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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기록장/2021년

[영국생활] Day+1807 짬내서 후딱 쓰는 일기

by kyeeunkim 2021. 8. 25.

2021.08.24

  첫 휴가 여행을 다녀온 후 겨우 이틀이 지났지만, 내일 또 다른 여행을 간다. 이번에는 Exeter! 또 4박 5일 간의 일정으로 한동안 블로그에 글을 쓰지 못할 것 같아 부랴부랴 짧은 일기라도 남겨본다. 사실은 지금 글을 쓰는 와중에도 머리 한 켠에서는 내일 노트북을 가져갈까 심각하게 고민하는 중(..) 지난번 아이패드와 같이 가져가도 뭐 하나 하지 못하고 돌아올 것 같긴 한데, 써야하는 여행, 전시, 그리고 또 다녀올 여행까지 엄청나게 글이 밀릴 것 같은 마음에 초조함이 막..

최근에 먹은 음식들

  최근에 먹은 음식들을 짧게나마 올려본다. 지난주 여행을 다녀오기 전부터 여행에서 돌아온 날의 저녁까지. 이 사진들이 모든 끼니의 전부라고 믿고 싶지는 않은 이유가 한국인의 힘, 밥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진짜 최근에 밥다운 밥(ㅋㅋㅋㅋ)을 안 먹고 살았나? 그러고도 이제 크게 상관없는 입맛이 되었나? 새삼 이렇게 보니 놀랍다. 여행 전 후로 사실 본격적인 장을 보거나 대대적인 요리를 할 수가 없었다. 집을 비우고 떠나야 하는 상황에 음식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자세히 보면 다 미리 요리된 것 데우거나, 아니면 큰 요리법이 필요없이 볶고 굽기만 하면 되는 것들 뿐. 나름 야채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애쓴다.

Bakewell에서 사 온 파테들

  여행을 다녀온 다음 날 월요일(어제)에는 저녁에 남자친구 조던이의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 (잠깐 딴소리를 넣자면, 드디어 남자친구 이름을 공개한다. 내 남자친구의 이름은 흔하디 흔한 Jordan으로 나는 '조던이', '조단이' 등으로 부르는 편+좀 애교적인 어투. 원래 남자친구, 여자친구 이름 서로 진지하게 부르면 뭔 일 있는거잖아요?) 조던이 회사를 그만두면서 직장 팀으로부터 식당 바우처를 선물 받았는데, 친구 커플을 초대해서 같이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저녁을 거하게 먹을 예정으로 점심은 간단히 빵식. Bakewell의 작은 식료품점에서 특이한 파테들을 발견하고 구입해 왔는데, 어떤 맛인지 궁금했기에 바로 먹어보기로 했다. 버터를 바른 빵을 오븐에 굽고 각각 토끼와 꿩 파테를 발라 먹어봤는데, 음.. 사실 이전에도 오리 파테를 먹어본 적 있지만 내가 잠깐 그 때의 비린 맛을 잊었네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때 내가 다시는 파테 안 먹어야지 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하지만 오리 파테보다는 훨씬 맛이 괜찮았고, 먹다보니 조금 익숙해지는 듯 했다. 하지만 그래도 엄청 즐기는 맛은 아니었다는 것. 조던이는 의외로 파테와 같은 음식을 좋아해서(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접했을 음식이라서 그런가?) 맛있다고 했지만, 토끼보다는 꿩이 더 좋다고 했다.

어제 저녁 약속을 가기 전 짧은 산책

  그리고 저녁 약속 전 조금 일찍 집을 나서 선선한 날씨에서 산책을 즐겼다. 저녁 예약을 한 식당은 우리집에서 거의 3분 거리인 Trullo. 입구에서 예약을 확인하는 동안 친구들이 시간에 딱 맞게 도착해서 인사를 나누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거의 1년만에 만나는 친구들은 조던이의 친구인 Miles와 그의 약혼녀 Becca. 이미 셋은 오랜 시간 함께 봐온 사이여서 모두 친구나 마찬가지고 나 또한 어느덧 서로 인사하고 만난지 2년이 되었으니 점차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게다가 이번에는 4명만 만나는 자리여서 좀 더 대화에 집중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더 좋았다.

▪︎ Trullo
Address : 300-302 St Paul's Road, London N1 2LH
Open : Monday - Sunday 12:30 ~ 15:00, 18:00 ~22:30
Website : https://www.trullorestaurant.com/

  Miles와 Becca는 영국-미국 국제 커플로, 내가 조던을 만나기 전부터 이미 약혼을 하고 작년 여름 결혼식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결혼식을 내년 가을로 미뤘지만, 아무래도 나와 조던이의 상황과도 비슷한 점이 많아 이번에 이야기를 하며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들은 언어적 장벽은 없지만 영국, 미국 커플이다 보니 겪어야 하는 비자, 영주권 신청 문제도 같았고 아무래도 먼저 약혼과 결혼을 준비해 본 커플로 우리 커플이 겪게 될 일(특히 조던이 한국을 방문해야 하는 점, 나의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야 하는 점, 이후에 결혼을 준비하고 이야기해야 하는 점)들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해줄 때는 매우 흥미로웠다. 가끔 조던이의 가족이나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나 혼자 이방인으로서의 외로움이나 거리감을 느낄 때가 있어도 공감을 얻을 곳이 없었는데(물론 나 스스로 느끼는 경우이고 가족과 친구들은 매우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니 '혼자만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되어 좋았다.

  근데 식사 비용은 엄청났음. 하긴, 4명이서 각각 스타터+메인+디저트를 헤치우고 와인까지 마셨으니 그럴 법 하지만 그래도 바우처가 있어서 어느 정도 커버가 되지 않을까 했는데, 나중에 나온 가격표에 식겁하는 줄. 식사를 마친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마일즈가 조던에게 문자를 했는데, "오늘 저녁 함께하게 해줘서 고마웠어. 근데 진짜 바우처가 살렸다."라고 함ㅋㅋㅋㅋ 영국에서 외식할 때 정말 마음껏 먹으면 생활비 거덜나는건 시간 문제겠구나 싶었다.

오늘 먹은 점심과 저녁

  그리고 바로 소박해진 우리의 식사. 오늘은 그냥 있는 재료로 막 만들었다. 후루룩 만든 파스타 그리고 열심히 만든 조던이의 커리. 내일 다녀올 여행 이후에는 크게 집 비울 일이 없으니, 한바탕 냉장고 정리를 좀 하고 제대로 또 잘 챙겨 먹어야겠다.

전시회를 다녀왔다

  그리고 오늘은 전시회를 다녀왔다. 8월 29일에 끝나는 전시가 있어 미루다 미루다 더 이상 늦기 전에 후다닥 다녀왔다. 사실 들어본 적은 없는 작가였는데, 작품들이 흥미로웠다. 자세한 이야기는 또 공부와 조사 이후에 예술 카테고리에서 하기로 하고! 나는 몰려오는 잠 때문에 얼른 자러 가야겠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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