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28
2월은 아스날에게 고비의 달이었다. 지난번 뉴캐슬에 이어 홈에서 또 다른 무승부를 겪었고(난 여전히 한국에 있어 보지 못했다) 패한 경기들도 꽤 있었다. 런던으로 돌아온 나는 다시 축구장으로 직관 나들이를 했고 이 때 처음으로 패배를 경험하게 된다. 이렇듯 2월은 아쉬움이 많은 달이었다.
2023.02.04
2월의 첫 경기는 에버튼과의 원정 경기였다. 여전히 한국에 있는 나는 경기를 챙겨보지 못하고 이후에 패배 소식만 들었지만, 당장의 그 소식보다 다시 본 하이라이트에서 아쉬움을 더 많이 느꼈다.
사실 지금까진 톱 스트라이커가 없어도 마르티넬리, 사카의 좌우 공격과 외데고르의 중앙 포진이 믿음직스럽다고, 그걸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날의 경기에선 실력 좋은 톱 스트라이커의 부재가 크게 느껴졌다. 은케티아가 제주스를 대신해 중앙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지만 그래도 여전히 부족한 느낌이다. 정말 결정적인 순간에 골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점이 더더욱. 그리고 이 날의 경기에서 선수들은 조금 급해 보였다. 그래서 더더욱이 골 결정력이 더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램스데일도 선방할 때 약간 허둥지둥하는 느낌이었고. 선수들의 피로도가 쌓이고 있었던 걸까.
결국 후반전에 에버튼이 득점하며 경기는 1:0으로 패했다. 이번 시즌이 시작하고 겪은 두번째 패배였다 🔴COYG🔴
2022.02.11
내가 런던으로 돌아오기 전날 펼쳐진 브랜트포드와의 홈경기. 그리고 또다시 이 경기에 일이 터지고 말았다.
전반전까지 별 소득없이 0:0으로 이어지던 경기. 후반전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 새로이 거너가 된 트로사르가 골을 만들어냈고 또다시 승리할 수 있다는 기운이 번졌다. 지난 원정 경기를 패했으니 승리가 더더욱 간절하던 때였고 곧 다가오는 맨시티와의 경기를 앞두고 최대한 승점을 벌어놓는 것이 중요한 때였으니 너무나도 반가운 골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후반 30분 이 모든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일이 일어났으니, 브랜트포드가 득점을 한 것이다. 별 문제 없는 득점이라면 흥분할 일이 아니다. 어쨋든 정당한 규칙에 무승부가 났다면 승복할 수 밖에 없는 일. 하지만 선수들이 밀집해 있고 골문 앞에서 여러 움직임이 발생하는 프리킥 상황에서 오프사이드가 의심되는 장면이 있었는데 VAR 판정이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일반 중계 화면에서도 분명하게 골을 넣은 선수는 골을 받기 전부터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고 빨간선, 파란선만 그어 봤으면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을 일이 득점으로 인정된 것.
그렇게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이 났고, 다음날 PGMOL은 판정에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했지만, 우리는 결국 승점 3점짜리 경기에서 2점을 뺏기고 말았다 🔴COYG🔴
2022.02.15
런던으로 돌아온 후 보게 된 첫 홈경기. 하필 상대가 강적인 맨시티가 긴장이 아니될 수 없었다. 비록 지난번 원정에선 졌으나 홈에서의 파워를 보여주잔 마음으로 열성 응원 키트를 다 갖추고 갔는데(레드 아이템이란 아이템은 다 갖고 가는 쓰잘데기 없는 미신ㅋㅋㅋ) 역시나 경기는 쉽지 않았다.
맨시티의 에이스 스트라이커인 홀란드는 다치지도 않나벼.. 하긴 덩치도 엄청 커서 쉽게 넘어질 것 같지도 않다.. 맨시티의 선수가 홀란드 하나면 해볼만 할까, 그 외에도 돈을 때려박은 잘하는 선수들이 엄청나게 많으니.. 우리는 베스트 플레이어가 부상 및 스쿼드에서부터 우리는 차이가 났다.
전반전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스날 수비수 토미야츠의 실수로 뻥 뚤린 공간에서 맨시티 선수에게 아주 좋은 방향으로 공을 전달했고 실력 좋은 그는 그 기회를 놓칠리 없었다(이 때의 장면을 보면 왜 아르테타가 이 날 잘하던 선수 화이트를 두고 토미야츠를 기용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ㅠㅠ 이 중요한 경기날..). 하지만 아직 0:1,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라고 희망을 잃을 때는 아니었다. 그래도 무승부까지 해볼 수 있잖아 싶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읽어주듯 아스날은 패널티 기회를 잡아냈고(보면 의도한게 아니라 진짜 맨시티 키퍼가 들이받은거라 당연히 받을 수 밖에 없는 일이었음) 사카가 멋드러지게 성공시키며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후반전이 되고 맨시티는 더더욱 강력한 공격을 펼쳤다. 진짜 골대 근처에서 공 한번 잡으면 무섭게 패스하고 무섭게 기회를 만들어 대더라. 그리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결국 후반전에 맨시티가 추가로 2득점을 하며 경기는 패배로 마무리되었다 🔴COYG🔴
내가 보통은 선수들 생각해서 경기 끝까지 있으려는 편인데, 이 날은 마음이 쓰려서 끝까지 있을 수가 없었다. 강팀에 대적해서 무너지는 모습이 보여서. 냉정하게 말해서 실수도 많았고, 너무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많아서 아쉬웠다. 어떻게 보면 한끗 차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게 실력, 기량 차이가 아니겠나. 누구나 기회는 만들지만 그걸 골로 만들며 결과로 내놓냐 아니냐, 그게 바로 스포츠에서 실력 차이일테지.
이 날의 패배로 우린 시즌 처음으로 맨시티에서 리그 1위 자리를 내어주고 만다.
2022.02.18
남은 2월의 경기들은 모두 원정 경기였다. 홈에서의 쓰라린 패배를 뒤로하고 맞이한 상대는 아스톤 빌라.
그 어느 때보다 승리가 간절한 때였다. 그런데 경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먼저 골이 먹힌 아스날. 순간적으로 "또?!"라며 암울한 기운이 스멀스멀 올랐지만, 아직 경기 초반이 아닌가.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생각하고 응원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런 희망에 부응하듯 아스날은 기회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골대 앞에 거의 모든 선수들이 몰려있던 복잡한 상황. 상대 선수들을 비켜 요리조리 공을 지키던 아스날은 사이드 크로스를 날렸지만 상대 선수의 수비에 공이 튀어나온다. 하지만 그 공은 마치 패스인 양 위치 좋게 사카 앞에 딱 떨어졌고, 그 기회를 놓칠리 없는 사카. 그대로 시원하게 스트라이크를 날렸고 동점을 만든다. 기어이 동점을 만들어 놨더니 아스톤 빌라, 쉽지 않다. 또다시 길게 패스하며 공을 연결시킨 아스톤 빌라 선수들은 추가 득점을 했다. 그렇게 전반전은 2:1로 마무리되었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이제는 또다시 따라잡아야지, 하던 순간 진첸코가 시원한 중거리 슛을 날렸다. 골대 모서리로 그대로 쭉 뻗어나간 공은 골망을 흔들었고, 그것은 진첸코의 프리미어 리그 첫 득점이었다. 다시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려 놓은 아스날. 이 때부턴 경기의 흐름이 아스날에게 넘어온 듯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상대편 진영에서 공을 돌리게 된 아스날. 골대 앞은 빽빽하니 선수들이 가득하고, 사이드에서 기회를 엿보던 마르티넬리는 중앙 빈 공간에서 신호를 보내는 조르지뉴(Jorjinho)를 발견하고 길게 패스해 준다. 그리고 그 공을 그대로 높게 때려버린 조르지뉴. 공은 골대를 맞으며 아래 방향으로 향했고 너무 웃기게도 상대편 골키퍼의 머리를 맞고 골대로 안착하게 된다ㅋㅋㅋㅋ (헤이, 마르티네즈 너 아직 아스날이지?)
*여기서 잠깐, 아스톤 빌라의 골피커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즈(Emiliano Martinez)는 유스부터 아스날에 몸 담았던 선수였다. 하지만 큰 활약을 하지 못하다 이적했다. 보통 이적한 선수들-특히 안 좋게 이적한 경우에 더할 듯-이 아스날 홈경기 중 공을 받으면 홈팬들로부터 야유를 받는데 마르티네즈는 더더욱 큰 야유를 받는 선수 중 하나다. 이적 후 아스날에 대해 안 좋은 코멘트를 하며 이미지가 영 나빠졌다나.. 뭔 이득이 있다고 몸 담았던 팀을 향에 악평을 하나 이해할 순 없지만 다른 논란들도 꽤 많은 선수라 그냥 인성이 그런가 싶기도 하고...
그렇게 2:3 점수를 이끌어 낸 아스날. 경기 끝까지 잘 지키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경기 종료 직전, 아스톤 빌라는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는 코너킥을 찬다. 그런데 왠걸, 상대편 마르티네즈의 주황색 유니폼이 골대 앞 선수들이랑 섞여있네..? 자신의 해딩골(ㅋㅋㅋ)을 만회하려는 듯 그는 다른 아스톤 빌라 선수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골대 앞으로 몸을 움직였지만 안타깝게도 공은 그의 근처에는 닿지도 않고 되려 아스날 선수의 해딩을 맞고 반대 진영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공을 차며 돌진하던 비에이라는 경기장 중심으로 미친 듯 달리던 마르티넬리에게 공을 길게 넘겼다. 심지어 상대편 수비수들마저 느린 상황에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마르티넬리는 지키는 이 없이 텅 비어있던 골대에 부드럽게 공을 밀어 넣었다.
그렇게 명장면들을 만들어내며 경기는 2:4 승리로 끝이 났다 🔴COYG🔴
여담이지만 이 경기에 아스톤 빌라의 골키퍼 마르티네즈는 자신의 감독에게마저 비난을 받았다. 아스톤 빌라의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난 마지막 코너킥 상황에 마르티네즈보고 같이 공격에 가담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며 황당해했다고. 논의와 동의가 없는 개인적인 판단과 행동이었나보다. 경기 마지막 순간(특히 지고 있는 경우)에 골키퍼까지 모든 기회에 합세하는 경우는 월드컵에서 종종 보이는 일이지만(2018년 러시아 월드컵 조별 예선 한국VS독일 경기에서도 있었던 일) 사실 리스크가 더 많지 않을까 한다🤔
2022.02.25
2월의 마지막 경기는 레스터 시티와의 원정 경기였다. 이 날은 조던이가 어디 가고 나 혼자 봤었다(그래서 사진이 없음). 경기는 전반적으로 아스날이 많이 주도하고 시도했고, 비록 파울 및 오프사이드로 취소된 골들이 있었지만 그만큼 좀 더 공격적이었다. 큰 득점 없이 전반전을 마치고 후반전이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르티넬리가 사이드에서 찔러넣은 공이 골망을 흔들었고, 경기는 0:1 승리로 끝났다 🔴COYG🔴
다만 이 날의 경기는 러시가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1년이 되는 때여서 아스날의 우크라이나 선수 진첸코가 주장 마크를 달고 경기에 임했다. 경기를 이긴 후에도 감독 아르테타는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이 날의 승리를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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