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30
벌써 2021년의 상반기가 끝나는 날이다. 1년의 딱 중간인 나의 생일은 시기 상 특별한 느낌이 없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내 생일은 1학기 기말고사에 기간이여서 학창 시절에는 공부하며 바쁘게 스쳐지났던 날들 중 하루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야 성적이 엄청 중요하지 않아서(심지어 시험에 대한 기억 자체가 없다.)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몇 번 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점차 생일에 대한 특별함을 지워갔던 것 같다. 가끔 운이 나쁘게 시험 날짜랑 겹치게 되면 아침에 미역국을 먹기조차 불편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대학을 가니 내 생일은 언제나 여름 방학이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방학 동안에는 본가로 돌아가 흩어지게 되고, 나 또한 종종 대구에 내려가 부모님과 시간을 보냈으니 왁자지껄한 축하 파티를 한 적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아무래도 우리 가족의 가풍이 그러했달까. 가족 모두의 성격이 비슷하여 시끄럽고 번거로운 일을 싫어하고, 평소 부족하지 않은 사랑과 지원을 받으니 딱히 특별한 날이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 부모님께선 생일 선물 핑계를 꼭 대지 않아도 필요한 것이나 원하는 것은 '합당한 선'에서 언제든지 들어주셨으니 생일은 그저 오랜만에 좋은 곳에서 외식하는 날 정도. 그리고 점차 2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늘 좋지만은 않고(어느덧 나이를 세지 않고 생일을 귀찮아하시던 부모님의 마음이 이해되었지.) 가족, 친구들과 물리적으로 거리가 생기게 되니 특별한 날에 의미를 부여할 이유를 잃어갔던 것 같다. 런던에 온 이후로는 생일 기간만 되면 괜한 핑계로 혼자 여행을 가곤 했다. 런던에 있던 4년 동안 생일 기간에 파리 여행을 갔던 것이 3번이니 말 다했지(거의 매년 간 셈).
하지만 남자친구를 만난 이후론 조금씩 달라졌다.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내가 태어난 날을 특별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어 노력을 하는 사람이고, 같이 있기만 해도 행복한 한 사람을 만난 나는 그런 사람과 생일을 보내는 것 자체가 특별한 일이 되었다. 아쉽게도 서로의 생일을 처음 같이 맞이했던 작년 6월은 코로나 락다운 때문에 제한이 있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서로 축하하고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다. 한편으로는 락다운 기간이어서 처음 같이 맞이하는 생일에 서로만으로도 충분했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야외 데이트를 하거나 좋은 식당, 펍에 가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그래서 올해 남자친구가 칼을 갈았던 걸까. 그는 한달 전부터 생일 선물로 무엇을 가지고 싶냐고 계속해서 물어왔다. 앞서 말했듯 생일 선물로 뭔가를 받아본 적이 별로 없는 나로서는 차라리 서프라이즈가 낫지, 갖고 싶은게 뭐냐고 대놓고 물어보는 질문에는 도저히 답을 할 수가 없어 계속 대답을 회피했다. 하지만 어제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포장해 놓은 선물을 차곡차곡 테이블에 쌓아둔 것이 아닌가. 어설픈 포장 실력으로 싸놓은 선물이 세 개, 큰 쇼핑백에 담긴 한 개의 다른 선물, 그리고 카드를 버젓이 올려두고는 저녁 준비까지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다섯시간이 넘게 남은 생일보다 다음 날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퇴근의 기쁨을 더 크게 누리고 있었는데, 남자친구가 계속해서 생일 카드를 열어보라고 했다. "아직 12시 안 넘었는데 왜?"라며 나중에 열어보면 안되냐고 했는데, 카드부터 생일 서프라이즈가 될 것 같다며 본인이 더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어 카드를 열어봤다.
그렇게 열어본 카드에는 귀여운 애정 표현과 함께 엄청난 서프라이즈 메세지가 담겨 있었다. "One thing I would like to say: tomorrow I have holiday. I hope that you will join me then for afternoon tea, my love." 처음에는 상황 파악이 안되다가 갑자기 "와아, 정말? 진짜?"하면서 몇 번을 확인하며 기뻐했던지. 올해 생일은 평일이어서 남자친구는 당연히 집에서 근무를 할거라고 예상했고, 일이 적어서 덜 바쁘면 좋겠다는 것이 최대의 기대였는데 남자친구는 나 몰래 회사에 휴가를 신청해 놓은 것이다. 그리고 스쳐가는 이야기로 "나중에 너랑 afternoon tea 가고 싶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걸 언제 또 기억해 두고 미리 예약까지 해놓았다. 2주 전부터 준비한 것이라는데 그 동안 말도 안하고, 들킬까봐 나보고 생일날 절대 일 하지 말라고 하지도 못해서 그저 운에 맡겼다고 한다. 심지어 내가 이틀 전에 "수요일에 일 바쁠 것 같아?"라고 물었을 때도 "아마... 안 바쁘기를 바래야지."라고 해놓고! 포커 페이스가 대단했다, 아주. 하지만 그 노력 덕분에 나에겐 엄청난 서프라이즈가 되었고 이미 생일 전날 저녁부터 행복한 기분이 가득이었다.
그리고 생일 오전 12시가 딱 넘자마자 생일 선물 하나를 열어봤다. 가장 작은거 하나를 열어봤는데, Rouge Hermès Satin Lipstick(Corail Flamingo)였다! 포장지를 뜯자 보이는 Hermès의 오렌지 색은 설렐 수 밖에 없었다, 헷. 에르메스 립스틱은 이번에 한국 갔을 때 제주도 여행 후 면세 찬스로 하나 구입했었는데, 색깔이 너무 붉은색이어서 데일리로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엄마가 영국 나갈 때 공항 면세점에서 컬러 테스트 후 하나 더 사라고 하셨는데, 인천공항 제 2터미널에는 에르메스 코스메틱 매장이 없었다. 이후 구입을 계속 미루니 엄마가 영국에서라도 사라고 하셨지. 그러다 남자친구와 백화점에서 색상을 같이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결국 바로 구입하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했었다. 뭐든지 한 번에 사지 못하는 나의 쇼핑 성향 때문이기도 했고, 당장 없다고 아쉬운게 아니어서 한동안 잊고 있었다. 그랬는데 그 때 같이 봤던 남자친구가 색상을 미리 메모해두고 생일 선물로 사준 것이다. 내가 언제 이런 센스쟁이를 만났나. 고맙다고 인사를 잔뜩 하고 다른 선물들은 자고 일어나 아침에 풀어보기로 하고 잠에 들었다.
생일날 아침에는 나와 남자친구 모두 늦잠을 즐겼다. 나는 10시 30분에 겨우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얼른 꽃단장을 했는데, afternoon tea 예약 시간 전에 한국에 있는 가족, 친구들과 통화를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정작 엄마는 날짜를 헷갈리셔서 내 생일이 다음 날인줄 아셨고(어쩐지 부모님께 문자 연락 하나 없고 오빠만 잊지 않고 생일을 축하해줬다.), 전화를 하기로 한 친구들은 내가 너무 일찍 전화하는 바람에 밖에 있어 모두 빠른 시간에 통화를 마쳤다.
그동안 남자친구도 외출 준비를 마치고 함께 나머지 선물을 열어보기로 했다. 포장이 되지 않은 가장 큰 것부터 열어봤는데, 알고보니 남자친구 어머니께서 준비해 주신 선물이었다. 예쁜 카드와 함께 Whittard의 Hot Chocolate 세트를 선물해주셨다. 최근 생리할 때 핫초코가 없어 조금 아쉬워 했었는데, 남자친구가 내 생일 선물을 고민하시는 어머니께 힌트를 드렸나보다. 너무 감사했다. 한동안 핫초코는 걱정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 외에 다음으로 작은 선물을 선택했는데, 엄청 가벼운 것 아닌가. 크기도 작고 무게도 가볍고 도대체 어떤 선물이지? 하며 포장을 뜯었는데, 또 다시 Hermès의 오렌지 색상이 보였다. 또 에..에르메스? 하며 열어봤더니 너무 작고 귀여운 상자에 담긴 Silk Twilly였다. 솔직히 정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브랜드의 아이템이어서 너무 놀랐다. 색깔도 너무 예쁘고 포인트 아이템으로 잘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아까워서 엄청 아껴쓰겠지만, 허허. 지금도 여전히 상자에 넣어두고 곱게 모셔두는 중. 그리고 마지막 선물은 ARKET에서 산 원피스였다. 사실 이 선물은 대충 예상은 했는데, 몇 주 전 남자친구가 친구들과 여행을 간 사이에 ARKET에서 배송이 왔었고 그 때 그가 "나 없는 사이에 네 선물이 배송되도 열어보지마."라고 했기 때문이다. 물론 열어보진 않았지만, 어느 브랜드인지는 알 수 있었고 옷일거라는 예상도 했다. 근데 원피스일 줄은 몰랐지! 블라우스나 티셔츠 같은 상의를 생각했는데, 원피스를 골랐을 줄이야. 당장에 입어보니 색깔도 예쁘게 잘 맞고 사이즈도 딱이어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안그래도 이번 주말에 남자친구와 함께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그 때 입기로 했다. 모든 선물이 마음에 들었고, 예상하지 못한 놀라움의 연속이이었다. 나에게서 힌트 하나도 얻지 못하고 혼자 고민하며 준비했을 것을 생각하니 너무 안쓰러우면서도 더 큰 감동이었다. 분명 작년에는 기념일에 왜 꽃다발을 사는게 좋은지 모르는 그런 남자였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휴가까지 내고 데이트 신청도 하니, 시작부터가 너무 감동인 생일이었다.
▪︎ Dalloway Terrace
Address : 16-22 Great Russell Street, London WC1B 3NN
Open : Monday - Wednesday 12:00 ~ 23:00 / Thursday - Sunday 11:00 ~ 23:00
Website : https://dallowayterrace.com/?utm_source=google&utm_medium=local&utm_campaign=restaurant-dallowayterrace
이후 우리는 시간에 맞춰 afternoon tea를 즐기러 갔다. 장소를 알려주지 않아서 그저 남자친구가 이끄는대로 갔는데, 도착해보니 The Coral Room이라는 곳이었다. 멋스러운 그림들도 곳곳에 걸려있고 강렬한 붉은 톤의 실내 인테리어가 좋았는데, 남자친구가 예약한 곳은 Dalloway Terrace였다. 전체 분위기가 레몬과 붉은 꽃 장식이 주렁주렁한 테라스여서 여름날의 데이트로 더 적합했다. 예약한대로 afternoon tea 세트와 각자 tea를 선택하니 곧이어 샌드위치와 스콘, 디저트가 가득 담긴 3단 트레이가 나왔다. Afternoon tea는 맛 뿐만이 아니라 눈으로 보는 재미도 중요한데, 음식들 모양도 너무 정갈하고 예쁘게 나와서 마음에 들었다. 이번이 생전 처음으로 오는거라는 남자친구가 어떻게 이렇게 예쁘고 좋은 곳을 찾았지? 역시 서칭 능력이 대단하다. Enlgish breakfast tea와 Sri Lankan hand rolled tea를 선택했는데, 우유 없이 차를 마시지 못하는 남자친구는 두 가지를 맛보더니 여지 없이 English breakfast tea를 선택했다. Sri Lankan hand rolled tea는 설명에도 우유와 좋은 궁합은 아니라더니 그의 취향이 될 수는 없었다. 샌드위치도 4가지 종류로 심플하니 좋았고, 무엇보다 스콘이 정말 맛있었다. 2종류로 각각 2개씩 줬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맛있는 스콘이었다. 그리고 디저트들은 모양도 너무 예쁘고 엄청 달고 맛있었다. 배가 꽉 차게 3단 트레이의 음식들을 다 먹어갈 즈음, 또 다른 서프라이즈가 있었다. 갑자기 직원분께서 초가 켜진 작은 디저트 접시를 생일 축하한다는 메세지와 함께 갖다 주셨고 정말 친절하게 오늘 하루의 행복을 빌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남자친구가 예약을 할 때 코멘트를 남겨두었고, 레스토랑에서 센스 있게 그것을 잊지 않고 챙겨준 것이다. 센스쟁이들의 합심이었달까. 배가 엄청 부른 상황에도 작은 초콜릿 무스 케익을 놓칠 수는 없어서, 한 입에 끝내고 마무리했다(진짜 진짜 달았다).
근사한 afternoon tea time을 마치고 우리는 남은 수요일을 알차게 데이트로 채워보기로 했다. 근처에 The British Museum이 있어서 가볼까 했는데, 너무 배가 불러서 우선은 산책을 하기로 했다. 우연히 발견하는 귀여운 가게들을 구경하고 서점에서 남자친구가 찾았던 소설책도 구입하며 시간을 보낸 후 박물관으로 돌아갔는데 이런, 당일 티켓 판매가 완료되었다는 것 아닌가. 코로나 때문에 제한된 수의 티켓만 판매하는 듯 했는데, 우리가 조금 늦게 가는 바람에 그 수량이 끝난 모양이었다. 우리는 급하게 다른 곳을 찾았고, 남자친구가 London Transport Museum을 가보고 싶다고 해서 Covent Garden으로 얼른 발걸음을 돌렸다.
▪︎ London Transport Museum
Address : Covent Garden Piazza, London WC2E 7BB
Open : Monday - Sunday 10:00 ~ 18:00
Website : https://www.ltmuseum.co.uk/
London Trasport Museum은 교육 차원에서 아이들과 같이 갈 것만 같은 박물관이긴 했지만, 역사를 좋아하는 남자친구 취향에 매우 적합했고 모든 것이 새로운 정보일 나에게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런던의 모든 교통 역사를 보여주는 곳이었는데, 나름 구성과 설명이 자세하고 자료들도 많아서 재미있었다. 특히 인물 모형들은 너무 진짜 같아서 가끔 흠칫 놀라곤 했다, 저기 왜 사람이 있지? 이러면서. 오랜 역사 자료들을 가지고 있다 보니 옛날 홍보 포스터나 로고 디자인에 대한 설명들도 많았는데, 그 옛날 시대에 벌써 저런 감각적인 디자인이 있었다는 것에 놀라면서도 이런 역사들이 있어서 영국이 예술과 디자인에 앞선 나라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기회가 된다면 다른 카테고리에서 다루기로 하고, 박물관에서의 시간은 예상보다 재미있고 즐거웠다.
박물관에 나온 이후로도 우리는 일탈 같은 이 하루가 너무 아쉬워 계속 거리를 걸어다녔다. 한동안 계속 비가 오고 흐렸던 런던 날씨에서 오랜만에 흐리긴 해도 비가 오지 않는 하루이기도 했고 제대로 꽃단장을 하고 외출한 것도 오랜만이라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긴 아쉬워 잠깐 쉴 곳을 찾았다. 처음엔 카페를 갈까 했는데 내가 "Just a pint of beer?"이라고 제안했고, 영국인은 이 제안을 절대 거부할리 없죠. 나에게는 정말 오랜만의 펍 나들이었고 더군다가 이처럼 길을 걷다가 쉴 겸 맥주 한잔 할까?하던 일상이 코로나 이전의 일이어서 너무 설레었다. 요즘에는 다 사전 예약을 해야하거나 실내 취식이 완전히 마음 편하지 않다보니 지나가다 발견한 펍에 자리를 잡고 맥주를 마시는게 꼭 너무 바래던 일상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어서 좋았다. 게다가 Guinness 생맥주라니, 쫀쫀한 거품이 가득한 기네스는 나를 너무 행복하게 만들었다. 정말 이런 시간 너무 그리워 했는데. 아직 까마득한 미래 같이 느껴지지만, 얼른 소소한 행복이 가득한 일상이 돌아오면 좋겠다.
그리고 Palm Court Brasserie에서 프랑스 음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이미 afternoon tea로 외식을 한 셈이고, 최근 자주 외식을 했어서 저녁은 집에 가서 먹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근데 딱히 무슨 요리를 해야할지 아이디어가 없었고, 솔직한 마음으로는 귀찮기도 했다. 그런 나의 마음을 읽은건지 남자친구는 생일인만큼 내가 원하는대로 선택하라고 했고, 결국 우리 둘은 엄청 고민을 하다가 괜찮아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 원래 목표는 간단하게 먹는 것이었는데, 메뉴판의 맛있는 음식 이름들을 보는 순간 입맛이 돌았고, 평소 좋아하던 Onion soup과 Moules Mariniere & Frites, Toulouse Cassoulet을 주문했다. 프랑스 음식점에서 어니언 스프와 홍합 요리는 정말 안전한 선택이었고, 남자친구가 선택한 오리 요리가 처음 보는 것이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지금껏 먹어봤던 오리 요리 중에 가장 부드럽고 맛있는 음식이 아니었나 한다. 화이트 와인을 한잔씩 곁들여 기분 좋은 저녁 식사를 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 Palm Court Brasserie
Address : 39 King Street, London WC2E 8JS
Open : Monday - Sunday 12:00 ~ 22:00
Website : https://www.palmcourtbrasserie.co.uk/
오랜만에 긴 시간의 외출을 했던지라 나와 남자친구 집에 돌아온 이후엔 피곤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일찍 침대에 들어갔다. 둘 모두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하기도 했어서 정말 기절하듯 잠들었다. 다시 생각해도 너무 행복한 생일이었다. 일기가 이만큼 길어질 정도로, 하루만에 다 쓰지 못할 정도로 모든 시간과 순간들이 소중하고 행복했다. 얼마전의 남자친구의 생일에 (여러 가지 이유도 있었지만) 약간의 우울함과 예민함으로 나는 이만큼 그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해지기도 했다. 그런 마음을 담아 "나는 너한테 이렇게 못 해줘서 미안해. 정말 오늘 환상적인 생일을 만들어줘서 고마워."라고 했더니 "전혀 아니야, 난 그냥 너를 엄청 사랑하는 것 뿐이야."라고 대답한 남자친구. 이렇게 준비하고 완벽한 하루를 만들어 주면서도 그저 내가 웃는 모습에 같이 웃고 행복해하는 남자친구에 더욱 고마웠다. 내가 남자친구 하나는 정말 잘 만났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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