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06
조던이 휴가가 얼마 남지 않은 기간, 여행 때도 우리는 잘 먹고 잘 지냈지만 휴가 때도 잘 먹고 잘 지낸다. 물론 덜 건강한가..? 라는 느낌이 들만큼 집에서 요리를 해먹는 일은 많지 않아서(요리를 하더라도 대충 해서 사진을 안 남김..) 약간 나태하면서도 타락한 식단 같다고 해야할까. 그 중에 남자친구 조던이가 손 꼽아 기다렸던 저녁 한 끼가 있었다. 바로 Korean BBQ ! (쏘리질러-) 나도 4년을 넘게 영국에 살면서 한국식 바베큐 먹으러 가기는 처음이었다ㅋㅋㅋ
우리가 원하던 것은 테이블에서 고기를 직접 구워먹는 전형적인 한국 스타일의 BBQ 저녁이었기에 레스토랑을 골라 골라 한 곳을 예약했다. 바로 YORI. 런던에 지점이 거의 3개인 레스토랑이었는데 한식에 대한 과한 고급화도 없어 비싸지 않고, 다양한 다른 메뉴들도 있어서 접근성이 좋아 보였다. 우리는 Covent Garden 쪽에 있는 지점으로 Grill 테이블을 미리 예약했다. 진짜 코벤트 가든은 얼마만에 가는건지. 락다운이 사라진 런던 중심가는 정말 예전처럼 활기차고 화려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듯 하다.
▪︎ Yori (Covent Garden)
Address : 15 Catherine Street, London WC2B 5JZ
Open : Monday - Sunday 12:00 ~ 23:00
Website : https://yoriuk.com/?utm_source=googlemybusiness&utm_medium=coventgarden
사실 난 영국에서 굳이 한식당을 찾지 않는다. 크게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해야할까. 엄마밥 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한식 메뉴들은 집에서 만들어 먹기란 거의 불가능한 메뉴들인데도(곱창, 순대국밥부터 곰탕, 짜장면, 닭발..) 한식당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은 아무래도 내가 찐한식의 맛과 찐한국의 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알아서가 아닐까 싶다. 영국에서 한식당하시는 많은 분들도 어려운 상황에서 그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겠지만, 아직까진 만족스러운 맛을 경험하지 못했다. 외국에서 한식 먹는게 어렵고, 만들어 먹기도 어려우니 그나마 있는 곳에서 먹는다, 라는 그런 느낌을 받아 만족하지 못하고 결국엔 가성비까지 따지게 되는 이성적인 생각이 앞서게 된다. 차라리 먹고 싶은 '먹킷리스트'를 만들어 두고 간단한 한식들은 내가 해먹으면서 한국 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게 훨씬 나았다.
하지만 지금 나와 같이 사시는 분은 당장 한국에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상황이죠. 그 놈의 코로나 때문에. 그렇다고 한식에 대한 까다로운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니 레스토랑에서 사먹는 한식이 궁금한가보다. 몇 번이나 코리안 바베큐를 외쳤는데, 내가 미적거리다가 여름 휴가가 되서야 한 번 날을 잡아봤다. 그에게는 맛도 맛이지만(사실 고기 굽는데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아무래도 경험 때문에 더 해보고 싶은거 아닐까 싶구. 그래서 이번에는 가성비, 가격 그런거 안 따지고 테이블에서 고기 직접 굽는 곳, 나름 다양한 고기 종류가 있는 곳을 기준으로 찾았다.
그렇게 갈비살, 소갈비, 삼겹살, 소불고기 네 종류와(소갈비는 추가 주문함ㅋㅋ), 파절이, 쌈야채까지 알차게 풀 세트로 주문했다. 쌈야채와 파절이 같은 메뉴들을 다 따로 추가 주문해야 되는 점은 한국에서 상상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숙주 나물, 무생채, 미역 무침을 기본 반찬으로 제공해 줘서 대단하다 싶었다. 소주도 마시고 싶다고 해서 자두 소주, 사과 소주를 시켜 고기랑 맛나게 먹었음ㅋㅋㅋ "한국의 바베큐는 이렇게 맛있고 막 테이블에서 구워먹는 재미가 있는거야~"라고 소개 시켜주면서 "한국 가면 더 제대로 된거 먹을 수 있어."라고 꼬셔 놓았다. 이렇게 하나 둘 꼬셔놓으면 더 적극적으로 한국 갈 계획을 세우지 않을까(농담). 사실 안그래도 요즘 한국 가고 싶어 죽을라 함ㅋㅋㅋ
그 외에 최근 먹부림들은 갈색, 노란색, 초록색이 조합된 삼색 요리들이 중심이었네. 첫번째 사진은 최근 육류 소비량이 많은 것 같아 나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비건 소세지를 시도해 본 것. 맛있어서 종종 먹자고 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가 다다음날인가 육류 소비량 다시 올림ㅋㅋㅋ 큰 M&S 슈퍼 마켓에 갔더니 너무 혹하는 메뉴들이 많아서.. 치킨을 사와버렸네. 오븐에 거의 30분인가 구운건데, 진짜 크리스피하고 맛있었다. 그리고 어제였나, 집 근처 카페에 룰루랄라 가서 브런치로 먹었던 파니니 샌드위치. 나는 치킨 데리야키, 조던은 버섯 데리야키로 주문했는데, 너무너무 맛있었다. 특히 샌드위치 그릴에 눌러 구웠을 파니니 빵이.. 완전 크런치하게 딱 눌려 굽혀서 최고였다. 다음에 또 가야지.
영국에서 포도는 내가 거의 매일 끼고 사는 과일 중에 하나인데(비록 당류가 많다고 엄마는 많이 먹지 말라 하시지만), 이번에 M&S에 갔다가 신기한 종류의 포도들을 봤다. Mango Grapes와 Candy Floss Grapes! Candy Floss Grapes는 예전에 친구에게 들어본데다 집 근처 Tesco에도 요 근래 나오길래 나중에 사먹어 봐야지~, 했는데 Mango Grapes는 처음 봤다. 세일도 하길래 두 종류 다 사와봤음. 어제 저녁 먹고 후식으로 맛 봤는데, 진짜 한국의 샤인머스캣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Mango Grapes는 진짜 진짜 진짜 달고(약간 망고 느낌) 부드러운 식감이고(너무 익으면 흐물할 것 같음), Candy Floss Grapes는 좀 더 아삭하지만 상큼하고 은은한 단맛이 났다. 확실히 보통 포도보단 둘 다 단맛이 강한 종류였다. 일상적으로 먹을려면 Candy Floss Grapes가 맛있고 Mango Grapes는 한 두 알 극강의 단맛을 느끼기엔 확실히 좋지만 금방 물릴 것 같다는 것이 나와 조던이의 공통적인 의견. 신기하고 맛있으니까 다음에 또 살 수 있으면 사먹어야지. 종종 한국에서 먹은 샤인머스캣이 그리웠는데, 영국에도 이렇게 맛있는게 있었네. 심지어 과일 가격은 영국이 훨 싸니까, 좋다.
최근에는 나와 조던이가 별로 하는 일이 없다. 스쿼시 신발 사러 나갔다가 산책도 했다가 외출은 간간히 했는데, 특히 어제, 오늘 주말에 나는 거의 폐인이었음ㅋㅋㅋㅋ 내가 폐인이니까 조던이도 같이 폐인이었는데, 그 이유가 바로 게임 때문이었다.
난 사실 관심도 없었는데, 조던이가 기존에 자주 하던 게임의 새로운 시즌이 나왔다며 플레이하는 걸 옆에서 구경하다가 같이 하게 됨. 나는 원래 게임을 엄청 좋아하지는 않고, 어떻게 보면 취향이 너무 까다로워서 그냥 표지만 보고도 마음에 안 들면 죽어도 안 하는 편이다. 근데 요건 조금 내 스타일이었음ㅋㅋㅋㅋ 조금 아쉬운 점은 같이 게임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 기능이 없고, 한국어 지원이 안된다는 점. 대충 영어로 중요한 것만 보고 자세한 스토리나 대화는 스킵하면서 퀘스트 깨는 중ㅋㅋㅋㅋ 과연 끝까지 다 할 수 있을 것인가. 이야기가 너무 방대해 보여서 벌써 질릴 듯 말 듯..?
내일부터는 또 다른 계획들로 사람답게 살아보기로 했다. 게임은 조금만 해야지. 블로그도 간간히 열심히 쓰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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