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1
일기를 쓰기 전, 아이패드의 다이어리를 정리하다 <국외부재자 신고> 일정을 발견했다. 까먹지 않고 하겠다는 의지로 공고를 보자마자 날짜를 기록해 두었는데, 늦지 않게 완료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외국이라 그런지 한국 공공기관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에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아니면 게임 설치하고 있는 조던이 때문인가..😠) 차근차근 마무리했다.
▪︎ 국외부재자 신고
신고 기간 : 2021년 10월 10일 (일) ~ 2022년 01월 08일 (토)
신고 방법 : 중앙선거관위 홈페이지(http://ova.nec.go.kr )에서 국외부재자 및 재외선거인 신고 등록 신청
내년 3월 9일에 있을 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면(재외선거 투표기간은 2022년 2월 23일~2월 28일이지만), 벌써 영국에서 맞이하는 두번째 대통령 선거다. 처음 영국에서 대통령 선거를 할 때는 영국에 이렇게 오래 살게 될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는데.. 물론 기회가 된다면 학업을 끝내고도 지내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여러 현실의 한계가 있다보니 낙관적인 생각은 미처 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두번째 선거를 신청하네. 사람 일 참 모른다.
▪︎ Bancone (Golden Square)
Address : 8-10 Lower James Street, London W1F 9EL
Open : Monday - Friday 12:00 ~ 15:00, 17:00 ~ 21:30 / Saturday 12:00 ~ 22:00 / Sunday Closed
Website : https://www.bancone.co.uk/
지난주에도 평일 데이트를 했다. 식당 예약이 가능했던 일정에 따라 지난 목요일에 또다시 조던과 퇴근 시간에 만났다. Bancone은 예전에 친구에게 추천을 받았던 식당인데, 한참을 미루다가 이제서야 생각이 나서(조던이 회사를 옮긴 후에 그 근처 식당들을 찾아보다가) 가보았다. 예약이 나름 차있는 걸로 보아 인기가 꽤 있는 것 같았고 평점도 나쁘지 않았다.
식당 규모는 꽤 컸고 자리도 1층과 지하까지 많았다. 시간이 흐르니 대부분 좌석들이 다 찰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왔다. 우리는 스타터로 Hand-picked White Crab meat with Avocado & Watermelon Gazpacho(게살을 보면 지나치치 못하는 조던이ㅋㅋ)를, 메인 파스타로 Rosemary & Bay braised Rabbit with Tagliatelle와 Tagliolini with Razor Clam, Lime & Bottarga를 주문했다. 사실 Bancone하면 떠오를 정도로 대표적인 파스타 메뉴가 있긴 했는데(Silk Handkerchiefs, Walnut Butter & Confit Egg Yolk) 좀 더 특이한 메뉴를 시도했다.
과감한 도전을 한 결과는? 사실 스타터는 만족스러운 맛이었는데, 메인은 영 잘못 선택했나 싶은 마음이었다. 물론 자극적인 맛을 추구하는 레스토랑은 아닌 것 같지만, 너무 밋밋한 간이라고 해야할까. 조던의 파스타는 토끼 고기가 특이하긴 했지만, 무슨 맛이지 싶은 밍밍한 느낌이 있어 조던이 영 만족을 못하는 느낌이었다. 나의 파스타도 맛조개를 종종 썰어버린 덕분에 이게 마늘인지 뭔지 헷갈릴 정도로 식감을 느끼기가 힘들었고 소스로도 라임의 맛이 엄청 강했다. 길쭉한 맛조개의 비주얼을 상상하며 해물 오일 파스타를 예상했는데, 상큼하고 시큼한 맛을 주로 느끼게 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해서.. 정말 별로다!! 까진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 맛있었다고 아니었던..(조던에겐 엄청 별로다 였을지도..)
디저트까지 주문할 생각은 없었는데, 메인에 조금 실망했던 조던이 "난 디저트라도 맛있는걸 먹어서 이 기분을 달래야겠어."라고 말해서 Limecello Semifreddo, Pistachio, Raspberry를 주문했다. 웨이트리스가 디저트를 갖다주면서 "이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디저트야!"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피스타치오의 식감과 상큼한 맛이 식사를 마무리하기에 맛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라즈베리의 맛이 너무 강했달까. 뭔가 우리랑 잘 안 맞는 느낌인가봐, 이 식당.. 나름 기대를 했는데 조금 실망했던 식당이었다😢
주말에는 조던 친구들의 생일 파티들이 있었는데, 난 모두 초대를 받았지만(이젠 친구들이 나랑 조던을 세트로 부르는 느낌) 그 중 한 곳만 참석하기로 했다. 주말 이틀을 내도록 파티에서 보내기엔.. 친구들아, 난 나이가 너희들보다 많단다.. 체력이 달라.. 그래서 금요일엔 조던만 친구 생일 파티에 갔는데, "12시까지 올게!"라던 조던은 '나 1시에 갈 것 같아~'라는 문자를 보내더니, '2시까지 갈게.'라며 계속 미루다가 결국엔 새벽 3시에 돌아왔다ㅋㅋㅋㅋ이 쉬키.
아무래도 선잠을 잤다보니 토요일 오전부터 엄청 피곤했다. 늦게까지 놀았던 조던도 피곤해서인지 토요일 아침부터 축 늘어지고. 토요일 저녁에는 조던 친구 Sophie의 생일 파티가 있었는데, 스쿼시를 다녀온 이후에 더욱 몸이 축축 처지는 것이 파티에 가서 오래 시간을 보낼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소피의 30번째 생일이었고 나름 참석 여부를 미리 확인한 자리여서 영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일찍 돌아올 생각으로 파티에 갔다.
영국에서는 30번째의 생일이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사실 나이에서 앞자리 수가 바뀐다는 건 모두에게 큰 변화이긴 하겠지만, '나이가 든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한 한국에서는 큰 파티로 축하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 같은데, 영국에서는 엄청 큰 파티를 열더라. 이번 소피의 생일 파티도 따로 빌린 파티 공간에 드레스 코드도 따로 있고, 참석자의 입장 비밀코드까지 있는 프라이빗한 파티였다. 심지어 중간에는 소피와 그녀의 어머니가 간단한 스피치를 하며 건배를 나누는 시간까지 있었다. 소피의 어린 시절 친구들부터 직장 동료, 가족들까지 초대된 큰 파티로 친구들 뿐만 아니라 그들의 부모님들까지 아주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극히 보수적이고 얌전한(?) 가정에서 자란 나로서는 이런 문화를 경험할 때마다 늘 놀랍고 새롭다. 한편으로는 적응하기 힘들다는 생각도 들고. 이전에도 말했지만 우리 가족은 생일 파티조차 하지 않는 편인데, 서른 살이 되었다고 이렇게 장소를 대여해서 모든 사람들을 불러 파티를 열 정도라니. 코로나 때문에 만 30살이 된지도 모르고 지나간 나로서는 그게 별 일인가 싶은데(...) 조던마저 내년에 다가올 자신의 30살 생일 파티는 크게 축하하고 싶다고 하니 솔직한 마음으로는 이해가 잘 안된다ㅋㅋㅋ 근데 또 워낙 사교적인 활동이 많은 문화를 생각해보면 이런 파티, 교류 활동이 중요하면서도 삶의 낙인가 싶기도 하고.
근데 이 날 결국 조던이랑 살짝 싸움ㅋㅋㅋ 파티가 무르익고 시간이 흘러 새벽 12시~1시 쯤이 되자 나는 집에 가고 싶었다. 미리 조던과 돌아오기로 정한 시간이기도 했고, 워낙 이런 자리가 성향이 아닌 나로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즐거움을 떠나 과한 에너지 소비 +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만 다 마시고 가자."던 조던의 말이 마시던 술잔을 끝낸 후에 "한 잔만 더 하고 가자."로 바뀌었다(이미 1시 넘음). 술 한 잔을 원샷할 것도 아니고 그것이 결국엔 30분은 더 걸릴 것을 아는 나로서는 기분이 상할 수 밖에 없었다. 파티가 새벽 2시까지인데다 조던 친구들도 대부분 떠나는 상황이었음에도 결국 조던은 술 한 잔을 더 주문했다. 결국에 2시가 가까워 지면서 파티장을 나왔는데, 우버를 불러서 기다리는 동안 내가 "이럴거면 다음부터 난 내가 즐거운 시간까지만 놀고 혼자 먼저 갈게. 너는 놀고 싶은만큼 더 노는 걸로 하자."라고 단호하게 말했더니 조던도 이번에는 심했다고 느꼈는지 미안하다며 엄청 사과를 했다. 사실 나는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한건데. 다음날 아침까지 미안하다고 잘못했다며 자책하는 조던이를 보니 나도 괜히 미안해지고 결국에 서로 이야기하고 화해했다😂.
일요일 아침에는 완전 늦게 일어나서는 끼니 걱정부터 했는데, 갑자기 Sunday Roast가 먹고 싶었다. 물론 당일 예약이 쉽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이리저리 검색하다 한 곳을 발견하고는 바로 예약하고 외출 준비를 했다.
▪︎ Gaucho (Hamstead)
Address : 64 Heath Street, London NW3 1DN
Open : Sunday - Thursday 12:00 ~ 23:00 / Friday - Saturday 11:30 ~ 23:00
Website : https://gauchorestaurants.com/restaurants/hampstead/
정말 오랜만에 먹는 선데이 로스트. 식당마다 선데이 로스트 종류는 다르지만, 대부분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메인으로 한다. 그와 곁들인 구운 야채들과 Yorkshire pudding(요크셔 푸딩)과 함께 gravy sauce(그레이비 소스)를 뿌려 먹는 음식이다. Gaucho는 소고기 스테이크를 메인으로 한 선데이 로스트로 한 메뉴만을 가지고 있었다. 다양한 부위를 다른 스타일로 구운 느낌이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식사 후에는 늦은 주말의 오후를 산책하며 즐겼다. 햄스테드 동네를 걸어다니며 맑은 햇살도 구경하고 정신 없이 보낸 지난 이틀 간의 시간에서 여유도 찾으며 한적한 시간을 보냈다. 요즘 부동산에 현실적인 관심이 많은 우리 커플로서는 괜히 동네 구경을 하면서 어떤 집들이 있나 구경하기도 하고(물론 햄스테드는 런던 내에서도 부유층이 거주하는 지역 중 하나로 집값은 어마무시하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하며 꽁냥꽁냥한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으로는 집 가기 전, The nook 카페에 들렀다. 올 여름에 갔었던 Rye(라이)여행에서 맛있게 먹은 밀크쉐이크를 잊지 못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런던에 있는 비슷한 카페를 발견했다. 여러 가지 농도의 초콜릿 드링크와 아이스크림을 광고하는 포스트였는데, 알고 보니 예전에 우연히 젤라토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던 곳이었다. 근데 그 당시에는 카페 이름도 제대로 보지 않았고 아이스크림만 사먹느라 다른 메뉴들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마침 카페가 지하철 역 앞에 위치하고 있어서 이번에는 밀크쉐이크를 먹어보자며 카페에 들렀다.
▪︎ The nook
Address : 43 S End Road, London NW3 2PY
Open : Monday - Friday 07:00 ~ 19:30 / Saturday 08:00 ~ 19:30 / Sunday 09:00 ~ 19:30
Website : https://thenookhampstead.co.uk/
조던과 나 둘 다 70%의 다크 초콜릿 밀크쉐이크를 주문했는데, 진짜 진~~~짜 진했다. 그나저나 이제 보니 사진에서 조던과 나의 밀크쉐이크 색깔 차이가 약간 있는 것 같지? 같은 종류인데.. 아무튼 카페는 엄청 인기가 많았다. 예전에 젤라토를 사먹었을 때도 맛있었는데, 더 유명해졌나 보다. 줄이 엄청 길게 서있어서 조금 기다려야 했는데(워낙 크기도 작은 카페라) 그래도 기다릴 가치가 있는 맛이었다. 근데 대신 너무 초콜릿 농도가 쫀쫀할 만큼 진하고 두꺼워서 우리에겐 저녁밥 대신이었다ㅋㅋㅋ
어느덧 런던에는 가을이 왔다. 워낙 엄청 더운 여름이 없다보니 '그저 쌀쌀한 여름인가?'하는 사이에 낙엽이 하나 둘 떨어지는 가을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맑은 하늘이 엄청 높게 느껴져서 진짜 가을이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조던에게 "영국에도 가을에 하늘이 높다, 라는 표현이 있어?"라고 물으며 '천고마비(天高馬肥)'에 대해 이야기 했더니, 그런 표현은 없다네. 그래도 런던 하늘도 가을에는 높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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