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08
오늘 조던이가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했다. 휴가 막바지에는 둘이 같이 게임하고 늦게 잠들었다 대낮에 일어나곤 했는데, 다시 일찍 일어나야 하니 쉽지가 않았다. 긴 휴식이 아쉽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일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아 하더니, 결국 오늘 출근할 준비를 지난 밤에 미리 해놓더라. 새로운 회사에서도 유연한 재택근무는 가능하지만 첫날인만큼 회사로 출근해서 인사도 하고 사원증이나 필요한 물품들을 받아야 했다. 아무래도 너무 편한 차림을 입기엔 적절하지 않아 늦은 밤에 셔츠 다림질까지 했다(결국 내가 다 도와줬지만).
아침에 비몽사몽 눈을 뜨니 막 준비를 마친 조던이가 보였다. 코로나 기간 동안 재택 근무를 하다 오랜만에 회사 출근을 한다고 셔츠 입은 모습을 보니 오, 멋있어. 그렇게 시간에 맞춰 출근을 하고 오후에는 새로운 회사 사무실이 St James Park 근처에 있어서 공원에서 점심을 먹는다며 "All going well so far!"이라고 연락도 왔다. 첫 출근을 축하하기 위해 디저트도 사놓고 좋아하는 과자도 사두었으니 퇴근하면 수고했다고 꼭 안아줘야지.
최근 날씨는 엄청 좋았다. 9월에 늦은 여름이 온 느낌이었다. 마지막 여름 날씨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27~28도를 웃도는 화창한 날씨가 3일 정도 지속되었다. 비록 게임에 빠져있던 일상이었지만, 창문 밖을 바라본 하늘이 너무 예뻐서 틈틈이 산책을 나갔다.
조던이 하루는 Highgate Cemetery에 가보고 싶대서(런던에 평생을 살았는데도 가본 적이 없단다.) 산책을 갔다. 파리 여행을 갔을 때 Pere-Lachaise Cemetery를 간 적이 있는데, 런던에도 그런 비슷한 공동 묘지가 있는 줄은 몰랐네. 유럽에서는 공동 묘지를 워낙 도심 곳곳에서 볼 수 있고 심지어 한번쯤은 방문해 볼 만한 풍경 예쁘고 유명한 (관광지 같은) 묘지들도 많아서 찾아가는 기분이 다른 것 같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공동 묘지는 엄숙하면서도 사적인 느낌이 있는데, 유럽에서는 공원이나 다름 없는 느낌이랄까. Highgate Cemetery는 서쪽과 동쪽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조던이의 목적은 칼 마르크스의 무덤을 보는 것이었기에 우리는 동쪽만 방문했다. 입장료가 따로 있어서 티켓을 구매해야 하는데, 동쪽 입장료가 £4였다(서쪽 입장 티켓도 따로 있고, 서쪽 티켓을 구입하면 양 쪽 모두 방문할 수 있다.). 생각보다 묘지가 넓어서 폐장 시간 전까지 우리는 목적이었던 칼 마르크스 무덤부터 보고 남은 공간을 둘러보며 산책했다.
그리고 어제는 London Mithaeum에 다녀왔는데, 한국 작가 서도호의 새 작품이 있다고 해서 구경 갔었다(내 목적). 고대 역사나 로마 유적에 관심 많은 조던이는 런던에서 발굴된 로마 유적으로 꼬심ㅋㅋ 거창하게 볼 것이 있지는 않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할 것은 없었고, 그냥 도심 한 가운데(특히 정장 입고 다니는 사람들 짱 많은 Bank 지역에) 이런 로마 유적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그 곳에서 한국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새로운 일이었다.
이후에는 Wasabi Sushi에서 초밥을 사서 근처 St Dunstan in the East Church Garden에서 점심을 먹었다. 나는 두번째로 오는 것이었는데, 조던이는 얼마 전에야 이 장소에 대해 알게 됐는지 가보고 싶어했다. 푸릇푸릇한 풍경이 화창한 날씨와 어울려 너무 좋았다. 게다가 높고 삐까번쩍한 신식 건물들이 가득한 지역 가운데에 이런 오래된 유적지(벽을 덮은 풀잎들이 더 신비한 느낌을 준다.)가 있다는 것이 상반되는 느낌을 주면서 몇 걸음만에 공간 이동을 하는 기분이라 독특하다. 특히 많은 직장인들이 점심 시간에 이 정원에 와서 휴식 겸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던데, 이렇게 짬 내서 일하는 도중에 초록 기운을 잔뜩 받을 수 있으면 다행이면서도 좋은 일인 것 같다.
오랜만에 혼자 있는 시간이 새로우면서도 집이 비어버린 듯한 느낌에 적적한 기분이 든다. 남자친구와 함께 했던 오랜 휴식을 마치고 나도 나의 일을 또다시 시작해야지. 우선 밀린 블로그 포스팅도 많고(틈틈이 작성하는데 참 시간이 빨리 간다.), 계속해서 구직 자리도 알아봐야 해서.
아, 최근에 BRP 소식이 있었다. 8주가 지나도록 어떤 연락을 받지 못해서 거의 10주차가 되는 때에 "My BRO hasn't arrived"에 무작정 신고를 했는데, 답장을 받았다. 확인되는 기록에 따르면 최근 내가 다시 지원했던 BRP 재발급에 대한 결정이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6개월이 지나면 연락해볼 수 있는 링크를 알려주었다. 이렇게라도 답장을 받으니 조금은 답답한 마음이 사라지는 듯 하면서도 여전히 짜증은 난다. 나는 비자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것도 아니고 BRP 재발급이 문제인데, 이게 그렇게 오래 걸릴 일인가. "6개월 후에야 어떻게 진행 중인지 업데이트를 안내 받을 수 있다고?"라고 생각했는데, 곧 재발급 신청한지 6개월 됨.. 하.. 코로나 락다운도 규제도 다 없앴잖아.. 그럼 다시 코로나 이전처럼 일을 하라고 홈 오피스야..!! 난 작년에 30개월짜리 비자를 받은건데 이러다가 2차 비자 신청할 때 BRP 없이 진행되는거 아닌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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