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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기록장/2021년

[영국생활] Day+1862 집밥 기록들과 주말 전시회

by kyeeunkim 2021. 10. 18.

2021.10.18

  벌써 10월 중순이다. 코로나로 잃어버린 2020년에 이어 2021년마저 곧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취업 지원을 틈틈이 하면서, 연락 및 업무 스케줄을 간간히 조정하면서, 틈틈이 내가 하고 싶은 일도 하고 기록도 남기면서 보내는 하루들이 쌓이니 금방 일주일이 지나고, 그 일주일들이 모여 한 달이 지난다. 맨발의 끝에 감도는 서늘한 기운이 눈치채지 못하게 성큼 다가온 겨울의 기운을 느끼게 한다.

중동 스타일 요리들

  또 지난 날에 먹은 음식들을 기록하면서 한 주의 기록을 남겨볼까 한다.

(1) 모로칸 치킨 + 조던 창작 요리 : 중동 음식을 꽤나 좋아하는 조던이 슈퍼마켓에서 턱턱 재료를 구입해 차린 저녁. 모로코 식 양념이 되어있는 치킨에 향신료를 조금 더해서 조리를 하고, 후무스와 올리브를 겯들인 한 상인데, 새로운 식단에 새로운 맛이 꽤나 좋다. 나는 엄두도 못내볼 요리를 조던이 해줄 때는 우리가 이래서 식궁합, 요리합이 좋구나 라고 느낀다.

(2) 1번 요리 + 팔라펠 : 1번 요리에서 재료들이 조금씩 남아서 조던이 퇴근하고 오는 길에 팔라펠을 사왔다. 또 한번 다 같이 곁들어 먹으니 좋았다. 파리에서 먹었던 팔라펠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아서 별로 즐기진 않는데, 슈퍼마켓 팔라펠은 나쁘지 않네. 영국도 워낙 간편조리식이 잘 되어 있어서 엄청 편하다(단지 한식이 없을 뿐..).

연어 구이와 유부초밥

(3) 연어 구이 : 오랜만에 해먹은 생선 구이. 한동안 연어가 아닌 다른 생선들만 먹다가 연어로 돌아왔다. 멋들어지게 플레이팅하고 싶지만 안돼..(+ 귀찮아..)

(4) 유부초밥 : 지난번 한인마트에서 주문할 때 같이 샀던 유부초밥 세트. 하루 날을 정해서 엄청 만들었다. 조던과 나눠서 점심 한 끼를 먹고 나 홀로 저녁 한 끼까지 먹어서 끝냄. 유부초밥을 먹을 때 나는 간장파는 아니고 김치 혹은 와사비를 곁들인다. 특히 와사비를 콕 찍어 얹어 먹었을 때 코를 싸하게 울리는 그 맛이 좋다(그냥 와사비가 좋은건가..).

비건 너겟과 미트볼 스파게티

(4) 비건 너겟 + 야채구이 : 이래봬도 비건 식단. 지난번 먹었던 비건 소세지에 이어 이번에는 비건 너겟을 시도해 봤는데, 엄청 맛있어서 놀랐다. 단순히 겉모습만 비슷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그 치킨살의 결과 유사하게 만들려고 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4조각은 너무 가혹한 양이었지만(한 팩 사서 둘이 나누다 보니.. 양이 저렇게 적은 줄 모르고😂) 다음에도 또 먹고 싶은 맛이었다.

(5) 미트볼 파스타 : 그놈의 로제 파스타 소스를 향한 나의 도전은 계속 되나, 늘 실패한다. 맛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고 그저 맛이 평범한 시판 소스 그대로여서.. 다음에는 내가 잘하는 오일 파스타나 해야지..

일본식 카레라이스와 찜닭

(6) 일본식 카레라이스 : 맨날 조던이가 해주는 인도식 카레만 먹다가 오랜만에 내가 일본식 카레를 만들었다. 사실 난 하이라이스 같은 조금 더 진한 카레를 좋아하는 편인데, 고형 카레를 이용하는 나로서는 한계가 있다. 다음에는 레시피를 좀 더 연구해서 <심야식당>에 나온 '어제의 카레'를 만들어 보고 싶다.

(7) 간장 찜닭 : 남은 닭고기를 탈탈 털어 간장 찜닭을 했다. 지난번 닭봉 간장조림을 워낙 잘 먹던 조던이가 생각나서. 비록 닭봉은 구하지 못했지만 여러 부위의 살과 날개를 더해 소스를 비슷하게 해서 왕창 요리했다. 혹시나 해서 내가 좋아하는 당면까지 살짝 넣었는데, 어음청 맛있었다. 조던이는 엄청 맛있다며 극찬을 날려줬다ㅋㅋㅋ

 

  지난번 우리를 초대해줬던 Ed와 Laura가 반대로 우리집을 방문하는 것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 그 날의 요리를 내가 해야할 것 같다. 이후로 그들을 다른 자리에서 몇 번 만났는데, 혹시 못 먹는 음식들이 있는지, 싫어하는 재료들이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에 모두들 나에게 설명을 해서ㅋㅋㅋㅋ 조던이가 슬쩍 "내가 요리하면 어쩌려고?"라고 했더니 에드가 "우린 네 요리 관심없어. 계은이가 해주는 요리 궁금해서 가는거지."라고 단칼에 거절해서😂 한식 메뉴를 대접하기로 했다. 11월 중순에 일정이 잡혀 아직 한 달 가량이 남았지만 야매 큰손 요리사인 나는 긴장이 되어서 벌써부터 메뉴를 구상하곤 한다. 예전에 조던네 가족들을 초대해서 한바탕 한식 대접을 했던 때가 있는데, 그 때와 비슷하게 할 것 같지만.. 조던이는 저 찜닭을 맛보더니 이게 메인으로 가야되는거 아니냐며ㅋㅋㅋㅋ 으힝

 

Limited Edition Plums
수박 자두, 피자두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지난번 Hamstead Heath로 산책을 갔을 때, M&S에 들러 장을 보다가 신기한 자두를 발견해서 구매했었다. 이름도 따로 없고 그냥 Limited Edition Plums라고 되어 있길래, 무슨 이런 종류가 있나 했는데 속을 잘라보니 엄청 새빨간 자두가 아닌가. 보통 자두보다 더 달고 과즙이 많은 느낌이라 엄청 맛있었다. 다음날 한국에 계신 엄마에게 카톡으로 사진과 '신기하지?!'라며 메세지를 보냈더니 '수박 자두(피자두)라고 함.'이라며 이름까지 알려주셨다ㅋㅋㅋ 심지어 '어릴때 요걸로 잼도 만들어줬음ㅋㅋ'이라고 하셨는데 나의 어릴적 기억에는 남아있는게 없는데요(...) 나의 두뇌는 용량이 엄청 적은건지 어릴적 기억은 왕창 지워버려서 큰 이벤트도 가물가물한데 수박 자두 잼이 기억에 남아 있을리가.

너무 귀엽다!

  지난 주말, 스쿼시를 가는 길에 집 앞 공원 곳곳에 붙어있던 귀여운 안내문. '잃어버린 호랑이 인형을 발견했습니다."라며 인형까지 찾아주려는 이 마음씨. 장난스러운 마음은 아닌지 정말 저 종이를 복사해서 곳곳에 붙여놓았더라. 저 인형도 누군가의 소중한 인형일텐데, 이런 고운 마음이 서로 닿아 Mr Tiger가 주인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가을이 익어가는 중

  스쿼시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발견한 나무. 이미 붉게 변해버린 잎사귀들이 어느덧 우리가 가을 중턱의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를 실감하게 했다. 어둠이 길어지는 계절이 다가온다.

MARINA ABRAMOVIĆ: SEVEN DEATHS

  토요일 스쿼시를 마치고 바쁘게 외출 준비를 했다. 최근 주말은 가족, 친구들 파티와 약속으로 바쁘게 보낸 터라 이번 주는 우리 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정해진 주말 일정들도 있다보니 바쁘게 몸을 움직여야 이렇게 짬을 낼 수 있었다(게다가 늘 늦은 주말 아침을 맞이하는 우리의 습관 때문도 있었고). 마감이 임박한 전시를 끝나기 전에 보고 싶었기에, 나의 전시 리스트 중 몇 개를 골라 길을 나섰다. 시간을 정할 수 없어 티켓을 예매할 수 없었던 탓에 대형 미술관 전시보다는 작은 갤러리들 전시를 노렸는데, 나름 인상 깊고 흥미로운 전시들이라 좋았다. 전시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 어떤 작품들인지 예상하지 못한 조던도 너무 좋았다는 감상을 남겼다.

RON MUECK: 25 YEARS OF SCULPTURE, 1996-2021
Lobos

  전시 관람 이후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갔다. 배가 고플 때까지 잠시 펍에서 맥주를 한 잔씩 마시다가 간단한 저녁을 먹고 싶어 타파스(Tapas) 레스토랑을 검색했다. 소호 쪽에 여러 곳의 레스토랑이 떴고 그 중 하나 LOBOS를 선택했다. 펍에서 자리를 미리 예약하려 했지만 불가능해서 walk-in이 가능하기를 바라면서 호다닥 향했는데, 타이밍 좋게 마침 정리되고 있는 외부 테이블에 자리할 수 있었다.

▪︎ Lobos (Soho)
Address : 48 Frith Street, London W1D 4SF
Open : Monday - Friday 17:30 ~ 22:00 / Saturday - Sunday 12:30 ~ 22:00
Website : http://lobostapas.co.uk/soho/

  우리는 Croquetas, Black Rice Paella, Secreto Iberico & Mojo Potatoes 이 세 가지 타파스 메뉴를 주문했고, 레드 와인도 2잔 주문해 곁들였다. 타파스 메뉴들이다보니 양은 많지 않았지만(그걸 노리고 타파스 레스토랑에 온 것이지만), 맛은 엄청 좋았다. 특히 오징어 먹물을 이용한 블랙 빠에야는 짭쪼름하니 좋았고, 이베리코 돼지고기 구이도 쫄깃하고 맛있었다. 크로켓은 가끔 너무 질퍽한 곳이 있기도 한데 이건 크기도 적당하고 속까지 적당하니 촉촉했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우리는 소호 거리를 조금 걸었다. 곧장 집으로 향하기에는 아쉬운 마음에 다른 펍에 들러 맥주 한 잔을 마셨다. 조던과 데이트를 하면서 펍 바깥 벽에 서서 맥주를 마시는 영국 문화에 물들기 시작했는데, 따뜻한 실내에 앉아 마시는 편한 자리는 아니지만 쌀쌀한 바깥 공기를 쐬며 즐기는 맥주맛이 또 다르다. 특히 이렇게 가을, 겨울에 코가 시려오는 때에 가끔 더 생각이 난다(특히 조던과 예전에 데이트 할 때의 한 장면이 생각나면서).

 

  이번 주 이후부터 나름 일정이 가득 차 있다. 기다리던 일정과 기대하는 일정이 점점 다가오고 있어 신나면서도 떨린다. 작성해야 할 블로그 포트스도 많으니까 또 부지런히 움직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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