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일상 기록장/2021년

[영국생활] Day+1784 저녁 초대 & 화이자 백신 2차 접종 완료

by kyeeunkim 2021. 8. 2.

2021.08.01

  이번 목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남자친구는 친구 결혼식을 갔었기에 나는 집에 혼자 있었다. 휴가까지 내고 2박 3일로 결혼식 가는 일정이라니, 한국과 결혼식 문화가 다르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신기하다. 아직까지는 영국식 결혼식에 가본 적이 없어서 상상과 사진만으로 볼 수 밖에 없지만, 최근 약혼한 남자친구의 친한 친구 커플들도 꽤 되어서(벌써 프로포즈-약혼까지 한 커플이 넷에 결혼식 일정까지 나온 경우는 거의 2~3 커플이나 있다.) 내년이면 나도 그런 결혼식에 실제로 참석할 수 있을까 기대된다. 아무튼 혼자 남게 된 시간동안 사부작 사부작 시간을 보냈다. 혼자 처리하기 힘들 것만 같은 식빵으로 마늘빵도 만들고, 계속해서 리서치도 하고, 저녁에는 Cider를 홀짝거리면서 늦은 시간까지 드라마를 보기도 하고. 늘 같이 붙어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갑자기 이렇게 뚝 떨어지면 좀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시간을 채울 즐길거리들만 많으면 꽤나 혼자 있는 시간도 재미있다.

식빵으로 만드는 마늘빵

  토요일 저녁에는 남자친구 베프인 Ed가 식사 초대를 했어서 그의 집으로 놀러갔다. Ed는 내가 남자친구와 Official한 관계가 되자마자 다음 날 소개 받았던 친구다. 나한테 여자친구가 되어 달라고 고백한 밤이 지나고 남자친구가 다음날 아침에 물었던 질문이 "오늘 나 친구 만나서 너 소개해주고 싶은데 같이 가줄래?"였으니, 둘이 얼마나 친한 친구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Ed를 만난 것이 작년 여름이 마지막이었나? 심지어 그의 여자친구인 Laura는 만난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셈이었다. 락다운 규제가 풀리면서는 남자친구는 종종 친구들을 만났는데, 내가 그동안 그 자리에 끼지 않았다. 큰 그룹으로 모여 노는 자리가 아직은 부담스러웠달까. 하지만 이번에는 직접 집으로 초대를 한데다 커플끼리 보는 자리여서 부담이 적었다.

  간단하게 Rose 와인 2병과 조각 케이크를 사들고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이전에 Ed 집에는 한 번 방문했었고, 그 둘을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라 살짝 긴장되긴 했지만 친근하게 잘 맞아줘서 금방 편해질 수 있었다. 간단한 식전 스낵부터 메인 음식까지 준비해 주고(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술도 다양한 종류대로 원하는 대로 마셔서 오랜만에 거하게 취했다. 최근 나의 주된 대화 상대가 남자친구 뿐이었는데, 오랜만에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도 엄청 하고 이전보다 더 어색하거나 낯선 느낌 없이 더 편하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원래는 11시쯤에 돌아오려고 했는데 역시 사람일은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지. 노래방 기계까지 마련한 Ed 덕분에 한동안 노래 부르고 신나게 놀다가 2시가 한참 넘어서야 그의 집을 나섰던 것 같다. 그나저나 지금 다시 봐도 저 고무나무 대단하네. 우리 Richard는 시름시름 앓으면서 죽어가는 것 같은데, 흑흑. 그렇게 토요일 밤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나 문제는 오늘 아침의 엄청난 숙취였다. 지난밤 Uber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것은 기억나는데, 그 이후가 기억나지 않을만큼 엄청나게 취했고(희한하게 렌즈 빼고 화장 지우고 심지어 입었던 원피스는 곱게 옷걸이에 걸어두긴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심한 속쓰림과 어지러움이 있었다. 심지어 평소에 나보다 술이 센 편인 남자친구도 같이 Black out을 겪어서 둘 다 무슨 일이지? 라며 아침에 한동안 멍한 기분이었다.

  오늘 오후에는 백신 2차 접종 예약도 있었던지라 계속 누워있을 수 없고 일어나서 준비를 해야하는게 너무 힘들었다. 내가 이래서 분명 많이 술 안 마실거라고 했는데, 그 술은 모두 내가 마신 것이니 누구를 탓하리오. 그저 좋은 분위기에 넘어갔던 내 탓이지.

  원래 런던(Central London area 기준)에서는 1차 접종일에서 약 11주 이후부터 2차 백신을 예약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의 기존 2차 백신 접종일도 오늘보다 3주 가량 더 늦은 날짜였다. 하지만 빨리 2차까지 백신 접종을 마치고 싶었던 남자친구가 이것 저것 알아보다 일정을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을 듣고는 같이 예약 변경을 시도해 봤는데, 정말 더 빨리 2차 백신을 맞는 일정으로 변경할 수 있었다. 8주를 최소 기간으로 두고 예약 일정을 변경할 수 있었고, 기존 일정보다 좀 더 빨리 2차 백신을 맞게 되었다. 예약 시간이었던 오후 2시 15분에 맞춰 Guy's Hospital에 도착했는데, 1차 접종 때 갔던 St. Thomas' Hospital 보다는 조금 허술한 시스템이었다. 안내를 받고 들어가면 각각 접종실 문 앞에 의자가 있었는데, 빈 자리를 찾아 기다리고 있으면 의사가 "다음 백신 접종하러 온 사람요~" 이라고 불러 들어가는 식이었다. 그래도 이전에는 막 스크린에 이름도 뜨고 순서도 깐깐하게 따지는 것 같더니 이번에는 빈 자리에 앉아서 1분도 기다리지 않았는데 옆에서 의사 한 명이 쓱 나와선 "백신 맞으러 왔어요?"라며 불러서 따라 들어갔다. 의사 한 명이 등록과 접종을 모두 담당하고 있었고 접종 전에 필수로 묻는 질문들도 좀더 덜 긴장되는 느낌이었다(물론 이건 나의 주관적인 느낌). 질문이나 등록하는 과정은 빠르게 착착 진행 됐는데, 최종 컨펌이 빨리 안 떨어져서 거의 10분 가까이 기다렸던 것 같다. 다른 사무실에서 의사 한 명이 컴퓨터를 통해서 등록된 백신 접수들을 받고 컨펌을 내리면 이후에 백신 주사를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오랫동안 확인이 안 떨어지니 되려 담당 의사가 그 시간을 민망해 했다. 나보고 평소에 무슨 일 하냐며 가벼운 토크까지 했는데도 컨펌이 안 떨어지니까 계속 미안하다면서 "원래 이렇게까지 안 늦는데.."라며 머쓱해 함. 어색한 침묵을 못 견디는 이 영국인들.. 나는 기다리는 시간도 침묵의 시간도 전혀 신경쓰지 않는데. 백신만 놔주면 뭔들. 어쨋든 약간의 기다림 후에 허가가 떨어져서 백신 접종을 무사히 마쳤다. 맞을 때 약간 팔 쪽에 욱신거림이 느껴지긴 했지만, 크게 아프지도 않았고 대기해야 하는 시간에도 별 다른 느낌이 전혀 없어서 그냥 후다닥 나와버렸다. 화이자는 2차 접종 이후에 아픈 경우가 많다고 해서 조금 긴장되는데 대략 백신 맞은지 10시간이 되어가는 지금도 별다른 증상이 없다. 팔에 접종한 부위 쪽 근육이 약간 욱신거리긴 하지만 갑자기 운동했을 때 찾아오는 근육통보다도 덜한 느낌이다. 내 몸뚱아리가 숙취에는 힘들어해도 다른 경우로 쉽게 아플 몸뚱아리가 아니긴 하지. 1차 접종 후에는 열도 안 났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타이레놀을 먹고 잠들었었는데, 이번에는 그냥 자볼까 싶다. 백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는 좀 안심된다고나 할까. 특히나 모든 규제가 사라진 영국에서는 더욱이 백신으로라도 나 자신을 좀 지키고 싶어서 2차 접종까지 빨리 마치고 싶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과제 하나를 마친 느낌이랄까. 화이자 백신 2차 접종까지 완료, 끝이다!

  여전히 여러 변종으로 코로나 자체는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고 점차 확대되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이번에 한국 갈 때 엄청 고생했던 사람으로서 여행이라도 조금 더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증말 지긋지긋한 코로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