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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기록장/2021년

[영국생활] Day+1770 전시 관람으로 꽉 찬 주말 & 쿠키샵 CRÈME

by kyeeunkim 2021. 7. 19.

2021.07.18

  일기가 점차 하루하루 밀리는 것 같아 영 찜찜하다. 몰아 쓰다 보니 길게 쓰게 되는 것 같고. 물론 한번 글쓰기를 시작하면 주절주절 수다쟁이가 되어서 짧은 시간에 포스팅을 마치지 못하는 나의 탓이 제일 크다. 앞으로는 짧게 자주 써보도록 하고 지난 4일 동안의 일정을 기록해볼까 한다.

(1) 고등어와 야채 구이  (2) 떡피자와 식빵 피자

  나와 남자친구는 모두 요리에 관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시도하지만, 아무래도 평일에는 시간적 여유가 좀 더 많은(그리고 좀 더 능숙한?) 내가 요리를 많이 한다. 생선 요리는 귀찮을 때 많이 하는 쉬운 요리 중에 하나인데, 이번에는 특별하게 고등어를 사봤다. 얼마 전에 강레오 셰프 유튜브에서 생선 굽는 법을 슬쩍 봤던지라 실제로 시도해 보고 싶었다. 껍질에 칼집을 넣고 오일을 두른 팬에 그저 내버려 두기만 하면 되는 엄청 쉬운 방법이었는데, 정말 생선이 타지 않고 껍질도 바삭하게 요리되어 좋았다. 편한 스킬 하나 득템, 어예!

  그리고 금요일이었나, 점심으로 먹은 떡피자와 식빵 피자. 어렸을 때 엄마가 떡피자를 만들어 주셨는데, 나에게는 정말 보통의 피자보다도 맛있었던 최고의 요리 중 하나로 기억된다. 떡 킬러인 나에게는 피자헛(내가 어렸을 땐 피자헛이 일반적인 피자집이었다.)의 피자보다 떡피자가 더 맛있고 좋았던 것 같은데, 식품영양학과를 나오신 우리 엄마에게는 일반 피자의 밀가루 도우나 떡피자의 떡 도우나 다 탄수화물 덩어리로 보이셨나 보다. 두어번 만들어 주셨던 것 같은데, 나중에 좀 크고 나니 암만 만들어 달라고 졸라도 안 만들어 주심(..) 결국 그 맛을 잊지 못한 어린이는 어른이 되어 스스로 해먹습니다, 심지어 런던에서. 식빵 피자는 떡의 식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자친구를 위해(열심히 일하는 애 점심을 굶길 수도 없구..) 따로 만들었다. 떡피자도 한 입 맛 보여줬지만 결국엔 따로 따로 먹었다는 이야기.

대영박물관의 <Nero> 전시 관람

  금요일 저녁에는 역사 전시회 일정이 있었다. Nero 황제에 대한 전시였는데, 덕분에 역사 공부 좀 했다. 이후에 후기를 쓰기 위해 학생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더니 나중에 남자친구가 "와, 블로그의 엄청난 긍정적인 영향인데?"라고 했다. 응, 알아 나도 내가 사서 고생하는 스타일이란 거. 하지만 또 성격이 할 때 제대로 안하면 만족을 못 해가지구. 최대한 자료 조사 및 후기 포스팅 시간을 단축하고 싶은데, 한동안은 좀 더 시행착오를 겪어야 되지 않나 싶다. 아무튼 남자친구가 가고 싶대서 따라간 역사 전시. 한적한 박물관에서 고대 유물 실컷 구경한 이후에는 근처에서 식당을 찾아 저녁을 먹었다. 처음에는 박물관 가는 길에 지나쳤던 터키 음식점을 갔는데, 야외 자리를 일찍 마감해서 발길을 돌렸다. 박물관 근처에는 다른 많은 식당들이 있어서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라멘 음식점을 갔는데, 야외 자리가 꽉 차 있었다. 테이블 안내 순서를 기다리며 서성이고 있었더니 식사를 끝내고 계산을 마치던 한 중년 커플이 "우리 이제 계산하고 갈거니까, 바깥 자리를 원하는 거라면 곧 비켜줄게, 기다려."라고 하셨다. 부담 주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우리가 식당을 찾아 다니는 모습을 보셨던 모양. 떠날 때에도 "저녁 맛있게 먹어."라고 해주셔서 감사했다. 친절한 커플 덕분에 야외 자리에 앉아 마음 편하게 저녁을 먹었다.

▪︎ Menya Ramen House
Address : 29 Museum St, London WC1A 1LH
Open : Sunday 12:00 ~ 16:00 / Monday 12:00 ~ 17:00
              Tuesday - Saturday 12:00 ~ 15:30, 17:30 ~ 21:30

Website : https://www.instagram.com/menya.ramen/?hl=en

(1) Menya Ramen House에서 먹은 저녁  (2) The Plough에서의 대왕 칵테일

  나는 Miso Ramen을 주문했고 남자친구는 기본 대표 메뉴인 Menya Ramen을 주문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레스토랑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한국인인가 싶었는데, 이유가 메뉴에 Kimchi Ramen도 있고 Sundubu Ramen도 있었기 때문이다. 김치야 이제 워낙 많은 레스토랑에서 쓰는 재료라 새롭지 않지만 순두부를 soft tofu가 아닌 'Sundubu'라고 칭하는 건 한국인 말고는 없을 것 같아서다. 직원분이 한국말을 하시나? 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정확하게 듣지 못해서 확신할 순 없고 그저 추측만 엄청 했다. 아무튼 일본식 라멘은 국물 맛이 중요한데 느끼하지 않고 맛있었다. 미소 된장이 들어가서 너무 짜지 않을까 좀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일반 국물보다 맛은 강해도 엄청 짜다고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근처 펍으로 향해(남자친구가 또 현금 뽑아오면서 야외 테이블 있는 펍을 발견하고 말았지 뭐야.) 드링크를 한잔씩 했다. 막 저녁을 먹은 터라 가볍게 한 잔 마시자 해서 남자친구는 와인, 나는 칵테일을 주문했는데, 오우 칵테일 잔 크기 보소. 내가 지금껏 여러 칵테일들을 마셔봤지만 저렇게 큰 잔에 가득 주는 칵테일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도 많이 주니 좋긴 좋더라, 한 잔만으로도 홀짝이면서 수다를 엄청 떨었으니 말이다.

Hayward Gallery에서, 엄청나게 파란 하늘

  이번 주말에 남자친구는 친구들과 Boys' Weekend 계획이 있었다. 말만 거창하고 그냥 남자 애들끼리 놀러 갔다 오겠다는 그런 소리다. 내가 런던에 살아서 Girls' Weekend를 못 하는 것을 다행으로 알아야 할텐데. 암튼 평소 주말이면 자고 있을 시간부터 일어나서 부산스럽게 준비하더니 아침 일찍 슝 떠나버렸다. "손 소독제 어디있어?", "이번에는 선글라스 안 잃어버려야지."라며 옆에서 부스럭 거린 탓에 나도 얼떨결에 일찍 눈이 떠졌다. 곧 끝나가는 전시를 갈 계획이었기에 나 또한 일어나자 마자 샤워를 하고 외출 준비를 마쳤다. 외출 전에 한국에 있는 부모님이랑 통화도 살짝 하고, 티켓도 미리 예약한 후에 길을 나섰다.

  이번 주말 날씨는 정말 최고였다. 정말 구름 한 점 없는 완벽한 날씨였다. 원래는 라벤더 팜에 갈려고 했는데, 남자친구가 "알고보니 친구들이랑 여행 일정이 이번 주말이었어!"하며 초를 치는 바람에 한동안 라벤더 팜 일정은 미뤄지게 되었다(앞으로의 주말 날씨는 그닥 좋지 않아서). 이번 주말이 최고였는데 말이지. 아무튼 혼자 향한 전시들은 Southbank Centre의 Hayward Gallery에서 하고 있는 Matthew Barney와 Igshaan Adams의 전시였다. 나의 원래 목적은 Igshaan Adams의 전시만이었으나 통합 티켓으로 인해 두 전시를 모두 보았다.

<Matthew Barney>전시와 <Igshaan Adams>의 전시

  계획에 없었던 Matthew Barney의 전시는 나에게 엄청난 혼란과 질문을 던졌고, 덕분에 남은 주말은 그와 관련된 전시회 후기를 쓰느라 시간을 보냈다. 물론 네로 황제에 대한 역사 공부도 하느라고 오래 걸렸지만, 가장 흥미롭게 진심으로 즐겼던 Igshaan Adams의 전시는 아직 자료 조사 시작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예술 문화 생활로 가득 찬 주말을 보내고 더욱 탐구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 좋았다.

  전시 관람을 마치고 바로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아쉬운 날씨여서 가려고 찜해둔 베이커리 두 곳 중에 한 곳을 가기로 했다. 두 곳을 다 가기에는 높은 칼로리가 걱정되어서 갤러리에서 좀 더 멀리 위치한 곳을 선택했다. 왜냐면 걸어갈 거였거든. 조금이라도 더 걸어서 디저트로 향하는 나 자신에 대한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줄여보겠다는 그런 마음?

쿠키샵 CRÈME

▪︎ Crème
Address : 4 D'Arblay Street, London W1F 8DJ
Open : Monday - Sunday 11:00 ~ 21:00
Website : https://cremelondon.com/

  그렇게 향한 곳은 쿠키샵 CRÈME이었다. 얼마전 유튜브 영국남자의 영상을 보고 찜 해놓은 곳이었다. 영상에서는 이 쿠키샵의 셰프가 미슐렝 스타를 받은 셰프라고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다시 한번 사이트를 살펴보니 3 미슐렝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의 파티세리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경력이니 미슐렝 스타니 뭐가 중요하랴, 내 입맛에 맛있는게 중요하지. Double Chocolate 쿠키 2개, Milk Chocolate 쿠키 2개, Banana Dark Chocolate 쿠키와 Peach & White Chocolate 쿠키 각각 하나씩 총 여섯개를 구입해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도 걸어볼까 했지만, 대략 1시간 30분이 걸리는 거리인데다 도저히 끝까지 걸을 수는 없을 것 같아 중간에 버스를 타고 돌아왔는데, 그 동안에도 손에 들린 가방에서 쿠키 냄새가 폴폴 나서 너무 좋았다. 묵직한 쿠키 도우의 냄새란. 집에 돌아와서 실수로 바나나 다크 초콜릿 쿠키를 반쯤 먹고(원래는 밀크 초콜릿 쿠키 한개를 먹을려고 했는데) 구별하기 편한 다크 초콜릿 쿠키를 하나 먹었다. 맛은? 오우, 엄청 꾸덕해. 바삭바삭한 쿠키는 아니고 엄청 꾸덕하고 묵직한 쿠키였는데, 그래서인지 조금만 먹어도 배부르고 충분한 맛이었다. 그리고 엄청 살찌는 맛(속닥). 지점도 런던 시내에 1개 밖에 없으니 자주 사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아껴먹을 생각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아껴먹을 수 밖에 없는 맛이었다. 맛있으니 됐어, 살 빼는건 미래의 나에게 맡겨본다. 이후에 저녁으로 소곱창 먹은건..... 하아, 내일부터 건강식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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