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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에세이/영국

영국, Rye(라이)와 Hastings(헤이스팅스) 여행 (1)

by kyeeunkim 2021. 7. 6.
2021.07.03 ~ 2021.07.04

Rye(라이) & Hastings(헤이스팅스), East Sussex, England

(1) 아기자기한 옛스러움이 가득한 중세 도시, Rye(라이)

 

 

  지난 주말, 오랜만에 런던 근교 도시들로 여행을 떠났다. 학생 때는 혼자 계획을 세워 마음 먹고 떠나야 하거나, 운이 좋다면 함께할 친구와 떠나는 길이었을 텐데, 이제는 "나 여기 가고 싶어!"라는 말에 "같이 가자!"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생겼다. 나 혼자 했다면 여행하고 싶은 장소 조사부터 가는 길, 유명한 장소들을 검색하는 것에서 벌써 일주일이 걸렸을 텐데. 사귄지 3주만에 Bristol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어느 정도 눈치 챘지만, 남자친구의 검색 능력과 실행력은 대단하다. 이번 여행에도 나는 "Rye가 예쁘다던데..."라는 말 한마디만 했을 뿐인데, 이미지 검색을 통해 도시 분위기를 파악하고는 "나도 마음에 든다, 가자!"며 날짜를 정하고 기차표 예약까지 그 자리에서 끝냈다. "근처에 Hastings라는 곳도 있는데, 한국인들은 거기까지 당일치기로 많이들 여행하더라고."라는 말에 "그럼 1박하고 둘 다 여행하고 오자."며 숙소 예약까지 해버리는 남자, 그렇게 당일치기로 계획했던 여행은 1박 주말 여행이 되었다.

London to Rye (Sussex)
▪︎ 11:34 London St Pancras International
     🚆 37 m Southeastern
▪︎ 12:11 Ashford International
      ▾
▪︎ 12:25 Ashford International
     🚆 21 m Southern
▪︎ 12:46 Rye (Sussex)

  토요일 오전, 예약한 기차 시간은 11시 34분에 맞춰 Kings Cross & St Pancras Station으로 향했다. 대형 기차역이 사는 곳과 멀지 않은 것은 이럴 때 큰 장점이다. 이래서 내가 도시를 못 벗어나는 건가. 조금 일찍 도착해서 예약한 티켓을 수령하고 남자친구의 우산도 구입했다. 비가 그렇게 많이 오는 나라에서 평생 제대로 된 우산을 구입해 본 적이 없다는 이 영국인은 몇 번이나 내 우산을 나눠 쓰다가 이제서야 우산을 샀다. 구름과 비 그림이 가득한 이번 주말 일기 예보에 같이 작은 우산을 나눠 썼다가는 불편한 여행이 될 수도 있음을 예상했겠지. 그렇게 기차를 타고 우리는 라이로 향했다. 중간에 Ashford International 역에서 한번 환승을 해야했는데, 그래도 1시간을 조금 넘는 시간 정도였다. 이래서 다들 당일치기 여행으로 충분하다는 건가. 주말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라이에서 함께 내렸고, 도시는 이미 여행객들로 꽤 붐벼 보였다.

Rye(라이), East Sussex, England
  Rye(라이)는 바다에서 2마일 떨어진 영국 East Sussex의 Rother 지구에 있는 작은 마을로 Rother, Tillingham 그리고 Brede 세 강이 합류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잉글랜드 남부 해안에 위치하고 영국 해협이 가장 좁은 곳에 위치한 라이는 지리적으로 북서부 유럽을 가로 질러 항해하는 여러 나라들의 침략을 받기도 했다. 남부 해안 방어의 역할을 인정 받아 1336년에는 Cinque Ports 연맹의 중요한 일원으로서 국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으며 발전했다. 하지만 이후 지형의 변화로 항구 도시로서의 역할을 잃게 되고 라이는 불법 화물을 보관하기에 이상적인 장소로서 밀수 산업이 성행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존재하는 The Mermaid Inn과 The Old Bell Inn 등은 악명 높은 밀수업자들이 이용하던 곳이었다. 현재는 중세 시대의 느낌을 잘 보존한 도시로 오래된 건물, 거리와 함께 매력적인 영국 마을의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라이에 도착한 후 우리는 바로 도시 중앙으로 향했다. 큰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몇몇 장소에 대한 조사는 했지만 그 장소들을 쫓는 여행을 하고 싶지도 않아서 그저 거리를 천천히 걸었다. 새벽에 내렸던 비가 길을 촉촉하게 만들었지만 그친 비는 더이상 내리지 않았다. 하늘은 조금 흐렸고 날씨는 쌀쌀했지만 그래도 도보 여행에 아주 적절한 날씨였다. 그저 미로를 탐험하듯 가고 싶은 방향을 정해 작은 골목길들을 걷다보니 갑자기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 닿았고 그 앞에는 영국에서 가장 예쁜 거리로 유명한 Mermaid Street가 있었다. 중세 시대부터 조성되었다는 이 골목은 양 옆으로 늘어선 오래된 건물들과 함께 예쁜 풍경을 보여준다. 담쟁이 덩굴이 가득한 The Mermaid Inn도 거리를 따라 걷다 만나게 되는데, 15세기(재건)에 지어진 형태 그대로를 유지하는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진 건물이다. 지하실은 건물과 달리 12세기에 지어진 형태 그대로로 많은 비밀 통로가 있다고 하는데 그 덕에 이 여관은 18세기에 성행한 밀수업자들의 은신처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역사적 배경과는 달리 나에게는 그저 오랜 시간을 간직한 귀여운 간판이 있는 멋스러운 건물이었다.

영국에서 가장 예쁘다는 거리, Mermaid Street
아기자기한 돌길과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The Mermain Inn

  여기서 나와 남자친구의 약간의 감정적 마찰이 있었다. 우리 또한 주말이라 어느 정도의 관광객을 예상했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특히 유명한 Mermaid Street 근처에는 펍과 카페가 가득찰 정도였다. The Mermaid Inn을 비롯해 유명하다는 건물들은 대부분 숙소와 레스토랑, 펍을 겸하고 있었지만 살펴 보지도 못하고 지나치며 복잡한 곳을 싫어하는 우리는 조금 허겁지겁 그 지역을 벗어나기 바빴다. 그러다 중간에 겨우 한적한 예쁜 거리를 찾았는데 남자친구가 사진을 너무 엉망으로 찍어줘서 나는 기분이 속상해진 것이다. 남자친구 또한 예상과는 달리 복잡한 도시 상황에 무엇을 해야할지 혼란스러운데 내가 짜증을 부리니 기분이 안 좋아졌고. 하지만 그것이 서로의 잘못은 아니었고 당황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감정이 서로에게 표출된 것이다. 서로에게 사과하고 우선은 우리 모두 기분을 풀고 재정비하는 마음으로 점심 먹을 곳을 찾기로 했다. (그리고 이 때 남자친구가 "사진은 어떤 식으로 찍어달라고 나에게 알려주기만 하면 잘 찍어볼게."라고 했는데, 이후로는 정말 적극적으로 예쁜 사진들만 찍어줬다.)

점심을 먹었던 The Union Rye

  나는 급하게 구글 지도에서 레스토랑을 검색해 평점이 좋은 곳을 찾았다. 사람들이 많던 곳과는 반대쪽 방향으로 몇몇 레스토랑의 리뷰와 사진을 보다 남자친구가 마음에 들어한 The Union Rye를 가보기로 했다. 레스토랑은 깔끔하고 예뻤고, 메뉴도 괜찮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이 적었다. 나는 Marsh lamb with English peas, courgette & basil을 골랐고, 남자친구는 Turbot with baby leeks, soy cured hen's egg를 선택했다. 또한 감자와 같은 사이드가 함께 나오지 않으니 나눠 먹을 사이드 메뉴를 고르는 것도 좋다는 직원의 조언에 따라 Roast broccoli with almond and miso butter도 주문했다. 곧이어 나온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고기는 부드럽고 야채들은 맛있게 조리되었고 소스와 각각의 재료들이 잘 어울러져서 만족스러운 점심이었다. 이후 화장실을 들르면서 살펴본 레스토랑의 다른 공간들도 예뻤는데, 맛있는 음식과 예쁜 공간의 식당에 사람이 적을 수 있다니 놀랍기도 했다.

  만족스러운 점심 식사 후, 다시 행복한 기분으로 우리는 도시 탐험에 나섰다. 우연히 관광 인포메이션 센터를 발견했는데, 간단한 관광지와 위치들이 그려진 종이 지도를 구할 수 있었다. 의외로 아날로그 감성을 지닌 남자친구는 평소에도 휴대폰을 잘 확인하지 않지만 여행 때는 더욱이 휴대폰 지도 검색을 즐기지 않아서 종이 지도 한 장을 얻더니 적극적으로 길을 이끌었다. 그리고 그 중 Ypres Tower과 Gun Garden을 가장 먼저 가보기로 했다.

Ypres Tower와 Gun Garden

  Ypres Tower는 13세기 중반 헨리 3세에 의해 지어진 요새이다. 잉글랜드 남부 해안은 많은 침략을 겪었고 그 대부분은 프랑스와의 전쟁이었다고 한다.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최근 코로나 상황으로 박물관은 문을 닫고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돌 난간에 앉아 바람을 쐬며 시간을 보내다가 요새 탑 근처를 크게 한 바퀴 돌아 보았다. 근처에는 The Ypres Castle Inn이라는 펍이 있었는데, 자리가 꽉 차 맥주 한 잔을 즐길 수는 없었지만 살짝 들여다 본 가든 야외석은 너무 멋져 보였다.

  다음으로는 바로 근처에 있는, 그리고 도시를 걷다 보면 결국엔 끝에 다다르게 되는 St Mary's Church로 향했다. 많은 유럽 여행을 통해 교회나 성당을 구경하는 것에는 큰 감흥은 없지만, 한편으로는 그걸 제외하면 구경할 역사적 건물들도 많지 않아서 한번씩은 꼭 보게 되는 것 같다. 12세기에 노르만 양식으로 지어졌던 건물은 이후 프랑스의 많은 침략으로 불타고 약탈 당하며 파손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약탈 당했던 종도 되찾아 오고 고딕 양식으로 재건하면서 현재는 영국 고딕 양식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성당으로 남아 있다.

  성당 안으로 들어서자 입장료를 구매하고 탑으로 올라가 볼 수도 있었다. 높은 곳의 전망은 언제나 옳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많은 계단은 이런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비록 올라가는 계단이 매우 가파르고 좁아서 조심해야 했지만 중간에 남자친구의 웃긴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도 있었고 정말 오래된 건물의 탑을 그 시대에 오르는 것 같아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꼭대기에 올라 바라보는 전체 마을의 전경이란. 아래에서는 전혀 보지 못할 지붕의 색깔들과 먼 곳의 들판들까지. 이런 새로운 시야 때문에 여행마다 매번 한번쯤은 전망대를 찾는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지는 않는 것 같던데 이렇게 좋은 전망을 놓치는 사람들이 많다니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르신들이나 덩치가 큰 사람들이 오르기엔 힘들고 어려울 것 같긴 하다.

St Mary's Church Tower에서 바라본 전망

  이후 우리는 Landgate로 향했다. 그저 어디쯤이 방향이다, 라고만 알아두고 무작정 걷다가 만나게 되는 작은 골목들은 너무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도시 전체가 작다 보니 길을 잃을 것을 걱정하지 말고 그저 구경하듯 산책하듯 다니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 생각되었다. 요즘에는 길을 잃어도 결국 구글 지도가 내 위치가 어딘지 알려주며 길을 안내해 줄 것이니, 마지막으로 휴대폰을 꺼내도 늦지 않고 말이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작은 마을은 걷다 보면 꼭 내가 생각했던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예쁜 골목들
4개의 성문 중 유일하게 남은 Landgate

  Landgate는 14세기에 지어진 오래된 성문 중 하나이다. Landgate, Strandgate, Baddings gate 그리고 Postern gate 이렇게 네 개의 성문이 라이에 진입하는 문이었는데 현재는 Landgate 하나만이 남아있다고 한다. 훨씬 커져버린 도시와 함께 성문은 과거의 역할을 잃어버렸지만 이렇게 역사와 시간을 담은 장소는 늘 의미가 깊은 것 같다.

  그리고 Landgate 근처에는 Rye에서 유명한 카페가 있다. 여러 네이버 블로그에서도 보고 시간 되면 가야지, 한 곳이긴 한데 Landgate를 지나는 순간 절로 어디인지 알게 되었다. 심플하고 작은 카페이지만 긴 대기 줄이 늘어선 곳. 여러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만 보고도 충분히 '저긴 맛있는 곳이야!'라고 확신하게 되었고, 아직 커피보다 핫초코가 좋은 나로서는 이런 곳을 놓칠 수가 없다. 성문을 통과하기 바쁘게 바로 대기줄에 합류했고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남자친구와 한 잔만 구입해 나눠 마시기로 했다. Expertly crafted chocolate drinks. Knoops는 자신들을 설명하는 소개대로 엄청 다양한 초콜릿 종류를 가지고 있는 초콜릿 전문 드링크 카페였다. 한국에 롯데 72% 드림 카카오가 처음 나왔을 때도 충격이었는데, 여기선 명함도 못 내밀겠다. 요즘에는 다양한 초콜릿을 쉽게 구할 수 있긴 하지만, 여전히 카페마다 'Hot chocolate'에 대한 맛이나 개념이 다르고 메뉴의 다양성도 적다고 느끼는데, 여긴 정말 초코 음료 전문점이었다. 어떤 한국분의 네이버 블로그 후기에서 밀크쉐이크가 별로였다는 평을 보고 기본 중의 기본 메뉴인 핫초코를 선택해야 하나 많은 고민을 했지만, 핫초코나 아이스초코에 비해 쉽게 접할 수 없는 밀크쉐이크를 맛보기로 했다.

정말 맛있었던 'Knoops'의 초콜릿 밀크쉐이크

  처음에는 %만 보고 밀크쉐이크를 주문했는데, 각각의 초콜릿 종류마다 주문할 수 있는 음료의 종류가 제한되어 있어서 카페에서 메인 광고로 밀고 있는 54% 초콜릿 밀크쉐이크를 주문했다. 취향에 따라 우유 종류나 추가적인 재료를 더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순수 초콜릿 선호파이기 때문에 정말 기본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이내 곧 받게 된 밀크쉐이크의 맛은, 정말 최고였다. 평소에 단 것을 즐기지 않는 남자친구도 "이건 진짜 맛있다!"라고 평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정말 이전에 맛보지 못한 부드럽고 쫀쫀한 텍스처를 가진 밀크쉐이크로 묵직한 밀도와 진한 초콜릿 맛이 아주 환상적이었다. 이렇게 작은 도시에서 최고의 밀크쉐이크를 맛볼 수 있다니,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벌써 그리운 맛이다. (사장님, 런던에 지점 안 내세요? 제가 많이 팔아드릴 수 있어요...)

너무 웃겼던 바람개비, 남자친구와 한동안 깔깔댔다

  그리고 오후 3시가 지나 우리가 예약한 숙소 The Ship Inn에 체크인을 하고 조금은 무거웠던 짐을 내려놓은 후 다시 길을 나섰다. 대부분의 유명한 장소들을 구경한 후에는 여유롭게 마을 골목길들을 돌며 구경했다. 이런 도시는 작은 골목을 발견할 수록 더 흥미롭고 예쁜 풍경들을 볼 수 있어서 사람들이 잘 발견하지 못하고 걸어갈 수만 있는 골목이면 우선 들어가봤던 것 같다. 작은 골목길은 큰 길을 만나고 큰 길은 메인 도로와 건물로 우리를 이어줘 몇 번이나 St Mary's Church를 지나쳤는지 모른다. 그리고 상점이나 카페들이 많은 길로 들어서게 되면 또 나름대로 사고 싶은 것은 없나, 예쁜 물건은 없나 구경하기도 하고(예쁜 공책 한 권을 구입했다.) 그저 발길이 닿는대로 걸으며 눈길이 가는대로 즐겼다. Rye Heritage Centre에도 가보았는데(역사 좋아하는 남자친구는 이런 곳에 무조건 가서 역사와 관련된 내용을 읽어야 한다.) 아쉽게도(나는 아쉬웠나?) 운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런 경우를 직면할 때마다 정말 지금은 After Covid19 시대이구나, 라고 실감하게 된다.

목가적인 마을을 풍경들

  예전에는 관광을 위한 여행에 좀 더 열성적이었다면 최근에는 그저 이런 새로운 풍경과 장소에서 이야기하며 걷고 예쁜 배경에 나를 넣어 사진을 남기는 것으로 충분히 즐거운 여행을 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물론 그 곳에 사는 사람 마냥 오후 다섯시부터 펍에 가서 저녁 8시에 시작할 축구 경기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라이에서의 1박은 유로 2021 8강 경기를 위한 큰 그림이었을까. 분명 여행 계획은 잉글랜드와 독일의 경기 전에 결정된 것이었고 잉글랜드가 55년만에 독일을 꺾을 것도 예상한 일이 아니었을텐데. 무슨 필연의 결과였을지는 몰라도 우리가 라이를 여행한 토요일 저녁에는 잉글랜드와 우크라이나의 8강전이 있었고, 라이에 도착한 점심 시간 즈음부터 이미 잉글랜드 유니폼을 입은 응원 차림의 사람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이런 것도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한다. 특히 짧은 기간에 여러 여행지를 미션처럼 돌파해야 하는 관광객이 아닌 그저 주말을 즐기러 온 그 도시의 낯선 여행객으로서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 한다. 라이도 충분히 구경했고, 광팬은 아니지만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스포츠 빅 게임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도 기대되는 경기였기에 자리를 놓칠까 초조해하는 남자친구를 위해 예상보다 조금 더 일찍 펍에 가서 자리를 잡기로 했다. 라이에서 Sport bar로 검색되는 유일한 펍인 The Crown Inn에서 오후 다섯시부터 덴마크 VS 체코의 경기도 보고 이어 저녁 8시부터 잉글랜드 VS 우크라이나의 경기도 관람하며 저녁 시간을 보냈다. 축구를 향한 영국인들의 엄청난 열기를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고 시원하게 4번이나 골문을 연 잉글랜드 선수들 덕분에 축구 경기는 매우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 아, 맥주와 축구만 있으면 행복한 영국인들.

  엄청난 승리와 함께 기분 좋게 펍을 나선 나와 남자친구는 바로 근처 중식당에서 음식을 포장해서 숙소로 돌아와 늦은 저녁을 먹었다. 다음 날은 날씨가 완전 나쁘지 않다면 라이에서 멀지 않은 Hastings(헤이스팅스)로 향하기로 하고 그렇게 주말 여행의 첫날을 마무리했다.

 

 


모든 여행 에세이는 직접 여행한 후기로, 지극히 개인적인 추억의 시간과 사진들로 기록을 작성합니다.

해당 여행지의 정확한 정보를 함께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으며

여행 시기 및 현지 상황에 따라 기입된 정보는 달라질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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