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4
이번 주는 정해진 업무 일정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주 목요일에 다른 패턴사도 "다음 주 일정에 대해 미리 이야기할까?"라며 디자이너와 이야기를 하던데, 디자이너가 "급한건 대충 끝나서 다음주는 큰 일정이 없을 것 같아. 많아 봤자 한 번 정도?"라고 대답하는 것을 들었다. 나에게도 비슷하게 일정 조정을 한 후에 연락하겠다고 했는데, 수요일인 오늘까지도 별 다른 연락이 없는 것으로 보아 급하게 처리해야 할 패턴 업무가 많지 않은 듯 하다. ...아니면, 설마 짤린건가?(으앙) 그래도 7월달에 일한 날짜가 있으니 만약 짤렸으면 인보이스 보내달라고 할 테니 우선은 초조하지 않은 마음으로 갑작스럽게 맞은 여유를 즐겨볼까 한다(다리는 떨림, 달달달달). 이게 프리랜서의 삶인가 하면서도, 이런 여유를 생각하니 여성복 스튜디오 한 곳만 더 뚫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다. 이제 또 슬슬 알아보면서 다른 Pattern Cutting job도 지원해 봐야지. 추가적인 업무 옵션을 마련해 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끝나지 않을 듯 매일 오던 비는 지난 주말을 끝으로 멎어가는가 하더니, 월요일에 엄청난 폭우량을 보이고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비구름이 월요일 저녁에 모든 비를 다 토내해나 싶을 정도로 쏟아내더니 런던의 몇몇 장소들은 침수되어 난리였던 듯 하다. Euston 역도 잠겨서 일시적으로 닫았었고(그래서 그 때 남자친구의 친구가 스코틀랜드에서 런던으로 돌아오지 못한다고 했던 듯), 뉴스나 소셜 네트워크에 침수된 상황을 보여주는 비디오들이 올라왔었다. 다음날 확인한 수치로는 평균 한 달 동안의 강수량이 월요일 저녁 하루만에 쏟아졌다고 하니 얼마나 어마무시했을지. 다행히 우리 지역은 그런 피해가 없었던 듯 하고, 우리집도 2층 플랏이라 마냥 쏟아지는 비를 구경하기만 했다. 절대 lower ground 집으로 이사가지 말자며, 만약 집을 사게 되면 insurance도 들어야 겠다며 슬쩍 이야기 했던 듯. 바램으로는 그냥 그런 걱정 없는 집을 사면 안되나 싶지만, 영국은 워낙 오래된 집들이 많아서 그런 점도 고려해야 할 듯 하다.
시간적 여유도 많고 최근에 동기 부여 된 요리 욕구 때문에 요즘은 너무 잘 먹고 잘 산다. 비가 그치면서 날씨가 좋아졌고, 다시금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 오나, 하는 생각과 함께 토마토 마리네이드를 만들었다. 바삭하게 구운 토스트에 얹어 먹으면 그렇게 시원하고 맛있을 수가 없다. 이번엔 방울토마토 2팩을 사서 왕창 만들어 뒀다(근데 벌써 점심 두 번으로 먹으니 거의 다 먹어감.). 옆엔 영국에서 처음 사먹어 본 수박. 한국과는 다르게 영국 수박은 크기가 작은데, 아무리 크기가 작아도 수박을 혼자 사먹기엔 늘 애매해서 살 생각조차 안하다가 지금은 같이 먹을 사람이 있으니까 한번 사봤다. 요즘 인스타그램에 수박 자르는 영상이 종종 뜨길래 따라해 볼 겸, 잘라서 차곡차곡 통에 넣어두니 꺼내먹기 편하고 좋다. 그리고 간식으로 공갈빵도 만들어 봤다. 한국에서 가져 온 호떡 믹스가 있었는데, 호떡을 해먹기엔 날씨가 아쉽고 엄청 좋아하는(없어서 못 먹는) 공갈빵을 만들었다. 너무 많이 만드나 싶어서 제품 설명 레시피에 있던 시나몬 롤도 시도해 봤는데, 전부 다 공갈빵으로 만들걸 싶었다. 비록 구멍이 나서 설탕 시럽이 다 삐져 나왔지만, 그래도 부풀기도 약간 부풀고 바삭바삭하니 맛은 좋았다. 남자친구도 처음 보는 모양에 신기해 하더니 맛있다고 좋아함. 내가 만들어 주는 것 중에 싫다는거 별로 못 봤지. 그나저나 왜 계속 구우면 반죽이 터져서 설탕이 삐져나올까? 흑흑. 다음에 만들 때는 또 조심해서 시도해 봐야지.
그리고 최근 저녁으로 해먹었던 쭈꾸미 볶음. 지난 번에 남자친구랑 한인 마트에 갔을 때 냉동 쭈꾸미를 보고 뭔지 궁금해 해서 "작은 오징어인 셈이야. 매운 볶음이나 전골로 해먹어."라고 했더니 먹어보고 싶다며 구입했었다. 사실 야채는 아니더라도 소스는 들어있을 줄 알았는데, 정말 냉동 쭈꾸미만 들어있어서 약간 당황했었다. 설마 손질도 내가 해야하나? 했는데, 그건 아니었고 내장이랑 눈, 이빨은 다 제거되어 있었다. 손질되어 있어서 세척도 그냥 대충하면 되지 않을까 싶긴 했는데, 그래도 소금이랑 밀가루로 한번 빡빡 씻어내고 후루룩 볶음으로 만들었다. 레시피는 친절하신 네이버 블로그 및 유튜브 만렙 요리사 분들 것을 참고했는데, 사실 난 정량 안 지키는 편이라(..) 그냥 무슨 양념들이 들어가는지만 참고해서 멋대로 만들었다. 조금 맵게 만들어지긴 했지만, 매운거 잘 먹는 남친한테는 합격, 난 씁쓰읍 거려가며 잘 먹었다. 남자친구가 요리책을 참고해서 새로운 스타일의 새우 커리도 만들어 줬는데, 사진을 안 찍어둔 것을 보니 아마 마음 급하고 배고파서 급하게 먹었나 보다. 나름 크리미하면서도 가벼운 느낌의 색다른 커리여서 마음에 들었는데. 요즘 우리 둘이 번갈아가며 서로 다양한 요리를 많이 해서 식생활이 매우 좋다.
오늘은 방 정리를 조금 했다. 재택 근무를 하는 남자친구가 거의 거실 큰 테이블을 사용하고 나는 Studay room의 내 테이블을 사용하는데, 아무래도 Study room은 정리가 덜 된 느낌에다 구석에 위치한 테이블은 낮에도 어두운 느낌이 들어서 조금 불만이었다. 나도 창문을 마주하면서 밖의 빛을 느끼며 일하고 싶었고 좀더 공간을 효율적으로 써야곘다 싶어 마음 먹고 구조를 바꾸었다. 책상에 쌓여가던 물건들도 정리하고. 나는 엄청난 깔끔쟁이는 아니지만 정리되지 않은 상태는 또 다른 스트레스로 다가와서 계속해서 외면하며 미루다가 결국 오늘처럼 마음 잡고 정리하면 기분이 새로워지곤 한다. 정리해서 공간이 많아진 책상을 보니 랩탑을 한 쪽에 밀어 쓰고 나머지 공간에서 좀 더 (컴퓨터를 안 쓰는) 작업들을 하고 싶다. 이제 진짜 정말 책상 위에 다른 잡다한 물건 두지 말아야지(제발). 침대방의 옷장도 정리를 조금 했는데, 내일은 침대 방향을 바꿔볼까 한다. 일 없을 때 이런거 해두고 refresh하는 것도 중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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