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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모음집/예술

Pace Gallery <Yoshitomo Nara: Pinacoteca> 전시회 후기

by kyeeunkim 2022. 1. 14.
Pace Gallery

Yoshitomo Nara: Pinacoteca

 

2021.11.27 

  벌써 작년에 다녀온 것이 되어버린 요시토모 나라의 전시회. 귀여운 아이들(가끔 귀엽지만은 않지만..)을 담고 있는 그의 작품들은 익히 알고 있어 전시회 소식을 들었을 때는 반가웠다. 갤러리에서 하는 전시였기에 오픈 기간이 짧았고 꼭 보고 싶었던 나는 전시가 시작된지 얼마 안되어 후딱 다녀왔다. 그랬더니 나중에 "요시토모 나라 전시회 하던데 같이 갈래?"라던 친구의 뒤늦은 제안에 벌써 다녀왔다는 아쉬운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지.

오랜만에 보는 요시토모 나라의 아이

  요시토모 나라(Yoshitomo Nara, 美智 奈良)는 날카로운 눈을 가진 어린 소녀의 그림으로 유명한 일본의 아티스트다. 저항과 반항에서부터 고요함과 사색에 이르는 다양한 복합적 정서를 가진 아이들을 그리는 시그니처 스타일로 나라는 개인의 내성적 자유와 상상력을 표현한다.

  1959년 일본 아오모리 현(靑森縣)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1987년 아이치 현립 미술 및 음악 대학(Aichi Prefectural University of Arts and Music)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1988년에서 1993년까지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Kunstakademie Düsseldor)에서 공부했다.
  1990년대 일본에 팝아트 운동이 일어난 동안 나라는 처음으로 예술계 선두에 서게 된다. 2000년 대 일본을 순회한 개인전 <I Don’t Mind, If You Forget Me>, 미국을 순회한 개인전 <Nothing Ever Happens>를 비롯해 그의 작품은 앨범, 비디오, 책, 잡지, 카탈로그 및 모노그래프를 포함한 다양한 상업적인 상품들과 협업했다.

  한국에서는 한 때 KBS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인기를 끌었던 추성훈의 딸 추사랑과 닮은 그림으로 작가의 작품이 유명했다. 하지만 내 기억에서 처음 작가의 작품을 본 것은 일본 작가 요시모토 나라의 책 표지 그림이었다. 그 밖에도 그의 작품들은 상업적인 상품들로 제작되어 쉽게 접근할 수 있었기에 일러스트 작품으로의 인식이 컸다. 하지만 사실 엄청 큰 규모의 작품들도 많고 가격들도 상당하다는..

  사실 작가의 작품들은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만큼 원작을 보긴 어려웠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온전한 그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큰 규모의 작품들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는데, 가장 먼저 작품의 크기에 놀랐다.

박스 페이퍼 위에 그린 규모가 큰 그림들

  서양 대중 문화의 홍수를 겪던 전쟁 후의 일본에서 자란 나라는 사고방식과 작품에 사회적 영향을 많이 받았고 어린 시절 음악 교육 및 미군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접했던 서양 음악을 자신의 예술적 상상력과 근본적인 영향으로 인용한다. 비록 자신이 일본 만화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한 적은 없지만, 1960년대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이미지는 그의 양식화 된 인물의 큰 눈을 논의할 때 자주 언급된다. 또한 작품 속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독립적인 주제는 외딴 시골에서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 아래에서 자란 그가 독립적으로 보냈던 자신의 어린시절에 대한 반응일 수 있다.
  복잡한 배경 없이 만화 같은 선으로 파스텔 색조의 어린이와 동물을 표현하는 그의 작품은 겉보기엔 무해한 주제를 보이지만 날카로운 표정이나 무서운 무기 등 반어적인 의미를 표현하기도 한다. 대중 음악, 어린 시절의 추억, 시사 문제의 영향을 받은 나라의 작업은 회화, 드로잉, 사진, 설치 및 조각에 걸쳐 다양하게 표현된다.

전시의 주요 작품이었던 <Pinacoteca 2021>에는 많은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Pinacoteca 2021>이라는 커다란 설치물이 이번 전시의 메인인 것 같았는데, 그 설치물 내외부에도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관람객이 많았던지라 설치물 내부로 들어가기 위에선 따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지만, 그렇게 인원 제한을 하는 덕분에 안전하고 편안하게 감상을 할 수 있었다. 워낙 설치물 자체가 커서 전체적인 모습을 사진에 담기는 어려웠지만 다양한 각도에서 여러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관객으로서 직접 작품 속에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는 참여형 작품이나 공간 속의 공간과 같은 아늑한 형태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공간이 가진 작품으로서의 의미 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던 기분이나 분위기가 좋았다. 비록 작품에 적힌 일본어는 읽지 못해 내가 과연 작품의 진정한 의미를 잘 파악했는가는 알 수 없지만 '미술은 나 자신이 느끼는 감상이 제일 중요하다!'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내가 즐긴 시간과 감상으로 충분했다.

마음에 들었던 귀여운 아이들

  이번 전시는 새로운 주요 설치물 <Pinacoteca 2021>을 비롯해 회화, 조각 등 최신작들을 선보인다. <Pinacoteca 2021>은 지난 2006년 런던 교외에서 발견된 버려진 자재로 작가가 지은 <London Mayfair House>를 재작업한 새로운 멀티룸 설치물로 공공 미술 살롱에 대한 고대 그리스-로마 용어에서 차용된 제목이다. 관객들은 작은 갤러리와 같은 설치 작품 내부로 들어가 다른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작가는 공간의 모든 면을 세심하게 디자인하여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관객과 환경을 연결시킨다. 

다양한 방향에서 바라보는 작품들이 흥미로웠다

  여담이지만, 최근 전시회들을 조던이와 같이 다니면서 느끼는 점인데, 누군가와 함께 미술을 감상한다는 것이 참 좋다. 한국에서는 나의 베프인 엄마와 많은 전시회를 다녔고 친한 친구들도 대부분 예술/디자인 관련이라 함께 공통적인 관심사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20대 중반에 들어서며 마음 맞는 사람들을 만나기가 어려워지고 유학도 오면서 혼자 전시회를 다니곤 했다. 그 땐 더 공부나 과제처럼 전시회를 다니기도 했지만 내 취향과 관심사를 다른 사람에게 제안, 강요하고 싶지 않았달까. 혼자인 것이 익숙해지니 편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나만의 감상에 갇히고 그 시간들이 어려웠다. 하지만 조던이를 만나고 전시회를 같이 다니기 시작하니 다시 작품들을 보면서 누군가와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나와는 다른 시각, 다른 취향에서 바라보는 작품들에 나의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단순히 캔버스나 종이가 아닌 박스 페이퍼, 종이 봉투, 나무판 등 다양한 소재 위에 그려진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일상에서 당연하게 존재하고 동시에 쉽게 버려지는 소재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괜히 한국 화가 이중섭의 작품들도 생각났다. 이런 소재들을 이용한 작가들은 나름의 이유나 의미도 있겠지만, 나도 어렸을 때 껌종이에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그릴 수만 있다면 무엇에든 그림을 그리고 보는 건 기록을 위한 사람의 본능이기도 한걸까.

오묘한 느낌에 한참이나 감상했던 작품

  이 그림은 색감이 마음에 들어서 한참이나 바라봤다. 여러 색감이 활용된 점이나 그 표현력이 몽환적이어서 빨려갈 듯 보고 있는데 조던이는 옆에서 "눈이 너무 무서워. 약간 파충류 눈 같아."라고 해서 순간적으로 감흥이 깨지기도 했지만(ㅋㅋㅋ) 시선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감상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 신선했다. 이래서 조던이랑 같이 감상하는거 좋다구😂

설치물 내부 구조와 전시되어 있던 여러 작품들

  1층의 작품들을 모두 감상하고 아래 지하로 내려가면 작은 전시 공간이 이어졌는데, 아주 큰 회화 작품들을 비롯해 두 개의 조각 작품도 있었다. 작가의 조각 작품은 거의 본 적이 없는데, 회화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어 새로웠다. 이렇게 큰 덩어리의 조각을 만드는 느낌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고 눈을 표현할 때 그냥 손가락으로 푹 퍼낸 듯해 보여 그 과정을 머리 속으로 따라하며 상상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귀여운 작품과 그 옆에 귀여운 조던이

  "이거 손가락으로 푹 떠낸 것 같지?"라며 방법을 추측하고 있는데 옆에서 귀여운 짓 하던 조던이ㅋㅋㅋ 어휴, 이렇게 귀여워서 데리고 산다, 내가😚

"Picture books tell many stories with one picture,

so this kind of system, narratives emerging from a single picture,

has had a much stronger influence on my work, particularly my early work..."

Yoshitomo Nara

  이 그림을 볼 때 조던이는 'Ochotsk Kleine Mätchen Insel'를 읽으며 독일어로 쓰여진 단어들은 각각 작은(Kleine), 소녀(Mädchen), 섬(Insel)이라는 의미인데 왜 소녀의 'd'가 't'로 오자가 났는지 모르겠다며 한참이나 갸우뚱 거렸다. 깐깐하게 굴긴.. 그림에 집중하지 않고 문구에 집중하던 조던이ㅋㅋㅋ (그나저나 오호츠크 해는 러시아와 일본이 분쟁을 가지고 있는 쿠릴 열도가 있는 곳인데 혹시 그와 관련된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려나.)

여러겹 그린 그림들이 겹쳐 새로운 효과를 보인 작품들

  사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 중 하나인 강아지가 나오는 작품도 기대를 했는데, 이번에는 동물이 나오는 작품은 없었다. 그에 대한 아쉬움은 집에 둔 요시토모 나라의 강아지 인형(예전에 일본 여행 때 구입)으로 달래며 알게 된지 오래 되어 내적 친근함이 있던 요시토모 나라의 작품들을 이번 전시회를 통해 직접 볼 수 있어 좋았다.

 

 


모든 예술 감상문은 해당 전시회 및 공연을 직접 관람한 후기로, 개인적인 감상 및 학습의 기록을 작성합니다.

해당 전시회 및 예술가와 작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촬영이 허용된 경우에 한하여 본인이 직접 촬영한 사진만을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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