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여행 에세이/영국

영국, Mayfield Lavender Farm(메이필드 라벤더 팜) 여행

by kyeeunkim 2021. 8. 16.
2021.08.14

Mayfield Lavender Farm(메이필드 라벤더 팜), Surrey, England

보랏빛 향기가 가득한 곳, Mayfield Lavender Farm(메이필드 라벤더 팜)

 

 

  토요일 오전, 맑았다가 흐려지기를 반복하는 하늘을 보며 수십번도 "다음에 갈까?"하며 망설였던 일정이 있었다. 바로 Mayfield Lavender Farm을 가는 것! 지난 영국 생활 4년 동안 미뤄왔는데, 사실 초반에는 엄마가 다시 한번 런던에 여행 오거나 미래에 남자친구가 생기면 가보고 싶은 마음에 좀 느적거렸달까. 게다가 4년의 학생 시절이 길 것만 같았지. 하지만 엄마가 라벤더 철인 여름에 런던에 방문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고, 남자친구가 생긴 이후 2번의 여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심지어 작년은 코로나로 인해 농장 자체가 문을 닫아서... 이후 코로나의 상황이 조금 나아지고(게다가 영국 사람들은 신경을 별로 안 쓰고) 농장도 다시 오픈을 한다는 소식을 보고 이번 여름에는 꼭 가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바쁜 상황이 생기며 6~7월을 지나고 8월이 되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번 주말에야 말로 가겠다고 매일 날씨를 확인했는데, 영국 날씨답게 예보가 바뀌길 수십번. 결국 당일 아침에 일어나 결정하기로 했는데, 하늘이 조금 흐려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남자친구가 "그냥 가보자, 최소한 비는 올 것 같지 않으니 늦기 전에 가자."라고 말해주어 내가 결심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London to Mayfield Lavender Farm
▪︎ 13:00 Highbury & Islington
     🚇 11m Underground Victoria Line
▪︎ 13:11 Victoria Station
      ▾

▪︎ 13:15 Victoria Station
     🚆 22m Southern
▪︎ 13:37 Purley Station
      ▾

▪︎ 13:50 Purley / Downlands Precinct (Stop G)
     🚍 25m Bus 166
▪︎ 14:14 Croydon Lane SM7

Mayfield Lavender Farm으로 향하는 길

  메이필드 라벤더 팜은 런던 근처에 위치하긴 했지만, 가는 방법이 쉽지만은 않다. 게다가 무슨 일정이든 중간에 '버스'가 끼어있다면 (특히 영국에서는) 30분 가량의 여유 시간을 둬야 한다. 시간이 딱딱 맞아 떨어진다면 우리 집에서 1시간 10분 컷도 가능한 일정이지만, 주말이라 그런지 버스 배차 간격이 더욱 들쭉날쭉해서 거의 1시간 30분이 걸렸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중에도 좋은 점은 농장으로 향하는 길이 Oyster Card/Contactless 카드로 전부 커버가 되었다는 것, 따로 표를 끊거나 예약할 필요가 없어서 편했다. 조금 흐려보였던 날씨도 점점 맑아졌고, 오랜만에 근교 나들이를 하는 느낌에 우리의 기분은 한껏 솟아 올랐다.

완전히 맑아진 날씨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Mayfield Lavender Farm(메이필드 라벤더 팜), Surrey, England
  Mayfield Lavender Farm(메이필드 라벤더 팜)은 Brendan Maye가 만든 농장이다. Wella UK의 향수 사업부 상무 이사로 일했던 그는 브랜드의 경쟁력을 찾고 라벤더에 대한 아름다움 알리고자 라벤더 농장 운영을 회사 차원의 비지니스 프로젝트로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Proctor & Gamble이 Wella UK를 인수하면서 회사 차원의 프로젝트를 지속할 수 없게 되자, Branden은 농장을 직접 구입해 관리하기에 이른다. 그와 그의 아내 Lorna는 Mayfield Lavender Ltd를 설립하며 직접적으로 농장 관리와 개발에 힘썼고, 2008년부터 방문객들에게 농장을 개방했다. 그들의 농장은 방문객들의 입소문과 추천을 통해 아름답다고 알려졌고, 농장과 사업을 점차 확장하며 현재도 여러 특별한 계획을 진행 중이다.

  메이필드 라벤더 농장은 약 25 에이커 규모로 런던 중심부에서 약 15마일 떨어진 Banstead, Surrey에 위치하고 있다. 라벤더는 일반적으로 6월 중순에서 말 경에 개화하기 시작하여 7월과 8월에 절정을 맞는다. 성수기에는 보통 주말에 매우 혼잡하므로 가능하다면 평일 방문을 권장하고 있다. 애완동물의 입장은 가능하지만 항상 리드줄을 착용해야 하며, 배설물은 스스로 수거해야 한다. 여러 가지의 샌드위치와 케이크, 차와 같은 음식와 음료를 제공하는 카페가 있고,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외부 음식은 반입할 수 없으며 피크닉도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드론 촬영은 불가능하다. 

▪︎ 주소 : 1 Carshalton Rd, Banstead SM7 3JA
▪︎ 입장 및 개방 시간 : 6월 1일 ~ 8월 31일 (2021년 기준)
                                    : 매일 오전 9시 ~ 오후 6시 (최종 입장 오후 5시 45분)
▪︎ 입장료 : 1인 £4 / 16세 이하 무료 입장 / 주차 가능

보랏빛으로 가득한 우리의 점심

  Purley역에 내려 166번 버스를 타면 메이필드 라벤더 팜으로 향할 수 있는데, 버스를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느낄 수 있었다. 버스 운전사 아저씨도 라벤더 팜 입구 역에 도착하니 "라벤더 팜 가는 사람들을 여기에서 하차하세요!"라고 알려주었다. 버스에서 안내되는 역 이름과 GoogleMaps에서 나온 역과 이름이 달라서였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나무 수풀 사이로 작은 입구가 있는데, 그 곳이 라벤더 농장 입구와 바로 연결되는 통로였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우리는 우선 간단하게 점심을 먹기로 했다. 카페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줄이 엄청나게 길어서 조금 망설이긴 했다. 이 날 우리는 예약해 둔 저녁 일정이 있었는데 그렇다고 그 전까지 아무것도 안 먹고 버티기엔 힘들 것 같아 더 늦기 전에 간단하게 요기를 채우기로 했다. 메이필드 라벤더 팜의 카페에는 간단한 샌드위치나 간식거리가 다양했고, 음료도 커피부터 칵테일까지 여러가지였다. 남자친구는 Ham and cheese toastie와 Latte를, 나는 Lavender scone with jam, butter and clotted cream과 Chocolate chip cookie, Lavender lemonade를 선택했다. 음식을 주문하고 받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을 기다렸지만(조리가 필요한 토스트 때문에), 다행히 타이밍 좋게 야생화 꽃밭이 보이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우리는 조금 늦은 점심을 즐겼다.

농장 한 켠에 자리 잡은 야생화 꽃밭과 그 너머의 라벤더 농장
농장 한 바퀴를 둘러보는 트렉터도 별도의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

  점심을 다 먹은 후, 우리는 야생화 꽃밭부터 구경을 시작했다. 사실 야생화 꽃밭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입구에서부터 농장 전체를 바라봤을 때 한 켠에 보이는 야생화 꽃밭에 기분이 더욱 행복해졌다. 다양한 종류의 꽃들이 규칙 없이 서로 얽혀 핀 모습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전경이라, 그게 바로 눈 앞에 떡하니 있으니 좋을 수 밖에. 저 꽃밭 한 가운데 폭하니 잠기고 싶은 마음이었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한다면 여러 벌레와 벌들의 생활을 방해하는 무개념의 인간 중 하나이겠지만. 분위기를 표현하는 영어 단어들 중 내가 좋아하는, Rustic / Organic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이러한 느낌인데, 그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 행복했다. 끊임없이 사진을 찍어대며 우리는 천천히 라벤더 밭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너무 예뻤던 야생화 꽃밭

 

  야생화 꽃밭을 따라 길게 걸어가니 자연스럽게 라벤더 꽃밭을 만날 수 있었다. 라벤더가 개화하고 절정을 맞는 시기는 7월 가량이라고 해서, 혹시나 좋은 시기를 놓쳤을까 걱정을 했는데, 여전히 많은 꽃들이 만개하여 예쁜 색깔을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화창하게 갠 날씨와 햇살이 그 색감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이렇게 찍어도 예쁘고, 저렇게 찍어도 예쁘니 카메라를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내가 왜 휴대폰 베터리를 완충하고 오지 못했는지 엄청 후회했다(동시에 나는 왜 라벤더 팜에 오는 길에 기차에서 계속 휴대폰을 했었는지 반성함). 남자친구와 번갈아가며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같이 셀피도 찍으며 넓은 라벤더 농장을 즐겼다. 남자친구는 한국식 인스타그램 갬성 사진을 찍어주는 것에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나름 열심히 알려주는대로 사진을 찍는다. 게다가 쉬지 않고 셔터를 누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의외의 장면을 찍곤 하는데, 가끔은 그런 사진들이 재미있기도 하고 자연스럽고 예쁘게 나와서 마음에 든다. 이렇게 얼굴이 안나오는 블로그용 인물 사진도 가끔 건지고..?

너무 예쁜 라벤더 팜

  라벤더 농장은 정말 컸다. 설명에서 말하는 25 에이커 규모가 어떤지 개념적 이해는 잘 되지 않지만, 야생화 꽃밭이 있는 한켠 구석에서 시작해 한 줄 한 줄 넘어가며 농장 끝까지 걸었는데도 어느 포인트에서나 끝없이 라벤더가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주말인지라 예상한대로 방문한 사람들은 많았지만, 워낙 농장이 넓어 충분히 거리를 유지하며 꽃을 즐길 수 있었다. 카페와 테이블 공간에만 복잡했는데, 그 때는 잊지 않고 마스크를 착용했다. 심지어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전체의 농장이 비어있는 것처럼 주변에 사람 없이 사진을 찍을 수도 있어서 '사람이 너무 많으면 어쩌지..'했던 우리의 걱정을 한결 덜 수 있었다. 농장의 라벤더 사이 사이를 걸으며 산책하거나 사진을 찍을 때 벌이 상당히 많긴 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익숙해졌다. 큰 움직임이나 꽃을 휘젓는 과감한 행동만 하지 않으면, 벌의 공격을 받을 일은 없을 듯 했다. 벌 입장에서도 꽃에서 꿀 따고 있는데 거인이 막 가까이 다가오면 얼마나 무서울까. 사진 찍을 때 구도만 잘 잡으면 빈 공간 하나 없이 꽃밭 속에 오롯이 서 있는 사진을 찍을 수도 있어서 충분히 좋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라벤더 팜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사진
너무 예쁘다

  점심을 먹은 후 한 시간 가량이었나, 라벤더 팜을 걸으며 시간을 보내다 저녁 예약 시간에 맞춰 조금 일찍 런던으로 돌아왔다. 농장에서 기차역까지 향하는 버스가 너무 늦게 도착해서 대략 30분을 버스를 기다리며 보냈는데, 역시나 저녁에 일정이 있다보니 시간을 맞추지 못할까 조금 초조했다. 아무래도 마음 편하게 다녀오려면 시간을 좀 더 여유롭게 쓸 수 있는 일정이 좋을 듯 하다. 라벤더 팜을 떠나기 전, 아쉬운 기분이 들지 않게 가게에서 라벤더 다발 하나를 사서 집에 데려왔는데, 가까이 맡으면 느낄 수 있는 라벤더 향이 너무나도 좋다. 나와 남자친구는 하루 종일 라벤더 팜에서의 좋은 날씨와 예쁜 꽃들의 기운을 받아 행복했고 사진을 보며 기억을 되새기는 지금도 행복하다.

Mayfield Lavender Farm to London Farringdon Station
▪︎ 16:34 Croydon Lane SM7
     🚍 13m Bus 166
▪︎ 16:47 Portnalls Road
      ▾
▪︎ 17:09 Coulsdon South Station
     🚆 32m Thameslink
▪︎ 13:37 Farringdon Station

추억을 담은 라벤더 한 다발

 

 


모든 여행 에세이는 직접 여행한 후기로, 지극히 개인적인 추억의 시간과 사진들로 기록을 작성합니다.

해당 여행지의 정확한 정보를 함께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으며

여행 시기 및 현지 상황에 따라 기입된 정보는 달라질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