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6
3월 말이 되니 확실히 날씨가 좋아지며 봄이 다가오는 기분이었다. 아니, 이미 봄이었다고 해야하나? 하지만 정작 4월이 된 요즘엔 날씨가 다시 쌀쌀해지는 것을 보니 봄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 너무 짧아서 아쉬운 봄, 그래도 그 분위기와 변화가 좋다.
한국의 격리 면제 소식이 들려왔던 그 전날 밤, 나와 조던이는 또(?) 한 번의 갈등을 겪었다. 솔직히 지난번에도 그랬듯이 갈등은 대부분 조던이의 잘못에서 시작되기에😑 난 그닥 잘못이 없는데ㅋㅋㅋㅋ 어쨋든 한동안 우리 둘 사이에 냉랭한 분위기가 흘렀다.
문제의 발단은 또 다시 조던이의 연락 문제! 코로나 규제가 풀리면서 + 흥 많은 회사로 이직하면서 회식이 늘어난 조던이는 일주일에 한번씩 꼭 회사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오는데, 이 날도 그랬다. 점심 시간 쯤 퇴근 후 회식을 갈거라고 8~9시쯤 돌아온다는 연락을 받은 나는 '아이고 또 신났구먼~'이라며 알겠다고 넘겼다. 그러곤 11시 쯤엔 돌아오겠거니, 되려 여유를 주고 생각하며 그림 그리기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시간은 벌써 12시를 넘기고 있었고, 대략 1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조던이는 어떠한 업데이트/연락을 하지 않았다. 이런 문제에서 조던이의 평소 연락 특성은 더 큰 문제를 만들곤 하는데, 조던이는 휴대폰 무음 설정이 기본이며 연락 자체를 잘 확인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니 내가 뒤늦게 연락해도 바로 연락이 닿을 가능성은 무척이나 낮다. 이번에도 12시가 넘어 내가 연락을 했지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문자 자체가 수신되지 않았고 그 때부터 나의 걱정이 시작됐다.
아무래도 평일인 목요일이었고 다음날 재택 근무이긴 해도 업무를 해야 하는 날인데 12시 넘어 들어오는 것은 무언가 상식 상 이해가 되지 않았고(더군다나 회식이니 다 같은 회사 사람들인데) 8~9시를 예상한 만큼 큰 파티나 회식이 아닐거라 생각되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돌아오지도 않고 연락조차 없으니 걱정이 될 수 밖에. 게다가 난 회사 쪽으로 연락을 해볼 수도 없는(사실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긴 하지만) 비상 연락망 자체도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친구들이랑 나갔다고 하면 그나마 안면을 튼 친구들과 연락할 수도 있는데 이번엔 조던이의 휴대폰에만 연락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난 엄청 화가 나서 장문의 메세지를 남겨 놓고 잠들려고 했지만, 걱정에 잠에 들 수 없었고 휴대폰만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는데, 여기서 좀 더 화나는 점이 있었다. 수신 되지 않던 메세지가 어떻게 수신이 되고 조던이가 그 메세지를 읽었음에도 답장을 보내지 않은 것! 거기서 난 더 빡치면서 동시에 걱정이 되었고(무슨 일 있나?) 심장은 더욱 더 크게 쿵광거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을까, 새벽 2시 30분 가까이 되어 현관문으로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고(조던이 특유의 발걸음 소리가 있음) 열쇠로 문고리를 열려는 느낌이 들길래, 바로 문을 열었더니 조던이가 문 앞에서 "Hello...."라며 서 있었다. 안도되는 동시에 화가 끝까지 난 나는 그대로 문을 닫고(열어주지 않음) 방으로 들어가 잠에 들었다.
그렇게 다음날까지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졌는데, 우리는 서로의 눈치를 봤지만 난 절대로 먼저 화를 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러던 차에 조던이가 조심스럽게 점심을 사오겠다고 했는데, 그것은 모두 필살기를 위한 크 그림이었으니.. 돌아오는 길에 조던이는 꽃다발을 사들고 왔다. 나는 "꽃다발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게 아니야!"라고 했지만 결국엔 그의 사과를 받아주었지. 조던이는 정말 미안하다며 다음부터는 연락도 잘 받고 잘 하겠다며 다짐에 다짐을 했다.
+ 나만 너무 걱정하고 예민한 문제인가 했더니 일주일 쯤 뒤에 만난 친구 커플(에드&로라)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에드도 밤에 놀러 나가 놓고 늦게 돌아오면서 어떤 연락도 하지 않아 로라도 집에서 기다리며 걱정한 적이 있다고. 내가 엄청 공감하며 조던이는 휴대폰도 무음이고 연락도 잘 안봐서 거의 연락이 불가능하다, 라고 했더니 에드가 옆에서 "쟤 그거 진짜 심해, 좀 너무해."라며 조던이에게 같이 비난(?ㅋㅋ)해줘서 답답한 마음이 덜어졌다는. 평소 연락보다 밤 늦게 돌아오면서 연락하지 않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본다. 진쯔 앞으로 잘하라구..😤
3월 18일인 금요일엔 조금 바쁜 일정이 있었는데, 바로 몇 달간 일정 조정하며 여러가지 이유로 미뤄졌던(대부분은 코로나 땜시) 에드와 로라 저녁 초대였다. 벌써 작년이 되었나, 에드가 한번 자기 집에 우리 커플을 초대해서 저녁을 대접해 준 적이 있는데 이후 자연스럽게 우리가 반대로 초대해서 저녁을 대접하기로 했다. 당연히 조던이의 요리에 관심 없던 그 둘은 나에게 한국 음식을 기대했고 난 거의 메뉴 구성에 일주일을, 요리를 이틀에 걸쳐 하며 난리 법석을 떨었다.
그러던 와중 친구에게서 소포가 왔다.
미국에 사는 친구 소영이가 하와이 호노룰루 쿠키와 편지를 보내줬다🍪 호노룰루 쿠키는 지난번 소영이가 런던에 왔을 때 나에게 선물을 해줬던 쿠키였는데, 그 때 먹어보곤 완전 반해서 어디서 구할 수 있냐고 연락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쿠키가 하와이에서만 파는(...) 귀한 쿠키였고, 소영이는 그나마 자신이 살고 있는 근처 코스트코에서 구할 수 있어 사왔던 것이었다. 내가 다시는 맛보지 못할 쿠키구나, 하며 아쉬워 하던 차 하와이로 휴가를 떠났던 소영이가 쿠키를 보내주겠다며 주소를 물었다. 괜찮다고 사양 3번쯤 하고ㅋㅋㅋㅋ 주소를 알려줬는데, 그 쿠기가 이렇게 도착한 것이다. 알고 보니 미국에서 보내기엔 배송비가 너무 비싸서 파리로 여행을 오며 가져와서 보냈다고, 갬동쓰...❤️ 어쩐지 보낸 주소가 파리여서 누구지? 싶었는데 소영이였던.
너무 귀한 쿠키라 야금야금 먹고 있다. 4월인 지금, 아직도 조금 남아있는데 최대한 적게 먹을려고 애쓰는 중ㅎㅎㅎ 상자는 한국에 갈 때 가져가서 엄마한테도 맛보여 주려고 한다, 헤헤.
나도 곧 소영이한테 편지랑 쿠키 보내줘야지!!
아, 그렇게 에드와 로라를 초대해서 저녁 대접을 잘 했는데, 사실 내가 저녁 대접에 너무 신경을 쓰는 바람에 그 날 저녁에 대한 기억이 없다. 즉, 저녁 먹고 술 마시고 그러다 그 날 하루 종일 제대로 먹지 못하고(저녁도 사실 잘 먹지 못했다), 그 전날부터 준비한 요리로 피로감이 쌓였던 나는 얼마 마시지도 않은 술에 블랙 아웃에 금방 도달해 버린 것이다.
대화도 잘 하고 식탁 의자에 앉아 술을 마시던 장면까지 기억이 나는데(조던이와 에드는 노래를 부르고) 그 이후로 기억이 없다. 언제 내가 자러 들어간 건지 살짝 기억나는 장면은 침대에서 자고 있다가 매슥거리는 기분에 후다닥 일어나서 엄청나게 토를 했던...🤮🤮 시간이 언제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난 그저 괴로움이 울듯이 바닥에 쓰러졌던 것 같고, 조던이는 엄청 놀래서 달려와서 날 도와줬다.
그 이후로 또 기억은 나지 않다가 아침 8시가 되는 시간에 숙취를 느끼며 한바탕 샤워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또 다시 잠들어서 대낮에 겨우 일어났던 것 같은데, 그 때 같이 일어난 조던이의 말로는 내가 어제 죽는 줄 알았다며ㅋㅋㅋㅋㅋ... 다행히 그 모든 일은 에드와 로라가 돌아간 이후에 벌어졌고, 그 전까진 그저 난 일찍 잠들어서 조용히 자고 있었다고 했다.
난 보통 술에 엄청 취해도 토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토를 했다는 건 진짜 그 날 컨디션이 엉망이었다는 의미다. 절대 다신 이런 컨디션으로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한편으로는 조금 감동이었던게 조던이가 진짜 군말 없이 뒤처리를 말끔하게 해둬서(진짜 깔끔하게 청소해 둠) 난 사실 내가 토한게 꿈인가 싶기도 했다ㅋㅋㅋ.. 진짜 같이 살면서 볼꼴 못볼꼴 다 본다지만 그거 때문에 정 떨어졌나 걱정되기도 하는데, 조던이의 사랑은 그 모든걸 능가하는 듯...ㅎㅎ
다음날부터는 저녁 대접을 하고 남은 한식을 이용한 식사들을 이어갔다. 바로 다음날은 숙취 때문에 제대로 챙겨먹지도 않고 그냥 간단하게 끼니를 때웠는데, 일요일부턴 좀 챙겨먹었다. 정작 저녁 대접한 그 날의 사진은 아무것도 없는데(원래 외국 친구들 만나면 사진을 잘 안 찍는 편) 그나마 그 날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건 이후의 우리 식단들..ㅎㅎㅎ 이 땐 남은 김밥을 활용해 김밥과 라면의 조합을 조던이에게 처음 알려줬다. 다음에는 김밥에 계란 입혀 굽는거 알려줘야지(내 최애).
숙취가 좀 나아진 일요일엔 산책도 나갔다. 사진에서 볼 수 있 듯 날씨가 쾌청해서 좋았던 날. 공원에는 보이지 않던 수선화도 엄청 보이고(새로 심었나?) 우리는 좀 더 멀리 걸어서 Clissord Park의 사슴들을 보러 갔다.
지난번에는 사슴들이 보이지 않던데, 추운 겨울엔 실내 같은 다른 곳에서 키우는 걸까. 날씨가 풀린 이 날은 사슴들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조던이랑 연애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이 공원으로 데이트를 와서 사슴들을 구경했던 적이 있는데 2년이 흘러 다시 왔네.
사슴 우리 옆에는 새들도 짹짹거리는 우리가 있었다. 철망 사이사이로 카메라를 들이밀어 겨우 찍은 잉꼬들. 색깔이 알록달록하다.
그리고 또 그 다음날 먹은 비빔밥과 남은 갈비. 이전까지는 비빔밥을 각자 그릇에 먹었었는데, 이 때 처음으로 스뎅볼을 이용해서 그냥 같이 나눠 먹었다ㅋㅋㅋㅋ 원래 양푼 비빔밥 스타일이 진짜 한국 스타일 아닌가유? 밥 비빌 때도 시원시원하게 비벼져야 제대로 먹는 느낌이구.
비빔밥은 한국에서 사온 마른 나물 세트를 활용했거니 너~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되었다. 지난번에 엄마가 소포를 보내주면서 왕창 보내주셨는데(영국에서 돌아올 때 배송이 안되서 못 가져왔었음) 건 취나물 세트, 건 표고버섯 세트라서 물에 불리기만 하면 쉽게 먹을 수 있다. 밥 지을 때 같이 넣어도 되지만 한번 시도해 보니 따로 불려서 살짝 볶은 뒤에 먹는 게 더 나은 듯! 양푼 비빔밥은 이후로 자주 해먹는 메뉴가 되었다.
그리고 또 한 주가 지나 산책을 나갔던 날. 선데이 로스트가 먹고 싶다고 했던가, 펍 푸드가 먹고 싶다고 했던가, 아무튼 외식을 하자 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조던이가 자신이 잘 알고 있는 펍에 예약을 했다. 시간에 맞춰 길을 나섰고 지하철에서 내려 펍까지 가는 길에 동백 꽃을 보고 사진을 찍었다. 꽃만 보면 사진을 찍는 나... 나이 든 거지?😂
무슨 펍이었는지 기억이 안나서 위치 정보는 살짝 생략하고(나중에 업데이트 하거나...). 예약을 하고 왔는데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조금 기다려야 했다. 사실 도착했을 때도 빈 테이블이 있었는데 내어주지 않길래 저긴 다른 사람 테이블인가보네 했는데 정작 시간 보낸 후 돌아와서 안내 받은 테이블은 그 때 비어있던 테이블이었던ㅋㅋㅋ...
근데 펍도 크고 바빠서 그런지 진~~~짜 주문하기 어려웠다. 보통 영국에서는 직원이 올 때까지 따로 사람을 부르지 않고 기다리는 편인데 거의 30분이 지나도록 주문을 받으러 오지 않아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하는 직원들과 아이 컨택트를 하려고 엄청 용을 썼다. 요리와 맥주를 주문하고 정작 음식은 빨리 나왔는데 우리가 주문했던 스타터 메뉴가 나오지 않았다. 스타터보다 메인이 먼저 나와서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곧 나오겠지~ 하며 음식을 먹었는데(음식은 맛있었다) 식사를 마칠 때까지 메뉴는 나오지 않았다.
또다시 직원들과 아이 컨택트를 위한 아련한 시간을 보내다(결국 손 들고 눈 마주침ㅋㅋㅋ) 우리의 메뉴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설명하며 혹시 가능하면 새로운 맥주와 음식을 달라고 했는데, 직원은 그러고는 사라져 버렸다... 맥주도 다시 안 나옴...ㅎㅎ..
결국 한참을 기다리다 다시 직원을 불렀는데 알고 보니 그 동안에 우리가 주문한 메뉴가 매진되어 버린 것이다. 결국엔 주문 취소를 하고 계산을 하겠다고 했는데, 가지고 온 계산서에는 우리가 먹지 않은 메뉴가 있었다. 그것을 정정하기 위한 시도를 또 해야했고 그렇게 한참이나 시간을 보낸 후에야 겨우겨우겨우 계산할 수 있었다.
2시간 30분을 펍에서 보냈는데 정작 밥 먹고 맥주 마신 시간은 1시간보다 적었다는 사실...ㅎㅎㅎ.. 펍이 크고 바빠서인지 직원들 간의 소통도 잘 되지 않고 우리와 이야기 했던 직원들이 종종 사라지는 바람에 서비스는 엄청 꽝이긴 했다. 주말이라 그런가, 펍 장사 오래 했을 것 같은데 이렇게 엉망인 경우는 처음이라 새로웠다는.
이후 동네를 걷다가 발견한 동물 병원 앞의 장식. 움직이는 장식이었는데 웃기면서도 약간은 잔인(?)해 보여서 아이러니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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