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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기록장/2021년

[영국생활] Day+1928 코로나 일일 확진자 10만명..!

by kyeeunkim 2021. 12. 24.

2021.12.23

  이미 예상은 했지만 결국엔 속보로 뜨고만 뉴스. 어제 영국 코로나 일일 확진자 수가 10만 명을 돌파했다. 오미크론 때문이 아니고서라도 작년 락다운이 반복되고 난리일 때 이미 10만 명을 찍은 줄 알았더니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영국 전체 지도에서 확진자 현황을 살펴보면 런던이 아주 새빨갛다(많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중에 우리 동네도 아주 그냥 빨갛네? 지금까지 일일 확진자 수가 많아도 비교적(그리고 의외로..?) 런던은 심각하지 않았는데 오미크론이 이번에는 런던을 제대로 강타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백신 효과가 있긴 있는건지 확진자 수 대비 중증 및 사망자가 적은 것 같다. 일일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은 어제 확인해 본 바로는 사망자는 140명, 병원 입원이 194명 증가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부스터샷 접종에 한창인 요즘에도 영국에는 백신에 대한 논란이 크지 않다. 백신이 코로나 감염을 막아줄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돌파 감염이 되더라도 사망과 위중증을 막아줄 것이라는 생각과 효과 때문이 아닌가 한다. 정말 지난 여름 확진자 수가 여전히 많은 상황에 위드 코로나를 강행했음에도 사망자 및 위중증 수는 줄었으니까.

  물론 바이러스가 더 많이 확산되면 의료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어서 크리스마스 이후의 락다운과 같은 규제가 시행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전에는 규제를 시행하지 않을거라고 총리가 단언을 했기에(작년 락다운 중에 총리실에서 파티 연 사람으로서 이번에는 규제를 가할 수가 없겠지..) 아직까지는 일상과 큰 차이가 없다. 난 크리스마스 당일에만 조던네 집에 가기로 하고 이후에는 조용하게 연말을 보낼 생각이다. 올해 겨울도 얌전하게 보내야지..

 

 

  한동안 외출을 삼갔는데(오히려 조던이 나가기 싫어했음) 어제는 일을 끝내고 잠깐 외출을 했다. 내가 Zara에서 사고 싶던 모자가 있어서 St. Paul's 쪽으로 나갔다. 아무래도 재택근무가 권고되고 있는 요즘엔 Soho와 같은 시내보다는 훨씬 덜 복잡할 것 같았고 우리의 선택은 탁월했다.

멋지구나 St.Paul's Cathedral
사고 싶었던 모자는 요 Ribbed Knit Hood

  매장과 물건을 찾는데 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모자는 결국 샀다. 물건을 찾아준 직원이 살포시 비밀 정보도 알려주었지만 다시 나오기도, 온라인 주문을 하자니 배송비 채울 것도 귀찮아서 그냥 사겠다고 했다. 근데 원래 회색을 생각했는데 보자마자 흥분해서 갈색을 사왔네? 어차피 갈색도 마음에 들던 터라 상관 없는데 다음에 니트 대바늘을 구하게 되면 회색으로 직접 떠볼까 싶다.

도심 속 귀여운 트리

  이후엔 바로 집에 돌아갈까 고민했는데 나와 조던이 둘 다 오랜만에 코에 바깥 바람을 쐬어 줬더니만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Spitalfield Market으로 향했다. 예전 회사들이 다 이쪽에 있어서 지도도 안보고 척척 가던 조던이. 가는 길에 전광판에 뜬 귀여운 트리도 보고. Spitalfield Market에 도착했을 땐 이미 대부분의 간이 상점들은 닫은 상황이라 우리가 기대했던 푸드 트럭들도 영업이 끝난 후였다. 매장 레스토랑들은 운영 중이어서 쬐끔 망설이다가(예상치 못한 외식이어서) 펍의 야외석에 다른 사람들과 뚝뚝 떨어져 자리를 잡았다.

이게 마지막 외식이 되려나..

▪︎ The Grocer
Address : 4 Crispin Place, London E1 6DW
Open : Monday - Saturday 11:00 ~ 22:00 / Sunday 11:00 ~ 21:00
Website : https://www.thegrocerspitalfields.co.uk/

  난 Suasage on mash를, 조던이는 Cottage Pie를 주문했다. 내 메뉴 비주얼이 확실히 탐스러워서 조던이가 살짝 부러워 하다가도 파이도 맛있게 잘 먹었다. 이전에 한번 "우리가 만약 한국에서 살게 되면 너가 제일 그리울 것 같은 영국 음식은 뭐야?"라고 물었을 때 "제대로 된 인도 커리와 파이들."이란 단호하게 대답했던 조던이답게 코티지 파이와 같은 영국식 파이는 영국인에게 소울 푸드가 아닌가 싶다.

 

  간장이 슬슬 떨어져가던 차에 H-mart에서 온라인 쇼핑을 했다. 23일까지 배송 출하가 된다길래 21일에 후다닥 주문을 했는데 22일에 출하, 23일에 딱 도착했다. 원래는 기본 소스들로만 살았는데 이번에 좀 다양하게 추가해 보았다. 이번 쇼핑의 메인은 매실청과 연두, 올리고당, 비빔장이었음ㅋㅋ 된장은 거의 없이 살았고 쌈장은 가능하면 만들어 먹곤 했는데 이젠 제대로 갖춰 먹자 싶어서 구입했다. 이것저것 담았는데도 무료 배송 기준 금액인 60파운드를 넘지 않아서 라면이랑 과자를 다양하게 추가했다. 특히 라면은 한 4개월은 먹을 듯...?(그나마 2인 기준이라)

한국 슈퍼에서 배송이 왔다!

 

  잊기 전에 또 올리는 홈푸드 기록들:

(1) 조던이표 커리 : 오랜만에 조던이가 요리했다. 조던이가 해주는 커리를 먹은지 꽤 된 것 같은데..🤔 하루 날 잡고 맛있는 향신료 냄새 풍겨가며 커리를 만들었다. 매콤하니 온 몸이 따끈해지는 맛있는 커리였다.

(2) 대충 만드는 점심 : 버터 발라 구운 빵, 냉동 치킨볼과 감자튀김.. 거무튀튀해 보이는 저 갈색의 식단 속 겨우겨우 야채와 토마토로 만든 간단 샐러드로 건강의 'ㄱ'자를 챙겨보았던 점심. 일이 바쁜지 조던이가 점심을 토스트로 대충 때우려고 하길래 "내가 해줄게!"라며 호다닥 움직였던 날. 다시 봐도 샐러드가 살렸다..

(3) 유부초밥 : 주기적으로 안 먹으면 아쉬운 유부초밥. 예전엔 유부초밥+간장 조합이었는데 와사비를 엄청 좋아하게 된 후로 와사비를 콕 찍어 함께 먹는다. 가끔 찡해지는 코끝을 부여잡으며 눈물이 찔끔 하는데도 끊을 수 없는 중독적인 맛이다. 

(4) 꽁치 고추장 찌개 : 자주 밥하기가 귀찮을 땐 한솥 끓이면 되는 찌개를 만든다. 그 중 우리가 좋아하는 건 꽁치 고추장 찌개. 꽁치캔 덕분인지 양념을 설렁설렁해도 맛이 얼추 들어맞는 마법의 찌개. 한 끼 먹고 다음날 다시 끓여 먹으면 더 맛있는 찌개.

(5) 조던이표 볶음밥 : 내가 제일 좋아하는 조던이표 볶음밥. 요리할 때 슬쩍 옆에 가서 볶아놓은 밥 뺏어먹는 재미도 있다(계란+밥만 볶아놓은 건데도 맛있음). 한번에 큰 웍을 가득 채울만큼 많이 만드는데도 늘 두 끼니를 넘기지 못하는 마성의 볶음밥. 이번엔 새우도 왕창 넣어서 짱 맛있었다.

(6) 잡채 : 이번주에 갑자기 삘 받아서 만든 잡채.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렵진 않은데 각 재료를 손질하고 조리하는게 귀찮아서 자주 못한다. 얼마전에 H-mart에서 주문 배송을 하면서 새로이 당면을 구입했기에 남은 당면 떨이를 겸 김밥도 만들 겸 하루 날 잡고 만들었다. 그나저나 얼마 전에 보통 잡채는 반찬이라는 이야기를 봤는데.. 그런가? 우리집에서는 맨날 잡채는 메인인 셈이였는데..🤔 그래서 대학까지만 해도 잡채밥이 있는 줄도 몰랐고 잡채랑 밥이랑 같이 먹는다는 것에 놀라웠음. 어쩔 수 없이 난 우리 엄마 딸인가 보다. 우리 엄마한테 탄수화물+탄수화물은 식겁할 조합이긴 하지.

(7) 김밥 : 잡채하면서 왕창 만들어놓은 재료들을 이용해서 만든 김밥. 이번엔 딱 세 줄만 만들었다구(밥이 부족했다). 점심으로 간단하게 김밥 먹고 남은 재료들(특히 단무지) 이용해서는 광장시장표 마약꼬마김밥을 만들어 볼까 한다. 예전에 영국에서 혼자 기숙사 살 때는 몇 번 만들어 먹었는데 안 먹은지 한참 되었다 싶어서..

(8) 베트남 음식 딜리버리 : 배달 음식이긴 하지만.. 요즘 우버 이츠가 계속 할인 코드를 쏴서(조던이도 계정이 있는데 왜 나만 받는걸까)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다. 새콤한 분짜가 갑자기 먹고 싶어서 한 식당을 골라 주문해 봤는데, 양도 많고 맛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조던이도 맛있다며 다음에 또 시켜 먹기로 함ㅋㅋ 뒷 배경으로는 영화 <The Greatest Showman>인데 이 때 처음으로 봤다. OST가 워낙 유명해서 노래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는데 영화로 보긴 처음. 노래가 너무 흥겹고 중독적이라 계속 반복해서 듣고 흥얼거린다. ㅋㅋㅋ같이 사는 조던이가 힘들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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