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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에세이/영국

영국, Peak District(피크 디스트릭트) 여행 (2) Bakewell(베이크웰) & Chatsworth House(채스워스 하우스)

by kyeeunkim 2021. 9. 3.
2021.08.18 ~ 2021.08.22

Peak District (피크 디스트릭트) 여행:

Bakewell(베이크웰), Derbyshire, England

(2) 피크 디스트릭트의 활기찬 마을, Bakewell(베이크웰)

그리고 <오만과 편견> 속 Mr.Darcy의 집, Chatsworth Hous(채스워스 하우스)

 

(1) 완전 맑은 하늘, 기분 좋다  (2) 너무 귀여웠던 애교쟁이 고양이

  다음 날에도 우리는 숙소에서 제공되는 아침을 먹었다. 아침 식사 시간이 7시부터 9시까지였던가, 아침이 제공된다는 점은 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여행을 와서 늦장 부리지 않을 수 있어 좋았다. 전날 엄청 푸짐한 아침 식사의 양을 보았던 우리는 이번에는 간단하게 식사를 신청했다. 나는 스크램블 에그, 토마토, 소세지를 토스트와 함께, 조던이는 오트밀을 먹었다.

  체크 아웃 시간은 오전 10시였지만, 다음 행선지인 Bakewell로 향하는 버스가 오전 11시 이후에 있어 우리는 주인 아주머니에게 양해를 구하고 숙소 정원에서 시간을 좀 더 보냈다. 숙소에는 강아지와 고양이들이 있었다. 강아지는 엄청 활발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녀 정신을 쏙 빼놓았고, 고양이는 은근 곁을 안 내어주는 듯 하다 살랑살랑 애교를 피우며 다가와 손길을 허락했다. 동물을 엄청 좋아하는 우리 커플에게는 짧지만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1) 함께 셀피 찍기 너무 어려운 숙소 강아지  (2) 자기 옆에 고양이가 와주었다며 행복한 조던이

Hathersage to Bakewell
▪︎ 11:10 Hathersage / Little John
      🚍  35 m Bus 257
▪︎ 11:45 Bakewell / Square

(1) Bye, Hathersage  (2) Hello, Bakewell

  여행 일정을 알아볼 때, 헤더세이지와 베이크웰을 연결하는 버스가 있어서 우리는 나머지 2박을 베이크웰에서 지내기로 했다. 이전에 Cotswold를 여행할 때도 그랬지만,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은 지역들은 시골 마을들을 연결하는 버스가 있다. 다만 배차 간격이 어마무시해서 그렇지 이동 수단은 꼭 있다. 헤더세이지에서 베이크웰로 향하는 버스는 하루에 세 편으로 오전에 출발하는 11시 버스를 놓치면 끝장이어서 우리는 늦지 않게 버스역으로 향했다.

  영국에서, 특히 시골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일은 마음 졸이는 일이다. 이후에도 벌어지는 일이지만, 버스 예정 시간이 꼭 정확하진 않아서 가끔 예정 시간보다 버스가 일찍 지나쳐 버렸으면 어쩌지, 라는 불안은 늘 감당해야 한다. 심지어 버스 추적 서비스도 없어서 21세기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그저 기다려야 함. 이번에 우리는 다행히 버스를 놓치지 않았고 무사히 베이크웰로 향할 수 있었다(현금 대신 Contactless 결제가 가능해서 무척 편리했다. 코로나로 인한 변화라니 아이러니하다.).

Bakewell 마을 풍경들

Bakewell(베이크웰), Derbyshire, England
  Bakewell(베이크웰)은 영국 Derbyshire에 위치한 마을로 Peak District 국립공원에서 가장 큰 정착지이자 국립공원 관리청 사무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Sheffield에서 남서쪽으로 약 21km 떨어진 곳으로 주변에는 Wye 강이 흐른다. 그 강을 가로지르는 아치형의 다리가 총 5개 있는데 이들은 모두 13세기에 건설된 것이다. Chatsworth House와 Hadden Hall과 같은 역사적 건물들을 방문하기에 접근성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마을 중 하나이다.

  여행 계획을 할 당시에는 기차역이 있던 헤더세이지와 달리 베이크웰은 그렇지 않아 좀 더 작은 마을이 아닐까 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베이크웰은 엄청 큰 마을이었다. 기차역만 없을 뿐, 한 눈에 보기에도 마을 크기가 크고 대형 체인 가게들이 있었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주말과 가까운 금요일이라 방문객들이 많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도 마을의 활기가 달랐다. 알고 보니 과거에는 기차역도 있었고 현재 폐쇄되어 사용되지 않을 뿐, 마을은 피크 디스트릭트 지역에서 큰 정착지 중 하나였다.

너무 웃기고 귀여웠던 오리의 사냥

  베이크웰에서 지낼 숙소 체크인 시간은 오후 3시 이후여서 일찍 도착한 우리는 상황을 설명하고 짐만 맡기기로 했다. 다행히 숙소 관리자 분이 우리 이후의 일정을 이해해 주어서 짐도 맡기고 열쇠도 미리 받을 수 있었다. 마을 구경을 잠깐 한 후, 시간에 맞춰 Chatsworth House로 향할 일정이었던 우리는 체크인 시간에 맞춰서 돌아올 수 없었기에 그 작은 배려가 고마웠다.

  이후 우리는 카페에 들러 스콘과 음료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마을을 돌아다녔다. 마을에 다리가 많다고 하더니 강을 따라 걸을 때 곳곳에 다리를 볼 수 있었고(꼭 아치형 다리가 아니더라도 강을 건너 마을 반대쪽으로 향하는 길로 다리가 필요했다.) 영국 시골만의 아기자기함과 방문객들의 생기를 모두 느낄 수 있었다.

 

  베이크웰에서 채스워스 하우스를 연결하는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번씩 있었다. 오후 3시 15분 입장 티켓을 예매해 둔 우리는 그에 맞춰 버스를 기다렸다.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버스에 놓치지 않고 탈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버스의 Contactless 결제 기계가 고장나서 급하게 현금을 뽑아야 했다. 버스를 놓치게 될까 걱정했지만 친절한 버스 운전사는 아직 출발 시간까지 남았으니 다녀오라며 은행 위치까지 알려주어 무사히 시간에 맞게 채스워스 하우스로 향할 수 있었다.

Bakewell to Chatsworth House
▪︎ 14:40 Bakewell / Square (Stand D)
      🚍  12 m Bus 218
▪︎ 14:52 Chatsworth House

멀리 보이는 순간부터 나의 가슴을 뛰게 한 Chatsworth House

Chatsworth House(채스워스 하우스), Derbyshire, England
  Chatsworth House(채스워스 하우스)는 영국 Derbyshire에 있는 저택으로 1552년 윌리엄 캐번디시(William Cavendish)와 그의 아내 하드윅의 베스(Bess of Hardwick)이 건설했다. Bakewell과는 북동쪽으로 5.6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17세기에는 고전주의 양식으로의 개조 공사가 있었고, 18세기에는 Derwent 강을 건너는 다리를 건설했다. 건물 내부는 엘리자베스 양식으로 장식되었다.
  채스워스 하우스는 영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집으로 여러번 선택될 만큼 인기가 많으며, 여러 명작과 가구, 신고전주의 조각 및 고전 등 중요한 컬렉션이 있다. 정원에는 8km가 넘는 산책로가 있고, 다양한 종류의 나무와 식물, 조각상, 분수대, 폭포 등이 여러 테마에 따라 정원 곳곳을 이루고 있다. 영화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 ‘공작부인(The Duchess)’가 촬영된 곳으로 유명하다.

  채스워스 하우스는 내가 영국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들 중 하나였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의 촬영지였고, 그 분위기나 풍경이 너무 예쁘고 내 취향이었다. 영화 촬영을 위한 세트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존재하는 집이라고 하니 더욱 흥미롭기도 했다. 하지만 약간 꿈의 장소였달까. 위치도 엄청 멀어 보였고, 유명한 도시 근처도 아니어서 여행 갈 일이 있을까 하던 곳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피크 디스트릭트를 여행지로 정하게 되면서 채스워스 하우스가 가까운 목적지가 되니 절대 빼놓을 수 없었다. 사실 조던은 이 장소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연관된 영화들을 본 적도 없어서 "채스워스 하우스는 무조건 가야해!"라고 외치는 나의 주장을 처음에는 공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원한다고 이렇게 오는 길 다 찾아주고 표까지 예약해주는 착한 조던이, 고마워.

너무 예쁜 Chatsworth House

  다행히 날씨도 무척이나 맑았고 관광객들이 많긴 했지만 시간별 예약제를 운영하고 있었기에 덜 복잡했다. 게다가 워낙 채스워스 하우스가 있는 대지 자체가 아무것도 없고 넓다. 티켓은 헤더세이지에 있을 때 예약했는데, 가능한 시간 중에 가장 빠른 시간이 오후 3시 15분이었다. 3시 쯤 도착한 우리는 채스워스 하우스를 멀리서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강 쪽으로 먼저 향했다. 잔디밭 곳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피크닉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입장 시간 전까지 강 쪽에서 시간을 보냈다
보이는 장면 하나하나가 다 예뻤던 Chatsworth House

  입장 시간이 다가오면서 그 전에 입구 이외에 보이는 다른 건물을 먼저 가보았다. 레스토랑, 카페, 기념품점과 체험학습이 가능한 Farmyard와 Playground가 있는 공간이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조던이 티켓 예약을 하면서 레스토랑 예약이 가능한지 확인해 보았던 것 같은데, 이미 만석이었다. 식사가 가능했으면 일찍 왔을 수도 있지만, 사실 크게 원하지 않았기에 상관 없었다(게다가 가격이 엄청 사악하겠지.). 기념품점을 제외하고는 입장할 수 있는 공간은 없어서 그냥 슥 둘러보고 정식 입구로 향했다.

그냥 막 찍어도 너무 멋진 장면들
입구를 지나 기나긴 길을 따라가면 집으로 들어가는 문이 나온다

  티켓은 집과 정원을 함께 둘러보는 것 / 정원만 둘러보는 것 / 체험학습 정도로 나뉘어 있었는데, 우리는 집와 정원을 함께 둘러보는 것을 예매했다. 해당 티켓 가격이 성인 £24였는데, 처음에는 상당히 비싸다 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입장 후에 납득이 되었다. 너무 넓어, 너무 커. 솔직히 입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냥 집 구경 다 하고 정원 좀 돌아보면 끝 아닌가? 대충 두 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 조금 비싸긴 하다.'라고 생각했지만, 이후 카페, 레스토랑, 정원에서의 느긋한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니 대략 4만원 가량의 티켓이 전혀 아까운 것 같지 않았다. 거의 영국의 베르사유 궁전 같았달까. 그리고 무엇보다 두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왜 오후 입장 예매가 가능했는지 알 것 같다.

현대 예술가 Damien Hirst의 작품이 있는 거대한 홀
여러 예술 작품들 및 소장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집 건물로 들어서 간단한 안내 후 관람을 시작했는데, 조던이 지도를 받는걸 보는 순간까지도 왜 지도가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집 내부를 관람하는 동선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고(예전 상황을 모르니 비교할 순 없지만, 일방 통행만이 가능했다. 되돌아 갈 수 없었음.) 시기에 따라 전시 작품들을 바꾸는 듯 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의 전시 주제는 <Life Stories exhibition>과 <The Devonshire Hunting Tapestry display>였다. Henry 8세의 묵주나 5대 데본셔 공작의 부인이었던 Georgiana의 초상화(영화 '공작부인'의 실제 인물 아닌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인 것은 알았지만, 실제 인물의 초상화를 보게 되니 신기했다.), 이 집을 지은 공작 부인 Bess of Hardwick의 초상화 및 그녀의 진주 목걸이 등 오래된 소장품들은 매우 흥미로웠다. 역사가 깊은 공작 가문의 소장품들은 이런 것들이 있구나, 라는 생각.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리게 하는 점핑 토깽이

  또한 유물로 내려온 역사적 소장품 이외에도 현대 예술 작품들도 많았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현대 예술가 Damien Hirst의 전시를 보면서 이런 작품들은 도대체 누가 소비하나, 했는데 이런 사람들이 소비하는 거였다ㅋㅋㅋ 이들은 이런 거대한 규모의 작품들도 그냥 인터넷 쇼핑하듯이 턱턱 사겠지. 물론 돈도 있고 그 작품을 놓을 공간도 충분하니 안될 것도 없다. 또 작품이 팔려야 예술가도 먹고 살죠..

  전통적인 예술 양식을 가진 건물과 현대 예술이 잘 어울릴까 싶지만 정작 전시된 것을 보니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좋았다. 약간의 위트와 좀 더 생기 발랄한 컬러를 더해주는 느낌? 

다양한 소장품들이 전시된 수많은 방들, 납득할 수 있는 맥시멀리스트다
여러 그림들 중 마음에 들었던 그림 하나

  제한된 구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개된 모든 공간은 정말 수많은 소장품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영국의 귀족들은 진정한 맥시멀리스트이자 컬렉터들이 아닌가 했음. 정말 꼼꼼히 살펴보지 않으면 지나칠 공간에도 찬장들이 있었는데, 그 안에 도자기 그릇, 찻잔 세트 등 빼곡히 진열되어 있었고, 벽을 가득 채우는 수많은 그림들은 가끔 시선이 닿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꽉 찬 공간들이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 같다. 거대한 궁전 같은 집이 미니멀리스트의 공간처럼 비어있으면 좀 휑하게 보일 것 같기도 하고. 역사적 가치에 따라 유지할 것은 유지하면서도 각 시대의 트렌드와 유행을 반영했을거라 생각하니 시간이 만들어 내는 가치가 엄청나게 느껴진다.

커플 전신샷을 남길 수 있는 유일한 기회, 거울샷

  신분 제도는 폐지되었지만, 여전히 왕실과 작위가 유지되는 영국의 정말 독특한 사회의 모습을 이번에 가까이 느낄 수 있었다. 영국은 아직 전통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들이 많고, 왕실이 유지되는 것과 같이 부와 가문에 따라 계급이 존재하는 사회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영국에 살면서 그것을 직접 느낄 기회는 별로 없기에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런 계층 차이야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고 별세계에 사는 듯한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 하지만 이번에 채스워스 하우스를 방문하여 하나의 가문이 가진 역사적 시간과 그를 따라 내려온 소유물들을 경험하니 정말 다른 세상이구나,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부유함보다도 가문이 이어지며 지켜온 역사와 시간의 가치는 감히 따라갈 수가 없을테니 말이다.

민트색이 예쁜 복도 공간
거대한 계단과 천장화가 화려했던 주요 라운지
엄청 에뻤던 Chatsworth House의 다양한 공간들

  사실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을 봤을 때, 더이상 이런 궁전이나 대저택 구경에 새로울 것은 없을거라 생각했다. 오래된 집안에 수백년 전에나 썼을 것 같은 침실 혹은 식당의 모습을 보아도 '와, 화려하네.' 혹은 '예전 왕실이나 귀족들은 이렇게 살았구나.'라고 느꼈을 뿐 그다지 감흥이 크지도 않았다. 그래서 베르사유 궁전을 두번째 방문한 이후로 다른 나라에 가더라도 궁전이나 대저택 구경을 딱히 하지 않았다. 보게 되더라도 아주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곤 했지. 하지만 채스워스 하우스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우리 예전에 이렇게 살았어요.'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우리가 가진 공간의 역사는 이러합니다.'라는 느낌이랄까. 나름 자세히 관찰하며 즐겁게 관람했다.

  아, 그리고 조금 짜증났던 일이 있었다. 바로 중국인 관광객 때문. 거대한 계단과 천장화 및 벽화가 가득했던 화려한 라운지 공간에서 몇몇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화보를 찍고 싶은건지 한참이나 계단 위에서 이렇게 저렇게 포즈를 취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비켜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중앙에 서서 포즈를 취했다가 옆쪽으로 섰다가, 뒷모습도 찍었다가... 한 번은 마스크를 벗고 찍으려다가 직원의 제재를 받기도 했는데, 이후에도 자신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돌아가면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관람과 동선에 불편을 끼치고 있다는 자각이 전혀 없는 듯 했다. 아니면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는 뻔뻔함을 가진걸까. 암만 봐도 그냥 인스타그램에 올릴 정도의 사진을 찍는 것 같은데, 뭘 얼마나 대단한 것을 찍겠다고.. 하지만 그런 중국인 관람객 무리가 꽤나 있어서(게다가 관람 타임이 비슷했는지 계속 동선이 겹쳤다.) 순간 짜증이 확 몰려왔다. 게다가 관람이 끝난 후 버스 정류장에서 그 무리들을 마주쳤는데, 가져온 해바라기 꽃다발은 사진 촬영용이었는지 그 외 소품들과 함께 쓰레기통에 싹 다 버리고 갔더라. 중국인 관광객들의 안하무인 비매너는 여행할 때마다 많이 겪었지만, 한동안 여행이 어려웠던 터라 잠깐 잊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겪으니 너무 짜증났다. 즌쯔 그르지들 므르...하.

영화에서도 많이 사용된 대리석 조각품들, 실제 공작 가문의 소장품이었다
The Devonshire Hunting Tapestry display

  집 내부 관람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때 여러 대리석 조각품들을 볼 수 있었고(영화에서도 많이 사용되어 익숙했다.) 특별 전시용으로 배치된 태피스트리 작품도 볼 수 있었다. 엄청 거대한 사이즈여서 놀라웠다. 그 외에 곳곳에 걸린 다양한 샹들리에(사슴 뿔 모양이 제일 예뻤다.) 아래를 지나쳐 출구로 향하니 기념품점과 연결이 되면서 정원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정원은, 나의 예상을 뛰어넘어 어마무시한 크기를 자랑했고, 실내와는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었다.

엄청나게 넓고 컸던 저택의 정원, 지도가 왜 필요한지 알 수 있었다

  우선 끝없이 펼쳐진 넓은 정원이 눈에 보였는데,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이후 포스팅을 위해 자료 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정원의 산책로만 8km가 넘는다고 하니, 그 규모를 대략 상상할 수 있을 듯 하다(8km면 전날 우리가 걸었던 트래킹 루트의 절반 정도..) 정원은 그저 넓은 잔디밭 뿐만 아니라 컨셉과 테마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고, 정확한 방향과 길을 찾기 위해선 지도가 정말 필수였다. 난 정원은 그냥 꽃이랑 나무 심고 가끔 먹고 싶은 야채나 허브 정도 가꾸는게 전부인 줄 알았지, 왕족이 아니고도 지도가 필요한 정도의 정원을 가질 수도 있구나. 정원 구경하겠다고 다리 아프게 숨 헐떡이면서 걸은 건 또 베르사유 궁전 이후로 처음이네, 정말.

꼭 보고 싶었던 장면, 너무 멋지다

  정원에서는 내가 꼭 보고 싶었던 장면이 있었기에 관람 시간이 종료되기 전까지 부지런히 그 포인트를 찾아 향했는데, 하필 그 포인트가 정원의 끝 중에 끝에 있었다. 영화에서 볼 때는 저택 앞 쪽에 그냥 작은 분수대가 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크고 길고 멀 줄이야.. 원하던 장면을 보기 위한 포인트에 도착했을 때 실제로 보인 장면은 저택이 너무 쬐그만하게 보여서 조금 당황했지만, 괜찮다, 카메라로 줌인을 하면 되니까. 영화에서 보인 장면도 딱 줌인을 했을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어쩐지 호수 같더라니. 아무튼 정말 꿈에 그리던 장면을 직접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이 풍경 보겠다고 또 다시 다리 아프게 걸어야 했지만, 후회가 없을 정도로 예뻤다.

멋진 장면은 다시 한 번, 다른 각도로 또 한 번

  보고 싶은 풍경을 후다닥 본 후, 한 시간도 채 남지 않은 나머지 관람 시간은 조던이가 원하는 곳을 찾기로 했다. 미로에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다며 미로 공원으로 향했고, 짧은 미로 탐험을 했다. 어렵지 않게 길을 찾더니 미로 중심부에 있는 중앙 관람대에 올라 전망을 한번 보고는 다시금 출구를 찾아 나섰다. 난 그냥 뒤에서 쫄래쫄래.. 엄청 크거나 복잡한 미로는 아니었고 어느 정도 왔다 갔다 하면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도였지만, 정원 한 구석에 이런 미로라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 외에 조던이가 한 군데 더 구경하고 싶어했던 정원이 있었는데, 끝끝내 찾지 못했다. 시간이 너무 촉박한 와중에도 나가는 길에라도 들러보자며 열심히 길을 찾았지만, 정확히 어떤 부분인지 알 수 없었다. 조던이는 무척 아쉬워 했지만, 관람 시간이 종료되어 다른 방법이 없었다. 정원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좀 더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와야 했음을 배웠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올 수 있길!

관람 시간 종료 전까지 알차게 즐긴 정원, 마지막으로 들렀던 미로 공원

  그렇게 정원을 빠져나온 우리는 내렸던 버스 정류장에서 베이크웰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여기서 앞서 말한 영국 시골 마을의 버스 오류를 경험하고 마는데, 안내된 정보로는 채스워스 하우스에서 베이크웰로 향하는 버스는 오후 5시 4분과 6시 20분에 있었다. 채스워스 하우스 관람 시간이 오후 5시에 종료되었으니 조금 늦게 나온 우리는 5시 4분 버스를 놓치고 말았고, 마지막 버스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거의 한 시간에 하나 꼴로 있는 버스지만 운행이 종료된 것은 아니었으니 다행이라 생각하며 느긋하게 기다렸다. 버스 정류장에는 비록 행선지는 알 수 없어도 버스를 기다리는 다른 사람들도 꽤 많았고, 그들 대부분은 채스워스 하우스 내 식당이나 카페에서 일하는 직원 같아 보여서 이렇게 오랜 시간 버스를 기다리는 것이 큰 일은 아니구나 싶었다. 하지만 예상했던 6시 20분이 지나도록 어떤 버스도 구경할 수 없으니 점점 불안해졌다. 친구들끼리 놀러온 (그 짜증났던) 중국 관광객들과 몇몇 다른 사람들이 택시를 불러 떠나는 것을 보며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휴대폰으로 검색을 해보던 조던이 마침 버스를 추적할 수 있는 사이트를 알아냈고(어떻게 검색한건지 신기할 따름), 7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베이크웰 방향으로 다가오는 버스 한 대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업데이트 되는 실시간 위치를 확인하던 와중 그 버스는 채스워스 하우스 역을 들르지 않고 베이크웰까지 향하는 것을 보고 말았다.

  무슨 오류였을지 모르나 마지막이라고 예상했던 버스가 채스워스 하우스에 들르지 않은 것을 확인하자 마자 조던이는 바로 택시 회사로 전화를 했다(그 와중에 다른 사람이 부른 택시 회사 번호를 보고 외워둔 것이 정말 신기하고 대단). 택시는 10분 정도 걸려 금방 도착했고, 우리가 택시를 타고 돌아나오는 길에 베이크웰에서 반환점을 돌아온 버스(채스워스 하우스 역을 지나친 그 버스)가 역으로 들어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버스는 반대편으로 향하는 것이니 뒤늦게 버스가 온 것에 대해 아쉬울 것도 없지만, 조던이는 종종 발생하는 이와 같은 버스 오류가 짜증난다며 한동안 약속된 것이 지켜지지 않는 시스템에 대해 불평을 뱉어냈다. 그래도 조던이의 센스있는 대처 덕분에 우리는 무사히 베이크웰로 돌아올 수 있었다(택시 가격은 현금으로 £10였다.).

저녁으로 먹은 인도 요리와 맥주 한 잔을 위해 들른 펍

  베이크웰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인도 식당 Rajas Indian Restaurant로 향했다. 저녁을 먹을 식당을 검색하는 와중에 높은 평점을 가지고 있는 식당이기도 했고, 오랜만에 레스토랑에서 먹는 인도 음식이 끌리기도 해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예약을 해두었다. 예약 시간을 조율하는데 저녁 7시도 안되고 7시 15분도 안되고 7시 30분에만 된다고 하더니 도착해보니 정말 식당이 꽉 찰 정도로 사람들이 많은 식당이었다. 우리는 Prawn Puree, Chicken Tandoori, Lamb Tikka Bhuna 그리고 Pilau Rice를 주문했다. 인도 음식 메뉴는 조던이한테 맡겨두면 맛있는 것만 잘 골라서 주문해준다. Puree는 처음 먹어보는 것이었는데, 부드럽고 맛있었다. 그리고 향신료가 담뿍 들어간 인도 커리는 맛이 없을 수가 없죠. 저녁을 먹은 후 우리는 근처 펍에 들러 맥주 한 잔을 하며 다음 날 일정에 대해 조사했다.

 

  날씨도 완벽하고 꿈에 그리던 장소를 방문했던 너무 행복한 하루였다. 처음에는 채스워스 하우스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어 내가 느끼는 감동에 큰 공감을 하지 못하던 조던이도 이후에는 "좋은 곳을 알려줘서 고마워, 나도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라고 말할 정도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어서 너무 고맙고 좋았다.

 

 

+덧, 이 날도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엄청 걸었다. 휴대폰 만보기에 기록된 바로는 18,515보 - 12.3km를 걸었다. 저택과 정원이 엄청나게 넓으니 트래킹과는 느낌은 다르지만 아주 버금가는구먼.

 

 


모든 여행 에세이는 직접 여행한 후기로, 지극히 개인적인 추억의 시간과 사진들로 기록을 작성합니다.

해당 여행지의 정확한 정보를 함께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으며

여행 시기 및 현지 상황에 따라 기입된 정보는 달라질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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