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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기록장/2022년

[영국생활] 요즘 블로그 할 시간이 너무 없다😭

by kyeeunkim 2022. 3. 2.

2022.03.01

  요즘 블로그가 영 뜸하다. 사실 개인적인 기록을 위한 것이니 관리도 내 마음대로면 충분하겠지만, 그래도 늘 'New' 마크를 달고 있는 카테고리가 있도록 포스팅 텀을 관리해 왔는데 요즘엔 일기도 제대로 못 쓰고 있으니.. 최근에 인스타툰을 시작하면서 그림 그리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고 있다 보니 차분한 마음에서 글을 써야하는 블로그를 외면하곤 한다.

 

  밀린 외식 기록부터 하자면, 지난 2월 17일 조던이랑 오랜만에 외식을 했다. 발렌타인 이후로 처음이었으니까 나름 오랜만..? 다음 날이었던 18일부터 조던이는 친구들과 그리스로 여행을 가는 일정이어서 사실 이 땐 외식 계획이 없었다. 나는 오랜만에 디자이너를 만나는 미팅이 있는 날이었고 그 일정이 끝나는대로 한식당으로 가서 감자탕을 포장할 생각이었는데(그래서 조던이가 없는 기간 동안 실컷 감자탕만 먹고자 했음) 브레이크 타임에 딱 걸리는 바람에 실패했다. 조던이에게 한탄 아닌 한탄을 하면서 연락을 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럼 퇴근 후 저녁 외식을 하자고 해서 후다닥 검색한 스페인 타파스 레스토랑에 갔다.

타파스 저녁 식사

▪︎ The Port House
Address : 417 Strand, London WC2R 0PD
Open : Monday - Saturday 12:00 ~ 23:00 / Sunday Closed
Website : https://www.porthouse.ie/strand

  은근 배가 작은 우리 커플은 작은 요리를 여럿 맛 볼 수 있는 타파스 메뉴들을 선호하는데, 이번에 우리가 찾은 레스토랑은 정통 스페인식 타파스 레스토랑이었다. 뭔가 분위기가 러프하면서도 아담해서 급하게 검색해서 향한 것치곤 좋았다.

  꽤 시간이 지나서 메뉴들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빵과 스페인식 하몽이 함께 나오는 'Jamon Iberico de Bellota'와 Pintxos 종류 중 스테이크 토핑의 'Pepito Solomillo'와 블랙 푸딩과 메추리알이 올려진 'Morcilla con huevos codorniz'를 주문하고 오징어 먹물 볶음밥인 'Arroz Negro'도 선택했다. 너무 오랜만에 먹는 정식 하몽은 너무너무 너무 맛있었고, 다른 음식들도 간단하니 너무 맛났다. 여기서 조금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우리가 음식을 받기 시작하자 나이 든 커플이 앉아있었던 테이블에서 한 할아버지가 계속 힐끔힐끔 쳐다보셨다. 나와 눈이 마주쳐서 '음?'하는 표정을 지었더니 쑥쓰러우신 듯 "혹시 너희가 주문한 그 핀초스.. 블랙 푸딩이 올라간거니?"라며 메뉴를 궁금해 하셨는데, 맞다고 했더니 자신이 그걸 놓쳤다며 바로 추가적으로 더 주문하셨다. 블랙 푸딩을 너무 좋아한다며...ㅋㅋㅋㅋ 뭔가 우리가 맛있는 메뉴를 주문한 거 같아 뿌듯했다.

  조던이는 배가 고팠는지 메뉴 하나를 더 주문하고 싶어했고 그렇게 추가적으로 주문한 것이 'Setas con Huevo de Pato'였다. 진짜 스페인식 타파스가 맥주, 와인과 곁들여 먹기 좋은 안주거리들 같다. 짭쫄하니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홀짝이면서 먹기 너무 좋다.

  그래도 다음날 조던이는 여행 갈 준비를 해야해서 이 날은 저녁 식사로 짧게 끝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조던이는 친구들과 종종 여행을 가는데, Boys' Trip이라고 보통 1년에 한번은 일정을 맞춰서 남자 애들끼리 휴가를 다녀오는 모양이었다. 최근 2년은 코로나 때문에 하늘길이 막혀서 계획조차 못 세우다가 많은 규제가 풀린 이번에 다녀왔다.

조던이가 없던 날들의 나의 식단

  조던이가 그리스로 떠나는 날에는 영국에 역대급으로 심한 폭풍이 왔다. 시간 맞춰 공항으로 떠났던 조던이도 몇 시간의 비행기 지연 끝에 겨우겨우 그리스로 향했는데, 더 웃긴 점은 난 그 날씨를 뚫고 한식당까지 전날 사오지 못한 감자탕을 사러 갔다온 것이다. 너무너무 먹고 싶었고, 오전에는 심하게 바람 불고 비 오던 날씨가 갑자기 맑아지는 것 같길래 좀 잠잠해 보이는 날씨 사이에 후딱 다녀왔다. 그런데 정말 알고 보니 곳곳에 피해가 심했던 폭풍이었다고😓 나만 멀쩡했나봐 나만..

  암튼 대자로 감자탕을 포장해 왔는데, 진짜 6끼니를 내도록 감자탕과 먹었다. 식당에서 먹었으면 3인분 양쯤이었을 것 같은데 포장해 오다 보니 3번의 큰 그릇에 나뉘어 담겨 있었고 나름 양을 조절하며 먹을 수 있어서 한동안 요리 안하고 너무 편하게 끼니를 떼웠다. 너무 감자탕만 먹나 싶을 땐 야채만 후루룩 볶아서 야채 볶음으로 고해 성사 좀 하고..ㅋㅋㅋㅋ

  사실 조던이나 친구들이 대부분 짝꿍이 생기고 약혼,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자주 만나고 여행하는 것에 '이렇게 친구들이랑 쿵짝이 잘 맞아서 나중에 결혼하면 과연 가정적일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여행을 다녀오면서 조던이가 "마지막 날쯤엔 다들 자기 짝꿍들을 그리워 했어."라는 말에 어느 정도의 균형은 있겠구나 싶었다. 비록 그게 말 뿐이라도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는 것과는 다르겠지.

  암튼 난 이번에 여행 다녀오면서 그리스 올리브를 사달라고 했다. 예전에 조던이랑 처음 해외 여행했던 그리스에서 산 올리브가 엄청 맛있었기 때문인데, 조던이가 까먹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입력 시켰더니 그래도 이렇게 사왔다ㅋㅋㅋ 대신 내가 원했던 것은 병조림이었는데 기내용 가방만 있었던 조던이는 진공포장 올리브를 사왔다. 공항에서도 병조림 올리브는 없었다고.. 흑흑. 다음에 내가 가서 사와야지.

 

 그리고 조던이가 없던 주말에는 혼자 일도 하고 드라마도 보면서 시간을 잘 보내서 나름 바쁘고도 꽉 찬 하루들을 보냈다. 그리고 2월 23일 수요일에는 새로운 디자이너를 만나기도 했다. 지난번에 런던에서 짧은 재회를 했던 상훈 오빠가 중간 다리로 소개시켜 줬는데, 개인 브랜드 런칭을 준비하면서 패턴사를 찾고 있어서 만나게 되었다.

Söderberg Soho

  서로 중간 지점인 소호의 카페 Söderberg Soho에서 만나 일 이야기도 하고 다른 일상 이야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상훈 오빠도 좋은 친구 하나 사귄다는 마음으로 만나봐, 라고 해서 아무래도 엄격한 비지니스 미팅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 편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내일 또 만나기로 했으니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미팅이 끝난 후엔 바로 20대 대통령 재외 투표를 하러 주영국 대한민국 대사관으로 향했다. 재외투표는 2월 23일부터 28일까지였는데 재빠르게 등록도 하고 안내도 받았던 나는 투표 첫 날에 바로 가버렸지.

  정작 투표할 때는 긴장도 되고 정신도 없어서 인증샷을 찍지도 못했는데 그래도 손등에 살포시 투표 마크는 찍고 나왔다. 벌써 영국에서 맞는 두번째 대통령 선거라니. 20대 초만 해도 정치에 엄청 관심이 없어서 오히려 싫어서 외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무래도 나이도 들고 사회를 더 알게 되니 모른척 하는 걸로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 가끔은 싫어도 더 마주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 그것을 정치를 통해 더 배우게 된다.

주영국 한국 대사관 7층에서 이뤄진 재외투표, 인증!

  대사관까지 향하고 돌아오면서 공원을 가로질러 걸었는데 조금 따뜻한 날씨여서 그런지 동물들이 엄청 많았다. 오리, 거위들을 비롯한 새들이 다 물 밖에 나와 있어서 너무 신기했음. 더이상 사람이 무섭지 않은 그들.. 최근 한국에 친구가 강아지를 입양했는데(할말하않..동물을 엄청 사랑하지만 키우는건 다른 문제라..) 그와 비슷한 종의 성견들이 공원을 뛰어놀고 있길래 사진도 찍었다. 나중에 친구 강아지도 저렇게 커지겠지.

 

  지난 주말이었던 2월 26일에는 또 다시 동네 투어를 나갔다. 말이 동네 투어지 사실 무진장 걷는 시간을 가지는 것인데, 새로운 지역을 보고 싶어서 Belsize Park 동네로 향했다. Hampstead Heath역에서 내려 배가 고프니까 우선 점심부터 간단하게 먹고,..

▪︎ Silverberry
Address : 14 Pond Street, London NW3 2PS
Open : Monday - Friday 07:00 ~ 18:00 / Saturday - Sunday 08:00 ~ 18:00
Website : http://www.silverberry.net/

  나는 또다시 내가 좋아하는 팬케이크를 선택했고 조던이는 주말 스페셜 메뉴인 오코노모야키를 주문했다. 오코노모야키가 뭔가 생소한 메뉴인지 주문을 받던 직원이나 음식을 서빙하던 직원이나 이름을 제대로 말하지 않고 '주말 스페셜 메뉴'라고 말하더니, 정통 일보닉 오코노모야키와 좀 다른 듯 했다. 다음에 정식 오코노모야키나 먹으러 가자고 함ㅋㅋ

주말 점심으로 먹었던 메뉴들

  이번 주말에 걸었던 동네의 풍경들. 날씨는 맑았는데 바람이 꽤나 불어서 좀 춥긴 했다. 동네는 매우 한적하고 조용해서 무척이나 좋았다. 고급진 동네가 멋져 보였지만, 우리 예산으로 아직 이런 집들은 어려울 것이 분명하기에 구경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좋은 동네와 괜찮은 집들에 대한 기준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한참을 걷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저녁을 고민하다 간단한 음식이 먹고 싶어서 집 근처 Upper Street에 있는 Ottolenghi를 가기로 했다. 시간이 급박해서 예약을 찾았더니 9시 15분 밖에 빈 자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 둘은 주말에 배가 덜 고파서(한 끼를 잘 먹으면 쉽게 배가 꺼지지 않는 듯) 늦은 시간에도 괜찮을 것 같다며 그 시간으로 예약했다. 집으로 돌아와 짧은 휴식을 취하는데 또 은근 시간이 잘 가더라.

▪︎ Ottolenghi (Islington)
Address : 287 Upper Street, London N1 2TZ
Open : Monday - Saturday 09:00 ~ 22:00 / Sunday 12:00 ~ 18:00
Website : https://ottolenghi.co.uk/

  난 Ottolenghi는 너무 큰 프랜차이즈 식당이라고 생각해서 가본 적이 없었는데(프랜차이즈라고 하면 순위 밖으로 우선 내놓고 보는 이상한 습관) 몇 번 와봤던 조던이는 음식이 맛있다며 좋아하는 식당이라고 했다. 알고 보니 유명한 셰프 이름을 딴 식당이었던.. 요리책도 몇 번이나 서점에서 마주쳤던 곳이었지만 그냥 브랜드 이름인 줄 알았지 셰프 이름일 줄이야..

  우리가 주문했던 메뉴들은 Cauliflower and Romanesco with capers, ricotta and golden raisins와 Beef and lamb kofta, pickled beetroot raita, pomegranate and white onion, Stir fried Brussel sprouts, whipped cod's roe, biber salcasi, smoked almonds였다. 사실 고기를 먹고 싶지 않아서 생선을 주문하려고 했는데 딱 우리 주문 직전에 생선 요리가 품절되는 바람에.. 흑흑. 하지만 요리들은 모두 맛있었다. 왜 Ottolenghi 셰프가 유명한지 알 것 같은 그런 느낌. 특히 샐러드는 조리법만 알면 내가 맨날 해먹고 싶은 그런 스타일이어서 너무 좋았다.

  결국 이 식당의 맛에 반했던 나는 샐러드를 자주 먹겠다는 일념으로 요리책도 하나 주문함ㅋㅋㅋ 아쉽게도 샐러드에 집중되어 있는 요리책은 없었는데(난 샐러드 레시피를 원한다..!!😭) 그래도 다른 메뉴들도 시도해 볼 수 있겠다 싶어서 Ottolenghi Simple 책으로 주문했다. 이제 샐러드 먹는 비중을 늘려서 건강식으로 다이어트도 조금씩 해야지.

 

 

  엄청 밀린 끼니 기록들:

(1) 테이크아웃 초밥 : 하루는 주말 동안 집 근처 초밥집에 테이크 아웃으로 저녁을 먹었는데, 나쁘진 않았지만 엄청 만족스럽지도 않았다. 예전에 코로나 락다운 중에 엄청 큰 플라터 초밥을 배달로 시켜먹었던 때가 있었는데, 그 때 진짜 맛있고 양도 많고 좋았는데.. 영국에서 초밥은 늘 아쉬운 느낌.

(2) 스프 점심 : 이탈리안 식료품점에서 발견했던 스프들. 난 랍스터 비스크 스프였고 조던이껀 가스파초였지. 좀 비싸긴 해도 새로운 스프 맛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는 스프들은 너무 한정적이라..

(3) 두부조림 : 조던이가 좋아하는 두부 조림. 이젠 슈퍼에서 두부를 쉽게 구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한번 먹고 나면 다시 슈퍼 갈 때마다 꼭 한번씩 사는 중. 나 너무 한국인인가, 두부가 있으니 냉장고가 괜히 든든한 느낌. 메뉴 생각이 안 날 때 두부를 이용한 요리로 후루룩 해버리면 너무 편하고 좋다.

(4) 김치볶음밥 : 또 조던이가 좋아하는 김치볶음밥. 내가 김치볶음밥을 한다고 하면 너무 좋아한다ㅋㅋㅋ 아무리 많이 해도 금방 먹게 되는 김치볶음밥, 또 먹고 싶네.

(5) 오일 파스타 : 그릇이 작아서 파스타가 많아 보이는 겁니다. 여러 야채들과 베이컨을 마늘 볶은 오일에 후루룩 볶고 조리된 파스타를 함께 섞어내면 끝인 요리. 이탈리아에서 왜 파스타가 간단한 요리라고 하는지 이젠 알지.. 뭐 매번 집에서 레스토랑급 요리를 기대하는 것도 아니니까.

(6) 토마토 파스타 : 이것도 이탈리안 식료품점에서 사왔던 독특한 파스타였는데 작은 주머니 모양이 특이했다. 시판용 소스에 같이 후루룩 섞어버리면 되니까 너무 편한 저녁이었다. 이 때도 뭔가 시간이 급해서 후다닥 만든 요리였던 거 같은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은 안나네.

(7) 달(Daal) 커리 : 그리스 여행 다녀오고 오랜만에 요리한 조던이. 새로운 달 렌틸을 발견해서 그걸 써봤던 것 같은데(내가 해달라고 부탁함) 맛은 늘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정작 요리하는 조던이는 늘 다른 느낌이라는데 맛은 비슷해서 난 늘 맛있게 먹는다.

(8) 조던이표 슈퍼마켓 저녁 : ㅋㅋㅋㅋ슈퍼 마켓에서 조던이가 사온 재료들을 정성스럽게 데우고 익혀 만든 저녁. 가끔 나도 요리하기가 귀찮아서 퍼져있으면 그래도 조던이가 저녁 준비를 한다.

(9) 비빔 국수 : 지난번엔 매운 고추가루 소스에 다진 돼지고기를 볶은 토핑을 만들었는데 이번엔 시간이 없어서 얇은 소고기(중국 슈퍼마켓에 가면 쉽게 살 수 있는 훠궈용 고기)를 볶아서 토핑으로 얹은 비빔 국수를 만들었다. 조던이는 이렇게 또 최애 한식 메뉴를 찾았다.

(10) 양푼 비빔밥 : 어제 저녁으로 먹었던 메뉴. 내가 진정한 한국식 비빔밥을 보여주겠다며 큰 스뎅 볼에 밥과 야채, 계란 후라이 등등을 넣고 비벼 같이 나눠 먹었는데, 조던이에게는 이렇게 먹는게 아무래도 처음이었을 듯. 그래도 식당에서 먹는 비빔밥보다 더 맛있다며 엄청 잘 먹었다. 한 그릇에서 나눠 먹다 보니 가끔 얼굴이 가까워지곤 했지만, 그런 재미가 또 아니겠어?ㅎㅎ 비빔밥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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