹을 떄 과일을 먹는 것을 상상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망고와 연어의 조화가 그렇게 좋은지 몰랐는데 너무 맛있었다. 조던이가 주문한 메인 Julio Caesar는 시저 샐러드 + 아보카드 셈이었는데, 맛있었다. 치킨 외에도 베이컨, 크루통 다양한 재료들이 듬뿍 들어가 있어서 식감도 맛도 다양했고 양도 푸짐해서 한끼 식사로 충분했다.

Julio Caesar

  다른 테이블로 서빙되는 메뉴들도 보니 더욱 탐이 났다. 아보카도를 번으로 이용한 Burger도 있었고, Spirulina라는 조류가 들어간 초록 팬케이크도 있었는데 생각보다 크기도 크고 양도 푸짐해서 맛이 더 궁금해졌다. 다음에 오면 그 둘을 주문해야지(벌써 정함ㅋㅋ).

 

 

  이번주는 월요일에도 일을 했다. 당분간은 맡은 프로젝트로 계속 일을 할 것 같다. 월, 수, 목이 업무일로 정해질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개인 시간이 줄어들어 그림 그리거나 블로그 포스팅을 하는 것이 계속 밀린다😭 그래도 오랜만에 하는 작업은 재미있다.

  그래도 자료 조사에 공부에 블로그 포스팅을 하는데 거의 일주일이 꼬박 걸렸는데(특히 전문적인 내용 검토가 필요한 후기 감상문 같은 경우) 어제 등록한 게시글 하나가 짤려버렸다, 흑흑. 아무래도 작가 작품 사진 중에 문제가 된 부분이 있었던 모양인데, 고객센터로 문의를 넣었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조금 떨리면서도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인 포스팅인데 이렇게 짤려버리는 속상함이란..😭 빨리 해결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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