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14
오늘은 짧은 업무가 있어 출근했던 날이다. 금요일에 끝내지 못했던 패턴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늦지 않게 스튜디오로 향했다. 일을 시작하고 난 후 제대로 맡은 첫 일이라 그런지 '정말 잘 끝냈나? 패턴을 잘 그린건가?'하고 긴장되는 마음이 컸지만, 그래도 몇 번을 확인하고 꼼꼼하게 잘 정리했다. 제발 공장에서 만들 때 별 문제가 없기를.
그리고 솔직한 마음으로 집에 일찍 돌아오려고 했는데, 갑자기 toile 재봉 일을 조금 해줬으면 좋겠다며 일을 받았다. 어차피 오늘은 길게 일하지 못한다고 설명해 둔터라 더 해봤자 두 시간 정도이긴 해서 별 문제는 없긴 헀다. 대신 나의 성격 상 무슨 일을 시작하고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한다는 것이 영 찜찜했지만, 그래도 어쩌랴 해달라는데. 그리고 디자이너 쪽도 '너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주고 가면 돼.'라고 해서 아무래도 손이 필요하긴 한가보다, 싶어 후다닥 급한대로 toile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정말 칼 같이 약속했던 2시 30분에 일을 마치고 나왔지.
사실은 저녁에 Visa appointment 예약을 잡아놔서 뭔가 오늘 하루를 꽉 차게 바쁘게 보내고 싶지 않았다. 사실 오늘 appointment는 그냥 Boimetric information을 등록/지원하는거라 무슨 비자 심사를 기다려야 하는 엄청난 을의 입장도 아니고 그냥 절차에 맞춰서 하면 되는 일인데, 그냥 긴장돼. 난 이미 비자도 나왔고 단지 BRP card를 새로 신청, 발급해야 하는 상황이라 이 모든 과정들을 거치게 된 것인데, Visa와 관련되었다고 하면 괜히 모든 것이 긴장되고 나의 온 신경이 쏠리게 된다. 작년에 새로운 비자 지원할 때부터 뭔 일이 날까봐 마음 졸였던 시간이 길기도 했고, 코로나 사태가 겹친 덕에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될 엉망진창의 일처리를 겪어서 정말 이것을 끝으로 한동안 비자에서 마음을 놓고 싶다. 그러다보니 굳이 요구하지 않은 서류들까지 준비해보고 혹시나 물어볼 질문들을 생각해 보는 등 준비를 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남자친구와 함께 시간에 맞춰 Visa centre에 도착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건물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난 그나마 시간에 딱 맞춰 온 거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먼저 일찍 왔던 모양이다. 난 줄 뒤쪽에 서있었지만, 예약 시간이 되어 금방 들어갈 수 있었다. 나를 맡은 직원은 생각보다 젊고 친절한 사람이어서 딱딱한 분위기를 각오했던 나로서는 small talking을 할 만큼 편한 분위기였다. 물론 내 여권에 여행 기록이 많다 보니 여권 스캔을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나도 얼결에 하게 된 것이긴 했지만, 그래도 깐깐하고 엄격한 직원이 아닌게 어디야. 게다가 내가 주소 변경 문제로 질문을 했을 때도 최대한 알아봐주고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줘서 다행이었다. 여권 스캔 후 순서대로 사진을 찍고, 지문을 등록하고, 서명도 한 후 약간의 확인 시간을 가진 후 모든 과정이 완료되었다. 내일 직원이 알려준 번호로 전화해서 주소 변경도 해야하고 지원된 서류로 Home Office에서 BRP 발급이 되는 것을 기다려야 하지만, 그래도 appointment를 끝낸게 어디랴. 진짜 이번에도 잘못된 주소로 보내서 잃어버리기만 해봐. 사실 BRP card만 제대로 배송되었으면 이 모든 과정과 걱정들이 필요 없는 것이었는데, 정말 많지 않을(하지만 종종 있는) 이 일이 나에게 일어날 줄이야. 작년 12월부터 이것 때문에 얼마나 난리를 쳤던지를 생각하면 정말 치가 떨린다. 2년 반짜리 비자를 받아서 6개월 동안 BRP와 싸움을 하는구나. 그것은 또 한편으로는 소통 불가의 Home Office와의 싸움이 아닌가 한다. 제발 이번에는 BRP 제대로 보내주세요, 흑흑. 이제 그만 나에게 카드를 줘...
방금 늦은 시간에 디자이너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다음 일은 목요일에 하기로 했다. 유후, 한동안 자유 시간이구나. 정말 이런게 프리랜서의 삶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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