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31
점점 따뜻한 기운이 돌기 시작하는 런던의 5월. 이맘 때가 되면 생각나는 장소가 있다. 바로 Richmond 지역에 있는 Petersham Nurseries. 내가 런던에서 애정하는 곳 중 하나인데 친구 소개로 처음 이 곳에 왔을 때가 날이 따뜻하고 화창했던 5월의 어느 날이었다. 이후 엄마가 2018년 4월쯤 런던에 잠깐 오셨을 때에도 이 곳 레스토랑을 예약해 갔었는데 엄마가 너무 좋아하셔서 같이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거리가 멀어 자주 찾지는 못하지만 언제나 예쁜 추억과 이미지가 남아있는 곳이다.
사실 이 곳은 가드닝 및 인테리어 소품들을 다루는 곳이지만 레스토랑과 카페테리아가 있어 식사나 나들이를 하기에도 분위기가 좋다. 조던이와도 꼭 함께 오고 싶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외출 자체를 미루다 보니(게다가 먼 거리라 장시간 지하철을 이용해야 함) 이제서야 왔다. 이번에는 아쉽게도 날씨가 흐리고 좀 쌀쌀했던 편이었다.
▪︎ Petersham Nurseries (Richmond)
Address : Church Lane, Petersham Road, Richmond TW10 7AB
Open : Tuesday - Saturday 10:00 ~ 16:00 / Sunday 11:00 ~ 16:00 / Monday Closed
Website : https://petershamnurseries.com/dine/the-teahouse
날은 흐린데 방문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은 이 곳. 레스토랑은 예약을 안했으니 기대하지도 않았고 카페테리아를 가려고 했는데 이전에 방문했을 때와는 시스템이 달라졌는지 입구 앞으로 대기줄이 엄청 길었다. 예전엔 일반 카페테리아처럼 식판(?) 들고 음식 골라서 결제한 후에 빈 자리를 찾는 식이었는데 이번엔 자리를 배정 받고 음식을 주문해야 하는 식이었다. 시스템은 레스토랑이랑 다르지 않는데 음식 스타일만 다른 것 같달까..?
암튼 각자 파스타류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식물 및 소품, 가드닝 도구들을 판매하는 상점들도 구경했다. 요런 요런 분위기. 절대 집 인테리어로는 못하겠지만 너무 좋아하는 무드다. 집에 발코니가 있거나 정원이 있으면 이런 가게에 왔을 때 살 것도 많고 쇼핑 욕구를 참기 어려울 것 같은데, 지금은 키우고 있는 식물들(리차드와 모나 등) 건사하기도 힘들다. 다음엔 꼭 발코니나 정원 있는 집으로 이사 가서 작은 허브 화분들을 갖고 싶다.
런던에서 평생 나고 살았던 조던이는 의외로 잘 가본적 없는 지역들이 많다(맨날 친구들이랑 노는 북런던을 안 벗어 나는 듯..). 정작 서울 살면 조금 먼 지역이나 경기도 쪽 안 가는 거랑 비슷하려나.. 그래서 가끔 외국인인 내가 조던이에게 소개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리치몬드도 그런 지역이었다. 큐가든도 나랑 처음 가고 리치몬드도 나랑 처음 오고.
처음 온 리치몬드이지만 요런 분위기 좋아하는 조던이는 엄청 마음에 들어했다. 특히 로컬 느낌 나는 펍이나 공원, 거주 지역들을 발견할 수 있어서 가고 싶은(=궁금해지는) 식당, 펍들이 많았다. 한참을 걷고 구경하다가 다시 오면 마을 중심으로 돌아보자며 다음을 기약했던 날.
일기가 점점 밀리기 시작할 때는 한동안 요리 사진들을 찍지 않았다. 사실 일기가 밀렸던 이유 중 하나로 특별한 이벤트(?) 없이 일하고 먹고 노는 반복되는 일상에 스스로가 무료해졌던 부분이 있다(게다가 업무 이야기는 내가 잘 풀어놓지 않으니 할 말이 없기도 하고). 게다가 내가 엄청난 셰프가 아닌 이상 요리하고 먹는 음식 메뉴들도 반복되고 계속 같은 이야기를 도돌이표처럼 하는 느낌이라 만사가 귀찮아지는 주기가 빨리 돌아왔던 것 같다.
하지만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그 무료함과 반복 속에서 살아남은(?) 몇몇 음식들이 있었으니 그 중 하나가 이 간장 양념 닭튀김이다. 사실 메뉴 이름은 튀김이지만 기름을 많이 쓰는 레시피가 아니어서 치킨 같은 튀김은 아니다. 내가 종종 애청하는 유튜브 레시피 채널 중에 하나로 <Mrs macarons 마카롱 여사>님이 있는데 능숙한 요리 실력에 멍하니 영상을 구경만 하는게 보통이지만 가끔 이렇게 레시피를 득템하곤 한다. 물론 죄송스럽게도 레시피를 정확하게 따라하진 않음(..) 아무튼 마카롱 여사님의 레시피 중 [간장 양념 닭튀김 -기름 3T면 충분!] 영상을 보다가 수많은 추천 댓글을 보고 따라하게 되었다.
사실 요리 과정은 꽤 긴데 완전 맛있어서 끊을 수가 없다. 그냥 좀 부지런한 기분이 드는 날 만들면 딱인 그런 레시피. 오리지널 레시피에선 연근을 사용했는데 영국은 연근을 구하기가 어려워(구경해 본 적도 없는 듯) 나는 컬리플라워, 그린빈 등을 사용하고 내 멋대로 견과류를 추가하기도 한다.
어느덧 이 메뉴는 조던이의 최애 메뉴 중 하나가 되었고 이 때 이후로도 종종 만들고 있다. 뭐.. 조던이는 뭘 만들어 줄 때마다 최애 메뉴가 바뀌어서 그 평가가 모호하긴 하지만.. 다음엔 한국 가면 엄마 아빠한테도 꼭 해드리고 싶은 메뉴!😆 기억해 놔야지❤️
이 날은 5월 7일. 조던이 친구 결혼식이 있었던 날이다.
조던이가 올해로 이제 서른살이 되었으니 조던이 친구들도 다 그 또래다. 다 런던 출신에 같은 중고등학교를 나온 친구들이라 그런지 성격이나 분위기, 생활 흐름이 비슷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조던이와 사귀면서 그 친구들을 알게 되면서 조금 놀랐던 것 중 부분들이 몇몇 있었다.
1. 친구들 모두 오래 사귄 연인들이 있었다는 것(처음 봤을 때 대부분 4~5년 차 커플들이었음)
2. 그러다 보니 엄청 큰 친구들 그룹이 학창 시절 친구+각자 애인들이 섞여 이루어졌다는 것
3. 비교적 빨리 각자의 파트너와 결혼을 결심한다는 것
한국에선 20대 후반에 결혼을 생각하거나 결심하면 '빠르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여기 친구들은 약혼을 대부분 20대 후반에 해서 신선했다. 물론 조던이 친구들만의 특징일 수 있음..ㅋㅋㅋ
아무튼 다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이 비슷한 시기에 약혼을 하고 결혼을 준비하게 되어서인지 올해에만 결혼식이 3개나 있었다. 한국도 비슷하지만 영국도 코로나 때문에 결혼식을 미룬 경우도 많아서 더 몰린 느낌이었을 수도..😂 이 날의 주인공인 친구 커플도 코로나 시기에 비교적 작은 규모의 손님들을 초대해 결혼식을 먼저 하고 모든 코로나 규제가 풀린 이후 더 많은 손님들을 초대해 다시 한번 세레머니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엄청 큰 규모나 화려한 스타일로 진행하지 않고 영국의 구청인 Town Hall 중 한 곳에서 결혼식과 리셉션 파티를 진행했다.
이미 결혼식을 했든 안 했든, 구청에서 이루어지는 비교적 간소한 스타일의 결혼식이라 해도 나로서는 처음 '영국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이라 흥미로웠다.
이젠 이미 커플 모두가 조던이 친구지만, 조던이의 학창 시절 친구였던 신랑쪽이 유대인이라 결혼식에는 Jewish Wedding Tradition도 볼 수 있었다. 난 미처 몰랐는데 조던이 친구들이 설명해줘서 알게 됐다는. 세레머니 후에는 손님들 모두 식장 건물 앞에서 컨페티(confetti)를 들고 준비하다가 결혼한 부부가 나오면 한껏 뿌려주는 문화도 처음 경험해 봤다. 그리고 세레머니 후에는 모두 리셉션 장소로 이동해서 식사와 에프터 파티를 즐겼다(결혼한 부부는 사진 촬영 등으로 조금 뒤늦게 등장).
이번 결혼식은 손님 맞이를 위한 두번째 세레머니여서 그런지 정식 식사라기 보단 에프터눈 티가 제공되었는데 조던이 친구 중 한 명은 그 부분에 있어 엄청 툴툴거렸다는😂 영국이든 한국이든 결혼식의 꽃은 식사인가 보다. 이래서 결혼식은 결혼하는 커플만을 위한 날이라기 보다 손님 접대를 하는 의미가 상당한 듯.
이 날의 결혼식으로 한국과 영국의 다른 결혼 문화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물론 그에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에 기록해 보려 한다(아직 두 개의 결혼식 기록이 남았기 때문ㅋㅋㅋ 그 모든 결혼식이 각자 다르고 다양해서 이야기 할 부분들이 많다).
그런데 5월달의 일기를 쓰는 12월의 지금, 올해 있었던 조던이 친구 커플들의 세 결혼식을 모두 참석한 나로서는... 영국 결혼식은 약간 피곤쓰.. 내향적이고 아웃사이더를 자칭하는 나로서는 힘든 형식이다😵ㅋㅋㅋㅋㅋ 그래도 결혼식은 다 예쁘고 신나고 기억에 남고. 참 아이러니하고 어렵다.
그리고 5월 20일부터 드! 디! 어! 나와 조던이가 한국에 갔다. 당시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입국자에 대한 시설 격리가 완화되는 상황이어서 더 늦기 전에 호다닥 다녀왔다. 해외 출입국 시 PCR 검사 폐지 및 자가격리가 완화된 지금에야 이 때를 되돌아보면 정말 난리 법석이었다 싶지만, 당시엔 정말 절박했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한국에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라 나름 필요한 타이밍이었다고 생각한다.
약 3주 간 한국에 머물렀는데 이 때 있었던 여러 이야기들을 풀려면 엄청 오랜 시간이 걸릴 듯. 사실 사진 정리도 안 됐고(무려 1260장.. 정리를 시작할 엄두가 안 나서 우선순위를 미뤄두는 중) 먼저 풀어야 할 것들이 많아 천천히 진행하겠지만 결국엔 여행 에세이에서 풀지 않을까 한다. 아, 이제 한국행이 여행 같은 느낌이 되어버리는구나. 사실 한 달 이상 있는 거 아니면 일상이라기엔 너무 여행 같지.
아무튼 한국행을 이뤄냄으로써 나와 조던이의 관계에도 큰 진전이 있었기에 그 기록들도 꼭 남겨야지.
5월 기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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