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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기록장/2023년

[영국생활] 3월의 런던일상: 사진이 많다는건 추억이 많다는거겠지📸

by kyeeunkim 2023. 8. 21.

2023.03.31

  이번 3월은 유독 사진이 많다.

  3월은 봄 같지만 여전히 스산한 추위가 남아있고 해길이도 짧아서 계절의 변화가 실감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다른 달에 비해 매주 외출할 일을 만들고 사진을 찍었던 것 같다. 물론 그 사진들이 대부분 음식인거 보니 추위 속 배를 채우기 위함이었나 싶기도 하고.

 

 

2023.03.01

  3월 첫 날부터 찍은 사진은 내가 열심히 키우던 아보카도 씨앗.

 

📝 2022.12.24 - [▪︎ 일상 기록장/2022년] - [영국생활] 6월의 런던 일상: 친구 결혼식, 조던이와 나의 생일🎂

 

  위의 일기에서 언급했다시피 아보카도 씨앗이 수경재배 방식으로 싹을 틔우기 쉽다길래 몇 번을 시도했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마지막이란 마음으로 그냥 대충 고무나무 리차드 화분 옆 쪽에 슬쩍 쑤셔놨는데 싹이 텄었지.

  그 후로 한 개 더 같은 방법으로 다른 곳에 쑤셔놨는데 거의 반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다. 약간 갈라진 것 같은데 싹이 올라올 생각은 안하길래 혹시 속이 썩어버렸나 싶어 이 날 과감히(?) 뽑아버렸다. 뿌리가 깊게 내리고 있었던지 뚝하며 씨앗이 뽑아져 나왔는데 갈라진 틈을 보니 파란 새싹이 있던 것😱

  상황이 너무 웃겨서 사진 찍고 한국에 있는 엄마한테 보여줬더니 "다시 심어놔봐"라길래 고이 뽑은 자리에 돌려놨다. 물론 이미 뿌리가 끊긴터라 희망이 있을까 싶지만... (글을 쓰고 있는 현 시점 8월... 이 씨앗에선 여전히 소식이 없다. 하지만 다른 소식은 있다구여.)

 

 

2023.03.02

  이 날은 조던이가 회사에서 Review day라며 전날부터 엄청 긴장을 했었다. Review day는 지난 1년 간의 업무 실적이나 태도 등을 상사와 면담하며 되돌아보는 그런 날이라고 한다. 그동안 열심히 일하는 걸 봐왔던 나로서는 큰 걱정이 없었는데 아무래도 업무 평가를 받는 시간이니 떨렸을 것 같다.

  그냥 좋은 하루 보내라고, 리뷰 데이도 무사히 마치라고 연락을 했더니 점심 시간 즈음 지나 "나 승진했어! 보스가 지난 1년 동안 나 잘했대! 연봉이나 보너스는 다음 주에 자세하게 이야기한대!"라며 소식을 전해와서 엄청 축하해줬다. 그리고 엄마와 전화하면서(주로 평일 낮에 통화함) 소식을 전했더니 "축하해 줄 선물이나 케이크라도 사야되는거 아니니?"라고 하셔서 부랴부랴 준비를 했다🤣 

승진 축하해, 조던아!

  갑작스럽게 좋은 식당을 예약할 수도 없는데다 평일엔 외식을 하지 않는 터라 슈퍼에서 스테이크용 고기를 샀다. 나름 비싼 립아이 스테이크를 샀다구여. 그 외에 가니시로 함께할 야채들과 스테이크와 어울리게 레드 와인이면서 조던이가 최애 와인인 Yellow Tail의 Jimmy Red Roo도 샀다. 그리고 급하게 디저트 전문점으로 달려가서 홀케이크를 샀다. 물론 딸기 타르트인 셈이지만 다른 케이크는 너무 칼로리에서 죄책감이 들어서(결국 우리 둘이 다 먹을건데🥹)..

  엄청 빠듯하게 집으로 돌아와서 유튜브의 요리 박사님들의 레시피의 도움을 받아 저녁 한 상을 차렸다. 축하한다고 케이크랑 조던이랑 같이 찍은 사진도 있는데ㅋㅋㅋ 조던이가 너무 잠옷 차림이라 패스...ㅋㅋㅋ

 

 

2023.03.04

  그리고 3월의 첫 주말. 이 때 한창 샤넬 가방을 사고 싶어서ㅋㅋㅋㅋㅋ 주말 나들이를 했던 때였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샤넬 구두를 사고 "정작 나는 샤넬 22백을 보부상 가방처럼 쓰고 싶건만..!"했는데 한국이랑 영국 가격 차이가 꽤 나서 못 샀다(게다가 한국엔 내가 원하는 사이즈, 색상이 없었따...).

  엄마는 런던 가면 바로 사러 나가보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명품백을 호로록 사버리는게 마음에 영 걸려서 어영부영했다. 내가 몇 번이나 미적거리니까 엄마가 "빨리 가봣!!"해서 나왔는데... 늦어부렸지. New Bond Street에 있는 샤넬 매장이랑 Selfridge 매장을 갔는데 정작 웨이팅은 없지만 내가 원하는 블랙 미디움은 전혀 볼 수 없었고(다른 컬러들은 널림) 그 사이에 가격 인상이 되어버려서 한국과 영국의 가격 차이가 거의 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봄 시즌으로 샤넬 22 백 미니 사이즈를 새로이 내면서 가격 조정을 한 것 같았다.

  더 멀어져버린 샤넬백...ㅋㅋㅋㅋ 그래서 그냥 나중에 더 돈벌면 사야지, 라는 마음으로 넘김ㅋㅋㅋㅋ

 

  엄마한테 가격 인상의 쓰라린 소식을 전하면서 "어이구 그러니까 미리 나가보라니까!"라는 타박과 함께 머릿 속에서 샤넬백을 저 멀리 보내버리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쓰라린 마음은 음식으로 달래는거여..

▪︎ Mercato Mayfair
Type : Cultural Hub with Restaurants
Address : St. Mark's Church, N Audley St, London W1K 6ZA

Website : http://www.mercatometropolitano.com/

  브런치를 먹고 싶어서 우연히 지도 검색에서 발견한 곳인데, 오래된 교회 건물을 개조하여 다양한 푸드 코드들이 입점해 있는 곳이었다. 오래된 곳을 보존하면서 새롭게 개조한 형태의 건물을 좋아하는 편이라 입장할 때부터 설레었는데 내부를 보니 더더 멋있었다. 그대로 유지되어 있는 스테인드 글라스며 기도실 같은 공간들이라니..! 물론 난 무교로 종교적인 감흥은 없지만 전형적인 영국의 교회 느낌을 볼 수 있어 좋았다.

  Ground Floor과 1층에 주로 음식, 카페, 디저트를 판매하는 푸드코트들이 있었고 술을 판매하기도 했다. 1층까지 크게 한바퀴 둘러본 우리는 말레이시안 스트릿 푸드를 먹으려고 했는데 오픈하기엔 시간이 남아있어서 GF에서 커피를 먼저 마셨다.

  그리고 시간 맞춰 다시 올라온 1층. Spice Lab이라는 말레이시안 스트릿 푸드를 판매하는 가게 앞에 테이블을 잡고 Sambal Prawn Rice를 주문했다. 정식 레스토랑이 아닌 푸드 코트 스타일치곤 음식 가격이 좀 셌지만, 그래도 장소가 멋있고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장점도 있는 것 같으니 큰 상관은 없었다. 음식도 나름 알록달록한 색감이나 다양한 재료들이 신경 쓴 부분이 많은 것 같았고, 양도 푸짐하고 맛있어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맛있었던 sambal prawn rice

  식사 후엔 1층에 연결된 테라스가 있다길래 슬쩍 들러봤다. 요 동네 건물들은 붉은 벽돌을 쓴 게 많은데 그 건물들이 보이는 모습이 또 나름 멋지더라. 아직 쌀쌀한 날씨여서 테라스는 거의 사용을 안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여유롭게 사진도 팡팡 찍어주고.

  여담이지만, 우리가 다녀온 후로 이 장소가 인스타그램 푸디들 사이에 엄청 바이럴 되더라. 아님 아이폰이 또 우리 경험을 엿듣고(?) 알고리즘을 조정했나. 아무튼 날씨가 풀리면서 더더 유명해진 모양이고 최근에 한번 더 다녀왔을 땐 사람이 엄청 많았다(물론 그 땐 오후여서 정오 즈음 방문했던 이 때와는 다르기도 했다).

  지하 공간에는 술을 판매하는 다른 가게들이나 바 공간이 있다고 하는데 다음에 또 한번 가보고 싶다.

 

  3월 4일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렇게 실패한(?) 샤넬백 투어와 맛난 점심을 먹고 돌아온 우리는 바로 또 축구 경기장으로 향했다. 심지어 중간에 옷도 갈아입었음ㅋㅋㅋ 

드디어 거너사우르스와 사진을!

  이 날은 더더욱 마음이 급했는데, 시즌이 끝나기 전 아스날의 마스코트 거너사우르스(Gunnersaurus)와 사진을 찍고 싶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기간 동안 거너사우르스를 해고했다는 소식이 들려와서 비판도 많았고 아쉬움도 컸는데,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서 다시 경기장에 거너사우르스가 돌아왔다(아무래도 코로나 동안엔 관중 없는 경기도 하고 마스코트로서의 할 일(?)이 별로 없어서 그랬던게 아닌가 싶다). 그는 경기 전에 관중석 가까이 돌며 팬들과 사진을 찍어주는데, 또 이런 동심이라면 뒤지지 않는 나는 그동안 너무너무 같이 사진을 찍고 싶었다. 하지만 기회는 도무지 찾아오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사진 찍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내가 있는 좌석 쪽에 오기까지 시간이 너무 걸려서 정작 우리 쪽을 지날 땐 호다닥 가버리기 때문..😭

  그래서 이 땐 일-찍 경기장에 들러 다른 구역에서 사진만 찍고 좌석으로 돌아갈 계획이었기에 경기 시작보다 30분 가량 일찍 도착했다. 그래도 한참을 기다렸다우... 올듯 말듯 닿기 힘든 그대.. 맛집 줄을 기다리 듯 순서를 기다려 드디어 함께 찍은 사진, 꺄!🦖❤️ 하지만 이 날 너무 호다닥 찍는다고 정작 조던이는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

  축구 일기를 위해 이야기를 아껴놓겠지만, 이 날의 경기는 정말 잊을 수 없는 멋진 경기였다.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의 최고 경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날. 너무나도 짜릿한 승리 후 근처 펍에서 축배를 들었다.

 

  그리고 여전히 끝나지 않은 3월 4일의 이야기...ㅋㅋㅋㅋ

  이전에 또 지도를 뒤적거리다 발견했던 작은 식당 때문에 우리는 주말 저녁을 예약해 뒀었다. 경기를 보고 짧은 축배를 들었던 우리는 또(!) 옷을 갈아입고 식당으로 향했다(그래도 나름 분위기 좋은 식당 가는데 아스날 킷을 입고 갈 순 없으니까..).

▪︎ Vins
Type : Restaurant and Wine Bar
Address : 93 Grosvenor Ave, London N5 2NL

Website : http://www.vinsrestaurant.co.uk/

  이 곳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도보로 약 15분 떨어진 곳이다. 동네 마실 가듯 갈 수 있는 곳이라 더 정겨운 느낌이 들었고 빨리 가보고 싶었다.

  주말 저녁이었는데도 꽤 한산했고 그래서 더 조용한 분위기에서 음식과 술을 즐길 수 있어 마음에 들었다. 사장님 마음에선 반대일지 몰라도😅

  메뉴는 시즌별로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 다행히 당시 메뉴판을 사진으로 찍어놔서 메뉴 구성을 알아보기 어렵지 않았다.

  우리가 주문했던 것은 Veal Tonnato / Puntarellee, Parmesan & Anchovies / Globe Artichoke, Ricotta, Black Olive Crumb, Tomato & Basil 이었다. 생전 본 적 없던 재료들이나 요리 이름들이 많아서 도전해보는 마음으로 주문했는데 모두 마음에 들었다. 특히 여전히 어떤 야채인지 알 수 없는 Puntarellee라는 야채는 이탈리안 치커리 같은 채소라는데 인터넷을 찾아봐도 처음 보는 형태이 야채였다. 근데 아삭하니 샐러드처럼 먹었을 때 너무 좋았다. 재료들이나 요리 스타일로 보아 이탈리안 베이스인 것 같았지만 흔한 파스타나 아란치니 같은 메뉴는 없고 독특한 메뉴들이 많았다.

엄청 맛있었던 음식들!

  처음으로 주문했던 세 메뉴를 뿌수고ㅋㅋㅋ 음식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 조금 더 먹었으면 하는 마음에 추가 주문을 했다. Crumbed Cod Cheeks & Tartare Sauce와 Cheese Plate를 주문했다. 생선튀김이야 맛이 없을 수가 없고(거기다가 볼살이라니...!) 치즈 보드는 처음 시켜보는 거였는데 엄청 좋았다. 특히 난 평소에 치즈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괜찮을까 싶었는데 이 때 너무 맛있게 먹은 이후로 종종 치즈 플레이트 먹으러 가고 싶다능☺️ 치즈들은 Brillat Savarin(Burgundy), Saint Nectaire(Auvergne), Saint Maure(Loire)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나의 최애 까눌레

  그렇게 꽉 찬 일정을 보내고 돌아온 집. 마지막으로 오전에 Selfridge 갔을 때 산 까눌레를 먹었다. 물론 한꺼번에 다 먹은건 아니구 한개를 반씩 나눠먹으며 이 날부터 매일매일 먹음...ㅎㅎ 진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까눌레 브랜드.. 가끔 찾는 행복이다🤍

 

 

2023.03.05

  얼마 전에 아보카도 씨앗 하나를 억지로 뽑아 망쳤다는 찜찜함 때문에 오랜만에 찍어본 초록이들 근황. 리차드와 모나는 조금씩 조금씩 알 듯 말 듯 무럭무럭 자라고 있고 아보카도는 세 개를 꽂아놨는데 싹을 틔웠던 1개만 열심히 자라고 있다. 나머지 1개는 뽑았다 다시 꽂았으니 미안할 따름이고 나머지 1개는 감감무소식...ㅎ

  사실 일요일은 외출을 잘 하진 않는데 이 땐 가까운 곳이라도 산책하듯이 가보고 싶어서 길을 나섰다. 달스턴 쪽에 유명한 샌드위치 가게가 있다고 해서 가봤다. 정작 내가 달스턴에 살 때는 전혀 이런 것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는데...

  이 곳은 꽤 유명한 베이커리였고 자신들의 빵을 이용한 샌드위치 메뉴도 팔 수 있었다. 사람들이 꽤 많아서 주문하기도 자리 잡기도 어려웠다. 조던이는 주문을 하기 위해 줄을 서고 나는 외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 The Dusty Knuckle Bakery
Type : Bakery
Address : Abbot St, London E8 3DP
Website : http://www.thedustyknuckle.com/

  이후에 인스타그램에서 몇 번 언급되는 것도 봐서 유명할 수 밖에 없구나 싶었지만 찾기도 어려운 이 곳을 어찌 다들 그렇게 잘 알고 오는지(꽤 골목 안에 있고 들어서는 길이 꽤 까다롭다). 샌드위치는 맛있었고 주변에 또 맛있어 보이는 식당들도 몇몇 있어서 다음에 또 와보고 싶더라. 샌드위치를 다 먹고 빵이라고 사갈까 했더니 거의 다 팔려서 없는 상태. 빵을 사고 싶으면 조금 더 부지런히 방문해야 하나보다.

 

 

2023.03.08

  날이 풀려가나, 하자마자 내린 눈. 영국은 종종 3~4월에도 우박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눈이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이젠 더이상 놀랍지 않다. 이 때의 추위가 가끔 더 스산하게 느껴지는게 영 틀린 말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2023.03.10

  한 주가 텅 비어서 사진이 하나 없길래 이 때 무슨 일이 있었나 했더니, 조던이가 결혼 전 총각파티인 Stag do에 간 주말이었다. 그 동안 그림을 열심히 그렸던 나는 주말동안 별일 없이 잘 지냈나봄. 인스타툰도 나름 꼬박꼬박 그리고 있는데, 이런 것도 하나의 기록이 되니 기분이 좋다.

  암튼 인스타툰 때문에 생각났는데, 이 때 한창 <더 글로리>가 열풍이었고 파트 2 공개 전부터 드릉드릉 난리였는데. 난 정작 파트 2가 공개되는 주말에 조던이가 여행을 가는 바람에 꾹 참고 한 박자 늦게 볼 수 있었다. 얼마나 그 주말이 괴롭던지...

인스타툰으로 올렸던 이야기

 

 

2023.03.17

  조던이가 총각파티를 즐겁게 즐기고 돌아온 다음 주말, 조던이 친구 소피로부터 저녁 식사를 초대받았다. 다른 친구들도 꽤 오는 모양이라 이 때다 싶어 직접 쓴 편지와 함께 한국에서 제작한 청첩장을 전달하기로 했다. 초대하는 인원 모두에게 한꺼번에 줄 수는 없어도 직접 줄 수 있는 경우엔 직접 줄려궁... 초대 전날 친구 만나고 돌아와서 약간 술에 취한ㅋㅋㅋㅋㅋ 조던이 붙들고 편지 같이 썼다.

우리 결혼식 청첩장

  약속은 저녁이었고, 주말 오전을 또 맹하니 보내기 싫어서 평소에 조던이랑 같이 가고 싶던 브런치 카페에 갔다.

▪︎ Granger & Co. (King's Cross)
Type : Australian Restaurant
Address : Unit 1, The Stanley building, 7 Pancras Sq, London N1C 4AG

Website : http://www.grangerandco.com/

  Granger & Co. 는 내가 좋아하는 식당이다. 핫케이크 메뉴로 유명하고 그 외에 브런치 메뉴가 다 실하고 좋아서 인기가 꽤 많다.

  2019년도에 처음으로 가봤는데(그 땐 런던 서쪽에 살아서 노팅힐 동네에 있는 지점에 갔었다) 처음 먹어봤던 핫케이크가 얼마나 포실포실 맛있던지..😋 이후로 조던이랑 같이 가고 싶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인기가 많다보니 갑자기 찾아가기가 좀 망설여져서 미루게 됐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그 사이 그레인저 앤 코의 인기는 나날이 커갔는지 지점도 꽤 많이 생겼다.

  계속 말로만 가자, 가자 하던 곳을 드디어 이번에 갔다. 킹스크로스 지점은 아무래도 주말에 많이 바쁘지 않은 것 같아서(웹사이트에도 워크인으로 충분히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안내) 예약까진 하지 않았지만 늦지 않게 부지런히 갔다. 테이블은 어렵지 않게 잡았지만 시간이 곧 지나니까 역시 꽉 차더라.

  내가 주문한 것은 역시나 Ricotta Hotcakes with Banana and Honeycomb Butter였고 조던이는 Toasted Dusty Knuckle Sourdough with Avocado, Lime and Coriander(add Poached Egg)를 주문했다. 다른 메뉴가 궁금하다가도 핫케이크는 포기할 수 없는 마음... 여전히 맛있었다. 가격이 생각보다 꽤 나가는데, 양이 그만큼 많아서 푸짐하게 느껴진다. 물론 차라리 양을 줄이고 가격도 낮추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가도 고급 브런치를 지향하는 것 같아 이해도 된다.

  이후에 집에 돌아와 다시 정비(?)를 하고 저녁 시간에 맞춰 소피네로 향했다.

  여덟명 정도의 친구를 초대한 자리라 평소와 같은 큰 그룹의 모임은 아니어서(난 주로 조던이 친구 생일 파티 등에 참석하다 보니 늘 대규모 그룹으로 보는데.. 솔직히 여덟명 모임도 나한텐 많다ㅋㅋㅋ) 확실히 평소보다 편안했다.

  시간에 맞춰 하나 둘 씩 친구들이 왔고, 우리는 함께 술을 나눠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소피는 재료를 준비해두고 요리를 계속 했는데 두어시간이 지나서야 요리가 완성됐다(집에 초대를 한다고 하면 이 부분이 약간 다르다고 느낀다. 한국식 정서의 나는 약속 시간 전까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손님들이 도착하면 요리를 바로 대접, 식사를 하는데 외국은 대부분 수다 떨면서 요리를 진행하다보니 식사 시간이 약속 시간보다 꽤 늦어진다). 소피는 채식주의자여서 식사도 전부 채식 메뉴였지만 너무 다 맛있었다.

  식사 후에도 다 같이 술을 마시며 수다를 떨다가 너무 늦지 않게 집으로 돌아왔다. 요로코롬 작은 규모의 모임 자리는 생각보다 적당한 시간에 끝나서(아니면 최근 조던이 친구들의 변화인가 싶기도 하고) 좋다. 꽤 즐거운 저녁이었다.

 

 

2023.03.19

  간간히 튀어나오는 잘먹 잘살의 일상.

  TORRES는 꽤 고급 스페인 감자칩인데 소소한 사치를 누리고 싶을 때 사먹는다. 일반 슈퍼에서는 찾기 어렵지만 유럽 및 수입 제품들을 다루는 식료품점에 가면 구할 수 있는데 최근엔 종류도 다양해지고 꽤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날 먹은 저녁은 연어 토마토 크림 파스타. 나는 레시피 릴스나 포스팅을 엄청 자주 보는데, 사실 파스타 메뉴는 자주 찾지 않는다. 집에서 파스타를 요리할 땐, 대부분은 오일 파스타를 즐기고 좀 더 다른 방식은 그냥 시판 소스나 페스토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 메뉴만은 갑자기 땡겨서 만들게 됐다. 레시피는 @nannika_.s2 참고. 꽤 맛있어서 재료를 다 쓸 때까지 두어번 더 해먹었다.

 

 

2023.03.24

  주말은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된다. 특히 조던이는 월, 금이 재택근무일이기 때문에 퇴근하자 마자 튀어나갈 수 있다ㅋㅋㅋ

  최근에 치즈 플레이트에 빠졌던 나는 또다시 와인과 치즈의 조합을 먹고 싶었다. 집 근처에 종종 선물용 와인을 사던 와인샵이 있는데, 몇 번 지나치다 보니 가게에서도 와인와 곁들일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예약은 할 수 없지만 정시 퇴근의 메리트를 활용하여 일이 모두 끝나자 마자 바로 튀어갔다.

동네 와인바, 분위기 좋아요

▪︎ Yield N1
Type : Wine Bar
Address : 97 St Paul's Rd, London N1 2NA

Website : http://www.yieldn1.com/

  와인은 잔이 아닌 500ml 로 한 종류 주문하고, 치즈와 햄을 한 종류씩 골라 플레이트를 주문했다. 플레이트는 비스킷과 처트니, 피클, 견과류 등이 기본적으로 함께 제공됐다. 하지만 하나의 플레이트로 만족할 수 없는 우리, 또다시 다른 조율의 치즈와 햄을 고른 두번째 플레이트도 주문했다. 사실 치즈 종류와 햄 종류는 잘 모르지만..😅 너무 맛있었다.

  와인에 치즈&햄 플레이트 2판이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저녁 대신으로 먹은거라 적당하니 좋았다. 사진을 다시 보니 다음에 또 가고 싶네. (와인 마시고 또 칵테일 마시러 다른 펍에 쪼르르 갔지만ㅋㅋㅋ 사진은 생략)

 

 

2023.03.25

  3월의 엄청난 이벤트 중 하나가 있던 날. 빅 데이트가 있던 날이라 나와 조던이 모두 하루가 시작할 때부터 설레임이 가득했다.

  미리 티켓을 예약해 둔 미술 전시가 있어서 전시부터 봤다가 카페에 들렀다. 평소 가고 싶던 카페였는데 생각보다 조금 다른 분위기에 놀랐다🤣 빵이 맛있었을지 먹어봤어야 싶지만 저녁에 큰 이벤트가 남아 있어서 배를 애껴뒀다. 특이한 식료품들도 취급하고 있던데 처음보는 감자칩과 훈제 문어 조림통도 구매해봤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저녁 식사를 예약해 둔 레스토랑 쪽으로 가면서 산책을 했다. 아직 예약 시간에 급하지도 않았고 조던이가 보여주고 싶은 동네가 있대서 이곳 저곳을 둘러보며 길을 걸었다. 예전에 조던이가 로스쿨을 다니고 인턴십을 할 당시 추억이 있는 동네라 그런지(게다가 법조인들과 관련된 동네이기도 한 듯) "이 골목 예쁜데!", "여기 예전에 열심히 다녔는데!"라며 한창 신나게 이야기하는게 너무 귀여웠다.

  한참 걷고 이제 피기 시작하는 봄꽃들을 구경하며 사진도 찍으니 곧 저녁 예약 시간이 다가왔다.

▪︎ Frog by Adam Handling Restaurant
Type : Modern British Restaurant
Address : 34-35 Southampton St, London WC2E 7HG

Website : https://www.frogbyadamhandling.com/

  빅 이벤트라고 했던, 우리가 한참을 설레고 기다렸던 것은 바로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에서의 근사한 저녁 식사였다. 승진이 결정되면서 두둑한 보너스를 받았던 조던이가 한 턱 크게 쏜다고 해서 나는 그저 신나는 마음으로 쫄래쫄래 따라왔지. 게다가 조던이가 검색해서 급하게 예약한 곳은 내가 예전부터 가보고 싶어서 저장해 뒀던 곳이었다(물론 미쉐린 1스타를 받은 줄은 몰랐지만..).

  아무래도 예약을 알아볼 때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조던이가 가게가 오픈하자마자 첫 테이블인 5시 30분을 예약했다. 저녁을 일찍 먹는건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라 크게 상관 없었고 대신 간식도 참고 점심도 간단하게 먹고 꾹꾹 참았었다.

  생각보다 레스토랑은 아담했고 고개를 들면 바로 보이는 오픈 키친에서 바쁜 셰프들의 움직임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나랑 조던이는 평소 <Master Chef ; Professional>을 즐겨보는데 프로그램에서나 보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나 각 담당 셰프들의 움직임, 서버 직원들의 서비스 등을 직접 경험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메뉴는 정해진 테이스팅 코스 단 하나. 자리에 안내 받자마자 코스 및 메뉴가 설명된 안내서를 받고 그 외에 추가할 수 있는 메뉴들에 대해 설명을 듣으라 정신이 없었다. 캐비어와 트러플을 맛볼 수 있는 메뉴를 코스에 추가할 수 있었고 조던이는 "어차피 다 즐기려고 왔으니까!!"라며 시원하게 추가했다.

  함께 마실 와인도 주문하고 먼저 스낵이라고 할 수 있는 어뮤즈 부쉬 (amuse bouche)가 나왔다. 손으로 집어먹을 수 있는 다섯 가지의 한입 요리들에 대해 직원이 모두 설명해주고 먹는 순서까지 알려주었다.

  1. 타르트 속 송어회와 소스에 절인 펜넬이 상큼하게 맛있었다.

  2. 엄청난 드라이아이스 연기가 퍼포먼스가 돋보였다. 부드러운 계란 크림과 견과류 식감이 좋았다.

  3. 예쁘고 섬세했던 스낵. 숯을 이용한 꽃모양 스낵 안에 게살 크림이 꽉꽉 차 있었는데 바삭하니 맛있었다.

  4. 상큼한 라즈베리 크림 타르트. 정교한 꽃 장식이 너무 예뻐서 눈으로 보는 맛도 좋았다.

  5. 김치를 활용한 컬러풀한 스낵. 소스로만 활용한건지 김치 맛이 뚜렷하게 느껴지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영국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김치를 활용하다니, 그 부분만으로도 감회가 새로웠다.

스낵 코스 1, 2, 2 / 3, 3, 3 / 4, 5 순서다

  스낵 코스 다음으로 나온 건 스프. 사실 스프라고 하면 넓는 그릇에 나오는 크리미한 스프를 생각하게 되는데 이건 다른 느낌이라 색달랐다. 스프라고 할 수 있는 액체의 양이 생각보다 적고, 형태도 폼 같은 느낌이었다. 함께 곁들여 나온 너트 크런치로 부드럽고 바삭한 식감을 느낄 수 있었다.

  파인다이닝은 다양하고 색다른 재료들도 많이 쓰기도 하지만, 흔한 식재료라도 어떤 형태로 요리하느냐, 어떻게 조합해서 한 메뉴 안에서도 다양한 식감을 전달하느냐 등을 많이 고민하는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단순히 맛을 위한 음식이 아닌 시각, 후각, 촉각 등 모든 감각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는 점이 새롭고 좋았다.

스프

  다음은 Bread & Chicken Butter. 메뉴와 함께 셰프의 어릴적 추억 이야기가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 설명이 함께 나왔다. 영국의 대표적인 음식 문화 중 하나인 Sunday Roast Chicken에서 영감을 받은 메뉴료 빵과 양념된 닭고기, 치킨 버터와 파테(Pâté)의 조합이 너무 맛있었다. 사실 지금가지 종종 파테를 먹으면서도 엄청 마음에 든 적이 없었는데, 이건 맛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부드럽고 좋았다. 그리고 플레이팅도 너무 귀엽고 신선하잖아.

  이 메뉴는 조던이와 내가 전체 코스에서 가장 인상깊고 맛있게 먹은 메뉴였다.

치킨 메뉴

  치킨 메뉴가 끝나고 갑자기 조각품이 나와서 당황했는데, 알고보니 양념된 소금을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본격적인 메인 코스들이 나오는 순서라 그런지 혹여나 간이 맞지 않거나 시즈닝된 소금과 함께 먹으면 더 좋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간이 센 음식을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양념된 소금 알갱이 자체가 너무 크고 짜서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버섯 요리

  그 이후 나온 메뉴는 Hen of the Woods. 눈에 띄는 엄청 크고 화려한 접시에 담겨온 이번 요리는 처음 들어보는 잎새버섯이라는 버섯을 활용한 메뉴였다. 그 외에 감자와 튀긴 시소잎이 함께 나왔다. 처음에는 재료 각각의 맛을 보고 조금씩 서로서로 조합해 먹어봤는데 각 재료와의 맛이나 식감의 조합도 좋고 양념도 적당히 강해서 맛있었다.

트러플과 캐비어 요리

  그리고 다음은 우리가 추가한 Truffles & All about the Sturgeon 메뉴가 나왔다. 약간 뭉처 뒤긴 면과 와플의 조합으로 나왔는데 솔-직히 말하면 생각보다 인상깊지 않았다. 물론 트러플은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 색감도 가장 강했지만 맛과 향이 엄청 진해서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강한 맛이 부담스럽고 느끼한 느낌도 들었다. 캐비어는 처음 먹어봤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무미건조...랄까ㅋㅋㅋ 경험이 없는 것만큼 잘 몰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양도 엄청 올라간 편이었는데 생각보다 '무슨 맛으로 비싼 돈 주고 캐비어 캐비어 난리치며 먹는거지?' 싶은 느낌이었달까.

  후회는 없지만 이후에 괜히 배부른 메뉴를 추가했던 것 같아 만약 다음 기회가 있다면 추가하지 않고 정식 코스만 맛있게 딱 맞는 양으로 즐길 것 같았다.

식사 중간에 함께 사진도 찍구
랍스터 요리

  본격적인 메인 메뉴들이 시작됐다. 해산물 요리들이 두 가지 나왔는데 Lobster와 Cornish Cod였다.

  랍스터는 색감부터 엄청 쨍하고 알록달록해서 시각적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부드러운 랍스터와 함께 당근, 칠리 소스의 조합이 엄청 맛있었다. 두번째 해산물 요리는 생선 대구살을 활용한 메뉴였다. 레몬 절임과 유청을 이용한 폼 타입의 소스가 신기했고 가볍고 상큼한 느낌이라 코스 중간에 먹기 딱 좋았다.

생선 대구살 메뉴
사슴고기 요리과 닭고기 요리인 메인 육류 코스

  메인 육류 요리는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2가지였는데 우리는 모두 맛보고 싶어서 각각 하나씩 선택했다.

  내가 선택한 것은 사슴 고기(Venison)인 Cotswold Venison 요리였다. 함께 나온 비트(crapaudine beetroot)가 가니쉬 및 퓌레 등 다양한 형태로 곁들여졌다. 사슴고기 특유의 강한 향이 분명히 느껴졌고 식감은 부드러워 좋았다.

  조던이가 선택한 것은 Balmoral Chicken 요리. 브로콜리와 랜치 소스가 곁들여진 닭고기 요리로, 닭가슴살을 활용했는대도 부드럽고 다양한 허브로 시즈닝 되어 있어 맛있었다. 소스 및 퓌레와의 조합도 좋았다.

  메인 코스가 끝나고 남은 것은 디저트 메뉴였다. 레몬 샤벗 같은 상큼한 디저트로 입가심을 하듯 정리를 하고 다음은 플레이팅이 너무 예쁜 초콜릿 케이크가 나왔다. 이미 메인 코스 때부터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던 터라 한입 한입에 배가 불러왔지만 그래도 예쁘기도 하고 다양한 맛의 디저트를 놓칠 수 없었다.

  디저트를 다 먹고 끝나는가 했지만, 마지막 final sweets로 다양한 젤리, 초콜릿 셀렉션이 나왔다. 직원이 하나하나 맛을 설명해줬고 우리는 마음에 드는 몇 가지를 골랐다. 마음 같아선 다 맛보고 싶었지만(사실 다 골라도 뭐라 하지 않았겠지만) 너무 배가 불렀던 터라 몇 가지만 골랐다. 그리고 진한 초콜릿 위스키로 마무리했다. (이후엔 다음날 아침에 챙겨 먹으라고 작은 빵을 포장해줬다)

디저트 메뉴들

  파리 여행에서도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도 가보고 양식 식당도 꽤 많이 가봤지만 이런 정식 파인 다이닝 코스는 처음이어서 너무 새롭고 좋았다. 보통 파인다이닝이라고 하면 크고 화려한 접시에 정작 요리는 아주 작아서 가격만 비싸고 배가 부를까 싶기도 하지만, 직접 먹어보니 배가 너무 불러서 힘들 정도였다. 그리고 나와 조던이는 평소 음식을 빨리 먹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전체 코스를 즐기기까지 2시간 30분이 걸렸다. 아무래도 파인다이닝이 단시간에 음식을 빠르게 먹는 것보다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메뉴를 음미하는 문화다 보니 그 부분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필요한 것 같다.

  물론 마지막에 받는 계산서는 어마무시했을 것 같다(조던이가 냈기 때문에 계산서 구경도 못함..). 하지만 평소에 조금씩 돈을 모아뒀다가 가끔 고급지고 정성 멋 엄청 들어간 음식을 즐기는 것도 좋은 경험인 것 같다. 다음에 또 가고 싶네 후후.

 

  

2023.03.28

  별 일은 아니지만 이 날은 처음으로 클리닝 업체에서 청소 서비스를 받아본 날이었다.

  사실 나와 조던이 모두 집안일에 통달한 스타일은 아닌데, 굳이 비교하자면 내가 조금 더 신경쓰는 범위도 많고 "깨끗하다"고 느끼는 기준치가 높은 편이다. 혼자 살 때는 어느 정도 깔끔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때와는 달리 함께 살다 보니 아무래도 '공간을 쓰는 사람은 둘'인데 '집안일에 신경쓰고 스트레스 받는 사람은 하나'가 되다 보니 내가 점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이렇게 말하면 조던이가 집안일 하나 안하는 것 같지만, 그 정도는 아니고 아무래도 출퇴근이 있는 직장에 다니는대다 '이런 부분까지 신경쓰고 깨끗하게 관리해야 청소고 그 모든게 집안일이다'라고 받아들이는 범위나 부분에서 서로 생각이 조금 달라서 생기는 갈등이라고나 할까.

  내가 비록 거창한 정규직을 가진 것도 아니고 가끔은 수입이 없을 때도 있지만 생활비를 안내는건 아니어서 전업주부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 집에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아 내가 집안일을 많이 맡게 되지만 가끔은 두 사람 분을 모두 해낼 수 없는 벅참이 느껴질 때가 있다(그리고 그건 당연히 스트레스로 이어짐).

  그래서 조던이와 상의 끝에 청소 서비스를 신청해봤고 침실과 작업방 제외, 화장실과 부엌 및 거실(복도 포함)을 맡겼는데 너무 좋았다. 혼자서는 청소하기 힘들던 물때(특히 영국은 석회물이라 진짜 지우기 힘들고 계속 청소해도 자국이 심하게 생긴다)가 싹 없어져서 좋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가격이 있다보니 자주 쓰지는 못하고 한달에 한번 정도 이용할까 한다.

  (근데 지금 이 일기를 쓰는 시점인 8월엔 약간 다른 감흥도 있긴 하다. 처음 때처럼 완전 만족스럽진 않단 말이지...흠.)

 

 

2023.03.30

  이 때쯤부터였나, 갑자기 고개를 들면 보이는 건물 벽 구멍에 작은 새가 왔다갔다 했다. 언제 이 곳을 파악했는지 모르겠지만 구멍 안에 꽤 넉넉한 공간이 있는지 옆으로 낑겨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했다. 주변을 살피기도 하고 무언가 물고 오기를 반복하는걸 보니 둥지를 짓고 알을 낳으려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암만 생각해봐도 저 사이 구멍에 들어갈 공간이 있나 싶은데 신기했다. 그리고 매일 두 마리의 새가 번갈아 왔다갔다 하길래(사실 똑같이 생겨서 누가 누군진 모르지만) 시선에 들어올 때마다 관찰하고 비디오로 남기기 시작했다. (근데 미리 알리지만,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이 없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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