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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모음집/예술

JD Malat Gallery <Henrik Uldalen: Love in Exile> 전시회 후기

by kyeeunkim 2022. 1. 28.
JD Malat Gallery

Henrik Uldalen: Love in Exile

 

2022.01.08 

  대부분의 갤러리들은 연말에 긴 연휴를 가진다. 각자 다르지만 대략 크리스마스 전부터 새해까지 2주 정도 갤러리가 열지 않는데 그 기간 동안 전시회 리스트를 업데이트했던 나로서는 뒤늦게 알아서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전시들이 너무 많았다. 이 전시도 1월 초에 마감되는 것이어서 가장 우선 순위에 두고 새해 연휴가 빨리 끝나길 기다렸다(진짜 전시 마감날 감😂).

  헨릭 울다렌(Henrik Uldalen)은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노르웨이인 표현주의 예술가이다. 1986년 한국에서 태어나 노르웨이에서 자란 그는 바르셀로나, 피렌체, 멕시코 시티에서 생활하다 2015년 영국으로 이주했다. 울다렌은 미술에 대한 정규 교육 과정을 거치지 않았지만 독특한 화풍으로 인스타그램 팔로워 숫자만 89만 명에 이를 정도로 유럽 미술계에 떠오르는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의 작품은 고전적인 구상 회화를 중심으로 현대적인 방식으로 표현된다. 사실적인 초상화풍 유화 그림에 임파스토(Impasto; 유화 물감을 두껍게 칠하여 질감 효과를 내는 회화 기법) 기법으로 눈이나 형체 일부가 뭉개지거나 파헤쳐진 모습으로 초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한 인터뷰에서 울다렌은 작품 속 이러한 특징이 어린 시절 입양으로 통해 겪은 내적 혼란을 상징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허무주의, 실존주의, 갈망과 외로움, 연약한 아름다움 등 삶의 어두운 면을 그림을 통해 이야기한다.

몽환적인 느낌의 작품들

  갤러리의 전시들은 대형 기획 전시가 아닌 만큼 내가 알고 있는 유명한 작가나 작품들보다 신진 작가들,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현대 예술에 약한 나에게 이런 전시는 종종 더 어렵게 느껴지지만, 가끔 눈에 확 들어오며 매력적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부지런히 정보를 찾아본다.

  헨릭 울다렌 작가의 전시도 그런 경우였다. 사실 이 전시는 온라인 감상도 가능해서 굳이 갤러리로 향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작품을 직접 보는 것과 화면, 사진을 통해 보는 것은 큰 차이라는 것을 알기에 직접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지.

  울다렌은 구상 화가이지만 그의 작품은 항상 내러티브(Narrative; 인과 관계로 엮인 실제적, 허구적 이야기)보다는 감정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내용을 다룬다. 눈을 감고 있는 주된 모티브는 물리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세계보다 분위기, 투쟁, 내면의 혼란을 상징한다. 그의 리얼리즘 회화의 실존주의적 성격은 추상과 개념주의로 가득 찬 현대 미술계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 넣는다.
  울다렌에게 소셜미디어는 현재 그의 명성에 도달하도록 해준 것으로 그의 경력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2012년부터 인스타그램에서 놀라운 팔로워를 확보한 그는 짧은 스케치부터 작품이 완성되는 작업 과정을 공개하기도 한다. 그는 온라인을 통해 전세계의 사람들과 교류하고 영감을 나누고 이것은 그에게 상업 작업을 생산하는 압력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개념과 예술을 추구할 수 있는 자유를 주었다.

  작가의 작품에서는 확실히 작품 표면에 드러난 질감, 텍스쳐가 특징이라 직접 보았을 때 매력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다. 큰 캔버스를 가득 채우는 작품의 몽환적인 이미지와 느낌이 너무 좋았다. 사실적인 표현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추상적인 부분이 있어서 그 속에 담긴 감정, 생각, 마음 등을 상상하며 감상했다.

작품의 추상적인 이미지 속 역동적인 움직임이 보인다

  전시는 지하까지 이어졌고,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는 나름 큰 전시였다. 작가의 인터뷰 영상도 볼 수 있었지만 관람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아서 보지는 못했다. 전문적인 미술 교육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섬세하고 사실적인 묘사를 한다는게 너무 놀라웠고 자신만의 뚜렷한 감성과 작품 특성으로 예술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니 대단했다.

  사실 전시장 전경을 찍은 것도 많고 작가의 조각품 및 다른 작품들도 많은데 포스팅에는 제외했다. 지난번 론 뮤익(Ron Mueck) 전시 감상 포스팅이 제재를 받았었는데(포스팅이 삭제되어 새로 작성함) 그 이후로 겁이 나서 쪼끔이라도 '혹시 이것도 AI가 걸러낼까.' 싶은건 못 올리겠다😭

  규제의 목적과 의미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부분에선 조금 아쉽다. 특히 이렇게 내가 정말 멋있다고 감동을 느꼈던 작품들을 소개하지 못할 때는 더욱이. 게다가 울다렌 작가가 인스타그램으로 자신의 작품을 알리고 유명세를 얻은 것을 생각해 보면 이 상황이 더욱 아이러니하다. 만약 티스토리처럼 인스타그램도 선정성에 대한 범위를 예술까지 포함했다면 작가는 작품을 공유할 수 없었을 것이고 예술가가 될 수도 없었겠지. 세상에는 늘 더 나은 방향을 위한 규칙은 필요하지만 사람들이 세심한 조율과 노력은 귀찮아하는 것을 보면 조금은 속상하다. 더욱이 그 때문에 자가 검열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

 

 


모든 예술 감상문은 해당 전시회 및 공연을 직접 관람한 후기로, 개인적인 감상 및 학습의 기록을 작성합니다.

해당 전시회 및 예술가와 작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촬영이 허용된 경우에 한하여 본인이 직접 촬영한 사진만을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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