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일상 기록장/2021년

[영국생활] Day+1848 평일 데이트 + 순식간에 지나간 주말

by kyeeunkim 2021. 10. 5.

2021.10.04

  일주일이 또 후딱 지나갔다. 별 일이 없었던 듯 싶으면서도 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번에는 먹부림 기록부터 남기며 지난 일주일을 되돌아 볼까 한다.

(1) 새우 커리 : 우리집 커리 담당은 조던이죠. 일본식 카레를 만들지 않는 이상 내가 커리를 요리할 일은 없는데, 향신료를 섞어 볶는 단계부터 집안에 맛있는 냄새가 가득 찬다. 향신료의 양이나 사용하는 소스에 따라 분명 커리 이름들이 다를 것 같은데, 난 상관 없이 잘 먹는 편이고, 조던이도 약간 자기 삘대로 만드는 것도 있어서 이름은 딱히..(잘 모르겠음) 암튼 맛있따!

(2) 피자 + 샐러드 : 어느 날 조던이가 퇴근하고 돌아와선 "..슈퍼 마켓 피자?"라며 저녁 메뉴를 슬쩍 흘렸다. 어차피 장 보러 나가야 했어서, 조던이가 운동을 간 사이에 혼자 Waitrose에 갔는데, 여러 재료들을 사면서 혹시나 하며 피자도 챙겼다. 그랬더니 신나가지구 피자 먹자고ㅋㅋㅋ 산 건 페페로니 피자였는데 바질도 사와서 위에 얹어줬음. 집에 남은 샐러드 야채와 토마토도 탈탈 털어서 올리브 오일에 발사믹 뿌려서 같이 먹었다.

(3) 오므라이스 : 예전에 '강식당'을 보면서 보들보들한 오므라이스에 꽂혔는데, 아무래 그런 스타일의 계란 지단을 만들려고 해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에 대충 비슷하게 하는 법을 터득했다..! 그래서 하루는 저녁으로 오므라이스도 해먹었다. 매끈하고 이쁘게 만드는 오므라이스도 맛있지만, 요런 계란 스타일도 너무 맛있다.

(4) 새우 볶음밥 + 미소국 : 오므라이스와 세트였던.. 새우 볶음밥. 볶음밥은 한 번 만들 때 가득 만들어 두면 너무 편하다. 거기다 얼마 전에 샀던 인스턴트 미소국도 풀어서 같이 먹었다.

(5) 닭봉 간장조림 : 내가 좋아하는 우리 엄마 요리 중 하나, 닭봉 간장조림! 영국에서는 닭봉을 파는 경우를 잘 보지 못해서 자주 못 해먹는데, 얼마 전에 장 보러 갔다가 Waitrose에서 발견했다. 갑자기 그리워서 후다닥 집어왔다(닭다리 정육도 함께). 내 멋대로 밀가루 무친 닭고기들을 1차로 팬에 굽고, 살짝 볶아둔 야채와 간장 소스에 졸였더니 나름 만족스럽게 완성되었다. 엄마 음식 맛을 따라가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비슷하게라도 따라하면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조금 덜어진다.

(6) 이케아 뢰스티 + 치킨볼 + 야채 볶음 : 바로 어제 저녁 메뉴였다. 거창하게 요리하기는 너무 귀찮아서 이케아에서 사왔던 뢰스티와 치킨볼을 오븐에 굽고 후다닥 여러 야채들을 팬에 볶았다. 은근 이케아에서 사 온 음식들이 편하고 맛있어서 좋다. 다음에 이케아 가서 또 식료품 털어오자며 조던이랑 계획을 짰다ㅋㅋ

 

  그 외에 있었던 일은.. 우선 Netflix <오징어 게임>을 다 봤다는 것? 지난 주말부터 보기 시작해서 거의 하루에 2~3편씩, 3일만에 끝장냈는데, 사실 나는 보기 좀 힘들었다. 소재는 독특했는데 어쨋든 잔인해서.. 그리고 그 으스스한 긴장감이 너무 힘들었다. '이 쯤에서 이런 장면이 나오겠네..'라는 예상 가능한 플롯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편으로 갈 수록 "우엥 그만 볼래~~" 소리를 많이 했던 듯. 그래도 결국엔 다 봄ㅋㅋㅋ 이렇게 세계적 유명세를 탈 거라 예상 못했는데.. 영국에서도 그 인기를 느낄 수 있는 정도라 신기하다(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포스트로 다뤄볼까 함).

  그리고 나의 BRP 근황도 듣게 되었다ㅋㅋㅋㅋ(잘 있니, 내 BRP) 유명한 불통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영국 Home Office에 조금이라도 닿을 수 있는 여러 방법들 중 하나가 살고 있는 지역의 local MP에게 연락을 하여 도움을 청하는 것이다. 난 작년 새로운 비자 지원을 하고 어떤 소식도 못 받을 때부터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구 의원에게 연락을 취했었고, (여전히 느리지만) 답장을 받곤 했다. Local MP를 통한다고 해도 결국엔 그의 사무실 직원과 홈 오피스의 연락이기 때문에 직접적 영향이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일개 외국인 이민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으니 여러 방법을 동원해 본 것이다.

  이번에도 새로운 BRP 신청을 하고 10주가 넘어가던 차에 다시 한번 local MP에게 메일을 보냈고(나와 메일을 주고받았던 기록들이 있어 상황 설명하기는 훨씬 쉬웠다.) 몇 번의 답장을 받다가 최근에는 홈 오피스가 그들에게 보낸 직접적 연락/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엄청 희망적인 해결은 없었고, 자세한 상황적 설명과(나도 다 알고 있는) 약간의 변명(왜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 그리고 아직 나의 새로운 지원서가 처리되지 않았다는 confirmation이 전부였다. 그래도 내 BRP가 또 다른 주소로 굴러 들어간 게 아니라는 것에 약간의 안도감이 든다. 솔직히 위드 코로나니 뭐니 모든 규제를 없애고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난리를 치는 상황에 이렇게 느려터진 홈 오피스의 일 처리가 이해되지 않지만, 실물 BRP를 받을 수 있는 날이 곧 오리라 믿는다. 우리는 local MP에게 BRP가 없다고 문제될 상황이 없는 것은 알지만, 그로 인해 내가 겪어야 할 생활적 불편함이 여전히 많은 것을 한번 더 어필하면서 새로운 업데이트를 기대한다고 답장을 보냈다(물론 고맙다는 말과 함께). BRP 나오기만 해봐라.. 당장 파리 여행 갈끄얌..

 

오랜만에 퇴근 후 평일 데이트!

  우리 커플에게 일주일 중 대부분의 일은 목요일 즈음부터 일어나는데, 그 이유가 조던의 회사가 화~목만 사무실 근무를 하기 때문이다. 주말과 붙어 있는 월, 금요일은 재택 근무일이라 그 때는 주말의 연장선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목요일 저녁부터 엉덩이가 덩실거린다. 그렇게 조던이의 새로운 회사 라이프에 적응이 되던 차에 오랜만에 평일 데이트를 계획했다.

  조던이네 회사가 Piccadilly Circus Station 근처에 있어서 근처 괜찮은 식당에 갈려고 했는데, 예약 실패(그래서 다음 목요일로 미룸, 즉 이번주에 또 데이트 한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무조건 퇴근 후에 만나자, 해서 사무실 근처에서 만났다. 요즘 부쩍이나 날씨가 추워져서 재킷 하나 입고 갔던 나는 좀 오돌오돌 떨었지만, 금방 나온 조던이가 "안 그래도 직장 동료한테 식당 추천 받았어! 거기 가보자~"라고 해서 고민하는 시간도 없이 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프렌치 레스토랑, Brasserie Zédel

▪︎ Brasserie Zédel
Address : 20 Sherwood St, London W1F 7ED
Open : Tuesday - Saturday 12:00 ~ 23:00 / Sunday 12:00 ~ 22:00 / Monday Closed
Website : https://www.brasseriezedel.com/brasserie-zedel/

  그의 직장 동료가 추천한 곳은 Brasserie Zédel로 프렌치 레스토랑이었다. Piccadilly Circus를 몇 번이나 지나치면서 슬쩍 보긴 봤었지만 단 한번도 들어가 볼 생각은 안했는데, 정말 엄청난 규모의 식당이었다. 입구로 향하는 통로부터 1920~30년대 분위기의 인테리어가 완전 분위기를 다르게 만들었다. 미리 예약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바로 앉을려면 Bar 테이블에 앉았어야 했지만, 우리도 간단하게 저녁을 먹을 생각이어서 지체 없이 그 자리를 택했다.

너무 맛있다 냠냠
디저트도 념념

  우리는 메인 요리보다는 간단한 음식들을 몇 개 시켜 나눠 먹기로 했다. Snails with Garlic & Parsley Butter 6pcs, Bay of Biscay Rock Oysters 4pcs, Dressed Dorset Crab와 나는 화이트 와인, 조던이는 레드 와인 한 잔씩을 주문했다. 에스카르고는 내가 엄청 좋아하는 프랑스 요리 중 하나로 늘 빼놓지 않는 메뉴이고, 게 요리는 조던이가 좋아해서 골랐다. 영국이나 유럽에서 생굴은 엄청 크고 싱싱한데 가격이 너무 사악해서 자주 먹지는 못하지만 별미로 가끔 먹는거니까? 나도 한국에서는 생굴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영국에 와서 두어개 소스와 함께 먹는 건 괜찮았다. 전체적으로 요리들은 다 깔끔하고 맛있었다. 오랜만에 먹는 프렌치, 좋아.

  그 외에 Rum Baba와 Crème Brûlée를 디저트로 주문했다. 여기서 해프닝이 하나 있었던게 디저트를 주문할 때 급하게 메뉴를 바꿨어서 직원이 헷갈렸는지 다른 메뉴를 가져왔었다. 근데 조던이가 너무 해맑게 "이거 네가 주문한거 맞는데?"라고 해서, "내가 주문한 건 이거고, 지금 너가 주문한게 잘못 나온거잖아..!"랬더니 아? 아..? 거리면서 몇 번 뚝딱거리곤 다시 정신 차렸다는ㅋㅋㅋ 그래도 직원이 친절하게 메뉴를 다시 바꿔줬다. 자기가 주문한게 뭔지도 헷갈리는 우리 조던이 우짠댜..

라이브 음악도 연주되던 레스토랑

 

  바쁜 목요일 저녁 일정을 보냈던 만큼, 금요일은 조금 평화롭게 보냈다. 나는 3~4개의 취업 지원서도 넣었는데, 여전히 혼란스럽다. Pattern Cutter 분야는 예상/각오했던 대로 공석이 많이 나오지 않아서 결국엔 디자이너 업무나 기타 예술 업무도 살피고 있는데, 과연 이게 맞는 것인지 고민도 되고 겁도 난다. 하지만 아직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니 우선은 좀 더 지원 범위를 넓혀보고자 하는 그런 마음이다.

  토요일엔 또 스쿼시를 갔다. 운동을 다녀온 이후엔 다른 일정들도 쭉~~ 잡혀있어서 조금 바쁜 하루였다. 오전부터 흐리고 비가 와서 날씨가 부쩍이나 추워졌다. 나 혼자였음 운동 가기 싫다고 찡얼댔을 텐데, 그래도 함께하는 사람이 있어 서로 동기 부여가 된다.

London Parakeets

  스포츠 센터로 가는 길에 조던이 갑자기 나무를 가르키며 "저기 좀 봐! London Parakeets다!"라길래 어디? 하며 살폈는데, 처음에는 숨은 그림 찾기하는 줄 알았다ㅋㅋㅋ 근데 정말루 나무에 떡하니 잉꼬 앵무들이..! 잉꼬 앵무들을 야생으로 길에서 볼 거라곤 생각지 못했는데, 의외로 런던에서 종종 찾을 수 있는 새라고 한다. 외래종이 분명할 이 잉꼬 앵무들이 런던에 정착하게 되었는지는 여러 썰들이 많다고 하는데, 그 중 가장 가능성 있는 것은 1980년대에 있었던 폭풍으로 잉꼬 앵무를 키우던 새장이 난파되어 그들이 야생으로 탈출했다..는 이야기라고 한다ㅋㅋㅋ 진짜 별 일이 다 있고, 모든 존재들은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대단하구나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는ㅋㅋㅋ

세번째 스쿼시!

  세번째 스쿼시는 조금 힘들었다. 지난주에는 조금 몸이 가볍게 움직이는 듯? 싶었는데, 이번에는 몸이 쉽게 무거워지고 힘들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대신 공을 치는 포즈나 스윙은 발전한 기분? 무작정 힘을 쓴다기 보다 팔 전체적으로 스윙해서 힘이 들어가는 식을 좀 더 많이 한 것 같은데, 사실 전부 나의 주관적인 느낌이라..

  한 번은 내가 서브를 넣으면서 냅다 공을 쳤는데, 벽에 진한 마크를 만들었다. 난 눈치를 못 챘는데, 공을 바라보고 있던 조던이가 나중에 알려줬다. 아주 용을 써서 힘껏 쳤더니 저런 마크도 생기네.. 가끔 '오, 이번에 감각이 좋아'라고 느끼는 랠리가 있는데 그 횟수가 점차 늘어나면 좋겠다.

엄청난 마크를 만들었다ㅋㅋ (흰 동그라미 위치)

  스쿼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이후의 일정을 위해 외출 준비를 했다. 하나는 조던이네 부모님 집에 방문하는 것. 한국에 다녀온 후에 한번 조던의 아버지와 큰 여동생을 만난 적은 있는데, 이외의 가족들은 보지 못했다. 크리스마스 이후로 거의 9개월을 못 본 셈이니 볼 타이밍이 되기도 했지(...ㅋㅋ)

  조던과 나는 결혼을 전제로 하는 진지한 관계지만, 정확하게는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라 가끔은 상황이 애매할 때가 있다. 2년이 넘는 연애 기간 동안 조던네 가족은 많이 만났지만, 우리 가족은 한 번도 못 본 상황으로 서로 간의 관계적 정의가 다르다. 조던네 가족에게는 이미 나는 약혼자, 가족과도 같은 느낌인데, 우리 가족에게는 조던이 아직 진지한 관계의 남자친구일 뿐 만나지 못한 만큼 타인이라는 거리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만약 기존 계획대로 2020년 여름에 한국을 방문해 조던이 우리 가족을 만났다면 이런 차이가 적었을 테지만, 코로나로 인해 그 계획이 무한정 밀려진 현재는 그 불균형이 점차 커졌다. 그 애매한 경계선에서 혼란을 느끼는건 결국 나 자신이라, 그 중심을 찾기까지 힘들었다. 물론 내가 조던네에 방문한다고 해서 그의 부모님이나 가족에게 '잘 보여야'하는 것도 없고, 시집살이 같은 것도 전혀 없는대다, 오히려 그저 앉아 있으면 먹을거 마실거 다 갖다 주시고 편하게 있으라며 신경 써주신다. 하지만 거의 30년을 가족 바운더리에 나의 부모님, 오빠만을 넣고 살아오던 나에게 남자친구의 가족을 받아들이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이건 나의 성격적인 특징도 있는 셈).

  게다가 조던에게는 어린 형제들이 많은데, 그 중 가장 어린 여동생이 나를 엄청 좋아한다. 자기말 다 들어주고 놀아주는 새로운 언니가 마음에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혼자 독차지(?)하려고 떼쓰고 우는 경우가 많아서 오히려 내가 난감했던 적이 몇 번 있다. 원래부터 나는 어린 아이들을 좋아하는 성향이 아닌데다, 나 또한 조던네 가족에게 새로운 사람으로서 교류해야 하는 사람이 여동생 하나만은 아닌데, 그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니 한편으로는 그 부분이 스트레스이자 피곤함으로 다가왔다.

  결국에 작년 크리스마스 쯤부터 나의 의견을 솔직하게 말했더니 조던도 이해해 줬다. 조던에게도 내가 자신의 가족을 방문하는 일이 '당연한 일'이 아닌 만큼 나의 기분과 생각을 우선으로 생각해 줬다. 물론 사람인지라 조던이나 그의 가족들은 조금 서운하게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이 갈등이 되지는 않았다. 조던도 내가 가족들을 만나러 같이 나서면 늘 고맙다고 표현해주고, 혹시나 여동생의 행동이 나에게 스트레스가 될까봐 미리 배려하는 말을 많이 해준다. 그러다보면 오히려 내가 너무 냉정하게 구나, 싶으면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토요일에 방문하니 여전히 그의 부모님은 나를 반겨주셨고, 조금 더 점잖아진 막내 여동생은 내 눈치를 살짝 살피다 옆에 앉아서 이야기를 조잘댔다. 우리는 다 함께 아스널 vs 브라이튼의 축구 경기를 봤는데, 아스널은 아쉽게 점수를 내지 못하고 동점을 기록했다. 경기 동안에는 조던네 아버지와 맥주를 마시다, 이후엔 어머님 요리로 저녁을 먹었다(조던네 어머니 커리 요리 짱짱). 간단한 수다도 떨고 가족들이 하는 이야기를 한참이나 듣다가 늦은 저녁 또 다른 일정이 있어 시간에 맞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점차 어색함이 사라지는 만큼 자연스럽게 가족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이런 일들은 시간이 또 해결해 주겠지.

너무 귀여운 half pint glass

  조던네 가족 방문 이후에는 또 다른 약속이 있었다. 우리가 함께 살기 전, 조던은 쉐어하우스에서 살았는데, 그 때 함께 살았던 플랫 메이트들과 여전히 연락하며 지낸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각자의 사정에 따라 집을 쉐어했다가 친구가 된 셈인데, 나도 조던의 집에 놀러가면서 늘 보던 사이였다. 그 중에 Ben이라는 친구가 이번에는 자기 여자친구와의 자리를 만들면서 조던에게 "네 Miss도 데려와."라고 해서 같이 따라가게 되었다. 다른 플랫메이트 Pol(스페인 친구)도 자리하는 곳이라 어색함이 덜하기 바라며 길을 나섰다.

  가는 길에 비가 엄청 많이 와서 고생이었는데, 신호등을 기다리는 사이 버스가 물 웅덩이를 지나치며 엄청난 파도를 일으켰다. 그리고 내가 그걸 쫄딱 맞았지... 머리부터 젖어버린 상황에서 거의 30분은 '그냥 집에 갈까...'라고 고민했는데, 다행히 엄청 엉망이 되지는 않아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고 가자, 며 약속 장소로 향했다.

  약속장소에 9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했는데, 벤과 그의 여자친구 Hannah, 폴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있었다(이름 까먹음ㅋㅋ). 자리에 앉자마자 내가 오는 길에 쫄딱쥐가 된 에피소드를 풀어 놓으며 그 동안의 근황을 이야기했다. 사실 난 그들과 엄청 친한 사이는 아닌데(특히나 벤이랑은 덩치도 크고 행동도 거침없는 스타일이라 내가 어려워했다ㅋㅋ) 이번에는 좀 더 편했다. 게다가 벤이 '오징어 게임'을 너무 재미있게 봤는지 먼저 이야기를 꺼냈는데, 그 표정이나 수다스러움이 새로웠달까. 이후엔 나도 맥주가 조금 들어가고 낯가림이 조금 풀려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새벽 1시 30분에 맥도날드 가서는 버거랑 치킨 먹은거 비밀...후...)

 

  바빴던 토요일 일정을 보내고, 일요일은 조금 게으른 시간을 즐겼다. 우리 둘 다 늦은 시간에 잠들었던 터라 아침까지 뒹굴거리다가, 조던이는 한국어 수업을 준비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나 한국어 수업 끝나면 네가 말한 일본 우동 먹으러 가자!"라고 해서 그가 한국어 수업을 듣는 동안 외출 준비를 했다.

Koya-ko, 일본 우동/돈부리 전문점

▪︎ Koya-Ko Hackney
Address : Broadway Market Mews, London E8 4TS
Open : Sunday - Wednesday 08:30 ~ 22:30 / Thursday - Saturday 08:30 ~ 23:00
Website : https://www.koya.co.uk/restaurant/hackney

  한국어 수업을 마치고 우리가 향한 곳은 Koya-Ko Hackney. 런던 Soho에 Koya라는 일본 식당이 있는데, 예전에 친구 소개로 몇 번 방문했었다. 소바, 우동, 돈부리를 전문으로 하는데 우동 맛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Koya-Ko는 그 식당의 해크니 지점으로 최근에 오픈한 듯 했다. 조던과 한번도 그 식당에 가본 적이 없어서, 우리집과 멀지 않은 새로운 지점으로 가봤다.

  Koya-Ko는 본점보다 메뉴는 좀 더 간단했고, 우동과 미니 돈부리가 메인 메뉴였다. 메뉴에 대한 설명과 추천을 받고 조던이는 Chaning Classic, 나는 Miso Classic을 주문했다. 좌석은 실내와 야외에 마련되어 있었는데, 우리는 야외에 자리 잡았다. 곳곳에 작은 스크린이 있었는데, 주문 번호가 뜨면 픽업을 하러 가는 방식이었다. 본점은 좀 더 정통적인 일본 식당 느낌이 있는데, 해크니 점은 좀 더 포장마차 같은 대면 서비스를 줄이고 간편한 현대식이랄까. 코로나 시대에 대응한 것인지 동네에 따른 스타일의 변화인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본점 스타일이 더 마음에 든다.

  조던이가 주문한 메뉴는 그 날에 따라 토핑이나 맛이 바뀌는 스타일인 것 같았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흰살 생선 튀김과 계란이 주요 토핑이었다. 생선과 우동의 매치를 상상하지 못했는데, 생각보다 국물 맛도 깔끔하고 생선 튀김도 어울렸다. 약간 맑은 흰살 생선국에 우동면을 말아먹는 느낌이랄까. 그에 반해 내가 먹은 메뉴는 미소와 돼지고기의 조화로 진하고 강한 맛의 우동이었다. 바람이 부는 날씨에 뜨끈한 우동을 먹으니 너무 좋았다. 평소 우동을 즐기지 않던 조던이도 맛있다고 했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본점에도 가보기로 했다.

맛난 점심

  이후에는 짧은 산책을 했다. 식당이 있던 곳이 Broadway Market으로 다양한 카페와 식당, 가게들이 있는 활기찬 골목이어서 크게 한바퀴를 돌며 구경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주말 마켓으로 열렸던 street food 가게들은 거의 다 닫는 분위기였지만, 여전히 골목을 가득 메우는 사람들이 곳곳의 카페를 채우고 있었다. 또 근처에는 London Fields라는 큰 공원이 있어서 주말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바람이 불어 조금 쌀쌀한 날씨였지만 여전히 맑은 하늘에 주말에 상쾌한 공기를 쐬니 기분이 좋았다.

날씨 너무 예쁘다

  돌아오는 길에는 이웃집을 지나치다 발견한 무화과 나무를 구경했다. 무화과 철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열매가 엄청 작아서 먹을 수 있는 무화과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길에서 떡하니 보이는 무화과라니 신기했다, 따가면 뭐라 하려나ㅋㅋㅋㅋ

이웃집 무화과 나무

  지난주를 돌이켜보니 확실히 해도 짧아지고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느낀다. 어느덧 10월이 되었고 2021년도 두달 남짓 밖에 남지 않았다.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이 아쉬우면서도 그에 따라 해결될 많은 일들과 새로이 다가올 일들에 기대를 걸어본다. 또 하루하루를 열심히 채워보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