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torick Collection of Modern Italian Art
Olivier Debré: Fervent Abstraction
2021.07.24
지난 주말, 정말 갑자기 찾게 된 우리 동네 갤러리, Estorick Collection of Modern Italian Art. 예전에 산책하면서 몇 번이나 지나쳤는데, 코로나 락다운 때문에 갤러리 방문이 어려워서 '다음에..'라고 미루곤 했다. 그런데 마침 남자친구가 "우리 동네에 그 갤러리 있잖아, 거기 괜찮으면 한 번 가볼까?"라고 제안해서 급하게 현재 하고 있는 전시가 있나, 무슨 전시인가 표지만 보고 갔다.
현재 Estorick Collection of Modern Italian Art에서 2021년 6월 30일부터 9월 26일까지 하고 있는 전시는 <Olivier Debré: Fervent Abstraction>이었다. 사실 알고 있는 작가도 아니고 그저 갤러리 사이트에 나온 대표 사진 하나만 덜렁 보고 갔는데, 첫 인상으로는 작품의 색감과 오묘한 흐름이 마음에 들었다.
올리비에 드브레(Olivier Debré)는 프랑스의 추상 화가로 명예 예술가이자 프랑스 아카데미 회원이기도 하다.
그는 전후 초기의 서정적 추상(Lyrical Abstraction)의 대표적인 예술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세르주 폴리아코프(Serge Poliakoff), 피에르 술라주(Pierre Soulages), 니콜라 드 스탈(Nicolas de Stael) 또는 앙드레 랑스코이(André Lanskoy)와 같은 여러 예술가들로부터 임파스토 기법(Impasto: 물감을 두껍게 칠하여 질감 효과를 내는 회화 기법)과 색채에 대한 영감과 영향을 받았다. 특히 그가 구상 회화에서 추상화로 옮겨간 것은 1941년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스튜디오를 방문한 후였다. 또한 1960년 이후 드브레는 흙빛 톤의 초기 작품 특징에서 벗어나 강렬하고 생생한 색감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마크 로스코(Mark Rothko), 줄스 올리츠키(Jules Olitski)와 같은 미국 화가들과의 만남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전후 시대의 색채 분야에서 주요 화가인 드브레는 자신의 작업을 ‘열렬한 추상화’라고 표현하는데, 그 이유는 유동적이고 생생한 배경 위에 강한 악센트의 색상을 사용하여 기호에 의해 구체화 된 자연 세계에서의 심오한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총 4개의 전시 공간 중 Ground Floor의 작품들은 작가가 초기 작품의 특징에서 벗어나 좀 더 밝고 선명한 색감들을 쓰기 시작한 1960년대 이후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거대한 캔버스에 오묘한 색감들의 흐름을 보여주는 추상적인 그림들은 정확한 의미들을 알기는 어려워도 각각의 색감들에서 느껴지는 감정,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첫 전시 공간에는 파란색, 청색의 푸른빛의 색감 작품들이 많았는데, 반대편 쪽 전시 공간에는 분홍색, 주황색, 노란색과 같은 색감을 주로 사용하고 있어 묘하게 대조되는 듯한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작품의 크기가 상당히 커서 멀리서 전체적으로 볼 때는 유연한 흐름과 색감의 변화를 볼 수 있지만, 가까이 관찰하면 엄청 두껍게 칠해진 물감의 질감이나 형태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물감이 겹쳐져 생기는 레이어 사이의 색깔의 변화가 무척이나 다양해서 사이사이에 숨어있는 여러 색깔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었다. 전체적인 그림으로는 색깔들의 조합이 조화로워서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안전한 색상의 조합인가 보다, 생각했지만, 가까이서 관찰할 때 '어, 이런 색깔도 같이 섞여 있었네?'라며 놀라게 되는 부분이 있어 새로웠다.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다른 두 가지도 섞는 방법과 비율에 따라 매우 조화로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의 작품은 차분한 팔레트와 물질을 사용하는 1950년대의 장엄한 Signes-figures 이후, 1960년대의 Signes-paysages는 물질이 빛과 투명함이 나타나도록 유동적으로 변하는 형태로 표현된다. 1960년대 중반부터 그는 점점 큰 규모로 작업했고 작품들 중 일부는 7미터에 이르기도 한다. 1980년대와 90년대에 그는 극장에서 일하기도 했고, 광대한 공간의 화가인 그의 작품은 여러 오페라 하우스를 위한 대규모 무대 세트에서 활용되기도 했다. 또한 그의 작품은 현대 발레의 주제가 되기도 했는데, 안무가 캐롤린 칼슨(Carolyn Carlson)이 감독한 Signes가 대표적이다. 1997년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에서 초연되어 2013년에 다시 상연된 이 작품은 회화, 음악, 무용이 결합된 독특한 형태의 공연이다.
2층에는 그의 초기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어둡고 단조로운 색상의 구조를 보여주었다. 또한 좀 더 직설적인 형태의 표현이 분명하다고 해야하나. 형태가 불분명한 후기 작품보다 좀더 구조적인 형태의 표현이 있는 초기 작품들이었다. 나는 색감이 다양하고 화려한 후기 작품이 마음에 든다고 했더니, 그의 초기 작품이 더 마음에 든다는 남자친구는 "너는 나보다 더 추상화를 선호하나 보다."라고 했다. 하지만 추상화에 대한 감흥이 엄청나서 그런 것은 아니고, 아무래도 색감이나 감정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나의 개인적인 취향 때문이 아닐까 한다.
갑작스러운 갤러리 방문이었지만, 기획전 외에도 소장 컬렉션 상설 전시도 있고 나름 좋은 문화 생활 시간이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색감이 예쁨 작품들을 보고 새로운 작가에 대해 알게되어 좋았다. 작은 갤러리를 방문하는 재미가 이런게 아닌가 한다.
"I really tried to find how within a sign and without using conventions,
I could express something without using illustration either"
Olivier Debr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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