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31
새해가 되었다. 1월엔 예정된 짧은 한국행이 있었다. 4월에 있을 결혼식 때문에 아무래도 베뉴 확인이나 웨딩드레스 피팅이나 내가 직접 가야만 하는 일들이 있었다. 이전에 얘기할 때는 조던이도 함께 갈까 했지만 아무래도 휴가 일정이 어려울 것 같아 혼자 다녀오기로 했다. 그렇게 내가 한국으로 떠나기 전 1월에 우리의 일상을 정리해본다.
2023.01.02
1월 1일이 일요일이었던 탓에 대체 연휴로 1월 2일이 휴일이 됐다. 안 그래도 휴일이 적은 영국인데 이런 날마저 주말로 빼앗기면 속상하지.
연말동안 여러 일정으로 바빴던 탓에 이 날은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고 느지막히 점심으로 외식을 하러 나갔는데, 영 땡기는게 없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동네 일식점에 갔다(대략적인 위치는 알겠는데 왜 구글맵에 안 나오는거지.. 그래서 식당 정보는 생략).
사실 런던에서 내가 먹고 싶은 일식 카레는 코코이찌방야인데 조던이가 계속 같이 안 가준다😑 늘 지나칠 때마다 앞에 길게 늘어선 대기줄 때문인 듯.
음식은 무난무난히 맛있었다. 사실 카레는 맛 없기 힘들지. 사이드로 데리야끼 연어구이도 같이 주문했는데 맛없진 않았지만 인상 깊지도 않았다.
생각해보면 런던에서는 맛있는 일식을 먹기가 꽤 어려운 것 같다. 너무 고급의 비싼 곳이거나 그냥 막 사먹는 저렴한 곳으로 엄청 극과 극으로 나뉜 느낌이랄까. 특히 연어초밥이나 롤, 카츠 카레는 직장인들이 간단하게 점심으로 사먹는 도시락 전문점(itsu, wasabi 등)이나 슈퍼마켓에서 레디밀로 흔하게 파는 메뉴라서 그런가 음식점에서 그런 메뉴들을 먹을 때 맛이나 가격이 좀 애매하다. 너무 비싸게 먹기엔 아쉬운 메뉴들인데(특히 카레는 일본에서도 가정식 아닌가) 그렇다고 맛이 엄청 뛰어나지도 않은 그런 느낌이랄까🤔
아시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뭘 많이 바라는건가 싶기도 하지만.
그리고 저녁으로는 낙지젓 카펠리니를 만든 것을 보아하니 아마 돌아오는 길에 한국 슈퍼마켓에 들러 깻잎을 사왔나보다. 낙지젓 카펠리니에서 깻잎은 정말 빠져선 안되는 재료 같다. 깻잎은 한국 마트에서도 타이밍 놓치면 구하기 힘든 재료라 늘 아쉽다. 진짜 나중엔 발코니 있는 집으로 이사가서 깻잎 키우면서 살아야지..
2023.01.06
드디어 웨딩밴드를 샀던 날. 지난 11월부터 부지런히 다녔었나. 아무래도 조던이가 회사 때문에 평일엔 다니질 못하지 주말마다 센트럴 런던으로 나갔던 것 같다. 어느 정도 까르티에로 마음을 정하고 나서부턴 굵기 차이를 본다고 또 다른 지점까지 찾아가서 봤었지. 결국 그렇게 돌고 돌아 우리가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방문한 곳은 런던 까르티에 New Bond Street 지점.
사실 이렇게 반지를 고르러 다니면서 나는 손가락 굵기가 계절, 기온에 따라 엄청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분명 지난번 New Bond Street 지점에 왔을 땐 나나 조던이나 맞는 사이즈가 없다고 생각했고 다른 브랜드를 다니면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사이즈도 있었기에 필요하다면 맞는 사이즈로 새로 주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갔더니 마침 있는 사이즈(아마 예전에 시착했을)가 적당하다고 느껴졌다. 직원도 겨울엔 좀 더 손가락이 수축될 수 있다고 여름에 낄 것도 생각하면 너무 딱 맞는 것보단 약간은 여유가 있는게 편하고 좋을거라고 했고 우리도 그렇게 느껴서 바로 구입하기로 했다.
구입을 결정하고 직원분이 트레이에 반지를 관리제품과 함께 가져왔다(사실 저 빈 공간에 관리 제품이 담긴 상자도 있었는데 사진을 같이 못 찍었다😂). 직원이 이 때 구입하는게 정말 다행이라고 했는데, 사실 이 즈음에 본사에서 곧 가격 인상이 있을거라는 연락이 왔다나. 실제로 이후에 1월 말~2월 초에 명품 브랜드들의 대대적인 가격 인상이 있었다. 그리고 직원이 아무래도 결혼식 전까지 시일이 남았으니 (보통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3월 중순 즈음까지 혹시라도 반지 사이즈가 너무 안 맞는다 싶어 교환하고 싶으면 연락을 달라고 했다. 물론 결혼식 전까지 종종 꺼내어 착용을 해봤던 우리는 반지를 바꿀 일은 없었다.
반지를 구입하고 집에 돌아가 고이 모셔놓은 우리는 또다시 외출을 했다. 이 날은 조던이가 내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준 발레 공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English National Opera에서 본 발레 공연은 겨울, 크리스마스하면 떠오르는 <호두까기의 인형>!
사실 난 오페라나 뮤지컬 공연은 꽤 봤어도 발레 공연은 많이 보지 않았고 런던에서 발레 공연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백조의 호수나 지젤은 내용도 알고 영상으로 종종 접하기도 했지만 호두까기 인형은 얼핏 들어본 이야기이지만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좀 더 새로웠다. 그리고 조던이도 발레 공연은 처음 본다며 신나했다. 서로가 처음인 것을 함께하는 게 너무 의미깊고 좋았다.
연애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아무래도 연인의 이벤트 날을 많이 보내는데, 점점 그 때마다 선물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취향이 까다롭고 실용성을 우선하는 나는 조금이라도 내 취향이 아니거나 크게 필요가 없으면 기뻐할 수 없는 성격이다보니 가끔 선물을 주고 받는게 스트레스였다. 게다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선물받을 기회를 기다리지 않고 그냥 사버리는 내 소비 스타일도 있고. 그래서 한번은 조던이에게 "우리 물질적인 선물도 좋지만 가끔 문화적으로 배우거나 여행하는 그런 시간을 더 보내자."라고 제안했는데, 그 의견에 동의하고 기억해준 조던이가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공연 티켓을 준비한 것. 그 부분이 너무 고맙고 감동이었다.
공연을 보고선 근처 식당을 찾다가 코벤트 가든에 세워진 커다란 트리도 구경하고.
배가 많이 고픈건 아니었어서 타파스 레스토랑 위주로 검색하다 평점이 좋은 한 곳을 택했다.
▪︎ Condesa
Type : Tapas Bar
Address : 15 Maiden Ln, London WC2E 7NG
Website : https://www.condesalondon.com/
우리가 주문한 것은 air dried cured tuna인 mojama와 스페니시 오믈렛인 classic tortilla. 스페니시 오믈렛은 Barrafina에서 한번 먹은 이후로 타파스 레스토랑에서 종종 주문하는 메뉴라 기본 맛보장이 되어있어 안전한 선택이다(근데 바라피나에서 맛이 좀 왔다리 갔다리 했음). mojama는 처음 보는 메뉴였는데다 cured 참치라니?! 신기해서 주문해봤다. 워낙 얇게 썰려 절인건지 말린건지 가공한 덕분에 뭔가 참치살!! 같은 느낌이 강한건 아니었지만 오히려 고기 느낌도 나고 함께 어우러진 소스(그냥 올리브오일+발사믹 같은데도)와의 조합이 좋아서 맛있었다.
간단하게 음식과 술을 함께하기엔 타파스 레스토랑이 딱인 듯.
2023.01.07
그리고 다음날은 조던이 결혼식 수트를 맞추기 위해 길을 나섰다. 조던이는 예식용 수트로 기성복은 원하지 않는 듯 했고(영국에서는 예식용 수트=맞춤이라는게 기본 룰인 것 같다) 그렇다고 너무 큰 돈을 쓰고 싶지 않아해서 우선 이 날은 여러 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영국은 신랑 신부가 각자 예복, 웨딩드레스를 고를 때 함께 가지 않고 각자 아버지(신랑쪽), 어머니(신부쪽) 혹은 친구들과 함께 간다고 하는데 난 조던이 수트 맞추는데 함께했다. 그리고 이 날은 조던이 아버지도 오셔서 함께하셨음!
함께 둘러볼 가게를 몇몇 정해놓고 갔는데, 이후에 정하게 된 곳은 처음으로 갔던 맞춤양복점. 내가 구글에서 평점 좋은 곳을 찾다가 들러보자 한 곳인데 설명이나 서비스가 좋아서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보여주는 원단도 훨씬 다양했고 예산에 맞춰서 보여줘서 적당했달까. 다른 브랜드들은 생각보다 맞춤이 어려운 경우도 있었고(물론 예산보다 더 비싼 가격을 제시했으면 가능했을 수도) 서비스도 딱히 좋지 않았다.
2023.01.13
첫 방문 후 가게를 정하고 다음에 본격적으로 원단을 고르기 위해 또다시 방문했는데(이후로도 많이 많이 방문함..) 이 땐 조던이 어머니가 함께하셨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결혼식이 진행되면서 상황을 많이 알 수 없기 때문일까, 조던이는 부모님이 그래도 함께하는 과정이 있으면 좋겠다 했다.
이것저것 다시 입어보며 원단 색깔을 골랐다. 대략적으로 2개로 추려졌는데, 딥그린과 브라운. 이후론 나는 한국으로 출국해야 해서 조던이와 함께 미팅이나 결정을 할 순 없었다. 이후의 결정은 모두 조던이의 몫!
그리고 저녁엔 조던이와 영화를 보러 갔다. 아바타 2가 개봉해서 4DX로 관람하기로 했다. 아바타 1은 거의 10년 전 작품이지만 정말 인상깊게 봤었다(근데 같이 본 엄마나 오빠는 그닥..). 이후로 CG 기술이 발전하고 영화관 산업 형태도 조금 바뀌어서 그런가 감흥은 덜하지만 물의 세계로 이동한 판도라 행성의 세상은 너무 멋있었다. 1편 때도 그랬지만 스토리야 사실 뻔하고 추측 가능한 부분들이 있어 놀랍거나 새롭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 그런 안전한 스토리가 좋을 때도 있다. 특히나 화면의 아름다움이나 그래픽 기술의 화려함이 시선을 끌고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상황에 스토리까지 어렵다면 너무 힘들 것 같기도. 아바타 시리즈는 이후로도 계속 제작될거라 하니 늘 기대가 된다.
2023.01.15
그리고 난 한국으로 향했다. 1월 15일, 아스날과 토트넘의 두번째 더비가 있던 날. 그래도 조던이는 경기를 보는 대신 날 공항까지 데려다줬다. 한달 뒤에 만나자, 조던!
한국에서의 일정은 어떻게 정리할까 생각 중. 아무래도 영국 일상은 아니다 보니 일기에 기록하기는 그렇고, 여행 섹션으로 나누자니 그것도 애매하지만🤔 조금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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