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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기록장/2023년

[영국생활] 12월의 런던일상: 영국의 12월은 언제나 바빠! Good bye 2023🫶🎇

by kyeeunkim 2024. 2. 1.

2023.12.31

  2023년의 마지막 달이 되었다.

영국은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 연말이 가장 바쁜 달이어서 일정이 많다. 이번엔 또 조던이 친구들이 이것저것 계획을 더하는 바람에...ㅋㅋㅋ.. 생각지도 못한 일정이 두 달 전부터 생겼다(한국에 있을 때부터 정해짐 뜨헉). 그렇게 사진이 가득했던 한 달, 어떤 추억들이 있었나 볼까.

 

 

2023.12.01

  12월이 되면서부터 런던에 눈이 왔다.

책상에서 고개를 딱 들면 창문 밖이 보이는 방구조라 눈 내리는 장면을 바로 캐치할 수 있었다. 런던은 눈 내리는 장면이 꽤 드문데 이번 겨울은 일찍부터 눈 소식이 있었네. 물론 쌓일 만큼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도 새롭다.

 

런던에서의 첫 눈

 

  그리고 12월 첫 집밥은 소고기 스튜와 단감 샐러드였다.

사실 한국에 다녀오면서 간단한 건강 검진을 했는데, 결과가 쬐끔 안 좋았던 부분이 있었다(영국에 돌아와서 전해들음). '안 좋다'라기 보다는 평균과 주의 범위 경계에 있는 수치가 나왔다고나 할까.. 특히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에서 그런 결과가 나와서 특히 그 부분에서 예민하신 부모님께서 걱정이 많으셨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운동도 하고 다이어트도 하고 (술도 쬐끔 줄이고) 건강을 챙기기로 했다. 엄격한 식단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단백질과 야채를 많이 먹을 방법으로...ㅋㅋㅋㅋ

단감 샐러드는 인스타에서 유행하는 레시피이기도 했고 영국에서도 딱 한정된 계절에 보긴 볼 수 있는 과일이라 한번 시도해봤다. 하지만 엄마의 피드백은 '단감보다는 토마토 샐러드가 낫겠다.'였음ㅋㅋㅋ 넹 영양학과 출신이신 울 엄마 말 들어야졍.

한동안 먹은 소고기 스튜와 단감 샐러드

 

 

2023.12.02

  축구 경기를 보고 돌아오는 주말, 한 두잔만 기울길 맥주를 사러 집 건물 옆에 위치한 주류 매장에 들렀다. 근데 새로운 감자칩을 발견했다.

Torres는 이전에도 종종 사먹던 스페인 감자칩이었는데 구운 계란 맛이 있었다. 구운 계란 맛이라니...?!?! 

구운 계란 맛 감자칩? 당장 사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하나 구매해 보았고 바로 그 날 저녁에 개시해봤다.

그리고 맛은? 오... 신세계야... 처음엔 구운 계란 맛과 감자칩의 조합이 요상했는데 먹으면 먹을 수록 너----무 맛있었다. 특히 기름에 바삭하게 튀긴 듯 탄 듯 구워진 흰자 부분의 맛이랄까. 식감이 감자칩일 뿐이지 짭짤함이나 맛이나 정말 계란 맛이었다. 그렇게 푹 빠져버린 감자칩ㅋㅋㅋ 근데 가격이 꽤 나가서(원래 Torres가 비싼 편) 자주는 못 사먹어유.

 

 

2023.12.03

  12월이 되어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몄다.

11월에 영국에 오자마자 트리 자체는 샀는데 꾸미기를 이제서야 했다. 조명을 두르고 하나하나 사모은 장식들을 달고. 우리만의 집을 갖기 전까지 모형 트리는 안 살 생각인데 그러다보니 계속 크기가 작은 트리만 꾸미게 된다. 물론 진짜 나무도 큰 사이즈를 구할 수 있지만 나중에 처분하기도 어렵다(사서 들고 올 때는 그물망에 콤팩트하게 넣어오지만 결국엔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집 밖으로 갖고 나가야 한다는 것.. 그럼 크기 큰 게 고생이다).

예쁜 트리, 당분간만 이렇게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며보자

  그리고 오랜만에 조던이와 게임을 했는데 내가 한국에 다녀오는 사이 Baldur's Gate 3 가 한글자막을 갖추었더라, 대박. 물론 지금껏 영어로 플레이하고 있었지만 대사량이 워낙 많아서 스토리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는데(게다가 아무래도 판타지 용어들이 많아 쉽지 않다)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으려나 싶다.

 

 

2023.12.04, 12.05, 12.06

  그리고 평일 집밥쓰.

  (1) 반찬들이 있으니 간단하게 차려도 푸짐해 보인다. 전날 만들어 먹고 남은 부추전과 동결건조 국까지 더하니 나름 7첩 반상...이려나? 진정한 한국식 밥이다.  (2) 내가 요리하기 귀찮을 때 그리고 조던이가 평일에 꼭 한번씩 사오는 간단 식재료들이 있다. 생선(주로 연어)과 프렙 준비가 된 야채 샐러드와 매쉬드 포테이토. 생선을 굽는 동안 전자레인지에 야채와 감자만 데우면 되서 엄청 편하다. (3+4) 한국 슈퍼 온라인 쇼핑을 하면서 유부초밥을 샀다. 한국에서 엄마가 밥에 두부를 더해 양도 늘리고 쌀밥(탄수화물)의 비율을 줄이는 버젼의 유부초밥을 만들어 주셨는데 따라해봤다. 영국 두부는 좀 딴딴한 편이라 곱게 다지지 못했는데 다음엔 좀 더 잘 해봐야지. (5) 오랜만에 해먹은 오므라이스. 모양은 쬐끔 안 예쁘게 잡혔지만... 좀 더 부들부들한 계란을 만들고 싶었는데 쬐끔 실패, 다음엔 더 잘 만들어봐야지.

건강한 식사...를 하고싶댜!

 

 

2023.12.09

  주말에는 간만에 런던 남쪽 나들이를 했다. 우리가 런던에 살면서 비교적 자주 가지 않는 지역이 있다면 남쪽이 아닐까 한다. 서쪽도 잘 안가긴 하지만.. 그래도 남쪽을 더 안가는 것 같다.

  자주 안 가다보니 아는 곳도 없고 그러다보니 더 가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던 중 Battersea Power Station을 가볼 이유가 생겼다. 베터시 파워 스테이션은 과거 발전소로 사용되던 건물을 복합 문화 쇼핑 센터로 개조한 건물이었는데 12월이 되면서 연말 기념으로 해당 건물에 데이비드 호크니가 그린 크리스마스 트리 디지털 작품을 비춘다는 소식을 들었다. 호크니 작품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놓칠 수 없징.

역에 도착하자 마자 보이던 아주 큰 트리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베터시 파워 스테이션 역. 지상으로 나오니 거대한 트리 장식이 보였다. 곳곳의 거리들이 조명과 트리로 가득차는 장식들을 보면 확실히 연말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화려한 조명들이 인상적인 런던의 12월 밤

  베터시 파워 스테이션 건물 앞에는 작은 점포 및 회전목마, 아이스링크가 설치되어 있었다. 영국에서 크리스마스 마켓 기간에 즐길 수 있는 놀거리들이랄까. 크리스마스 장식 버블들도 있고 지역 전체가 크리스마스 분위기 뿜뿜이다(물론 엄청 상업적임ㅋㅋㅋㅋ).

데이비드 호크니의 디지털 작품 크리스마스 트리

  그리고 드디어 본 데이비드 호크니의 크리스마스 트리 그림. 건물의 형태와 작품이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사실 간단한 디지털 작품이고 기둥 두 개를 채우는 거대한 작품이 전부라 엄-청 특별할 건 없었지만 그래도 연말 분위기에 맞춰 볼만한 풍경이었다. 대신 워낙 규모가 커서 꽤 멀리 돌아 걸어가 건물 전체가 보이는 거리에서 보는게 좋았다.

신나게 사진도 요리조리 찍고

  베터시 파워 스테이션 내부는 거대한 쇼핑 센터였다. 사실 좀 더 색다른 걸 경험할 수 있는 문화 관련 장소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저 여러 브랜드와 유명 식당들이 입점한 곳이었달까. 한국의 서울 롯데 타워와 비슷한 그런 느낌...ㅋㅋㅋ 꼭대기에 전망대도 있고 진짜 비슷하네.

  우린 쇼핑을 엄청 좋아하지도 않고 주말 같이 정신 없는 날 익스트림한 상업 공간에 가는 걸 별로 즐기지 않는 터라 가게 구경은 호다닥 패스하고 저녁만 먹으러 갔다. 입점된 식당들도 유명 프렌차이즈 식당들이 많아서 크게 끌리는 건 없었다. 그래서 조던이의 선택에 따라 난도스에 갔다. 난 영국 생활을 하면서 난도스는... 이번이 세번째인가. 메뉴도 어떻게 시켜야 할 지 몰라서 조던이 따라 같은 메뉴를 주문했다.

  유명 프랜차이즈인 만큼 기본적인 맛은 보장되어 있었다. 왜 쉽게 즐기는지 알 것 같은. 그래도 셀 수 없이 많은 식당들이 있는 런던에서 난도스를 금방 또 갈 일이 있을까 싶긴 함ㅋㅋㅋ

 

 

2023.12.10

  다음날인 조던이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기념 파티가 있었던 날이다.

내가 조던이를 만나 연애를 시작한 첫 해에는 심지어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기까지 했는데, 이후로는 코로나도 있었고(대규모 인원 집합 불가) 친구들 각자의 상황도 바뀌어서 올해엔 친구 한 명이 홈파티를 계획했다. 각자 담당을 나누어서 요리와 술 등을 준비했고 마니또 게임처럼 Secret Santa 선물도 준비했다(나는 시크릿 산타 선정 때 한국에 있어서 참여 안함).

크리스마스 맞이 첫 로스트

  이래저래 준비하느라 쬐끔 늦게 도착했는데 이미 본격적인 로스트 준비 중이구요. 요리가 다 준비된 후엔 각자 먹을 만큼 덜어서 함께 식사를 했다(아무래도 인원이 많았어서 테이블에 앉아 먹는건 아니었고 이곳 저곳에 둘러 앉았다). 로스트 치킨은 너무 맛있었고 다양한 야채 요리들이 있어 좋았다.

  그리고 식사 후엔 내가 나설 차례(?)였다ㅋㅋㅋ

  사실 모임 전에 담당을 나누면서 조던이가 치즈와 크래커 등 와인 안주를 준비하겠다고 했다(아무래도 나에게 부담을 주기 싫었던 듯). 그러자 조던이와 친한 친구들이 "제일 쉬운거 하네ㅋㅋㅋ", "(비싼 치즈 안주 세트 링크 보내며)이런거 어때?" 등등 은근히 놀렸다. 사실 기분 나쁠 일은 아니고 친한 친구들끼리 괜히 놀리는 거긴 했는데, 내가 성의를 좀 더해보겠다며 최근 인스타에서 핫한 크림치즈 레시피를 활용했다.

나와 조던이가 준비한 치즈 플레이트

  나름 고오급 치즈와 살라미, 크래커 등은 별도 구입하고 필라델피아 크림 치즈를 이용해 '베이컨&대파 크림치즈(논 비건용)'와 '넛츠&허니 크림치즈(비건용)'을 준비했다. 모양은 크리스마스 트리와 눈사람으로 했다. 오전에 집에서 미리 모양도 잡아두고(종이 호일에 포장) 치즈 나이프, 데코용 장식 등 챙겨 친구네 집에서는 바로 플레이팅만 할 수 있게 준비했다. 부엌에서 바쁘게 준비하고 있으니 옆에서 지나가며 보던 친구들이 깜놀, 한참을 구경하더라ㅋㅋㅋ

  로스트 식사가 양이 푸짐해 안주였던 치즈 플레이트는 싹 비워지진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인기였다.

즐거웠던 크리스마스 친구 모임

  시크릿 산타 선물도 서로 열어보고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었다. 낮부터 모였던 모임이라 그런지 늦은 밤이 되기 전에 하나 둘씩 친구들이 돌아갔고(아무래도 바쁜 12월엔 각자 주말이 여러 일정으로 겹쳐 있는 듯 했다) 나와 조던이도 너무 늦기 전 돌아왔다.

사실 난 아직까지 이렇게 큰 그룹의 모임에 적응하지 못하는데(게다가 다 조던이 친구들이라 내 친구들과 어울리는 느낌과는 또 다르다) 이런 이벤트가 없으면 영국 생활 안 같고 그러니까...ㅋㅋㅋ 나름 즐거운 시간이었다.

 

 

2023.12.12

  조던이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일본식 카레를 만든 날이었다. 꽤 많은 양의 양파를 캐러멜라이징하고 닭고기를 더해 끓인 심플 카레. 남은 자투리 야채들도 있어 후라이팬에 구워 토핑처럼 더했다. 사실 최근 들어 내가 만들고 싶은 카레는 일본식 스프 카레인데(닭고기랑 야채 그득그득 들어간) 아직은 레시피 연구를 못해서 일반 카레만 만든다ㅋㅋㅋㅋ 

스프카레 먹고 싶다

 

 

2023.12.20

  평일에 친구 Pav를 만났다.

파브는 시율 오빠와 수진 언니 덕에 알게된 친구인데 단 둘이 만나는 건 처음이었다. 우리는 꽤나 가까운 동네에 살고 있는 터라 약속 장소는 서로 멀지 않은 곳 식당으로 선택했다.

▪︎ Jam Delish Islington
Type : Restaurant
Address : 1 Tolpuddle St, London N1 0XT

Website : https://www.jamdelish.co.uk/

  이 식당은 케리비안 음식을 비건으로 요리하는 식당이라고 하는데 그 컨셉이나 스타일이 독특했다. 상상이 되지 않은 음식들이었지만 재료들과 설명을 꼼꼼히 읽어보고 몇 가지를 주문했다. Island Trio and Grilled Roti / Curry 'Goat' / Brown Stew Oyster Mushroom Fried Dumpling / Banana Cake 이렇게 작고 큰 메뉴들을 섞어 함께 나눠 먹었다.

생각보다 맛있었던 비건 메뉴

  음식은 예상보다 맛있었다. 사실 비건 메뉴는 가끔 너무 건강하거나 맛이 밋밋한 경우들이 있다. 혹은 육류 대체로 활용하는 재료들이 뭔가 이질감을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었다. 이 식당들의 음식은 모두 비건임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그 차이를 못 느꼈달까. 후식의 바나나 케이크도 맛있어서 엄청 즐기고 왔다. 다음에 조던이도 데려오고 싶었다. 배달도 된다고 하니 집에서 편하게 즐겨도 되궁, 힛.

  물론 파브와의 수다도 즐거웠다. 아무래도 전공, 나이, 문화 모두 달라서 이야기할 때 조금 어색하면 어떨지 걱정되기도 했는데(게다가 단 둘이 만난건 처음이기도 하고) 다행히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냈다.

 

 

2023.12.21, 12.22, 12.23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조던이네 회사에서 치즈 및 크래커 세트를 선물로 줬다더라. 치즈를 엄청 다양하게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선물 들어온 건 부지런히 먹어야지. 집 근처 슈퍼에서 다른 종류의 크래커와 프로슈토 햄, 올리브 등을 사서 요리가 귀찮은 저녁에 한 플레이트 차려보았다. 일열 나란히 늘여놓는 것만으로도 예쁜 플레이팅이 되는 치즈 보드, 후후.

간단한 저녁으로 좋은 치즈 보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조던이는 저녁 일정이 꽤 있었고 나는 밥을 먹곤 했다. 갑자기 쌀국수의 뜨끈한 국물이 땡겨서 하루는 배달을 시켜 먹었다. 바삭한 스프링롤까지 맛있었던 저녁.

그리고 요리도 하긴 했다. 한동안 닭볶음탕을 만들지 않았던 것 같아 갖은 야채와 닭가슴살+닭다리살 콤비로 한 솥 만들었다. 그냥 밥에 슬쩍 얹어주면 충분한 한끼가 된다. 조던이는 닭볶음탕을 커리처럼 먹기에 언제부턴가 우리는 그냥 덮밥처럼 먹는다ㅋㅋㅋ

쌀국수와 닭볶음탕

  겨울이 되면 영국 슈퍼에서도 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가끔 껍질 채인 다양한 종류의 견과류 묶음도 파는 걸 보니 연말 시즌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문화적 배경이 있나 싶기도 하고...? 길거리에 군밤이 없어 아쉬운데(독일 가니까 군밤 팔던데..! 왜 영국은 없을까) 밤을 쉽게 살 수 있는 겨울엔 그래도 해먹을 수 있다. 영국에서 살면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한다...

반나절 정도 물에 불렸다가(난 대충 까먹고 하루 정도 물에 넣어놓음ㅋㅋㅋ) 칼집을 내고 오븐에서 구우면 된다. 잘 익어서 껍질이 짝짝 벌어지면 까기 쉬워서 좋다. 근데 솔직히 대부분 속껍질 까기가 쉽지 않아 먹기 고생이라는거... 그래서 올 겨울엔 아직 한 번 밖에 안 해먹었다ㅋㅋㅋ

군밤 좋아요

 

 

2023.12.24

  조던이 크리스마스 선물 사주겠다고 런던 센트럴로 슝슝. 매장 찾아서 가는 길에 막스 마라 앞에서 곰돌이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더라. 처음엔 '귀엽다~'하면서 구경만 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다시 만나서 사진도 같이 찍었다. 완전 꺄르르 웃음 터져서 안에서 일하고 있던 진짜 인간님을 생각하면 민망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귀여운걸 우째.

귀여운 막스 마라 곰돌이

  명품 매장들은 크리스마스마다 장식을 엄청 화려하게 해서 크리스마스 기간에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이번 홀리데이 시즌 디올 장식이 너무 예뻐서 한 컷.

조던이 선물 사주고 내 선물 사려고 디올을 슬쩍 들어가볼까 했는데 하필 텅텅 비어있던 입구 앞에 그 때부터 대기줄을 서기 시작해서.. 기다리기 귀찮아서 그냥 집에 옴ㅋㅋㅋ 결국 크리스마스가 지나고서야 내 선물을 샀다.

 

 

2023.12.25

  크리스마스 날 조던이네 부모님 댁(이젠 시댁)에서.

사실 가족들마다 명절의 분위기가 다르겠지만 조던이네 가족들은 생각보다 별 특별한 일이 없다. 아직 동생들이 어리기도 하고(첫째 여동생이 이제 대학 감, 둘째랑 막내는 아직 10대 애기들) 선물을 열어보는 시간과 크리스마스 디너(로스트)를 먹는 시간 외에는 엄청 가족적으로 다 함께하는 일이 많지 않다. 집에 함께 있지만 각자 휴대폰 보고 컴퓨터하고 전화 통화하고.. 이런 느낌? 아무래도 서로 나이와 취향이 달라서 그럴까.. 그렇다고 내가 막 나서서 분위기를 바꿔보려거나 뭘 같이 하자고 제안하는 스타일도 아니어서😅

  이번에도 그렇게 평범하고 잔잔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돌아왔다.

 

 

2023.12.26, 12.27, 12.28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다음날 박싱데이엔 조던이와 나는 우리만의 로스트를 준비했다. 지난 평일에 미리 큰 슈퍼마켓에 가서 필요한 재료들을 구비해놨고 이제 재료들을 손질하고 조리하면 끝. 사실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지 대부분 준비되어 있는 재료들을 오븐에 넣고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 로스트가 어렵지는 않다.

우리만의 크리스마스 로스트

  기다리면서 게임도 했다가 수다도 떨었다가 늦은 점심 시간 즈음 완성된 우리의 로스트. 다 진열하고 보니 테이블을 채울만큼 한가득이라 아쉬운 마음에 사진을 엄청 남겼다. 너무 탐스럽고 맛있어 보였다.

  아무래도 닭 사이즈가 꽤 되다 보니(사실 닭 뿐만 아니라 다른 야채들도) 한꺼번에 먹지는 못하고 나눠먹게 된다. 하루 고생해서 요리해 두면 몇 끼가 해결되는 셈이지 후후.

처음엔 오리지널로 커다란 닭다리 하나씩 뜯어주고(다른 부위의 탐스러운 고기들도 가득가득) 각각의 야채와 부재료들을 담아 그레이비 소스와 함께 먹는다. 그리고 남은 음식들을 다 보관해두고 다음날엔 치킨 샌드위치를 해먹는다. 뼈를 바른 닭고기와 남은 스터핑을 잘게 잘게 섞어 빵 사이에 넣어주면 끝(그레이비 소스에도 약간 적셔준다)! 그리고 치킨만 먹기 너무 물릴 땐 미리 사둔 파이로도 야채, 소세지와 함께 냠.

음식 맛들은 말모 말모. 너무 맛있었다.

  거의 네 끼는 로스트와 관련된 식사로 해결한 것 같은데, 한동안 요리 안해서 너무 편했다는(물론 살코기 바르고 다시 데우고 하는 고생은 해야하지만). 로스트 또 먹고 싶네.

 

 

2023.12.29

  이제 정말 2023년도 끝이다.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외식을 못해서(예약을 놓침ㅋㅋㅋ) 연말 하루에 외식을 했다. 조던이가 맛집 기사를 보다가 추천하는 가스트로 펍을 발견, 빠르게 예약을 진행하더라. 재빨라 재빨라.

분위기가 좋았던 식당

▪︎ Ganymede SW1
Type : Gastropub
Address : 139 Ebury St, London SW1W 9QU

Website : http://www.ganymedelondon.co.uk/

  식당은 Victoria 역 근처, Belgravia 지역에 있었는데 사실 우리가 자주 다니지 않는 지역이라 새로웠다. 그래도 동네 분위기 좋은건 익히 알고 있었구요(비쌈.. 부럽).

조던이는 여기 디저트가 꽤 괜찮은 것 같다며(그리고 연말 기념이니까) 스타터 대신 디저트를 각자 주문하는게 어떻겠냐고 해서 우리는 각자 메인과 디저트를 하나씩 골랐다. 조던이는 Olive oil poached halibut with pumpkin purée, roasted salsify and pearl barley risotto를, 나는 Roast duck breast with buttered hispi, carrot purée, potato fondant and sauce bigarade를 메인으로, 사이드로는 Charred tenderstem with harissa yogurt를 주문했다(조던이가 구운 브로콜리를 엄청 좋아한다. 보면 외면하기 힘듬ㅋㅋ). 디저트로는 나는 Pistachio tiramisu, 조던이는 Passion fruit and vanilla baked Alaska를 선택했다.

너무 맛있었던 음식들 예쁘기까지 하잖아

  음식들은 다 너무 맛있었고 꽤나 신경 쓴 듯한 플레이팅과 디테일이 좋았다. 분위기를 더 고급지게 만들어 준달까. 그리고 내가 고른 피스타치오 티라미수는 비건이라고 해서 새로웠는데 부드럽고 달달한게 일반 티라미수와 큰 맛 차이도 없으면서 맛있어서 좋았다. 난 피스타치오라고 하길래 약간 녹색이 들어가나 했는데 그런 반전은 없었음ㅋㅋㅋ 조던이가 고른 디저트는 엄청 예뻤고 맛있었지만 결국 다시 내껄 더 탐냈다는ㅋㅋㅋㅋ

  조던이는 이런 영국식 비스트로 펍이 너무 좋다고 한다. 비스트로 펍이나 모던 유러피안 레스토랑이나 음식은 사실 비슷한데 분위기가 좀 다르달까. 비스트로 펍이 좀 더 친숙하고 더 영국식! 인 느낌이 강하다. 모던 유러피안이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만큼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음식에 퀄리티가 높은데 가격 면에서 크게 부담스럽지 않달까. 내년에는 좋은 비스트로 펍을 더 즐겨볼까 싶다.

디저트도 쫀맛이었다

 

 

2023.12.30

  외식도 하고 다음날 약속도 있고.. 그래서인지 이 날 저녁은 요리하기가 귀찮았다. 그래서 간편하게 슈퍼에서 라자냐를 사와서 오븐에 데우기만 했다. 내가 한 건 샐러드에 멋을 조금 더한 것 정도...? 라자냐만 먹으면 죄책감이 들기에 녹색에 빨간색에 컬러감을 한껏 더했다. 이 라자냐.. 슈퍼에서 쉽게 살 수 있는 Charlie Bigham 껀데 우리 최애 라자냐임ㅋㅋㅋ 진짜 맛있다.

 

 

2023.12.31

  새해 전야였던 12월의 마지막 날엔 조던이 친구네 모임이 있었다. Ed와 Laura가 최근 런던 외곽으로 집을 장만해 이사를 했는데 집들이 겸 새해 기념 파티를 하기로 한 것이다. 나름 낮부터 walking 타임, 저녁 식사 일정 등 스케줄이 쫙 있었는데 습한 겨울날 질척질척한 잔디길을 걷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는 워킹 타임이 끝난 후에 조인하기로 했다(진짜 신기한데 왜 산책 큰 그룹의 친구들끼리 함께하는걸까...? 나는 조던이와 연애를 시작한 첫 해 크리스마스 여행 둘째날에 산책하자는 제안에 뭣도 모르고 따라갔는데 알고 보니 엄청난 숲길을 걷는 일이었고-거의 1~2시간 넘게-... 나는 뽀글이 롱코트에 흰 운동화에.. 전혀 그렇게 거친 숲길을 걸을 상황이 아니었고... 습하고 비가 잦은 영국의 겨울 숲길은 엄청난 진흙길이었다... 그 때의 악몽으로 난 앤간하면 조던이 친구들과의 산책은 내가 준비됐을 때만 한다ㅋㅋㅋ). 근데 결국 이 날도 비가 엄청 내려서ㅋㅋㅋ 조인 안하길 잘했다는...ㅋㅋㅋㅋㅋㅋ

  시간 맞춰 도착했는데 비는 엄청 내리고 산책을 나갔던 친구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아서 집 정원의 오두막에서 비를 피하며 기다렸다. 역시 딱딱 정해진 시간대로 일정이 흘러가기 쉽지 않지. 홀딱 젖어 돌아온 친구들은 부산스럽게 옷을 갈아입고 말리고.. 나와 조던이만 말짱한 상태로 무리에 합류했다.

저녁 시간까지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저녁 시간 전 몇몇 친구들은 돌아가고 우리와 남은 친구들+집주인 친구들만 저녁을 함께 했다. 에드가 스테이크와 샐러드, 구운 감자로 저녁을 준비해줬고 맛있고 따뜻한 식사를 즐겼다.

  사실 다른 친구들은 에드네 집에서 1박까지 할 계획이던데 타인의 공간에서 불편하게 자는 걸 싫어하는 나의 의견을 조던이가 따라줬다. 게다가 우리끼리 새해를 오붓하게 맞을 수 있도록 너무 늦지 않게 자연스럽고 적당히 자리를 털어내 줌ㅋㅋㅋ 나의 성향을 배려해주는 조던이가 고맙다.

  아무래도 친구들의 집이 엄청 먼 외곽이어서 돌아오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택시를 탔는데 거의 히드로 공항에서 돌아오는 가격 정도였음(덜덜).

그렇게 집에 도착하니 거의 12시! 우리는 얼른 스파클러를 챙기고 집 앞 공원으로 향했다. 새해가 되는 밤엔 꼭 이웃 사람들이 공원에 나와 불꽃놀이를 즐기는 것을 작년에 봤기 때문에 올해도 슬쩍 숟가락을 얻고 싶었기 때문.

 

  이상적인 계획은 스파클러에 불을 붙이고 새해 카운트 다운에 맞아 신나게 불꽃놀이를 즐기는 것이었는데 야속하게도 이 날 바람이 쪼끔 불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건 작은 라이터였는데 불 붙이기도 얼마나 어렵던지... 손도 얼어서 더 힘들었다. 

그래도 불꽃놀이 즐겼다

  그래도 어째저째 스파클러를 켜고 우리끼리 새해를 축하했다. 우리가 스파클러에 불 붙이니까 옆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와서 불도 빌리고ㅋㅋㅋ 스파클러 한 개를 즐기고선 두번째를 시도하고 있는데 이번엔 그 사람들이 불을 붙여서 조던이가 다시 불 얻으러 가고 그랬다ㅋㅋㅋㅋ 그리고 공원 주위로 이곳 저곳에서 불꽃놀이를 즐기길래 우리는 덕분에 즐겁게 잘 봤습니다. 내년엔 우리도 큰 불꽃을 준비해서 해볼까봐.

불을 키려고 노력하던 나의 모습, 겨우겨우 불 붙인 스파클러

 

  이렇게 2023년도 가고 우리는 2024년을 맞았다. 또 함께 한 해를 맞이하는 우리, 2024년도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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