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10
최근 무수분 수육에 도전해 봤다.
나는 한국~영국 자취 생활이 거의 13년 차지만 그 동안 수육은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사실 한국이야 생난리를 쳐가며 수육을 집에서 하는 것보다 배달 시켜 먹는게 제일이고(부가적인 반찬들도 많이 주잖아?) 가끔 엄마가 해주시는 짱짱 맛있는 수육을 먹을 수 있으니 그렇게 간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국은 사정이 다르지. 어쨋든 물에 넣고 오랜 시간 끓이면 되려나 싶어 몇 번이나 레시피를 상상해 본 적은 있지만 한국식 수육용 고기를 구하기도 어려운데다 작은 방 한 칸에 사는 사정에 먹고 싶은 것을 다 챙길 여력도 안되서 나 스스로에게 '먹고 싶은거 아니다..'라고 주문만 되내일 뿐 만들어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한국에서 무수분 수육 레시피가 유행인 것을 발견하고 '생각보다 쉽겠는데?' 싶어 과감하게 엄청 큰 로스트용 돼지고기를 샀다(정말 생전 처음 사봄). 떨리는 마음으로 엄청 오랜 시간이 걸려 완성했던 수육(레시피 시간보다 엄청 더 오래 걸렸다)은 은근 맛있었고, 쌈장, 김치, 마늘 후레이크 등으로 한 쌈 가득 싸먹으니 너무너무 맛있었다. 조던이도 엄청 좋아했지. 약간의 아쉬움은 조금 식으니 고기가 퍽퍽한 느낌? Pork Shoulder(아무래도 어깨살, 목살 부분인 듯)으로 샀는데 삼겹살 수육이 그리웠다.
그래서 삼겹살로 다시 도전해 본 수육!
재료는 정말 간단하다. 양파와 대파(영국에선 Spring Onion으로 약간 쪽파 느낌), 마늘(사진에는 없지만), 고기를 준비하면 정말 끝, 끝이다.
영국 슈퍼마켓에 파는 삼겹살은 한국처럼 엄청 두껍지도, 그렇다고 예쁘고 맛잇는 모양으로 되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그 중에 최대한 기름이 적고 살코기와 지방의 비율이 좋은 것을 골라 골라 사왔다. 사실 대파는 저렇게 많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난 Spring onion 기준으로 4개 정도 사용했다. 양파는 대략 한 개 반 정도? 양파도 내가 가지고 있던 것이 사이즈가 작은 거라, 그저 냄비 바닥에 충분히 깔 수 있는 정도만 있으면 된다.
사실 대파, 양파, 마늘은 넣지 않을 물을 대신에 수분을 내고 고기 잡내를 잡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정해진 양이 있다기 보단 그냥 마음대로 넣으면 되는 듯(내가 요리하는 스타일이 이런 식이다..😓).
고기는 모든 면에 후추와 소금을 듬뿍 뿌려 약간의 간을 해둔다(전문적인 레시피에는 된장 등을 사용해서 미리 재워두기도 하던데 난 귀찮아서 그렇게 안한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후추향 담뿍 나는 이 버젼도 충분히 맛있는 듯).
이후 냄비 바닥에 양파를 깔고 고기를 그 위에 가지런히 놓는다. 냄비는 사실 두꺼운 냄비로 하면 탈 위험이 없고 안전하다는데 그런 다양한 도구들이 없는 자취생은 있는 냄비로 한다ㅋㅋㅋ 고기를 놓은 후에는 그 위에 대파와 마늘을 담뿍 올려준다. 나는 마늘 킬러기 때문에 엄청 넣음.
그리고 뚜껑을 닫고 약불에 약 40분 익히면 되는데, 이 때 만약 불안하다면 아주 적은 소량의 물을 넣어도 상관은 없다. 그저 부스터의 역할을 해주는 것 뿐이니까. 그리고 한번 뚜껑을 닫으면 절대 절대 중간에 열면 안된다. 냄비님과 모든 야채님들을 믿어야 됨.
시간은 사실 각 상황마다 조금씩 다른데, 보통 약불에 익히라고 하니까 40분 정도가 그나마 평균 시간일 듯 하다. 우리 플랏은 인덕션 화구이기 때문에 사실 불조절이 쉽지는 않다. 약불이 일반 가스불보다 훨씬 약해서 같은 수준이 아닐 듯. 두 번의 경험으로 보니 대략 4-5 정도의 중약불을 사용하니 그래도 나름 내 성질에 맞는 속도로 요리가 되었다.
다행히 나의 냄비 뚜껑은 유리로 되어 있어 안을 대충 들여다 볼 수 있다. 고기에 핏기가 충분이 가셨나, 야채에서 물이 충분히 나와서 잘 끓고 있나를 중간 중간 확인하다 나중에 다 익은 것 같을 때 뚜껑을 열고 확인했다. 익히고 나니 고기가 쪼그라 들어서😂 생깍보다 양이 적어진 것 같아 아쉽지만 그래도 맛있게 잘 익었다.
또 다시 한 상 거하게 차려낸 어느 날의 저녁 식사. 은근 간단한 레시피에다 시간에만 맡겨두면 되는 요리라서 평일 저녁에도 금방 해낼 수 있는 요리였다. 조던이는 내가 평일 저녁에 수육을 하니까 "뭔가 주말 메뉴 같다!"하면서도 맛있게 잘 먹음. 다음에 진짜 허니문 하우스만 생기면 제대로 된 부엌 도구들 마련해 두고 멋드러지게 해먹고 살아야지.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진즉에 재외투표로 참여했던 나였고,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정치적 관심을 놓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생각했기에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 좀 더 집중했는데 이번에는 결과도 참 많이 궁금했다. 여러명 중에 한 명의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하는 선거인 만큼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졌다는 표현이 언제나 등장하지만, 앞으로 우리나라의 정치가 단순히 이기고 지는 파워 게임이 아니기를 바란다. 그저 큰 배가 향하는 조정키를 한 사람이 대표로 잡았을 뿐, 다양한 의견과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모아 함께 더 나은 방향으로 향하는 정치가 되었으면 좋겠다.
I disapprove of what you say, but I will defend to the death your right to say it.
나는 당신이 하는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말 할 권리는 목숨 걸고 지킬 것이다.
사실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지만, 난 <볼테르의 친구들>을 쓴 영국의 작가 에블린 홀(Evelyn Beatrice Hall)의 말을 듣고 늘 마음에 되새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그런 마음으로 함께 힘을 합쳤으면 하는 마음. 지금의 정치나 여러 사회적 이슈들은 그저 내 편과 네 편, 나와 같은 그룹이 아니면 배척하고 싫어하는 상황이 고조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각자의 진영 지지자들에게 들으라는 식으로 더욱 과장하고 강력하게 표현하는지는 몰라도 이젠 그렇게만 해서 지지를 얻는 시대도 지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어제는 새로 시작한 일의 업무일이어서 일하는 중간 중간 결과를 확인하곤 했다. 퇴근 후까지 100% 개표 완료가 아니어서 조던이를 만나 저녁을 먹는 동안 결과를 지켜 봤는데, 그러다 보니 조던이와 정치 이야기도 했다. 사실 한국에서 내가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정치 이야기를 하는데 의견이 조금 다르면 과연 연애가 이어질 수 있을까 싶지만, 조던이와 나는 서로 다른 나라 국적을 가지고 있어서 인지는 몰라도 약간의 다른 정치적 의견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 아무래도 정치적 지식과 의견이 조금 부족한 나로서는 가끔 나의 좁은 식견에 조던이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주는 셈이라 거부감이 별로 없다. 조던이도 엄청 좋은 리스너라 진짜 이야기도 잘 들어주기도 하고.
아무래도 나와 조던이 모두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정치인들은 그게 잘 안되나봐요...
지난 주말, 조던이가 갑자기 저녁으로 딤섬을 먹고 싶다고 해서 급하게 런던 시내에 있는 딘타이펑으로 향했다. 사실 많은 중식 레스토랑에서 딤섬은 점심 한정 메뉴로 운영 되는 경우가 많아 레스토랑을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적었다. 게다가 당일 시간도 급한 상황에 예약도 불가능하니 차라리 레스토랑이 커서 테이블 순환이 빠른 곳을 가면 좋지 않을까 싶어 딘타이펑을 선택했다.
예상했던 대로 입구의 줄이 길긴 길었다. 한 20분? 정도 걸려 입구에 도달했는데 대략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어차피 각오하고 일찍 길을 나섰던 터라 근처 펍이나 카페 가서 몸을 녹이고 있자며 이름과 연락처를 남겨 놓고 나왔는데 30분도 안되서 테이블 났다고 연락 옴ㅋㅋㅋ... 카페 찾는데 거의 15분을 썼구먼 호다닥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은근 그런 레스토랑 많더라? 괜히 많이 기다려야 된다고 겁 줘놓고 금방 테이블 났다고 연락하는.. 난 딘타이펑 경험이 그래도 있었던 지라 생긱보다 테이블 빨리 나올거야~ 했는데 이렇게 빨리 나올 줄은..
▪︎ Din Tai Fung (Covent Garden)
Address : 5 Henrietta Street, London WC2E 8PS
Open : Monday - Friday 12:00 ~ 23:00 / Saturday 11:00 ~ 23:00 / Sunday 12:00 ~ 22:00
Website : http://www.dintaifung-uk.com/
예전에 엄마랑 대만 여행을 하면서 딘타이펑을 가본 것이 처음이었는데, 이후에 런던에도 생겨서 얼마나 반갑던지. 대만 친구, 중국 친구와 두어번 가봤는데 사실 대만 친구들 말로는 정작 자기들은 딘타이펑을 잘 안 간다고ㅋㅋㅋㅋ 아무래도 관광객도 많고 체인이라 대만 사람들은 로컬 맛집들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관광지로 유명한 곳은 괜히 피하고 싶은 심리 알지.. 하지만 난 외국인이니까 조던이 데리고 딘타이펑 간닷!
조던이는 딘타이펑이 처음이라 메뉴를 내가 추천했는데, 돼지고기 샤오롱바오(Xiao Long Bao) 5개, 트러플 및 버섯 샤오롱바오 5개, 야채 쟈오쯔(Jiao Zi) 4개, 돼지와 새우 샤오마이(Shao Mai) 4개 그리고 새우 완투콩싹 볶음(Duo Miao)을 시켰다. 중식에선 야채 볶음이 심플해 보이지만 맛은 기깔나기 때문에 안 시킬 수 없었징.
엄청 엄청 맛있게 먹었는데, 특히 트러플 및 버섯 샤오롱바오가 정말 맛있었다. 조던이가 먹고 싶어해서 골랐는데 제일 맛있었던 듯. ㅋㅋㅋ그리고 후식으로 계란 볶음밥까지 추가로 주문해서 먹었다능. 아, 조던이는 심지어 베일리스 버블티도 시켰는데 맛있다며 좋아했다. 난 이 날 숙취로 아침에 고생했던 터라 술은 입에도 안 댐.
그리고 일요일 점심으로는 조던이랑 동네 카페 Pophams에 가서 브런치를 먹었다.
이 날 점심 때 아스널 축구 경기가 있었는데 카페에서 빵을 먹다 보니 시간이 약간 늦어진거다. 되려 내가 초조해 하며 골 나올 것 같다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서둘렀는데 진짜 경기 시작 5분만에 골 나옴... 그리고 플랏 건물 현관문 여는데 상대편에서도 골 만듬... 우리가 놓친 10분 동안 아주 스펙타클 했던 경기였다. 물론 남은 경기 열심히 응원하고 승리로 마무리 지었지만, 이번주 일요일 경기는 놓치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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