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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기록장/2021년

[영국생활] Day+1795 요리 열쩡 뿜뿜 + 가구 조립

by kyeeunkim 2021. 8. 13.

2021.08.12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서 그런가, 근래 요리에 대한 열정이 불타올랐다. 이전에 혼자 살 때는 요리에 대한 열정이 바이오리듬을 타듯 오르락 내리락하는 주기가 있어 가끔은 정말 대충 해먹고 끼니만 떼우는 식으로 먹다가, 요리 열정이 뿜뿜 솟아오르면 아주 날 잡고 거창한 요리를 하는 식이었다. 물론 대부분은 한식이었고, 귀찮을 때만 슈퍼마켓에서 ready meal을 사서 먹곤 했다. 그러다 남자친구와 같이 살게 되니, 주거니 받거니 요리를 하게 됐는데, 이전보다는 대충 떼우는 횟수가 줄어 들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밥순이 한식파였던 내가 점심에 간단한 음식(전날 저녁으로 먹고 남은 음식)이나 샌드위치 등으로 먹고, 저녁은 좀 더 제대로 된 메뉴로 요리하게 된 것 같다. 아무래도 남자친구가 평일에는 재택근무로 일을 하다 보니 점심으로 쓸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저녁은 서로 번갈아 하다 보니 한식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식을 먹게 되었다. 한식만 주구장창 찾던 나도 이제 어느 정도 같이 생활하는 것에 적응을 하게 된 듯 하다.

점심으로 먹었던 샌드위치 (1) 아보카도 새우 오픈 토스트  (2) 양배추 계란 오픈 토스트 (3) 어니언 머쉬룸 오픈 토스트

  간단하게 먹게 되는 점심으로 이제는 빵식(食)에 익숙해졌다. 보통은 통밀 식빵이나 곡물 식빵으로 샌드위치를 해먹곤 했는데, 최근에는 좀 더 다양한 재료들로 샌드위치를 만들고 싶어서 다양한 빵 종류를 시도해 보고 있다. 지난번에 치아바타 빵에 불고기를 넣어 샌드위치를 해먹었던 적이 있는데(사진은 못 남겼지만) 그 때의 성공적인 경험이 이후 다양한 토스트의 영감이 되었다. 게다가 반복적인 샌드위치는 한계가 있어서 종종 버터 토스트나 fish fingers 샌드위치를 해먹곤 했는데, 사실 그건 정말 건강하지 않은 식단 같아서 약간 죄책감이 들었다는(..)

  (1) 아보카도 새우 오픈 토스트 : 아보카도가 너무 익기 전에 후딱 먹어 치울려고 만들었던 샌드위치였다. 간단하게 crushed red pepper와 소금, 후추로 간을 해서 아보카도를 으깨어 버터를 바른 빵 위에 올렸다. 추가적인 토핑으로는 오일에 볶은 양파와 새우를 얹었는데, 조합이 좋았다. 물론 새우가 익으면서 저렇게 쪼그라들 줄 알았다면 더 넣는건데, 빵 크지를 생각하지 못한 나의 계산 착오였음.

  (2) 양배추 계란 오픈 토스트 : 길거리 토스트 식으로 양배추와 날계란을 섞어 익히는 샌드위치는 예전에 만들어 봤지만 생양배추를 사용하는건 처음이었는데, 엄청 맛있었다. 삶은 달걀을 으깨어 채썬 양배추와 섞고 마요네즈와 머스타드를 더하고 소금과 후추로 약간의 간을 하면 끝인데, 사실 그냥 그대로 먹어도 맛있었음. 좀더 부드러운 식빵이나 모닝빵에 위, 아래로 덮는 샌드위치 형식이 더 먹기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너무 맛있었기에 다음에도 또 해먹고 싶다.

  (3) 어니언 머쉬룸 오픈 토스트 : 계속 같은 빵을 사용하다보니 오픈 토스트만 있네(..) 양파 1개와 버섯 1통을 전부 써서 만들었던 토스트. 오랜 시간 양파를 카라멜라이징하듯 볶고 이후 버섯을 넣어 물기가 없을 때까지 볶았다. 그리고 체다 치즈와 모짜렐라 치즈를 넣고 꾸덕한 토핑을 완성했다. 파슬리라도 있었으면 색깔을 좀 더 맞출 수 있었는데 그 점만 아쉽다.

  최근 점심으로 먹은 이 토스트들은 남친의 합격점을 충분히 달성하고도 남은 것들이었음, 하하. 점점 요리 실력이 느는 것 같다.

나물 요리가 먹고 싶어 만든 청경채 무침

  해외 생활을 하면서 밥순이, 한식파인 내가 가장 힘든 점 중 하나가 다양한 나물 요리가 없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나물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입맛이 점점 구수해지고 온갖 산나물들이 그리워졌다. 이번에 한국 갔을 때도 온갖 나물 반찬을 잘 먹고 고기 반찬 하나 없는 채식 식당에서도 별 불평 없이 맛있게 잘 먹으니 우리 부모님에게는 나름 그것이 큰 변화였나보다. 심지어 감자탕을 먹으러 갔더니 메뉴가 '시레기 감자탕' 밖에 없어서 엄마가 "너 먹고 싶다고 해서 감자탕 먹으러 왔는데 시레기가 있어서 어떻게 하니."라며 눈치를 살짝 보셨는데, 내가 넙죽넙죽 잘만 먹으니 엄청 놀라셨다. 아무튼 한국에서 그렇게 먹고 와도 부족하기만 한 음식들을 영국에서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나가느냐가 늘 문제다. 시금치 무침은 몇 번 해봤는데, 사실 영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시금치는 baby spinach라고 낱낱 잎이 작은 샐러드나 요리용 시금치가 대부분이고 한국에서 볼 수 있는 한 단짜리 큰 시금치는 거의 보지 못했다. 김밥이나 비빔밥을 만들 때 baby spinach로 무침을 해서 넣곤 하지만, 약간 쌉쌀한 맛이 감돌아 나물 반찬으로는 별로였다. 콩나물도 구할 수 있긴 하지만, 한인 마트나 중국 마트를 찾아 가야하고, 숙주 나물은 그닥 내가 원하는 나물 스타일이 아니어서 시도해보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 유튜브에서(요즘 시간만 나면 레시피 영상 찾아보는게 취미임) 청경채 나물로 주먹밥을 만드는 영상을 봤는데 입맛이 확 당겨서 바로 만들어 봤다. 청경채, pak choi는 영국의 어느 슈퍼마켓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고 한국과 종류가 다른 것 같지도 않으니 맛 차이도 크지 않을 것 같았다. 처음 만들어 보느라 간을 할 때 양 조절에 약간 실패했는데, 그래도 밥 반찬으로는 딱인 듯 하다. 바로 다음날 밥에 종종 썬 청경채 나물을 넣고 거기다 '밥이랑' 후레이크도 넣어 슥슥 비벼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아, 이런게 그리웠지. 간단한 듯 하면서도 맛있는. 바로 엄마한테 사진 찍어 보내면서 자랑했다, 하하. 칭찬이 고픈 아이.

우리의 저녁, (1) 남자친구가 만든 달(Daal) 커리  (2) 내가 요리한 연어 구이와 야채

  아무래도 시간적 여유가 많은 내가 요리를 좀 더 많이 하지만, 남자친구도 적극적으로 요리에 가담하려고 한다. 우리가 서로 요리를 번갈아 하면서 느낀 좋은 점은 다양한 나라의 식단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한식과 양식, 일식 같은 요리를 주로 잘 한다면 남자친구는 향신료를 잘 써서 커리나 인도/스리랑카 음식 혹은 중동 요리를 시도하는 것을 즐기다 보니 서로 레시피에 간섭할 일도 없고, 그저 새롭기만 하니 맛에 대한 불만도 없다. 그렇다고 가리는 음식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입맛도 잘 맞음.

  (1) 달(Daal) 커리 : 렌틸콩을 이용한 커리인데, 사실 남자친구가 요리한 것을 먹어본 게 생애 처음으로 먹어 본 달(Daal)이었다. 그전에는 존재하는지도 몰랐음(..) 약간의 추억을 말하자면, 남자친구 집에 놀러갔을 때 나한테 처음으로 대접해 준 요리가 달 커리였는데, 완전 맛있어서 남자친구가 더 좋아졌었다. 게다가 데이트 할 때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야?"라는 나의 질문이 식궁합을 중요하게 여기는 나 나름의 테스트였음을 알까. 물론 남자친구는 "난 볶음밥."이라는 말로 쉽게 패스했음ㅋㅋㅋ 꼭 밥류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음식에 오픈 마인드를 가졌는가, 까다롭게 싫어하는 음식이 없는가가 중요했던 것 같다. 아무튼 달 커리는 렌틸콩을 베이스로 만들고 토마토나 시금치와 같은 야채만 들어가서 기본적으로는 건강한 비건 음식이어서 런던에서는 꼭 인도나 스리랑카 식당 뿐만 아니라 카페에서도 비건 메뉴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다.

  (2) 연어 구이와 야채 : 이 음식은 바로 오늘 저녁으로 먹었던 것인데, 껍질을 아주 바삭하게 구운 연어 구이와 갖은 야채를 오일와 버터에 볶은 것인데 남자친구가 감탄하면서 먹었다ㅋㅋㅋ mashed potato는 사온 것이니 당연히 맛있고, 야채는 평소 요리하 듯이 여러 종류를 같이 볶았는데, 대신 양배추를 좀 더 넣어줬다. 조합이 이상할까 걱정했는데 너무 맛있었다. 연어는 보통은 파피요트 식으로 오븐을 이용하는데 이번에는 껍질을 바싹 익히는 후라이팬 요리로 해봤다. 바삭한거 좋아한는 남자친구는 거기에 감탄하고, 도대체 어떻게 한거냐며 계속 맛있다고 말해줘서 괜히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남은 연어로는 내일 점심 메뉴를 이미 정해놨다, 하하.

가구들을 조립했다 !

  그리고 그동안에 주문한 가구들을 모두 조립했다. 이케아에서 주문한 서랍장, 의자는 두어시간 만에 너무나도 쉽게 만들었고 오늘 오전에 책상을 조립하느라고 용을 썼는데, 그래도 전동 드릴 없이도 잘 해냄. 요즘 이런 조립식 가구가 너무 잘 만들어져서 손 쉽게 만들 수 있고, 더군다가 거장찬 도구를 필요로 하지 않아서 더 좋다. 책상 만들 때 다리를 뒤집거나 들어야 하는 순간이 있어서 남자친구를 불러 도움을 청했는데, 그 외엔 다 혼자 했다ㅋㅋㅋ 가구 조립을 같이 몇 번 해보면서 느낀건데, 내가 훨씬 더 잘함ㅋㅋㅋ 다 완성해서 배치를 착착 하는데 너무 뿌듯했다. 책상도 넓찍하고 이제 높이 조절도 가능하니 패턴 그리는 것도 편해져서 집에서 좀 더 작업을 해볼까 한다. 물론 생각보다 이케아에서 주문한 책상 판이 너무 커서 남자친구 책상 공간과 애매해진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좀 더 고민해서 해결해 보기로 했다. 지금으로는 그저 완성된 내 공간이 너무 좋아,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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