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01
일주일 정도 남은 조던이의 휴가 동안은 런던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특별한 계획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평일에 런던 시내를 다니는 것도 (특히나 조던이에겐) 새로운 일이겠다 싶었다.
최근에 조던과 나는 같이 배우면서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을 찾고 있었다. 나는 어렸을 때 테니스를 배워본 적이 있어 계속 배우고 싶기도 했는데, 서로 같이 운동할 수 있는 실력이 되기까지 한동안은 따로 강사님께 배워야 하는 기간이 길 것 같았고, 실외 경기장이 많기에 계절이나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았다(특히 기온,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나 같은 사람에게 실외 스포츠는 작심삼일이 되기 쉽다.). 수영도 배워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아직까지 코로나가 성행하는 상황에서 마스크를 벗어야만 하는 부분이 편하지 않았다. 그렇게 여러가지를 고민하다 선택한 것이 스쿼시였다. 실내 스포츠인데다 개별적으로 나뉜 공간을 대여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 기본적인 부분만 배우면 우리 둘이서 함께 연습하면서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살고 있는 동네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실내 스쿼시장이 있는 스포츠 센터가 있다는 점도 좋았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아는 것이 없었다. 근처 스포츠 종합 매장에 가서 라켓을 살펴 봤는데 종류가 너무 다양했다. 다행히 조던 친구 중에 오랫동안 스쿼시를 해 온 친구가 있어 시작할 때 필요한 물품과 그것을 살 수 있는 매장을 추천받았다. 그 매장이 런던 센트럴에 있어서 어제는 그 주변을 돌아볼 겸 센트럴로 갔다.
정작 런던에 살면 어제와 같이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자주 나갈 일이 없는 센트럴. 그렇다보니 조던과 센트럴에서 데이트하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 평생을 런던에서 자란 런더너 조던이는 가끔 나보다 덜 나와봤나 싶을 정도로 잘 모를 때도 있다. 지하철 Victoria Line을 타고 Green Park역에서 내렸다. Oxford Circus만은 피하고 싶어..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커피를 찾는 조던이 때문에 근처에 있던 Burlington Arcade의 카페로 향했다. 가는 길에 사자상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는데, 무슨 행사인 셈인가. 야생 사자의 사진이 있는 걸로 보아 동물 보호와 관련된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본다. 화려한 컬러의 갈기를 가진 사자상을 지나 카페 Noxy Bros.에서 커피와 핫초코를 테이크 아웃했다. 힙해 보이는 남정네 둘을 그린 라인 드로잉이 멋스러워 보이네. 하지만 커피 맛은 조던 취향은 아니었던지 별로라고 했고, 내가 마신 핫초코도 맹맹해서 베스트는 아니었음. 사실 런던에서 핫초코 마실 때마다 흡족스러웠던 적이 많지가 않아(..)
센트럴에 나온 김에 대형 서점에 가고 싶다고 해서 Piccadilly에 있는 Waterstones(내가 알고 있는 서점 중에 가장 규모가 큰 지점이다.)으로 향하던 길에 Royal Academy of Arts를 지나치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David Hockney 전시회를 보고 싶었는데, 바로 눈 앞에 있으니 지나치기 어려웠다. 예약도 안 한 터라 큰 기대는 없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티켓 부스에 물어봤더니 바로 입장할 수 있는 표를 구입할 수 있었다(전시장 내부와 바로 소통해서 인원 수용이 가능한지 조정하는 듯 했다.). '이렇게 갑자기?'라는 마음이 들었지만, 따로 또 시간을 빼서 오는 것보다는 훨씬 좋으니 바로 전시장으로 향했다. 전시 규모도 엄청 큰 편은 아니어서 약 30분만에 다 관람하고 나온 듯 하다.
이후에는 기존의 일정이었던 서점 Waterstones로 향했다. 조던이는 새로운 한국어 공부 책을 사고 싶었던 모양. 서점 4층에는 언어와 관련된 서적 섹션이 있었는데, 엄청 다양한 언어 공부 서적들을 볼 수 있어 신기했다. 그리고 한국어 공부 서적도 따로 섹션이..! 물론 종류가 다양하지 않고 규모가 좀 작아 아쉬웠다. 비치되어 있는 모든 책을 살펴 보았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할 수 없었고, 책 내부 디자인도 너무 지겨워 보이거나 구식처럼 보이는 것이 많아 가독성이 떨어지는 느낌이랄까. 한국에서 찾으면 더 좋은 책들이 많을텐데, 싶어 아쉽기도 하고. 서점에서 보았던 몇 개의 책 중 다른 시리즈를 인터넷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한동안 조던이는 역사 서적 섹션, 나는 패션 및 예술 서적 섹션에서 각자 시간을 보내다 몇 권을 책을 구입하고 서점을 나섰다.
그리고 스쿼시 라켓샵을 갔는데, 결국 아무것도 구입하지는 못했다. 우선 가격이 상당했고(대부분 100파운드를 넘어섬) 종류가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았다. 직원에게 라켓의 종류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가장 중요한 건 라켓 헤드의 무게였다. 여성과 남성에 따라 어느 정도의 무게가 좋을 것이라는 대략적인 조언을 얻었지만, 정작 적절한 라켓을 찾을 수는 없어서 결국 인터넷으로 더 찾아보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생각보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조금 망설여 졌는데, 조던이가 또 후다닥 인터넷 서칭을 해서 50파운드 이하의 값싼 라켓을 주문했다(실행력 갑..). 고글과 초보자용 공도 구입함. 우선 초보 중에 초보로서 싼 라켓으로 배워보고 스쿼시라는 스포츠 자체가 정말 마음에 들면 연습한 후에 좋은 라켓을 구입하기로 했다.
오늘 오후에는 Crazy Golf를 갔다. 조던이랑 만나고 네번째 데이트였나, 첫 평일 데이트가 크레이지 골프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바쁜 직장 라이프 와중에도 나랑 데이트하겠다고 평일에 크레이지 골프 예약해 놓고 퇴근하자 마자 만났던 게 새삼 감동. 그리고 처음으로 정장 입은 모습도 봤었고? 후후. 그 때 이후로 자주 가고 싶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다 닫아서 꿈도 못 꾸다 오늘 드디어 감! 조던이 휴가라 평일 낮에 갈 수도 있어 흑흑 너무 좋다.
▪︎ Swingers Crazy Golf (City)
Address : 8 Brown's Buildings, London EC3A 8AL
Open : Monday Closed / Tuesday 15:00 ~ 23:00
Wednesday - Thursday 12:00 ~ 00:00
Friday - Saturday 12:00 ~ 01:00 / Sunday 12:00 ~23:00
Website : https://swingers.club/uk/venues/city
이번에 우리가 선택한 곳은 Swingers! 런던에 세 개의 지점이 있었는데, 우리는 City점으로 갔다. 예약한 시간에 도착하니 안내 책자와 함께 게임을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을 알려줬다. 25분 정도 시간이 남아서 음료 한 잔씩 주문하면서 기다림.
Windmill과 Lighthouse, 두 개의 코스가 있는 것 같았는데 선택할 수는 없는 듯 했고 우리는 Windmill 코스로 배정 받았다. 각각 9개의 코스가 있고 (가게에서 정한 규칙에 따르면) 각각 6파 이내로 코스를 완료해야 했다. 아무래도 6파 이상을 허용하게 되면 각 손님 그룹들마다 기다리는 순서나 시간이 지체될 수 있어 그렇게 정한 것 같다. 여러 지형 및 장애물을 통과해 홀 안에 공을 넣어야 하는 아주 간단한 실내 골프 게임인데 은근 쉽지 않다.
그렇게 또 졌다, 하.하.하. 지난번보다 이번에 더 엉망이었음😭점수 기록판에 남겨진 수 많은 6.. 아슬아슬하게 끝낸 코스들이 많았다. 크레이지 골프의 단점이라면 단점이 너무 줄지어 순서를 기다린다는 것인데, 가끔 순서가 밀리게 되면 내가 코스를 플레이하고 있을 때 보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흑흑. 좀 더 여유롭게 조던이랑 수다 떨면서 즐겁게 하고 싶었는데, 어느덧 코스를 얼른 클리어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며 했던 듯. 또 조던이가 이겼고, 이번에는 점수 차도 커서 속상했다. 물론 재미있긴 했지만..! 다음에는 꼭 이겨야지.
이후에는 Tower Bridge 쪽으로 가면서 산책을 하다가(가는 길에 한글 끝말잇기 하면서 조던이 한국어 공부 및 연습도 하고ㅋㅋ) 펍에 들러 맥주 한 잔을 했다. 그냥 지도에서 검색한 펍에 갔는데, 생각보다 약간 오래된 느낌이었고 주인 아저씨도 엄청 우락부락한데다 바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님들이 엄청 덩치 크고 찐 로컬 단골들처럼 보여서 약간 당황했었다. 내가 생각한 느낌은 이런게 아니었는데..? 이러면서. 심지어 내가 들어가자 마자 손님 중에 한 명이 "그 한국 좀비 있잖아~"라며 한국 이야기를 꺼내서 이게 무슨 일이지, 하고 긴장하기도 했다. 근데 나중에 맥주를 받아들고 자리에 앉자마자 조던이가 "아까 이야기 들었어? 우리 들어오자 마자 손님이 막 '올드보이'랑 '부산행' 이야기하면서 한국 영화 엄청 재미있다고 이야기 했잖아~" 이래서 왜 좀비 이야기가 나왔는지 납득함ㅋㅋㅋㅋ 타이밍 뭐야..
그러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간단하게 Chipotle에서 테이크 아웃해서 저녁으로 먹었다. 조던이 저녁에 친구랑 간단한 술 약속이 있었기에 거창하게 요리하기 귀찮았다. 내일 저녁은 코리안 BBQ 식당을 가고 싶다고 해서 예약을 해두었다. 약속 다녀오더니 벌써부터 내일 저녁이 기대된다고 신나서 노래는 부르는 중. 귀여운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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