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4
최근 먹은 집밥들은 다양했다. 내가 일이 없었던만큼 요리를 많이 했었고 아이디어도 솟아 올라서 다양한 것을 시도했는데, 한편으로는 나의 마음도 복잡하고 바빴다 보니 간편식을 주로 했다. Ready meal로 사먹었던 적도 꽤 있고. 그래도 내가 만들었던 아보카도 새우 토스트는 정말 맛있었다. 양파와 피클을 넣은 마요네즈 소스도 만들어서 빵에 발랐는데, 처음 그저 감각적으로 시도한 셈으로는 괜찮았다. 샌드위치나 토스트는 늘 더 간단하고 대충 때우는 느낌이었는데, 이건 그렇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새로운 레시피 습득! 근데 그러고는 요리하기 귀찮아져서 다음 저녁으로 막 짜빠구리 해먹고(그래도 계란 후라이는 포기할 수 없..). 금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여유가 생겼던 남자친구는 어제 주특기인 새우 볶음밥을 만들어줬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남자친구 요리 중에 하나인만큼 너무너무 맛있었다! 사진에 같이 보이는 Mango Chutney는 영국 슈퍼마켓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인도식 소스인데, 사실 남자친구랑 사귀기 전까지는 존재 자체를 몰랐다. 근데 한번 맛보니 중독적인 맛이어서 가끔 남자친구가 요리할 때 side dish, side sauce로 먹음. 한국 요리 먹을 때 김치 없으면 아쉬운 것 같은 그런 느낌?
지난 평일에는 조금 바빴다.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일이 없어서. 아무래도 남성복 시즌은 최근에 끝난 셈이고, 내가 일을 했던 스튜디오도 남성복이어서 그런지 design development의 가장 바쁘던 시기가 지난 것 같아서 갑작스럽게 일이 뚝 끊기게 된 것 같다. 곧 정비를 하고 다음 시즌을 준비할 때 스케줄을 조정하고 나를 불러 쓸 것 같긴 하지만, 지난주부터 가졌던 공백에 느낀 바가 많다. 프리랜서의 삶이란 언제나 불안정하고, 어느 정도의 일의 범위를 잘 다져 놓아야 겠다는 것. 그래서 CV랑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취업 공고들을 찾아보느라 블로그를 살필 여력이 없었다. 주말 동안 좀 더 조사를 해보고 다가오는 월요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지원들을 엄청 해볼까 한다.
남자친구도 지난 평일에 엄청 바쁜 스케줄을 보냈는데, 그래서인지 어제 금요일에 일을 끝내고는 둘이 딱 붙어서 TV도 보고 수다도 떨며 함께하는 시간을 보냈다.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 영상을 찾아보고 (한국 나오는 장면을 찾기 어려워서 시간을 한참 보냈다.) 사격 경기도 보고 잠들었는데, 그래서인지 오늘 아침은 엄청 늦게 일어났다.
▪︎ Kissa Wa Café
Address : 15 Corsica Street, London N5 1JT
Open : Wednesday - Friday 09:00 ~ 16:00 / Saturday 12:00 ~ 17:00 / Sunday - Tuesday Closed
Website : https://www.instagram.com/kissa_wa_cafe/?hl=en
늦게 일어났지만, 최소한 비가 오지 않으면 브런치를 먹으러 가자던 계획을 어제 저녁에 이미 했었기에, 우리는 후다닥 외출 준비를 했다. 평소 내 취미 중에 하나가 GoogleMaps를 보면서 숨겨진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찾아보는 것인데, 오늘 간 카페 Kissa Wa Cafe도 그렇게 얻어걸린 카페였다. 일본식 식사 메뉴들이 있는, 하지만 레스토랑 보다는 카페의 이미지가 더 강한 곳이었는데 평점이 꽤 좋았다. 걸어서 4분 거리 밖에 안되는 정말 찐 로컬 카페였는데, 도착하니 야외석으로만 운영하고 있어서 (지금 같은 시기에는 특히) 더 마음에 들었다. 운 좋게도 한 테이블이 딱 비어있어서 바로 자리를 잡고, 음료와 음식을 주문했다. 나는 Japanese Chicken Curry와 Fresh Orange Juice를, 남자친구는 Mackerel+Mayo Rice Balance Bowl과 Hoji Latte를 주문했다. 직원들도 친절했고, 나름 건강하고 맛있는 맛에, 양도 엄청나게 많아서 만족스러운 브런치였다. 아무래도 작은 카페다 보니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들르는 카페인 것 같았는데, 요런 로컬 장소들이 너무 좋다. 남자친구는 이런게 진짜 Islington life 분위기 같다고 했는데, 난 요런 느낌 너무 좋다구요! 그동안 나름 여러 동네에서 살았지만, 진짜 Islington은 지금까지 런던에서 나의 최애 지역이다. 근데 집값은 짱 비싸겠지... 그냥 꿈의 지역이겠지...
일기예보는 이번 주말부터 다음주 목요일까지 비가 주구장창 온다고 하더니 다행히 브런치를 다 먹을 때까지도 비 소식은 없었다. 무척 흐리고 쌀쌀하긴 했지만, 나쁘진 않은 날씨여서 남자친구가 "예전에 몇 번 지나친 갤러리가 근처에 있잖아, 거기 가볼까?"라고 해서 계획에 없던 전시회 일정이 생겼다. Estorick Collection of Modern이라는 갤러리였고, Olivier Debré 작가의 전시를 하고 있어서(얼른 사진으로 확인해 보았을 때는 작품들이 마음에 들어서) 산책하듯 갤러리로 향했다. 3층에 걸쳐 6개의 갤러리 공간을 오래된 건물을 개조한 갤러리였지만, 사람도 많지 않고 아담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덕분에 예술 관련 포스팅을 할 건덕지가 생겼네.
전시 관람을 마치고는 곳곳에 보이는 꽃들도 구경하며 아무렇게나 발 닿는대로 동네 산책을 했다. 다니는 길에 예뻐보이는 펍이 있길래 가든 자리도 있는 것 같아 들어가서 Cider 한 잔이나 할까? 했는데, 사전 예약이 아닌 경우에는 안 받아주는 곳이었다. 아쉬운 기분과 함께 가끔 이런 경우를 맞닥드리면 코로나와 함께하는 삶의 제한을 느끼게 된다. 일상이 가까워 지는 것 같은데, 아직은 또 신기루처럼 느껴진다. 얼른 끝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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