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20
한국은 벌써 추석 연휴라고 한다. 지난주에 친구 예진이와 카톡을 하던 중, '나 내일 본가 내려간다~'길래 그 때서야 알아챈 추석 일정. 이번에는 주말까지 딱 붙어있어 엄청 긴 연휴가 되겠던데, 영국에 있는 나로서는 딴세상 이야기가 되었다. 어느덧 런던에서 맞이하는 추석이 여섯번 째다. 오늘 엄마한테 영상 통화를 걸었더니 아직 잠드시지 않은 아빠(요즘 엄청 일찍 주무심)와 서울에서 내려온 오빠까지 함께 오랜만에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매주 영상 통화를 하는데다 부모님이랑 떨어져 산 지는 10년이 넘어가는 터라 이렇게 멀리 지낸다는 것이 낯설 일도 아쉬울 일도 아닌데, 요즘엔 가끔 '한 가족이 모일 날이 앞으로 얼마나 더 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든다. 나이가 들어버린 건가..
아무튼 가족이 그리운 이 날, 밀린 일기를 써볼까 한다. 사실 특별한 일이 매일 있지는 않아서 2~3일에 한 번씩 일기를 써왔는데, 최근에는 그 타이밍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일주일에 한 두번씩 일기를 남기고 다른 컨텐츠를 작성하는 것에 집중해야 할까 싶기도 하고.. 포스팅 하나를 완성하는데도 시간이 워낙 오래 걸려서 그 시간을 어떻게 하면 단축시킬 수 있을지도 고민이다.
사실 이케아 매장에 가봤다는 일기 전, 9월 10일 금요일에 갑작스럽게 저녁 외식을 했었다. 새로운 회사에서 근무 첫 주를 마친 조던이가 불금을 그냥 보내기가 아쉬웠던 모양. 계속 꼼실거리길래 Angel역 근처에 있던 퓨전 한식 바(Bar)가 생각이 났다. 우리가 종종 즐겨 마셨던 막걸리 '술단지'를 픽업하는 장소이기도 해서 몇 번이나 다음에 꼭 와보자~했던 곳이었다. Ogam Tapas Bar! 금요일 저녁이라 자리가 많지 않을 것 같아 긴가민가하면서도 혹시나 몰라 인스타그램 DM으로 연락을 해보았더니 당장에 갈 수 있는 빈자리가 있었다. 그래서 정말 외출 준비를 10분만에 끝내고 달려갔었다. 한국식 술을 이용한 여러가지 시그니쳐 칵테일과 한국식 요리를 안주로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급하게 달려가 즐긴 저녁이지만 기분 전환하기 딱인 곳이었다. 다음에는 조던 친구들에게도 추천/소개해주고 싶었다.
▪︎ Ogam Tapas Bar
Address : 10 Chapel Market, London N1 9EZ
Open : Tuesday - Sunday 17:00 ~ 23:00 / Monday Closed
Website :https://www.ogamtapasbar.com/
그리고 이건 지난 금요일이었나, 9월 17일. 금요일마다 우리는 가만히 있질 못하는구나. 솔직히 그렇지 않은가, 일주일 동안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고 간단하게 사먹거나 집에서 요리하며 점심 저녁을 먹으며 평일을 보내면 금요일 저녁쯤 딱 저녁바람 쐬고 싶고 다른 사람이 해주는 밥 먹고 싶고 그런거. 이 날은 사실 정해놓은 저녁 메뉴도 있었는데, 내가 "저녁 요리 전에, 살짝 나가서 맥주 한 잔만 딱 마시고 올까?"라고 콧구멍에 바람 들어가는 소리를 했다. 최근 들어 날씨가 화창하니 좋았고(왜 여름보다 가을이 더 좋은지..) 더 추워지기 전에 펍 야외석에서 맥주 한잔 하면서 바람 쐬고 왔으면, 하는 기분이 들어 제안했는데 조던이는 예스맨이죠. 영국인한테 맥주로 꼬셔서 안 넘어오는게 없지..
그렇게 맥주 산책길을 나섰는데, 막 해가 지는 석양빛 구름이 너무 예뻐 사진을 두어방 찍으며 신났던 기억이 난다. 처음 목표했던 펍의 야외석이 꽉 찬걸 확인하고 결국 다른 펍으로 향해 맥주를 마시는데, 사람이 딱 한 잔만으로 끝이 나던가. 영국인에게 맥주 파인트 하나는 너무 아쉽고, 한국인에게 남이 마시는데 입맛만 다시는 건 용납이 안된다. 내가 마시는 속도가 늦기 때문에 2차전은 1파인트와 half 파인트를 주문해 마시고는 펍을 나섰다.
그리고는 집에 오려는데 시간도 이미 어둑어둑 늦어졌고 기분도 tipsy 해져서 그동안 아껴뒀던 버거 이용권을 꺼냈다. 진짜 그런 이용권이 있다는건 아니고, 최대한 치팅 푸드를 피하려는 나와 조던이만의 룰이랄까. 지난 주말에 내가 버거를 먹고 싶다고 했더니 다음 주말에 먹자고 해서 일주일을 참았다. "내가 오늘 먹으려 한 요리는 내일 해줄테니 오늘 저녁에 그럼 버거를 먹자!"라고 해서 집 앞에 있던 맥도날드로 쪼르르.. 나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패스트푸드 점은 아주 강력하게 제한했어서(손에 꼽을 정도임) 성인이 된 후에도 패스트푸드 점에 대한 욕망이 없는(?) 사람이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단점이 패스트푸드 점 가면 긴장 빠짝하는 얼음이 된다. 메뉴도 몰라, 뭘 어떻게 시켜야 되는지도 잘 몰라서 조던이가 추천해주는대로 가만히 있었음. 조던이가 시키는대로 똑같은 버거를 고르고 치킨 너겟 대신 조던이가 좋아하는 걸로 주문하고(이름 모름) 그렇게 버거를 싸들고 와서는 신나게 둘이서 배불리 먹었다. 그러고보니 이 때가 런던에서 처음으로 맥도날드에 가본거네..
그리고 다음날이었던 9월 18일. 조던이랑 처음으로 운동을 같이 갔다. 함께할 수 있는 운동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고른 것이 바로 스쿼시. 라켓이나 신발, 공, 고글 등 준비물을 사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나에겐 실행력 갑인 조던이가 있다! 필요한 것을 구입할 때도 그랬지만 이후에 날짜 잡고 코트 빌리는 것도 착착.. 런던에서 대형 스포츠 센터에 가보는 것은 처음이라 살짝 긴장되기도 했고, 스포츠를 정식으로 배우지 않고 우리끼리만 해서 괜찮을까 싶었는데 정작 가보니 다 괜찮았다. 우리 옆 스쿼시 코트에도 한 커플이 왔는데, 공을 깜빡했대서 우리가 공을 빌려줬다. "우리는 오늘이 처음이라 공이 초보자 용인데 괜찮아..?"랬더니 "우린 두번째야!"라던 커플. 그저 가족끼리 커플끼리, 혹은 개인이 함께 와서 일상적으로 운동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스쿼시를 해보니 생각보다 엄청 많이 움직여야 했고 그만큼 운동이 많이 되는 것 같아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제대로 된 운동을 안한지 엄청 오래 되어서 체력이 쉽게 떨어졌지만, 그래도 남자친구랑 같이 하니 의욕도 생기고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 코트는 대략 한 시간 기준으로 빌릴 수 있고 스포츠 센터까지 걸어 다니는데 대략 왕복 1시간이 걸리지만, 몸에 익으면 좋은 운동이 될 것 같다. 주말에 꼭 한번씩 하는 것이 현재 우리의 목표다.
이후 토요일 저녁에는 조던의 친구 커플 Tommy와 Jennifer의 집들이(Housewarming Party)에 초대받아 갔다. 토미와 제니퍼가 최근에 집을 구입해서 이사를 했는데, 이 날은 그 새로운 집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위치는 내가 잘 모르는 동네였지만, 새로이 단장해 꾸며진 집은 너무 예뻤다. 나의 기준에서는 전형적인 영국 집이라고 해야할까. 깔끔하게 잘 꾸며진 집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충분한 공간의 마당이 부러웠다. 그래서인지 집들이 대부분의 시간동안 우리는 마당 테이블에서 시간을 보냈다. 새로운 집에서 토미와 제니퍼 커플의 생활이 행복하기를❤️
그 외의 사진들은 모두 먹부림.
(1) 바질 페스토와 썬드라이 토마토를 곁들인 오일 라비올리 : 그냥 간단하게 해먹고 싶어서.. 썬드라이 토마토 한번쯤 써보고 싶었다.
(2) 데리야키 치킨 스테이크와 구운 야채 : 영국 닭다리 정육은 껍질 없는 경우가 많아서 아숩.. 하지만 맛있었당 헤헤
(3) 꽁치 고추장 찌개 : 가끔 생각나면 해먹어야 되기 때문에 꽁치 통조림은 늘 구비해 두어야 한다.
(4) 김치볶음밥 : 최근에 한국 음식을 엄청 주문하면서 김치를 새로 샀는데 그 기념으로 배달 받자 마자 김치볶음밥을 했다. 소고기를 넣어 했기에 조금 고급 버젼인 셈. 그래도 나 김치 사면 같이 "오예 김치~~"라고 외치는 남자친구랑 살아서 다행ㅋㅋㅋ
(5) 생선 구이와 야채 : Tesco에서 Smoked Lemon Sole이었나, 훈제된 생선을 사봤다. 생선은 다 맛있지 뭐, 훈제가 쪼끔 새로웠다.
(6) 두부 김치 : 맥주 마시느라 미뤘던 그 메뉴, 두부김치. 삼겹살 썰어 넣어 김치, 야채랑 후루룩 볶고 두부랑 같이 먹는 이것. 조던이에게 처음 해준거였는데, 조던이는 맛없다고 하는 경우가 잘 없더라...? 다 잘 먹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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