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0
오늘은 나와 남자친구의 2주년이다! Yeah, (self) congratulations!
2주년이지만 평일이라 그런지 엄청난 특별함이 없다. 아님 벌써 열정이 식었나(..). 사실은 그것보다 저 건너(나는 오피스룸에서 늘 작업을 한다.) 거실에서 열심히 재택 근무를 하고 계시는 J땡땡씨가 오늘 일이 많아서 '아 스트레스...!!!' 아우라를 엄청 풍기고 있기 때문에 특별할래야 특별할 수가 없네. 그래도 남자친구가 혼자서 미리 저녁에 레스토랑 예약을 해두었다니 그가 퇴근하면 같이 외식을 가게 될 것 같다. 그래서 그 전까지는 방해 안하고 나 혼자 취업 정보도 알아보고 영양제 검색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중. 퇴근이나 제 시간에 할 수 있으려나.
코로나 때문에 락다운 및 규제가 많이 생기면서(영국은 어제 19일부터 모든 법적 규제가 없어지긴 했지만) 남자친구가 재택 근무를 한 지 1년 4개월 정도가 되어가는데, 가끔은 솔직한 마음으로 빨리 회사로 나갔으면 좋겠다. 하하하. 같이 살지 않을 때야 별 문제가 될 것도 없지만, 같이 살게 되니까 아주 가끔 '내가 얘 사무실에서 빌붙어 살고 있나?'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재택 근무든 개인 작업이든 업무 공간과 거실과의 공간을 분리하려고 방 2개짜리 플랫을 고집했던건데, 어느새 남자친구는 거실에서 나는 오피스룸에서 작업하는 걸로 고정되고 있다. 평소에 일이 적고 스트레스가 덜하면 큰 상관은 없는데(다른 공간에 있는게 서로가 집중하기에 좋아서) 오늘 같은 날에는 온 거실을 '스트레스 받아..힘들어..' 오오라로 가득 채워 버리니 같이 기분이 다운된다고 해야할까. 그리고 재택 근무의 제일 단점이 일과 생활의 분리가 힘들다. 특히 남자친구의 직종은 랩탑만 있으면 어디든지 사무실이나 마찬가지여서 저녁 먹다가도 "잠깐만 이메일 확인 좀..", 좀 쉬다가도 "잠시만.."라며 랩탑을 열어대서 가끔은 아주 그냥 부숴버리고 싶다.
이런 상황을 보면 피곤하기는 해도 물리적인 출퇴근을 해야하는 나 같은 직종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들고. 특히 패턴사는 실물 작업 때문에 충분한 작업 공간이 필수적이어서 재택 근무를 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디자이너나 재봉사 같은 다른 스텝들과의 커뮤니케이션과 수정 작업이 바로바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코로나 상황에 운영이 어려운 직종이기도 했지만, 나름 출퇴근 시간도 보장되어 있고(특히 프리랜서) 퇴근 후 업무에 엮일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좋은 점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과도한 업무량과 반복되는 업무에 지쳤던 남자친구가 세달 전 쯤에 이직을 했는데, 8월 초에 현재 일하는 회사를 그만둔다. 이제 일하는 기간 3주 남은 직원한테 뭘 그렇게 시켜대는지. 새로운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한 달의 텀도 있어서 남자친구는 오매불망 그 때만 기다리는 중. 재택 근무는 새로운 회사에서도 당연히 가능할 것 같지만(이제 사무직들은 거의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 하다.) 그래도 난 일주일에 몇 번은 사무실 좀 나가줬으면 좋겠네. 남자친구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기도 해서(아무래도 분명한 출퇴근 경계가 있어서인 듯 하다.) 일주일에 3~4일은 근무하고 2~1일은 재택하는 것을 최적의 옵션으로 생각하던데, 하루 코로나 확진자가 5만명으로 치솟은 영국 상황에 그런 조율이 또 가능할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다섯시 쯤 지나니 바쁘던 업무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었나 보다. 여유가 생기는 듯 하며 일도 나름 빨리 마무리하고 준비도 착착 하더니 예약 시간에 맞춰 레스토랑에 갔다. Le Mercury라는 프렌치 레스토랑이 동네에 있는데, 엄청난 find dining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가볍게 프랑스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작년 12월 락다운이 잠깐 완화 되었을 때 레스토랑 실내 취식이 가능해서 한 번 이용했던 곳인데, 좋았던지 남자친구가 이번에 예약을 미리 해두었다. 스타터와 디저트는 나눠 먹고 메인 코스만 각자 주문했다. Dressed White Crab with Avocaddo & Granny Smith Apple Sauce 스타터와 Roast Chicken Breast, Rib-eye Steak 메인, Crème Brulée 디저트까지 꽉 채웠다. 로제 와인도 한 병 주문해서 마셨는데, 달달 상콤하니 맛있었다. 음식도 맛있구, 특별한 날 함께 먹는 저녁이라 더 좋구. 저녁 먹는 동안엔 정말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했다. 우리 관계나 의견 대립의 토론은 아니고 최신 뉴스와 관련해 서로 역사 이야기도 하고 의견도 나누고 하느라 밥 먹는 시간보다 수다 떠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여전히 어설픈 영어 실력을 가진 내가 영국인이랑 이런 대화를 할 줄 누가 상상이나 할까. 물론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 남자친구니 가능한 일이겠지만(나도 다른 사람들 앞에선 이렇게 이야기 못함). 약간 술기운에 흥해져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G&T 캔도 하나씩 사서 돌아와 MasterChef: Professionals를 한 편 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특별한 듯 하면서도 일반적인 듯 한 이런 소소한 하루와 시간이 너무 좋다.
▪︎ Le Mercury
Address : 140a Upper Street, London N1 1QY
Open : Monday - Tursday 10:00 ~ 00:00 / Friday - Saturday 10:00 ~ 01:00 / Sunday 10:00 ~ 23:00
Website : https://www.lemercury.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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