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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기록장/2022년

[영국생활] 11월의 축구 일기: 빡빡하게 흘러가는 리그 일정, 그리고 월드컵의 시작⚽️

by kyeeunkim 2023. 6. 21.

2022.11.30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2022-23 시즌은 전세계 축구인들에게 바쁜 해였다. 최초로 겨울에 열리는 월드컵으로 월드컵에 나가는 대표 선수들은 시즌 중간에 월드컵에 참여해야 했고, 안그래도 빡빡한 여러 리그들의 일정이 약 한 달의 월드컵 일정을 위해 더 빡빡한 스케줄로 진행되어야 했으니 선수들에게 얼마나 부담이었을까. 물론 운동 선수로서 자신들의 나라를 대표하는 팀에 참여하여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것은 큰 영광이고 원하는 일이겠지만 한 편으로는 빠듯한 일정 속에 경기들을 소화해야 하는 점은 컨디션 조절의 어려움이나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이라 힘든 부분이 많았을 것 같다.

 

 

 

2022.11.03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11월 첫 경기는 유로파 최종 그룹 매치. 아스날의 상대팀은 스위스의 Zürich였다.

  이번 유로파 리그 경기를 보다 느낀 점인데 원정 경기를 오는 팬들의 열기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나는 원정 경기를 가본 적이 없는데다 아스날의 홈구장이 런던에 있다 보니 원정팬들이 오더라도 큰 고생을 하진 않았겠다 싶은데(런던에는 아무래도 여러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것이고 팬도 다양하게 있을테니..) 유로파 리그는 원정 경기를 위해선 해외 여행을 해야 되는 경우라 그런지 이제껏 보지 못한 팬심과 응원 열기를 볼 수 있었다.

  과거 영국은 훌리건 때문에 문제가 많았던 탓인지 아무래도 과한 응원에 대한 규제도 있을 것 같고 사람들도 조심하는 분위기가 있어(난동 부리면 앞으로 경기장 입장도 안되고 징계가 꽤 심하다고 들음) 불꽃이나 응원 도구를 쓰는 경우를 거의 못 봤는데 스위스 팬들이 쓰는거 보고 깜짝 놀랬다. 게다가 스위스는 축구 리그가 유명하다거나 팬심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 않았다 보니 더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 함께 보던 조던이도 새삼 신기하고 놀랬던 듯.

  이번 경기에선 외데고르가 선발로 출전하지 않아서 제주스가 주장을 달고 나왔다. 선수들 컨디션 관리 및 필드 경험치를 위해 프리미어 리그 이외 경기들은 아무래도 메인 선수들을 좀 아끼곤 한다. 그 외에 두 달 간 햄스트링 부상으로 쉬고 있던 모하메드 엘네니(Mohamed Elneny)가 경기에 복귀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초반 17분, 키어런 티어니(Kieran Tierney)가 멋진 중거리 슛으로 골을 만들었다. 이후에도 몇 번 추가 득점을 위한 시도가 있었지만 골망을 흔들지는 못했다. 경기는 1:0으로 종료됐고 아스날은 유로파 리그 그룹 매치에서 1위로 마무리했다 🔴COYG🔴

 

  그나저나 원정팬.. 비록 졌지만 해외인 영국까지 와서 경기도 보고 응원도 열심히 하며 시간을 즐긴 것 같아 대단했다.

 

 

 

2022.10.06

  다음 경기는 바로 3일 뒤 첼시와의 원정 경기. 우리는 또다시 펍에서 경기를 보기 위해 좌석을 예약했다. 이번엔 조던이 친구 에드도 함께 보기로 해서 테이블 좌석을 예약할 수 있었다. 비록 사진에는 맥주 2잔만 있지만 우리가 경기 시간보다 일찍 가서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그랬을 뿐, 나중에 에드가 합류했다ㅋㅋㅋ

  첼시가 여러 우여곡절이 많다고 해도 역시 강팀 중 하나이기 때문에 늘 긴장하게 되는 것 같다(특히 원정 경기에다 런던 더비..). 이 날 경기는 전체적으로 아스날이 잘 이끌었던 것 같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아스날이 시도는 많이 하고 정말 득점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시도들이 많은데 결정력이 부족했다는 것? 물론 보기엔 '아 조금만 더 왼쪽, 조금만 더 꺾였으면' 정도의 생각으로 쉬워 보이고 정작 선수들에겐 그 한순간 한순간이 어렵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결국엔 득점이 승패를 가르고 확실한 강팀이 되느냐 아니냐는 아주 작은 정확도의 차이에서 나오니까..

  아까운 시도들이 이어지다 후반전에 사카가 쏘아올린 코너킥을 가브리엘이 마무리하며 점수를 만들었다. 그래도 0:1, 승리는 승리다🔴COYG🔴

  펍에서 경기를 보면 대부분이 다 같은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이라 흥이 더 나서 좋은 것 같다. 골 하나 넣으면 진짜 펍 전체가 떠나가라 난리가 남ㅋㅋㅋ

이번 경기가 끝나고 승리에 취해있는데 갑자기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던 에드가 외쳤다. "What do you think of Tottenham?!" 그러자 펍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응답하더라, "Sh*t!!!" 그러자 에드가 또 외쳤다. "What do you think of Sh*t?" 그리고 다시 되돌아온 모든 사람들의 대답, "Tottehnham!" ㅋㅋㅋ 에드는 "Thank you"로 마무리. 난 이게 하나의 응원가인줄 몰랐는데, 그저 내향인으로서 어떻게 낯선 사람들이 가득한 공간에서 저렇게 용감하게 질문을 던지나 놀랬다가 또 거기에 응답해주는 사람들을 보며 이게 같은 팀을 좋아하는 팬의 힘인가 했다ㅋㅋㅋ

 

 

 

2022.11.09

  그리고 또 다시 3일 뒤 아스날은 EFL컵 3라운드 경기를 치룬다. 3일에 한번씩 경기라니, 엄청 빡빡하다, 빡빡해.

상대는 브라이튼. 경기가 시작하고 에디 은케티아(Eddie Nketiah)가 골을 만들어 리드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브라이튼이 패널티킥으로 득점을 만들어 내고서 연달아 2점을 더 득점하며 경기는 1:3 패배로 끝났다. 이 경기로 아스날은 EFL 컵에서 떨어졌지만, 개인적인 마음으로는 프리미어 리그에만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좋겠다 생각해서 속상하거나 아쉬운 기분은 크게 들지 않았다 🔴COYG🔴

 

 

 

2022.11.12

  그리고 또 또 또 다시 3일 뒤에 열린 울브스와의 원정 경기. 이 경기가 월드컵 전 마지막 경기여서 마무리를 잘 하기를 기대했고 우리 또한 한동안 보지 못할 아스날 경기들을 아쉬워하며 펍에 자리를 예약했다. 이 때 한참 펍에서 경기 보던 재미에 들른 참이라 기회만 되면 갔던ㅋㅋㅋ

  전반전 약간의 패스 미스 혹은 수비 실책으로 울브스 선수에게 절호의 기회를 내어주는 순간들이 있었지만 다행스럽게 골로 이어지지 않았다. 후반전이 되고 골문 앞에서 복작복작하던 순간에 비에이라가 넘겨 올린 골을 외데고르가 바로 내리 꽂으면서 득점했다. 그리고 후반 30분 즈음 마르티넬리가 슛을 시도했지만 튕겨 나온 공이 하필 딱 외데고르 발 앞에 안착했고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그는 바로 슛을 쏘아 추가 득점을 만들어냈다. 우리의 캡틴 외데고르가 2점을 만들어내며 2:0으로 승리한 경기였다 🔴COYG🔴

  근데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이 날 테이블에 합석(펍에서 경기를 보다보면 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낯선 사람들이 양해를 구하고 합석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했던 사람들 때문에 살짝 기분 나빴었던 듯.. 사실 시작부터가 테이블 예약해서 시간 맞춰 왔더니 이미 우리 자리에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이전 시간의 다른 경기들을 본다거나..) 겨우겨우 직원에게 문의해서 테이블을 되찾았는데, 아무래도 미안해서 (착한) 조던이가 그들(남자 셋)에게 같이 앉자고 제안을 했었다. 그랬는데 알고보니 토트넘 팬이었고🤦‍♀️ 스몰 토크를 하다 보니 내가 한국인이고 아스날 팬인걸 알게 되서 그 때부터 "왜 토트넘 팬이 아니냐.", "우리는 손흥민 참 좋아한다."부터 시작해서 이후에 내가 아스날 응원을 열성적으로 하자 "알겠어, 그만해. 그 정도면 됐다." 이런 식으로 시비조로 이야기해서 개인적으로 황당+어이없음 이었던😡

  조던이는 다 부러워서 그러는 거라고, 자기랑 이야기할 때 같은 축구팀 좋아하는 여자친구 있어서 좋겠다, 부럽다, 정말 이상적인 연애다 등등 칭찬을 많이 했다고 내가 아스날을 열심히 응원하니까 그런 점이 부럽고 잘한다고 하는 말이다 했는데 이게 표현에 있어 아 다르고 어 다른거라고.. 나는 기분이 나빴다구..🔥

 

 

 

2022.11.20 ~ 2022.12.18

  그리고 시작된 제 22회 카타르 월드컵. 카타르 월드컵에 대해선 시작 전부터 논란이 많았는데 2010년 이후로 월드컵을 크게 챙겨보지 않은 나로서는(그룹 경기는 거의 안 보고 결승만 보고 그랬음ㅋㅋ) 논란이고 뭐고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또 같이 사는 짝꿍은 월드컵을 보고 싶어해서 결국 같이 보게 됨ㅋㅋㅋㅋ

 

2022.11.21

  우리가 처음 보게 된 월드컵 조별 게임은 잉글랜드와 이란의 경기였다.  경기 보는 와중에 한국어 공부는 해야겠고 바빴던 조던이. 잉글랜드는 골을 시원하게 만들어 내더니 6:2로 승리했다. 그 와중에 아스날 선수인 사카가 골 넣어서 좋았음 후후.

 

 

 

2022.11.24

  그리고 다음으로 본 경기는 우르과이와 한국의 경기. 사실 아무래도 그 전에 관심이 없었다보니 우리 한국이 무슨 조에 있었는지 어떤 나라들과 경기를 하는지 알지 못했는데 경기를 보게 되면서 찾아보니 우르과이, 가나, 포르투갈이었다. 쟁쟁한 나라들... 게다가 월드컵 전에 손흥민 선수가 얼굴 쪽 부상을 입는 바람에 출전 여부에 대해 오랫동안 뉴스에 나왔는데 결국 특수 제작한 마스크를 쓰고 출전을 강했했다고. 정말 나라를 대표해서 국제 무대에서 뛰는 그 선수들의 마음은 어떤걸까, 새삼 대단하다고 느꼈다.

  이 날은 조던이가 외출을 해서 나 혼자 봤다. 우르과이가 워낙 강팀이라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패배를 점쳤다. 선수들을 잘 모르던 나는 나중에 자세히 보니 내가 싫어하는 선수가 우르과이에 있어가지구 중얼중얼.. 더 맘에 안들구 중얼중얼..

  암튼 두 팀 모두 열심히 뛰었다. 정말 아깝게 골로 이어지지 못한 슛들이 여러 번이었고(특히 우르과이는 골대를 몇 번 맞췄는지.. 속 답답하기론 아마 우르과이가 더 했을 듯) 경기 마지막까지 슛 시도를 했다. 하지만 결과는 0:0으로 무승부. 그래도 패배하는 것보단 나으니까 좋은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한국 경기까지 사이에 잉글랜드와 미국의 경기도 있었지만 이건 경기를 안 봤기 때문에(조던이는 친구랑 본다고 갔었나.. 나는 관심 없어서 안 봄ㅋㅋㅋ) 기록이 없다.

 

 

 

2022.11.28

  한국의 다음 경기는 한국과 가나 경기였다. 사실 월드컵도 일정이 너무 빡시긴 하다. 물론 한달하고 열흘 남짓하는 일정 동안 32개 팀이 경기를 치뤄야 하니 빡빡한 건 당연하겠지만..

  가나에는 또다른 아스날의 선수 파르티가 뛰고 있어서 맴이 싱숭생숭 했지만 그래도 난 이 날만큼은 대한민국 대표팀을 응원한닷!!🔥 이 때부터는 흥이 좀 나면서 월드컵을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했기에 관련 일러스트도 그리고 열심히 응원했었다.

  그리고 가나와의 경기는 그야말로 쫄깃쫄깃했다. 초반에 2골을 먼저 먹는 바람에 아, 이대로 지는건가 했지만 조규성의 멋진 활약으로 2:2 동점까지 이끌어 냈다(이 때 조규성의 활약으로 얼마나 그의 인지도가 높아졌던지ㅋㅋㅋ). 특히 그의 두번째 골이었던 날아오르던 해딩은 정말 멋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곧 가나 선수가 한 골 더 넣었고 경기는 그대로 2:3으로 마무리 됐다.

  다음 경기가 아무래도 축구 강국의 포르투갈이라 이번 경기는 무조건 잡고 가야 안전하다는 생각과 다른 팀에 비해 가나가 좀 붙어볼만 한 팀이라고 생각해서 승리 혹은 무승부를 생각했는데 패배하는 바람에 좀 더 쓰라렸던 것 같다. 게다가 이 경기가 그 유명한 앤서니 테일러 주심 아니었나...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그는 악명 높은 심판이지만 그의 부당한 판정이 한국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줄이야. 한국이 후반 연장 시간에 코너킥의 기회를 얻었음에도 그를 무시하고 종료 휘슬을 불어서 한국 사람들이 난리가 났었지. 항의하던 벤투 감독도 그에게 레드 카드를 받고 다음 경기에 감독으로서 참석할 수 없게 되었다.

  여러 악재가 겹친 가나와의 경기, 이 때부턴 다른 팀들의 경기 결과를 엄청 살피며 점점 한국의 16강 진출은 멀어지는 듯 했다.

 

  그나저나 축구를 제대로 이끌고 싶으면 FIFA나 프리미어 리그나 심판진 좀 잘 교육시키고 해야되는거 아닌가. 그나마 VAR 판정이 생기면서 어느 정도는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고 판정을 내리기도 하지만 여전히 주심의 판정은 막강하다. 축구라는 스포츠의 규칙은 분명하게 존재하는데 그것을 판정하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 달라지다니 뭔 얼토당토 않는.. 물론 스포츠의 세계에서 이런 판정 논란은 늘 존재하지만 점점 발전하는 현대 사회에 고치고 나아질 수 없는 논란이라니.. 아이러니하다.

 

 

 

2022.11.29

  11월의 마지막 경기는 웨일스와 잉글랜드의 경기였다. United Kingdom이라는 연합국 속에 함께 존재하는 나라지만 이렇게 월드컵에는 따로 참여하는 것을 보면 새삼 신기하다. 물론 그 속에는 다양한 역사와 문화적인 배경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독립적인 국가로서 규모나 실력의 차이가 있어서일까, 웨일스와 잉글랜드의 경기는 0:3, 잉글랜드의 승리로 끝이 났다. 지난 미국과의 경기를 무승부로 마쳤던 잉글랜드는 이렇게 두 번의 승리로 조별 매치를 1위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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